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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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8.05 11:52
최근연재일 :
2024.09.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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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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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협상의 기술

DUMMY

 “거기 간수님. 다시 한번 지껄여 보시길. 내가 뭘 죽였다고요?”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 칼날같은 눈매와 그 안에서 이글거리는 적안.

 그녀가 입고 있는 사제복이 아니었다면 성직자라고는 생각치 못 할 외모와 분위기.

 루비아는 천천히 철문을 향해 걸어왔다.


 “어···그러니까 사람 한 명을···.”

 “도플갱어는 사람인가?”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한 간수.


 “그야 사람이 아니라 마물이죠. 사람이랑 똑같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 뱀파이어는 사람인가?”

 “물론 아니죠. 사람처럼 생기긴 했지만···.”

 “잘 아시네. 그러면서 왜! 내가 사람 한 명을 죽였다고 하지?”


 루비아는 돌연 창살을 발로 걷어찬다.


 “내가 죽인 건 사람이 아니라 ‘마물 한 마리’라고!”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귀를 찌른다. 


 “인간의 껍데기를 쓰고 있다고 다 인간이야? 아이들을 납치해서 흑마법사한테 파는 놈이 사람이라고?”


 호영은 낮게 신음했다.

 자신의 여동생 3명을 누군가 유괴했다고 생각해보니 그 유괴범을 죽이고 싶을 것이 당연했다. 찢어발겨도 시원찮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죽을 죄인데, 사라진 아이들을 애타게 찾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발견했다고 꾀어내서 그들마저 팔아치운 놈이야.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죽여 마땅하군요.”


 호영의 말에 루비아의 눈이 살짝 둥글어진 것도 잠시


 “그쪽 귀족 나리는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말이 통하는군. 어린이를 인신공양시키는 놈이니 죽어 마땅한 게 아니라 죽여야 마땅하지. 잘 짚어주셨어.”


 동공에 붉은 살기가 넘실거렸다.


 “여러분. 내가 그놈을 두 번 죽인 까닭을 알아?”

 “어···음···그래도 싼 놈이라서요?”

 “틀렸어.”


 간수에게 고개를 가로젓는 루비아에게 호영이 조용히 말했다.


 “최대 두 번 밖에 못 죽이니까. 한 번 밖에 부활 못 시키니까.”


 간수와 죄수 모두 호영을 쳐다본다. 한 명은 경악한, 또 한 명은 사악한 표정으로.


 “정답.”


 루비아는 빙긋 웃었다.


 “하리아드 천사님께서 인간에게만 주신 권능 ‘부활’. 더없이 은혜로운 축복이지만···왕에서 거지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씩만 받을 수 있는 축복이지.”


 게임 속에서 사제 클래스를 자주 플레이한 호영도 잘 알고 있었다.

 대륙에서 모시는 다섯 천사중 하나인 <하리아드>를 섬기는 성직자들은 막대한 신성력을 써서 죽은 자를 새 육신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자연사한 사람은 살릴 수 없고 여러가지 제약이나 후유증이 따르긴 하지만, 다른 종족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특권.


 “만약 내가 그 마물만도 못 한 놈을 100번 부활시킬 수 있었다면.”


 붉은 눈의 사제는 미소를 지웠다.


 “100번 더 죽였을 거야.”


 간수는 체통을 간수하지 못 하고 멀리 물러났고, 죄수는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젊은 귀족에게 흥미가 생겼다.


 “소개가 늦었네. 하리아드를 모시는 날개, 루비아라고 해. 내 말투가 좀 거칠어서 미안하지만, 주교님도 어떻게 교정하지 못 한 거니 이해해 주시고.”


 「중요 캐릭터 조우! 4품 사제 루비아를 만났습니다. 현재 수호자 님의 세력에는 사제가 없으므로, 루비아를 영입한다면 앞으로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품을 받은 사제는 9품에서 1품까지의 품계가 있고 그 위로는 사제장, 주교, 대주교, 주교장의 고위 성직자가 있다. 4품이라면 꽤 강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위치.


 「지금 EP(Enlightment Point 교화 포인트) 10을 소모하면 즉시 교화하여 아군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잔여 EP : 100.

 EP를 소모하지 않고 설득을 시도할 경우의 성공률은 66%입니다. 설득에 실패할 경우에는 EP를 통한 즉시 교화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후 추가로 설득을 시도할 때마다 성공률이 큰 폭으로 감소합니다.

 * Tip *

 루비아의 성격과 배경을 잘 파악하여, 그녀가 흥미를 가질만한 제안을 해 보십시오.」


 짧은 고민에 들어간 호영.


 ‘일단 이 빨간 머리 처자 스탯좀 보자.’


