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不群
작품등록일 :
2024.08.13 10:27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04,788
추천수 :
4,173
글자수 :
249,523

작성
24.08.29 00:00
조회
6,552
추천
97
글자
13쪽

24화

DUMMY

그들이 본의를 드러내며 무기를 뽑자, 강혁도 그냥 있지 않았다.

가져온 목장갑 두 개를 겹쳐 끼고 주먹을 쥐었다 펴며 손을 풀었다.


그걸 보며 조중원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목장갑? 이거 장난감 아니고 진짜 칼이야.”

“이것도 진짜 목장갑이야. 100켤레 한 묶음에 2만 원짜리.”

“허···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네.”

“들고 있는 칼은 장식이냐? 계집애처럼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처음에는 피식거리며 웃었지만, 말 몇 마디 섞다 보니 속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입을 닫은 조중원이 양손을 슬쩍 들어 올리자 빛을 받아 번쩍이는 단검이 강혁의 눈을 공격해 들어왔다.


몸을 던지며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단검이 순간 덜컹거리며 들썩이더니 힘없이 밑으로 꺾여 내려갔다.

그런데 이건 조중원이 아니라 강혁이 차올린 프론트킥 때문이었다.


찔러 들어가던 팔이 밑에서 차올린 발에 맞아 그대로 부러졌다.


“크윽!”


급하게 옆으로 구른 조중원은 팔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바, 발차기 한방에 팔이 부러져?’


아직도 단검을 잡고는 있었지만, 완전히 부러진 팔뚝은 힘없이 덜렁거리기만 했다.

단장이 당하는 걸 본 단원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강혁이 더 빨랐다.


부러진 팔을 잡고 서 있는 조중원에게 달려가 그대로 걷어찼다.

꼭 다리가 아니더라도 뼈가 부러지게 되면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이 된다.

고통 때문이다.


하지만 조중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발차기의 위력을 몸소 맛본 그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움직였다. 저런 발차기에 잘못 걸리면 한방에 가는 수가 있었다.


스스로 몸을 뒤로 던지며 삭풍처럼 몰아쳐 오던 정강이는 피했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어깨가 발끝에 걸려버렸다.


“끄어억!”


어깨가 그대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대한 힘이 어깨를 때리자, 조중원의 몸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공중에서 급격히 회전하다 바닥에 처박혔다.


바닥에 떨어진 조중원은 무릎이 이상하게 꺾여 있었고, 머리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단 두 번의 발차기로 인사불성이 된 단장의 모습에 뛰어 들어오던 추살단원들은 급격히 멈춰 섰다.

단장은 생사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끄으으···.”


거의 꺼질 듯 작아지는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았다.

그런 조중원을 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너도 그런 허접쓰레기들과 그리 다를 게 없는데?”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인지 멈춰있던 추살단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강혁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수사자가 하이에나 떼를 혼자서 덮치는 모습 같았다.


뛰어든 힘을 이용해 이단옆차기로 한 명을 날려버렸다.

맞은 추살단원은 만화영화처럼 뒤로 날아갔다.


그걸 본 추살단원들은 또다시 흠칫거렸다.

공포라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뛰어들었지만, 보면 볼수록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게 사람인가 싶었다.


강혁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다만 철근 두세 개를 한 손에 잡아들었다.

들고 보니 2미터가 넘는 것 같았다.


과연 공사용 철근에 맞아 본 사람이 있을까?


그걸 본 추살단원들은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저런 거에 맞으면 어찌 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니들 지금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냐? 구경 왔어?”


강혁이 도발하자 두려움은 분노가 되어 다시 달려들었다.

치고 빠지며 차륜전으로 힘을 빼려고 했다면, 조금은 골치가 아팠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 속으로 날아드는 이런 불나방 같은 놈들은 상대하기가 쉬워도 너무 쉬웠다.


그냥 들어오는 족족 처죽이면 되니까···


앞선 세 명이 시퍼런 사시미를 아래로 향한 채 뛰어들었다.

분명 복부나 다리를 노리는 듯 보였다.


단번에 죽이지 못하는 상대라면 다리는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다리는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실책이라면 강혁을 너무 일반적으로 상대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3m에 가까운 철근이 횡으로 휘둘러지자 들어오던 추살단 셋이 한꺼번에 걸렸다.

철근의 무게와 휘두르는 속력이 만나자 맞은 사람을 반으로 접어서 날려 보냈다.


마치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받히며 날아가는 것 같았다.

사람이 거의 5미터는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자, 뒤따라 들어오던 추살단이 멈칫거리며 멈춰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혁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말로 하지 않고, 오히려 추살단 쪽으로 달려가 또다시 철근을 휘둘렀다.


“끄아악!”

“커헙!”


