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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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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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와장창!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굵은 팔뚝에 의해 전부 날아갔다.

보고를 하던 차태민 실장은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하다면 다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돈도 사람도 다 가져다 쓰는데 왜 해결되는 일이 하나도 없냐고!”


추살조가 크게 다친 상태로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보고를 하던 중이었다.

즉, 영상을 확보하는 일이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조장원은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왜 계속해서 실패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가 싫었다.


이강혁 한 명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지고 있었다.

물론 과거에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폭력으로 통하지 않으면, 돈으로.

돈으로 통하지 않으면, 권력으로.

권력으로 통하지 않으면, 다시 힘으로 해결했다.


폭력, 재력, 권력으로 해결하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것이 개인이든 단체이든 말이다.


그런데 이강혁은 달랐다.


폭력으로도 어쩌지 못했고, 돈은 써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여론까지 등에 업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공권력을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역으로 당하는 수가 있었다.


다친 경호원들로 고소를 하려면 하겠지만, 이십여 명과 개인이 싸운 거라 정당방위를 다퉈 볼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영상을 공개하게 되면 명성그룹이 받게 되는 피해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도대체 이강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등이 꺼졌다.


지금 보고를 받고 있는 서재뿐만이 아니라 집안 전체의 전기를 이용하는 모든 것의 전원이 내려간 상태였다.


“뭐야? 정전인가?”


차태민이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치자 이웃의 다른 집에서 밝혀진 불빛이 보였다.


“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습니다. 상황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빨리 조치해.”


그런데 차태민 실장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정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헉!”

“컥!”

“큭!”


거의 단말마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경호원의 고함 소리가 나다가 끊어졌다.


“스, 습격이··· 컥!”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경호원들의 비명 소리였다.

조장원은 급히 차태민을 불렀다.


“차 실장! 차 실장!”


하지만 밖에서는 쿵쿵거리며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지키는 경호원만 삼십 명이었고, 차태민까지 있었다.


차태민은 원래 블랙아고라 선수였다.

블랙아고라 전적이 5전 4승 1패로 꽤 잘나가는 선수였지만, 랭커와 붙고서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다.


무참하게 발린 것이다.

다시 싸워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깨졌다.

그때 조장원이 직접 스카우트 했다.


물론 비서실장 직함을 주었지만, 진짜 비서 일을 시키려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최측근 경호원이자 음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강혁은 이제 블랙아고라 2전을 치렀고, 차태민은 5전을 치른 신인이라 할 수 없는 선수였다.

강혁을 인정하기 싫은 것도 있겠지만, 차태민이 보여준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강혁과 싸운다 해도 차태민이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란스럽던 소리가 조금씩 사그라들자 서재의 문이 조용하게 열렸다.


창문을 통해 달빛만 비추는 어둠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19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건장한 사내였다.


사내는 검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조장원은 한눈에 알아봤다.


“이, 이강혁?”


강혁은 사람 하나를 질질 끌고 들어와 있었다.

그것을 책상 앞으로 던지자 드러난 것은 피투성이가 된 차태민이었다.


“차 실장!”


놀란 조장원이 벌떡 일어서려고 하자 강혁은 발로 책상을 밀어버렸다.


“컥!”


무게가 상당한 중역 책상인데도 발을 갖다 대자 썰매처럼 시원하게 벽까지 밀렸다.

벽과 책상 사이에 낀 조장원은 그 큰 덩치를 가지고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워, 원하는 게 뭐냐?”


그러자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번뜩였다.


“원하는 거라··· 크크큭.”

“설마 나를 죽이려고?”

“내가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구만.”


뜨끔했던지 조장원의 입이 닫혔다.

솔직히 강혁이 이렇게 습격해 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감히 불가촉천민 따위가!’


블랙아고라와 추살단, 영상으로 그만한 힘을 증명했음에도 재벌이라는 우월주의에 빠져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라도 청무겸이 의뢰에 성공해서 아버지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셨다면, 명성의 조가들은 하루하루 지옥 속에 살다가 고통스럽게 뒈졌을 거다. 오늘 너처럼.”

“뭐?”

“일단 겪어봐.”


책상으로 올라간 강혁은 마나를 실은 손가락으로 조장원의 몸 이곳저곳을 여러 번 두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조장원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꾸웨에에에!”

“시끄러워. 이웃은 무슨 죄야?”


밤이라 이웃에 피해가 된다며 아혈(啞穴)까지 눌러 버리자, 조장원은 쓰러진 채 온몸을 비틀어 대며 지랄발광을 떨기 시작했다.


입이 찢어질 듯 한껏 벌렸지만, 소리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너무 고통스러워 잘 움직이지도 않는 주먹으로 벽이나 바닥을 치기도 하고 머리를 박기도 했다.

피가 철철 흘러나왔지만, 뼈와 살을 분리하는 듯한 고통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강혁은 조장원이 아닌 시계를 보고 있었다.

제한 시간은 5분 정도였다.


5분 정도라면 지옥을 경험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며칠은 앓아눕겠지만, 그래도 보양을 잘 하면 괜찮아진다.


강혁이 조장원에게 쓴 기술은 분근착골(分筋錯骨)이라는 수법으로,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하는 고통을 준다.

아무리 건장한 사내라도 15분을 넘기면 폐인이 된다.


강혁은 4분 50초쯤 분근착골을 풀어 주며 코를 막았다.

눈물과 콧물은 물론 똥오줌까지, 조장원은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걸 배설했던 것이다.


인사불성이 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


짜악!


얼마나 센지 입술이 다 터지고 쌍코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정신이 번쩍 든 조장원은 본능적으로 땀에 절어 흐릿해진 두 눈부터 닦아냈다.


