방구석 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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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友松)
작품등록일 :
2024.08.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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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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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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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제로

DUMMY

23화


랭킹전.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은 매년 3월 3일에 랭킹전을 진행한다.


랭킹전 진행 방식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몬스터를 최단 시간에 잡는 타임어택.


두 번째 단계는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해 마력의 구체를 타격하는 것이다.


마력의 구체는 파괴력이 표기되며 파괴력이 가장 높은 순서부터 순위가 매겨진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토너먼트 대련이다.


1, 2단계에서 최종 10인이 결정된다.


최종 10인은 토너먼트 대련을 진행하게 되는데, 상대방을 즉사시킬 수 있는 즉사 기능은 사용이 제한된다.


즉사기를 사용한다면, 랭킹전 출전권이 영구적으로 상실된다.


대한민국 플레이어 랭킹은 각성의 날 이후 단 한 번도 변동이 없었다.


1위는 정혁, 2위는 도미솔, 3위는 강민, 4위 김나현, 5위 진일도 순이었다.


순위 변동이 없는 랭킹전을 굳이 매년 치러야 하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랭킹전은 랭커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동기부여를 하기에 최적의 행사였다.


랭킹전 행사 일주일 전 석구는 각성자 관리청장인 최민성에게 연락했다.


- 접니다. 관리청장님.

- 예. 제로 플레이어님 반갑습니다.

-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한 번 뵐 수 있을까요?

- 저, 저를 만나주신다고요? 예. 무조건 가능합니다.

- 시간과 장소는 제가 따로 정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 예!


석구의 연락을 받고 최민성은 뛸 뜻이 기뻤다.


베일에 가려진 플레이어 제로.


단 한 번도 대외적인 활동 이력이 없었으며, 이제는 실존하는 인물이 맞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었다.


북한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할 때 석구는 최민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밝힌 적이 있다.


그날 이후 최민성은 플레이어 제로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겼고, 석구는 최민성을 점점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A급에서 S급으로 승급한 세계 최초의 플레이어가 대한민국에서 나온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S급을 넘어선 플레이어가 대한민국에서 등장했다면 주목을 넘어서서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석구는 벨라가 마법을 부려 코디해준 옷을 입었고, 다섯 명의 소환인들도 최대한 일반인처럼 보일 수 있도록 외형을 바꿨다.


벨라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


반은 4성이 되면서 은신을 마나 소모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석구의 근처를 맴돌며 위험 요소를 파악했다.


다른 영웅들도 석구와 떨어져 걸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언뜻 보면 석구 혼자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석구의 반경 10m 이내에는 5명의 소환인이 무기상 올리버가 제작한 [투명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투명망토 속 소환인들의 모습은 마치 VIP를 경호하는 경호원들처럼 보였다.


관리청장 최민성을 직접 만나려고 하는 이유는 SS급이 된 김나현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장이라는 자리는 정부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플레이어와 관련된 모든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석구는 김나현뿐만 아니라 다른 랭커들에게도 [강제 임명권] 스킬 시전을 염두해주고 있었기에 한 번은 직접 만나고자 했다.


최민성은 플레이어 제로가 있는 지역으로 급하게 내려왔다.


진일도가 돌연 서울에서 거주지를 옮겨 다른 지역의 자경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본 결과 진일도가 있는 곳에 플레이어 제로가 있을 것으로 유추했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강변.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강물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최민성은 약속된 장소에 한 명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플레이어 제로님?”

“오셨습니까. 관리청장님.”


최민성은 석구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석구도 가볍게 최민성의 손을 잡았다.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플레이어 제로님을 뵙기 위해서라면 외국이라도 당장 날아갔을 겁니다.”


오묘한 공기가 흘렀다.


최민성은 석구의 얼굴을 최대한 많이 담아두고자 석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석구는 벨라의 마법으로 얼굴의 형태를 바꾼 상태였다.


각성의 날 이후 모든 상식이 무너진 세상이 되었다.


각성의 날 전과는 전혀 다른 기계들이 발명되었고, 얼굴을 스캔해서 신원을 조회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최민성을 신뢰하지만, 석구는 안전장치 하나 정도는 필요했다.