이번에도 세 명이 철근에 걸렸고, 다음은 두 명이었다.

추살단도 곧 정신을 차렸는지, 휘두르는 빈틈을 찾아 들어온 두 명이 강혁의 복부에 사시미칼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


너무 놀라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칼이 전혀 들어가지가 않았던 것이다.


“서, 설마 방검복?”

“정답.”


자신의 복부에 칼을 찔러 넣은 두 명을 한 팔로 싸잡아 들어 버리자, 그들은 어른에게 안긴 아이처럼 꼼짝도 못 하고 다리만 버둥거렸다.


그리고 한껏 젖혀진 허리가 펴지며 강혁의 이마가 그들의 얼굴을 직격했다.


뻑! 뻐억! 뻐억!


너무 살벌한 모습에 추살단은 들어오지도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버둥거리던 다리가 축 늘어지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팔을 풀자, 둘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시체처럼 움직이지도 않았다.


목장갑으로 얼굴에 튄 피를 대충 닦은 강혁이 고개를 들자, 추살단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추살단은 절반이나 줄어 있었다.

단장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가 꺾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뜻하지 않게 지시를 내리는 조중원부터 잡은 게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강혁은 추살단을 넘어 아직까지 구경만 하고 있는 대림의 조직원들을 보았다.

동공이 격하게 떨리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분위기로 보아 추살단을 다 쓰러트리기도 전에 도망칠 것만 같았다.

도주하는 놈들을 일일이 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일이 어렵고 귀찮아진다.


청부자가 명성의 누구인지 알아내려면 대림의 사람이 꼭 필요했다.


“어이! 거기 촌놈들!”


대림 조직원 중 한 명이 자기가 쥐고 있는 칼로 자신을 가리키며 ‘저요?’ 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뒤통수를 날렸다.

어리바리한 놈은 어디서나 한 명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여기서 연변 거지같은 놈들이 니들 말고 누가 있냐? 놀러 왔어? 애들 다음은 니들 차례인 건 알고 있지?”


뒤통수를 때린 사내가 옆으로 무슨 말을 하더니 구경만 하던 사내들이 추살단 사이사이로 끼어들기 시작했다.


강혁은 철근을 버렸다.

상대가 경계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철근처럼 큰 무기로는 맞히기가 쉽지 않다.

굳이 이걸 들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조중원의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

주먹으로 이들을 부숴버릴 수 있지만, 무기를 이용하면 확실히 쉽다.


불괴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주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강혁도 다른 차원에 있을 때 검과 마법을 썼다.


장검을 썼지만, 단검이라고 아예 못 쓰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근접해서 다수를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한 손에 하나씩 강혁이 단검을 양손에 들자,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순간적으로 차가운 한기가 공간을 돌자, 추살단과 대림의 사내들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달려든 것은 대림의 사내들이었다.


십여 개의 손도끼와 벌목도가 빛을 받아 번쩍거리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정작 강혁에게 닿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순간 바람에 나부끼는 수풀 소리가 들려왔다.


사사삭! 사사사삭!


동시에 비명 소리가 사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크으윽!”

“다, 다리가!”

“아아아아아!”


쓰러진 사내들은 하나같이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강혁이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허벅지 근육과 무릎 인대를 모두 끊어 놓았다.


치료를 한다고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걷는다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뭐, 뭐야 시발! 방금 도대체 뭐냐고!”


대림 조직원들이 순식간에 도살 수준에 처하자, 겁먹은 추살단이 뒷걸음을 치는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갑자기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일제히 뒤를 돌아보자, 강혁이 입구를 막고 서 있었다.

양손에 쥔 단검에서는 아직도 피가 뚝뚝거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추살단의 남은 인원이라곤 열한 명이 다였다.

그때 그들 중 한 사내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동료들을 보면 외쳤다.


“여자! 여자를 인질 삼아 벗어나야 해!”


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종이 박스 위에 있어야 할 김민주가 없었다.


“어, 어디 갔어? 여기 있던 여자 어디 갔냐고!”


인질까지 사용하려 하자 강혁은 기다리지 않았다.

양손에 단검을 역수로 바꿔 쥔 순간 앞으로 달려 나갔다.


푹! 푹푹! 푸푸푹!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추살단의 팔다리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 부닥치면 팔과 다리에 칼날이 대여섯 번 정도 박혔다가 빠져나갔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빠르게 옮겨 다니며 틈이 보일 때마다 계속해서 찔렀다.


대림 조직원들과 달리 거의 걸레처럼 너덜거리는 수준이 되어서야 쓰러져 전투 불능이 되었다.

공포에 젖어 무슨 짓을 할 줄 몰라 좀 더 매섭게 손을 썼다.