 [루비아] ★★★☆

[ 스탯|등급|기본 수치 ~ 최대 수치 ]

 무력  C    : 44 ~ 49 (주특기 : 지팡이술)

 지력  B+  : 66 ~ 69

 마력  X     : 0 ~ 0 (신성력을 받아들인 사제는 마력을 축적할 수 없습니다)

 매력  B    : 66 ~ 73

 통솔  C    : 44 ~ 48

 정신력 B    : 44 ~ 66 (기벽 : 술을 너무 좋아합니다) 

 신성력 A+  : 71 ~ 86 (주특기 : 성스러운 불꽃)

 교화도 D   : 13 ~ 29 (루비아는 수호자 님에게 약간의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배경*

 어릴 때 마물에게 온가족을 잃고 신전에 거둬진 루비아.

 키워준 은혜를 갚자면 성직자가 되어야 했지만, 그녀는 마물 사냥꾼이 되어 마물을 학살하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둘 다 되면 되잖아?’

 그녀의 입가와 손에는 빨간 물방울이 항상 흐릅니다. 와인과 마물의 피 중 어느 쪽이 입가에 묻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좀 위험한 듯도 싶지만···스탯이 나쁘지 않아.’


 스탯을 본 호영은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건 즉시 교화냐 설득이냐의 문제.


 ‘일단 설득해 볼까. EP는 최대한 아끼고. 그래야 나중에 강한 마물을 교화할 수 있겠지? 비록 이세계라고 해도 게임 속 세상이야. 내가 게임하던 것처럼 풀어나가면 될 거다.’


 어째 수치에 불길한 숫자들이 많이 보이는 게 좀 거슬렸지만, 뛰어난 신성력 특히 주특기 <성스러운 불꽃>은 이름만 봐도 마물을 상대하기 좋을 듯했다.


 “거기 백작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옳아, 흉악범 한 놈을 흠씬 패주는 바람에 튄 피가 아직도 묻어있는 모양이구만.”

 “아···아닙니다. 제 소개를 하지요.”


 뚫어져라 자신의 얼굴(=스탯)을 쳐다보는 호영에게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루비아.


 “반갑습니다. 나는 조렌 테이머, 대륙 최초이자 유일의 변방백입니다.”

 “변방백? 그런 작위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데.”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호영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엔 시큰둥하다, 테이머 영지가 마물이 넘치는 곳이라는 말을 듣자 경청하기 시작한 루비아.


 “루비아. 당신은 성직자시니 제 가신으로 모시진 못 하겠지만, 부디 테이머 영지에 힘을 보태 주신다면 군종 사제와 명예 영지민으로 임명하고 특별한 권한을 드리죠.”


 듣고 있던 간수는 고개를 갸웃. 폐허나 다름없는 곳에서 특별한 권한이라니 무슨 말일까. 신전을 세워서 면세 혜택을 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깡촌에서 신전 세워봤자 수입원도 없을 텐데.


 “특별한 권한이라면?”


 루비아의 물음에도 궁금증이 묻어나왔다. 

 변방백은 웃음으로 답했다. 온화하면서도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호영.


 “죄 지은 자들을 벌할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상 받는 것보다 벌주는 것이 좋았던 처녀는 창살 너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좋아. 함께 하지.”

 “테이머 영지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


 간수장이 루비아의 사면 처리를 하는 동안 호영은 감옥 곳곳을 마저 둘러보았다.


 “여긴 뭐죠? 어째 여기만 좀 층고가 낮은데?”

 “아, 여긴 이종족 죄수들의 수용 공간입니다. 드워프나 반족처럼 키가 작은 자들을 위한 곳이죠.”

 “이종족 죄수?”


 흥미가 동한 호영.


 “반족이네? 이 자는 무슨 죄로 갇혔소?”


 반족 남자를 보고 멈춰 선다. 인간의 절반 크기인 종족.


 “도둑입니다. 징역 7년형을 받았죠.”

 “뭘 훔쳤길래?”


 누워있던 반족이 노래 부르듯 답했다.


 “들어 보시우. 내겐 사랑에 빠진 여인이 있었수. 나는 그녀의 마음을 훔치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수. 그래서 마음 대신 다른 걸 훔치기로 했슈.”

 “뭘 훔쳤는데요?”

 “집문서유.”

 “미친.”


 호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그녀와 한 집에서 함께 살 수 없다면, 그녀가 살던 집에서라도 살아야하지 않겠수?”

 “···하아.”


 이 자의 스탯이나 보자 싶어 봤더니 꽤 편향적인 수치다.


 [바우날] ★★

[ 스탯|등급|기본 수치 ~ 최대 수치 ]

 무력  B+    : 61 ~ 67 (주특기 : 투석구)

 지력  D     : 15 ~ 17

 마력  X     : 0 ~ 0

 매력  D+   : 23 ~ 34

 통솔  F     : 1 ~3

 정신력 D    : 10 ~ 15 (기벽 : 도벽 등 충동적 행동) 

 교화도 C+  : 0 ~ 22 (바우날는 수호자 님에 대해서 모릅니다. 그는 다만 약삭빠른 눈치로, 수호자 님이 그에게 무언가 좋은 제안을 할 것 같다는 낌새를 맡았습니다.)