그래서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나왔다.


“잠깐 걸으실까요? 먼 곳까지 오셨는데, 대접이 변변치 않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괜찮습니다. 제 얼굴은 이미 알려졌으니 상관없지만, 제로 플레이어님은 얼굴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최민성은 궁금한 게 많았다.


김재현의 승급에 플레이어 제로가 연관되어 있는지.


빌런 수용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앞으로는 뭘 할 계획인지.


석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관리청장님을 신뢰합니다. 아직 백 퍼센트까진 아니어도, 신뢰를 가져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관리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한 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석구가 손짓하자 반 루이즈가 은신을 풀었고, 네 명의 소환인이 투명망토를 벗었다.


“허억···.”


최민성이 화들짝 놀라며 다섯 사람을 쳐다봤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이분들은···.”

“예. 북한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한 제 소환인들 이죠.”

“그럼 역시 제로님은 소환사 이신 건가요?”

“평범한 소환사는 아니죠. 사실 김재현 플레이어가 S급으로 승급한 것도 제가 한 일입니다.”

“······.”


최민성은 플레이어 제로의 직업이 전혀 유추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김나현 플레이어가 SS급으로 승급했습니다.”

“바, 방금. 뭐,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SS급이요?”

“예.”

“제로님께서는 플레이어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계신 겁니까?”

“제가 판정받은 직업은 지휘관이라는 직업입니다. 유일 직업이라는 알림도 함께 떴고요.”


지휘관.


각성의 날 이후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장의 자리를 맡게 되면서 세계의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직업은 물론 플레이어의 스킬까지도 수집해왔다.


그런데 지휘관이라니.


플레이어의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최민성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무후무한 플레이어를 마주하고 있었다.


“저는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소환인들을 컨트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번 경험해보시겠습니까?”


잠깐의 망설임 뒤에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석구는 [지휘관의 지휘봉]을 시전하며 허공에 홀로그램 화면을 띄웠고, 최민성에게 [링크]를 시전했다.


“힘을 빼고 계세요. 제가 지금부터 관리청장님을 컨트롤 해보겠습니다.”


최민성은 온몸에 힘을 쫙 뺐다.


잠시 후 자신의 의지 없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고, 달리기 시작했다.


석구가 [링크]를 해제하자 최민성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놀라움의 연속.


“빌런 수용소도 이렇게 장악하신 겁니까?”

“빌런 수용소는 다른 방법을 이용했죠. 그때 사용했던 방법은 관리청장님께 사용할 순 없습니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거든요.”


플레이어 제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설렘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고, 관리청을 넘어서 대한민국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석구의 능력을 보고 난 뒤 최민성은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육체 조작과 정신 조작.


플레이어 제로의 능력은 단순한 최면술을 넘어선 범주였다.


최민성의 안색이 창백해지자 석구는 말을 이어갔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악용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제가 관리청장님을 완전히 신뢰해도 괜찮겠습니까?”


미노타우로스를 학살하다시피 한 네 명의 소환인.


거기에 선글라스를 낀 정장 차림의 새로운 소환인.


다섯 명의 소환인은 최민성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플레이어 제로와의 신뢰를 저버렸다가는 자신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무,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저는 제로님과의 비밀을 지킬 것입니다.”

“좋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죠. 이번에 랭킹전을 치른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계셨군요.”

“플레이어의 상태창으로 등급을 확인하는 것은 관리청장님의 고유권한으로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김나현 플레이어가 승급한 것을 비밀로 해주십시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재현 플레이어가 승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나현 플레이어마저 세계 최초로 승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관리청으로서도 피곤한 일이거든요.”

“비밀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전 다른 플레이어들도 SS급으로 승급시켜줄 생각이 있거든요. 당장은 대한민국 플레이어에 한해서요.”


최민성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제로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충격이었다.


그 말인즉슨.


대한민국 랭커들이 세계 상위 랭커가 될 수 있는 말이었다.


“저, 정말입니까?”

“그런데 빌런의 성향이 보이는 플레이어는 굳이 승급시켜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진일도 플레이어는 빌런의 성향이 조금 있었지만 제가 교화를 했으니 제외하고요.”