강혁도 상의가 너덜거릴 정도로 칼을 많이 맞았지만, 방검복을 입고 온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팔다리에 베이고 찔린 상처들도 있었지만, 큰 상처들은 없었다.


불괴공, 증강 때문이었다.

웬만한 칼로 어설프게 찌르면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나마 추살단의 칼잡이들이라 피부가 베이고 조금이나마 칼날이 들어갔지만, 그 정도로는 움직이는 강혁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이제 진실을 알아야 할 시간이었다.

강혁은 추살단이 아니라 대림 조직원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나마 여기서 가장 높아 보이는 사내의 발목을 지그시 밟았다.

어리바리한 놈의 뒤통수를 때린 놈이었다.


“끄아아아악!”

“의뢰를 한 놈이 누구지? 너 아니라도 아직 열한 명이 더 남아 있다.”

“제, 제발···.”

“역시 말로 하면 안 돼.”


빠각!


“으아아아!”

“다음은 정강이다.”


부러진 발목이 덜렁거리는데도 강혁은 다시 정강이를 밟았다.

이번에는 그냥 바로 부러트리려고 힘을 주는 순간 사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차 실장! 차 실장이라는 사람입니다.”

“차 실장?”

“조, 조장원 사장의 비서실장입니다. 그가 의뢰했습니다.”


발목 하나 부러졌다고 술술 불고 있었다.

대림에서 나왔다지만 역시 심부름꾼에 불과했는지 입이 가벼웠다.


조장원 사장이라면 조지영의 아버지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김민주도 구했고, 알아야 할 것도 다 알아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코치님 이제 나오세요.”


다 부서진 수납데스크 뒤에 숨어 있던 백수범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적들이 강혁에게 시선이 몰려있을 때 뒤로 슬쩍 들어와 김민주부터 챙겨서 숨었다.

싸우는 소리만 들었지, 볼 수는 없었던 백수범은 눈앞에 일어난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영상을 보고 다수와도 잘 싸운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에는 서른 명도 훨씬 넘었다.

더군다나 무기까지 들고 있어서 숨어 있으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바로 옆에 숨어 있었는데도 혼자서 끝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강혁은 단검을 바닥에 던지고 피에 절은 목장갑을 벗었다.

그대로 짜면 피가 후두둑 떨어질 정도였다.


“대표님 연락은 왔나요?”

“어. 아는 검사 섭외해서 경찰들과 출동했다고 연락 왔다.”

“그럼 빨리 나가시죠. 마주쳐봤자 피곤해지기만 할 겁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김민주를 업은 강혁은 백수범과 함께 폐건물에서 빠져나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공간에는 쓰러져 신음하는 사람들과 피에 절은 목장갑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산 밑에 세워둔 차를 타자마자, 경찰차들이 줄을 지어 폐건물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 뒷자리에 김민주와 함께 탄 강혁은 조장원 사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기며 잠시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수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주 7일 -> 주 5일 24.09.13 105 0 -
공지 [연재 주기] 주 5일 00:00(월/화/수/목/금) 24.08.13 6,376 0 -
43 43화 NEW +2 11시간 전 1,107 43 12쪽
42 42화 +3 24.09.18 2,245 54 12쪽
41 41화 +1 24.09.17 2,672 70 13쪽
40 40화 +7 24.09.16 2,971 78 12쪽
39 39화 +6 24.09.13 3,566 72 12쪽
38 38화 +3 24.09.12 3,544 76 13쪽
37 37화 +3 24.09.11 3,699 68 13쪽
36 36화 +4 24.09.10 4,100 75 12쪽
35 35화 24.09.09 4,382 80 13쪽
34 34화 +2 24.09.08 4,669 79 12쪽
33 33화 +1 24.09.07 4,887 81 12쪽
32 32화 +2 24.09.06 5,156 90 14쪽
31 31화 +1 24.09.05 5,366 82 13쪽
30 30화 +1 24.09.04 5,573 76 14쪽
29 29화 +2 24.09.03 5,878 81 13쪽
28 28화 +5 24.09.02 5,982 86 13쪽
27 27화 +6 24.09.01 6,102 88 13쪽
26 26화 +12 24.08.31 6,323 88 13쪽
25 25화 +3 24.08.30 6,463 90 13쪽
» 24화 +4 24.08.29 6,553 97 13쪽
23 23화 +6 24.08.28 6,678 95 13쪽
22 22화 +3 24.08.27 6,750 89 12쪽
21 21화 +5 24.08.26 6,900 92 12쪽
20 20화 +2 24.08.25 6,761 89 13쪽
19 19화 +1 24.08.25 6,792 77 12쪽
18 18화 +2 24.08.24 6,813 85 13쪽
17 17화 +1 24.08.23 6,819 80 12쪽
16 16화 +1 24.08.22 6,815 9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