“분근착골이라는 수법이다. 너 같은 일반인은 15분이면 폐인이 되는 악독한 수법이지.”

“사, 살려줘···.”

“넌 방금 몇 분을 버틴 것 같아?”

“뭐?”

“큭! 5분도 채 버티지 못했다. 죽을 것 같아서 풀어줬지.”

“이, 이게 고작 5분이었다고?”


정말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었다.

억겁과도 같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그냥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만약 우리 가족에게 불상사가 일어났다면, 너희 조가 놈들 전부에게 분근착골을 맛보여 주려고 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됐다. 말로 해 봤자 소용없지.”

“크으으··· 사, 살려줘···”


강혁의 말을 다 듣고 있음에도 조장원의 입에서는 살려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고통에서 오는 공포가 대단했다.


강혁은 공포에 떠는 조장원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영혼에 각인 될 정도로 귓속으로 때려 박히는 것 같았다.


“만약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매일 밤 찾아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도록 만들 거다. 하루하루가 지옥이 될 테니까 똑똑히 기억해. 다음은 없어.”

“사, 살려줘···.”

“니 딸부터 시작해서 이번일 내가 만족 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마무리해.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다시 파이팅 해볼까?”


분근착골을 다시 한다는 말에 조장원은 미친놈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해. 다음은 없어.”


그 말을 끝으로 강혁은 사라졌다.

그러고도 조장원이 제정신을 차린 건, 몇 분이 지나서였다.


- 다음은 없어!


마지막 말이 생각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언가 잊고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 암거미! 막아야 해! 암거미를 막아야 해!”


강혁을 처리하기 위해 암거미에게 의뢰를 했다.

당연히 연락처는 차태민이 알고 있었다.


“차 실장! 차 실장!”


불러도 차태민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짝! 짜악!


귀싸대기를 때려도 반응이 없었다.


“주, 죽은 거 아냐? 시발! 뒈질 때 뒈지더라도 암거미 연락처나 내놓고 뒈지라고! 차 실장! 차태민 이 개새끼야! 정신 차려!”


하지만 차태민은 깨어나지 않았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 미약한 신음 소리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 * *


며칠 지나지 않아 명성건설 조장원 사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자백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의 시작은 조지영의 학교폭력에서부터였고,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스스로 밝히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다음은 조장원 사장이었다.

납치미수와 살인미수 교사를 저질렀다고 밝히며 무릎을 꿇었다.

형사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그 자리에서 스스로 112에 전화해 자수를 했다.


조장원이 너무 명확하고 자세하게 말해서 기자들이 질문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에 의해 바로 체포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얼떨떨해 하면서 상반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게 이렇게 끝난다고?]

[그럼 이렇게 끝나야지 어떻게 끝나야 하는데? 약을 처먹었는지 지은 죄를 명명백백 스스로 밝히고 경찰에 체포까지 된 상황이라 뭘 더 말할 게 없네. 깔끔하다!]

[와··· 조장원 사장 다시 보인다. 잘못은 잘못인데, 완전 상남자네. 이렇게 기자회견으로 자백하고 체포되는 경우는 평생 본 적이 없는데···]

[이거 이러면 재판에서도 정상참작이 될만한데? 재벌이 이렇게까지 엎드려서 공개적으로 싹싹 비는 건 처음보네.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댓글에 제정신 아닌 것들이 보이네. 살인교사를 한 놈이고, 저게 당연한 건데 뭐가 상남자고 대단한 건데? 범죄자 옹호 하냐?]


이걸 가지고 갑론을박 서로 싸우고 있었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얼굴이 알려진 재벌이 자신의 비리를 만천하에 스스로 공개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며 호감 쪽으로 슬며시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이라며 조장원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바뀌는 여론의 분위기를 잡을 수는 없었다.


조장원 사장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겠지만, 범행이 미수로 끝난 점과 공개석상에서 스스로 자백하고 자수를 한 점은 분명 많은 정상참작이 될 여지가 있었다.


더군다나 변호사도 필요 없다며 판결을 내리는 대로 죗값을 받겠다고 완전히 엎드렸다.


이는 국민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재판에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이나 같았다.


강혁도 설마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분근착골이 무섭긴 무서웠나 보군.’


재판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두고 그동안 뭘 그리 고민했던 것인지 어이가 좀 없었다.


직접 찾아가서 분근착골 5분이면 만사형통이었다.


* * *


혼수상태에 빠진 지 사흘 만에 아버지는 의식을 회복했다.

몸 상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의사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며칠간 상태를 더 지켜보자고 했다.


경호원들은 젊어서 그런지 회복이 훨씬 빨랐고, 정신을 차린 지 일주일 만에 퇴원을 했다.


아버지 병실에서 나오는 강혁을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같이 가자니까!”


누나 이강희였다.


“아! 필요 없다니까.”

“이 자식아, 사 준다고 할 때 곱게 따라와! 너 언제까지 놀고만 있을 거야? 면접 안 볼 거야? 놀고만 있으니까 그런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거라고!”


솔직히 아버지가 다친 것도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저번에도 정장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 나갔다가 길거리 스파링을 하고 정신이 없었던지 밥만 먹고 그냥 집에 왔었다.

밥도 강혁이 샀다.


“내가 면접을 왜 봐? 사람이 주제를 알아야지 고졸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대기업 면접을 보냐고!”

“아니! 요즘 대기업 들어가기 어렵지 않아. 특별채용 잘 찾아보면 학력 무관, 나이 무관으로 능력만 보고 뽑는다니까!”

“그 능력이 없다니까요.”

“어쨌든 만약을 위해서 정장 한 벌 사놓자.”

“집에 있잖아.”

“작잖아!”

“아, 알았어. 알았다고.”


남매가 티격태격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백화점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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