“자신 있습니다.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저는 늘 최민성 관리청장님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관리청장님은 관리청장님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십시오. 시련의 탑을 오르고, 잠재적인 재앙과 앞으로 터질 재앙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었다.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빌런 수용소 문제를 처리한 것도 대단한데, 앞으로 일어날 잠재적 재앙에 대한 대비까지.


최민성은 플레이어 제로를 만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장이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어 제로의 짧고 굵은 만남을 뒤로하고 최민성은 관리청으로 복귀했고, 석구도 지휘통제소로 복귀했다.


목표가 생긴 최민성은 모든 업무를 부청장에게 일임하고 빌런 색출 작업에 몰두했다.


S급 플레이어를 SS급 플레이어로 승급시켰다는 건 SSS급도 더는 먼 미래 혹은 불투명한 미래가 아니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을 견제하기보다는 우호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고, 각성의 날 전과 후에도 여전히 국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와중에 최민성이 가장 우선으로 할 일은 김나현의 SS급 승급을 감추는 것이었다.


랭킹전 당일.


대한민국의 상위랭커들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만년 랭킹 4위 김나현.


그녀는 시련의 탑 28층을 공략할 때 자신이 달라졌음을 직접 경험했다.


갈라진 빙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몬스터들.


도미솔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김나현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너무 실망하지는 마. 나현아.”

“실망 안 해요. 언니.”


사실상 대한민국 랭킹전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었다.


어차피 랭킹 1위는 정혁.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어우혁이었다.


어차피 우승은 정혁.


정혁은 플레이어 제로를 내심 견제했지만, 어디까지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문의 플레이어.


빌런 수용소를 해결했든, 플레이어 커뮤니티에서 떠들어대든 명실상부 대한민국 랭킹 1위는 정혁 본인이라는 생각이었다.


랭킹전은 각성의 날 이후 1년 뒤부터 진행된 관습과도 같은 행사였다.


4회차 랭킹전이 끝난 후 정혁은 숨을 헐떡거리며 바닥에 두 팔을 짚었다.


이마에 맺힌 땀은 땅으로 비오듯 쏟아졌고, 정혁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대한민국 랭킹 2위 도미솔.


도미솔의 랭킹전 3단계의 대련 상대는 다름 아닌 김나현이었다.


자신만만한 도미솔은 여유롭게 마법을 영창했다.


마력에서나 재능에서나 김나현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만이 유일한 도미솔의 패착이었다.


랭킹 1위 김나현.


궁극기인 [크레바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종합순위 1위로 랭킹 1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 랭커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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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도발 +1 24.08.26 73 6 13쪽
» 플레이어 제로 +1 24.08.25 89 8 13쪽
22 SS급 플레이어 +1 24.08.24 101 6 13쪽
21 세계 최초 +3 24.08.23 111 8 12쪽
20 C급 전사 김재현 키우기 24.08.22 112 7 13쪽
19 무기상 올리버 24.08.21 119 7 13쪽
18 살수 집단 +1 24.08.20 126 8 13쪽
17 암살 의뢰 +1 24.08.19 134 6 13쪽
16 빌런 수용소 +1 24.08.18 143 8 12쪽
15 불편한 조우 24.08.17 148 7 13쪽
14 외출 +1 24.08.16 151 9 13쪽
13 게이트 브레이크 +1 24.08.15 160 9 13쪽
12 재앙의 전조 +1 24.08.14 177 9 13쪽
11 시련의 탑 튜토리얼 +1 24.08.13 179 9 13쪽
10 강제징집 (2) 24.08.12 191 10 13쪽
9 강제징집 (1) +1 24.08.11 210 9 13쪽
8 폭탄발언 24.08.10 221 9 14쪽
7 미치광이 박사 24.08.09 235 10 13쪽
6 새로운 스킬 24.08.08 253 10 14쪽
5 건물주 +1 24.08.07 255 8 13쪽
4 D급 변이 게이트 24.08.06 262 10 13쪽
3 두 번째 영웅 +4 24.08.05 284 10 14쪽
2 E급 게이트 +1 24.08.05 303 11 13쪽
1 각성 +1 24.08.05 388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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