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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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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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너튜브에 두 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경호원들이 카페의 문을 막고 손님들을 감금하는 영상이었다.

휴대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들을 카페에서 내보내 주었다.

나중에는 싸움까지 일어났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너튜버 마빡 채널에서 올라온 영상으로 인해 확대 재생산된 인터넷 기사들이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여론이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충격!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재벌의 사적 제재!]

[재벌들의 오만함은 어디까지인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그들의 민낯을 밝히다!]

[재벌 갑질과 사적 제재를 폭로한 너튜버 마빡! 영상은 마빡 채널에서 확인 가능!]

[사적 제재로 시민들을 카페에 감금하고 휴대폰까지 검색한 경호원들, 명성그룹 소속으로 밝혀져···]

[명성그룹 측은 사실무근! 너튜버 마빡에 법적 대응!]


구독자가 백만 명에 가까운 마빡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사이버 렉카 너튜버였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이마만 내놓고 나와서 마빡이었다.

그의 정체는 아직까지도 비밀에 싸여 있었다.


영상을 찍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인근에서만큼은 커피 맛으로 소문이 난 카페였다.

자주 애용하는 곳이라 그날도 가벼운 차림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검은 차량들이 줄지어 오더니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내려 카페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걸 보자마자 마빡은 느낌이 확 왔다.


‘이거 특종이다!’


카페로 들어가지 않고 급히 몸부터 숨겼다.

경호원들이 카페 밖으로도 나와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그나마 스마트폰이 최신형이라 줌으로 당겨서 찍을 수 있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찍었다.

그런데 진짜 대박인 것은 재벌의 사적 제재 따위가 아니었다.


‘미친··· 이거 완전 대박이다!’


마빡은 찍은 영상을 두 개로 나누어 편집했다.

첫 번째 영상은 재벌의 사적 제재에 맞춰져 있었고, 두 번째 영상은 거의 액션 영화에 가까웠다.


폭력에 저항하는 영웅의 출현.

악에 맞서는 다크히어로.


첫 번째 영상으로 답답하게 막힌 속을 말 그대로 뻥 뚫어주는 청량한 사이다 영상이었다.


사적 제재를 가했던 경호원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리며 지나갈 때도 가슴이 시원했지만, 재벌가 자식으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의 귀싸대기를 후려쳤을 때는 목에 걸린 십 년 묵은 고구마가 내려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영상이 퍼지자, 그때 카페에 있었던 사람들도 용기를 내 제보를 하기 시작했다.


[증인들 속출! 용기를 낸 시민들의 인터뷰 중 가장 분노한 것은 재벌보다 경찰! 신고해도 오지 않는 경찰들!]

[명성을 무릎 꿇린 정의의 사도 등장!]

[이번 일의 원인이 된 학교폭력! 과거의 사건을 재조명하다!]

[사적 제재를 쓸어버린 사이다 영웅은 누구?]

[명성그룹에서는 너튜버 마빡만 고소. 영상만으로 의인의 정체는 확인하기 어려워···.]


마빡은 두 번째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 보고 있었다.


미친 격투 실력으로 명성을 때려눕힌 사내의 정체를 알아내 칭찬 좀 받으라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아···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나네. 분명히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격투기를 좋아하는 마빡이었다.

하지만 이 사내가 스파르타쿠스 길거리 스파링에 나온 한남동 철벽남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얼굴이 잘 나오지 않기도 했고, 시간도 꽤 지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 사이즈가 그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한남동 철벽남을 떠올린다 하더라도 지금 이 사내와는 거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때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이상 하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니까 너무 답답하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은지 대댓글도 엄청 달려 있었다.


마빡은 혹시나 싶어 대댓글까지 전부 확인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댓글에 달린 이름들은 얼토당토않은 인물들이었다.


“이런 미친놈이! 대통령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얼레? 이태산? 나참··· 태산그룹 회장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나?”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내려 갈수록 조금은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이름들이 있었다.


‘황대웅은 그냥 딱 봐도 아니고, 석두철? 애도 체형이 아니야. 그리고 석두철이었으면 이미 제보가 들어오고도 남았겠지.’