 *배경*

 서방대륙의 동남쪽에 있는 나라 <탈리아>에서 온 반족.

 본업은 던전 용병입니다. 정찰과 함정 해제 등의 특기를 살려 활약하고 있습니다.

 부업은 소매치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가진, 마음에 드는 물건의 소유권을 자신의 앞으로 옮기는 재주가 있습니다.


 ‘투석구라. 원딜로 써먹을 수도 있겠는데?’


 어린아이같은 자그마한 몸집에 60이 넘는 무력 수치. 


 ‘소매치기라는 건 좀 걸리지만,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써먹을 수도 있을 것같다.’


 「EP 3 소모시 즉시 교화 가능 / 설득 시도시 성공률 70% 


 * Tip *

 바우날는 지긋지긋한 수감 생활을 질려 있습니다. 이 점을 잘 이용해 보세요.

 다만 수호자님을 따랐을 때 사활이 걸려 있음을 알게 되면 설득이 실패할 확률이 있습니다.」


 ‘영지에 대해 적당히 얼버무리란 건가? 그래봤자 도착하면 알게 될 거고, 도망쳐버릴 수도 있을 텐데. 속이는 건 관두자.’


 직선적인 남자 방호영. 거짓말은 성미에도 적성에도 맞지 않다. 그래서 그는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이제 겨우 1년을 있었다면 남은 형기가 6년이겠군. 힘들죠?”

 “그걸 말이라고 하우? 고블린도 안 먹을 음식쓰레기를 식사라고 내오질 않나. 온갖 노역이다 뭐다···당장 뛰쳐나가고 싶수!”


 호영에게 번뜩 스치는 생각.


 ‘노역보다 식사를 먼저 언급하는군. 하긴. 훈련소 짬밥 생각하면 이해 되네.’


 훈련은 버틸만했지만 조기튀김에는 조기 퇴소하고 싶었다.


 “나가게 해 드려?”

 “아니, 참말이우? 댁이 뭔가 높으신 인간 같기는 했는데···.”


 눈이 커진 그에게 설명을 해 주니 고민하는 눈치.


 “음···아무리 감방이 지긋지긋하다 해도 당장 뒤질지도 모르는 그런 곳에 가는 것은···. 짱구를 좀 굴려 봐야 쓰겄는디.”

 “다른 건 몰라도 매끼 맛있는 식사 보장하죠. 우리 중대 취사병 솜씨가 워낙 좋아서.”

 “그렇수? 근데 여기도 돈만 쪼까 쓰면 사식을 받을 수 있긴 한디···.”


 호영은 멍하니 지켜보던 간수를 불렀다.


 “간수 양반, 오늘 저녁 메뉴가 뭐요?”

 “예? 어디 보자···오늘은 특식이군요! 삭힌 정어리 젤리, 슬라임 냉채, 검은 빵, 미노타우르스 사골 수프···.”


 식단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바우날가 소리쳤다.


 “가겠수! 그 영지인지 뭔지인지 하는 곳에 가겠다고!”


 변방의 영주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테이머 영지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5화 - 협상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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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신호탄 24.09.10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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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작은 기적 24.09.04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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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덮어 줄게 24.09.02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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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을 가진 자 24.08.30 25 1 10쪽
26 도약 강타 24.08.29 27 1 10쪽
25 경로 이탈 24.08.27 37 1 11쪽
24 갈림길 24.08.26 47 2 10쪽
23 교활한 몬스터로 영지 디펜스 24.08.25 45 2 10쪽
22 닼템 드랍 24.08.23 51 3 10쪽
21 고 볼링! 24.08.22 49 3 10쪽
20 박격진천뢰 24.08.22 52 3 11쪽
19 빡격포 24.08.21 52 3 10쪽
18 고블린 슬레이어(2) 24.08.20 55 3 10쪽
17 고블린 슬레이어 (1) 24.08.19 58 3 11쪽
16 검은 안개 24.08.19 57 3 10쪽
15 Get ready for the next defense 24.08.15 72 3 12쪽
14 폭발을 사랑한 드워프 24.08.14 66 4 11쪽
13 2 E J 24.08.13 73 3 12쪽
12 하나만 좀 24.08.12 81 4 11쪽
11 고라니 파티 24.08.09 83 4 12쪽
10 만드라고라니의 효능 24.08.08 84 4 10쪽
9 디버퍼는 뒤에 24.08.07 82 4 11쪽
8 만드라고라니 24.08.06 87 5 10쪽
7 위험과 보상 24.08.06 10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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