그렇게 또 남은 댓글들을 확인하려고 했을 때였다.


띠링!


확인해 보니 DM 하나가 와 있었다.

무시하려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확인을 했다.

역시나 제보였다.

그런데···.


“어라? 이 사람은···.”


방금 댓글에서 보았던 석두철이 보내온 메시지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오피셜 프로필 사진이 붙어 있어 믿음이 갔다.


- 영상 잘 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제가 아는 사람 같습니다.


서둘러서 답장을 보냈다.


[마빡 : 아는 사람이라고요? 그 사람이 누구죠?]

[석두철 : 예전과 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느낌은 그대롭니다.]

[마빡 : 솔직히 저도 본 기억은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석두철 : 그럴 겁니다. 그 사람과 직접 스파링을 한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으니까요.]

[마빡 :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죠?]

[석두철 : 스파르타쿠스에서 저에게 쓰린 패배를 안겨준 상대가 기억나십니까?]

[마빡 : 아! 맞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빡은 머리가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 흐릿했던 모습이 순간적으로 또렷해졌다.


‘한남동 철벽남!’


빠르게 스파르타쿠스 너튜브 채널로 들어가 길거리 스파링 영상을 재생시켰다.

채널 영상 전부를 합한 것 보다 이 영상 하나의 조회 수가 훨씬 더 많았다.


모습은 확실히 달랐다.

그때의 모습이 치타라면, 지금은 시베리아 호랑이였다.


‘이래서 생각나지 않았구나.’


느낌은 비슷한데 모습에서 매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빡 : 저도 확인해 봤는데 한남동 철벽남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이분 성함이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석두철 : 마빡님···]

[마빡 : 네? 혹시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석두철 : 저도 그거 물어보려고 DM한 건데요?]

[마빡 : 예?]

[석두철 : 마빡님 제보 많이 받으시니까 혹시나 알고 있나 해서요.]

[마빡 : 철벽남이란 것도 두철님 때문에 알았어요.]

[석두철 : 아···]


채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영상 속 사내가 ‘한남동 철벽남’이란 정보를 얻었다.


이것만으로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지만, 마빡에게는 백만에 가까운 구독자가 있었다.

그날 마빡 채널에는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다크히어로의 정체는 한남동 철벽남? 그를 찾습니다.]


스파르타쿠스의 스파링 영상과 이번 카페에서의 싸움 영상이 교차 편집된 영상이었다.


영상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강혁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 * *


그 난리를 치고서도 강혁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장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지만 평소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당연히 김민주도 옆에 딱 달라붙어 운동을 했다.

힘을 쓰며 힘들게 운동을 하고 있으면 근심 걱정도 모두 사라졌다.


게다가 강혁과 함께 있는 게 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운동이 끝나자 둘은 헬스장 휴게실에 앉아 각자 챙겨온 보충제를 꺼냈다.


“그러니까 운동 후에는 단백질을 꼭 섭취해야해. 특히 우리처럼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고 나서는 단백질 섭취는 필수야! 영양이 부족하면 근손실 와.”

“아··· 그래서 이렇게 먹고 있잖아요.”


어색하게 웃은 김민주가 보충제를 넣은 쉐이크 통을 보여주며 한 모금 마셨다.

그럼에도 강혁은 오늘 운동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오늘 운동 할 때 좀 쳐지던데?”

“아, 오늘 좀 기운이 없어서···.”

“그래? 그럴 때는 아르기닌이나 BCAA가 도움이 되는데··· 밤에 잠은 제대로 잘 자는 거야? 회복에는 잠이 최고야.”

“끙···.”


오늘도 둘의 관계에는 진전이 없었다.

김민주가 바라는 건 그냥 파트너인데, 점점 운동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백수범 코치가 급하게 다가왔다.

강혁과 운동 파트너가 되어버린 김민주 와도 얼굴은 이미 익힌 상태였다.


“강혁아! 이거 혹시 너 아니냐?”

“어라?”


카페에서 명성과 있었던 일이 찍힌 영상이었다.

그런데 김민주가 찍은 영상이 아니라, 카페 밖에서 몰래 찍은 영상이었다.


갑자기 강혁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백수범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혁은 대답보다 옆에 있는 김민주를 보았다.


“민주 너도 이거 봤어?”

“네.”

“근데 왜 말 안 했어?”

“제가 찍은 영상이 아니라서···.”


큰일이다.

누가 찍었든 영상이 밖으로 나온 게 문제였다.

이러면 명성에 채워놓은 목줄은 풀린 것이나 같았다.


‘나나 김민주는 당연한 거고, 가족들까지 위험할 수 있다.’


재벌을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귀족들과 고위 관료들은 수도 없이 상대해 봤다.

이들이 악독한 점은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부터 건드린다.


이런 족속들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한 번도 약속을 지키는 꼴을 보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명성을 상대하면서도 느꼈다.

귀족들의 오만함과 끝 모를 자존심은 지금의 재벌들과 비슷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절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모두를 대피시킬 수는 없으니 차라리 이번 일을 알려서 명성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낫겠다.’


강혁은 김민주를 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민주야, 지금부터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해. 네가 찍은 영상이 아니라도 이제 명성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김민주도 걱정이 되었다.

명성그룹이 어떤 곳인지 이미 고등학생 때 당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모님 계시는 미국에 잠시 들어가 있는 게 어때? 그게 안전할 것 같은데···.”

“그건 생각 좀 해볼게요.”

“그래. 그럼 일단 밤늦게 다니거나 낮에도 사람 없는 곳으로는 다니지 말고, 집에서도 문단속 확실히 해야 한다.”

“네.”


그렇게 김민주를 보내고 강혁은 백수범과 함께 대표실로 향했다.

영상은 부차적인 것이었고, 본론은 따로 있었다.


“앉지.”


천만근 대표가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데뷔전 이후로 강혁에게 더욱 친근하게 대하는 느낌이었다.


“대표님, 마지막 오퍼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 돈을 얼마나 올렸던가요?”

“자네에게 당한 게 정말 억울했던 모양이야. 데뷔전에서 잃었던 것까지 만회하려고 하는지 이번에는 천만 달러를 이미 배팅했네.”

“천만 달러요? 그럼 제 파이트머니는 얼마죠?”


배팅 금액과 인지도, 선호도에 따라 파이트머니가 책정 된다.


“수당 없는 25만 달러와 20만 달러에 승리 수당 +100% 지급. 두 가지로 왔네.”


데뷔전에서 승리한 강혁은 파이트머니 5만 달러와 승리수당 5만 달러까지 해서 총 10만 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경기에서 파이트머니가 다섯 배나 뛴 것이다.


“5만 달러를 아끼려는 수작질이 훤하게 보이네요. 이길 생각이 있으면 승리 수당이 있는 곳에 사인하라는 거군요.”

“JH에서는 이번에도 자네를 희생양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분명 강혁과 비교하기에는 청무겸이 지금까지 블랙아고라에서 보여준 것이 너무 많았다.

당연히 탑독은 청무겸이었다.


그런데 천만근은 강혁이 질 것 같지가 않았다.


“대표님. 저는 승리 수당을 받아야겠습니다.”

“후후··· 그럴 줄 알았지.”

“최대한 빠르게 진행시켜 주십시오. 요즘 일이 많네요.”


그 말에 무언가 생각났는지 천만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성과의 일 때문인가? 조심해야 하네. 그들은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만, 그동안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되네요.”

“아! 그런 거라면 소개해 줄 곳이 있네.”


천만근은 스마트폰을 잠시 만지더니 강혁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문자에는 인터넷 주소가 있었는데, 바로 들어가 보았다.


거기에는 ‘아이기스’라는 이름과 전화번호 하나만 있었다.

의아한 눈으로 천만근을 보자, 웃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호 업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질은 PMC라 할 수 있네. 회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실력은 좋은 곳이야. 아! 비용이 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


이번 경기에서 이겨야 할 이유 하나가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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