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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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길림성, 장춘시의 어느 고급 다루.


5층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중년인에게 다가온 사내는 꾸벅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대형. 대림에서 일이 들어왔습니다.”


사내의 말에도 여전히 창밖을 보며 찻잔을 드는 중년인의 모습은 세상만사에 달관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내 열린 입에서는 고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랙아고라가 끝날 때까지 일은 받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러기에는 이름이 너무 공교로웠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돌린 중년인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사내를 보았다.


대림 측 심부름꾼에 불과했지만, 평소에는 이유를 달지 않는 사내였다.

평소와 다른 사내의 말에 중년인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공교롭다? 무엇이?”

“대상은 둘. 부자 관계입니다. 첫 번째 대상, 이정석은 50대 중반으로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입니다.”

“전직 국회의원? 그것이 무슨 문제지?”


하지만 사내는 중년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하려던 말을 이어 나갔다.


“두 번째 대상, 이강혁. 20대 후반이며 무직입니다.”

“이강혁···.”

“그렇습니다.”


그 말에 중년인의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네가 공교롭다고 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거 같군.”


그러면서 다시 찻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건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일단 색부터 칙칙한 검회색을 띠고 있었다.

피부는 얼마나 거친지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 같았고, 살이 거의 없었다.


뼈에 두꺼운 가죽만 씌워놓은 손이었지만, 살이 없는데도 뼈 자체가 커서 보통 손보다 더 커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컸다.


육식 동물처럼 뾰족한 손톱은 아니었다.

마치 발톱무좀에 걸린 것처럼 네모난 손톱이 몇 배나 두껍고 컸다.

굳이 비교 하자면 고릴라의 손을 잘라 붙인 것만 같았다.


뜨거운 차향을 코앞에서 음미하던 청무겸은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일을 받겠다고 전해라.”

“대형.”

“조건이 있나?”

“네. 순서가 있습니다. 처음은 이정석이고 다음이 이강혁입니다.”

“이정석을 먼저 처리하고, 이강혁은 블랙아고라에서 처리하겠다.”


대림에서는 다른 말도 전해왔다.

이강혁의 실력이 출중하니 확실하게 처리하려면 제대로 된 실력자가 가야 한다고···.


그러나 사내는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확실한 실력자가 청무겸이기 때문이었다.


사내가 돌아가자 청무겸은 찻잔의 남은 차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비를 잃은 어린 늑대가 어떻게 나올까? 크크··· 재밌겠어.’


블랙아고라 시합은 삼 주 정도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일이 추가가 되었으니 일정도 바뀌었다.


최대한 빠르게 한국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 * *


강혁은 아이기스와 계약부터 했다.

요원들 대부분이 특수부대 출신의 베테랑들이었다.


특수부대 작전상 요인 암살과 납치, 교란, 게릴라전에 특화되어 있었지만, 구출과 경호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아이기스에서도 실력이 좋은 최고 등급 요원 아홉 명과 계약했다.


아쉬운 건 대한민국에서 사설 경호원들은 총기 사용이 허락되지 않아 이들의 전투력이 반 이상 깎여 나갔다는 점이었다.


최대한 도검·둔기류 무기술과 격투 능력이 좋은 요원들 위주로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가족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 하냐는 것이었다.


경호받는 사람이 모르게 하는 옵션도 있었지만 영상이 이미 퍼지고 있었다.

가족들이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된 이상 강혁은 정면 돌파를 하기로 했다.


가족들을 모아 영상부터 보여주며 명성과의 일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과는 좀 달랐다.


“우리 아들 싸움을 왜 이렇게 잘해? 최배달 빙의된 거 아니야?”

“쯧쯧··· 백수 동생이 또 사고 쳤네. 명성그룹이라니··· 사고를 쳐도 넌 왜 꼭 대형 사고만 치는 거여?”


심각한 건 조민숙 뿐이었다.


짝! 짜악!


“아앗!”

“앗! 따따거!”


등짝을 맞은 부녀가 아파하는 사이 조 여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에게 이 말은 하는 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맞아요. 가족들의 협조가 필요해요.”

“갑자기 협조라니? 무슨 협조?”


강혁이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하자 잠시 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강혁이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은 아홉 명이나 되었다.

그것도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앞으로 이분들이 경호를 하실 거예요.”

“그 말은 우리가 위험하다는 뜻이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이 벌어지고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요.”


등짝을 맞고 정신이 돌아왔는지 아버지도 진중한 어조로 강혁의 말에 동의했다.


“혁이 말이 맞아. 재벌이라면 무슨 짓을 할 줄 몰라. 특히 명성건설 조장원은 과거부터 소문이 좋지 않았어. 폭력조직과도 연관이 깊다는 말이 예전부터 돌고 있었는데,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지.”

“네. 그래서 좀 걱정이에요. 영상이 풀린 이상 명성이 무슨 짓을 할 줄 모르거든요. 이번 일이 어느 정도 매듭을 지을 때까지는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세요.”


가족들이 수긍을 한 이후로도 많은 대화가 오고갔고, 계약한 요원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어날 사고는 역시나 일어났다.


* * *


아이기스의 경호를 받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사람인 이상 경계심이 조금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긴장이 조금 풀렸다 뿐이지, 안전에 대한 수칙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날이었음에도 이정석은 당직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했다.


경호원은 삼인 일조로 나누어졌고, 이정석의 경호조에는 팀장 케빈이 있었다.

물론 케빈은 토종 한국인이었고, 실명이 아니었다.


강혁의 집은 8층이었다.

위험이 없는지 경호원 하나를 먼저 올려보내고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받으면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케빈이 선두에 서서 올라갔다.

이정석과 남은 경호원이 뒤따르고 있었다.


위에서 처음에 올라갔던 경호원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거의 가까워지자 케빈이 위를 보며 말했다.


“더운데 위에 그냥 있지 왜 내려··· 누구냣!”


내려온 사람은 동료가 아니었다.


검은색 쿵푸복을 입은 중년인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내려오고 있었다.


2:8 포마드 머리를 한 50대의 아저씨였다.

18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에 체구도 마른 편이었다.


입고 있는 옷만 아니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네가 이정석이군.”


한국말이지만 조선족 사투리 억양이 섞여있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청무겸은 경호원 사이에 있는 이정석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익!


청무겸이 이정석을 언급한 순간 케빈은 휴대용 비상벨을 울리며 테이저건을 꺼내 들었다.

마치 약속된 것처럼 뒤에 있던 경호원은 112에 신고 후 다른 경호원들도 호출했다.


8층 집에는 조 여사를 지키는 경호원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끄럽군. 준비를 많이 했어. 소용없는 짓이겠지만.”


말은 여유롭게 했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청무겸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단에서 뛰어 내렸다.


“밑으로 내려가!”


케빈이 급히 외치며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청무겸은 발사된 전극을 간단하게 손으로 쳐냈다.


삼단봉을 꺼낸 케빈은 가슴에 찬 컴뱃 나이프도 같이 뽑았다.

주력인 오른손에는 컴뱃 나이프, 왼손에는 삼단봉을 잡았다.


검은 손이 목을 노리고 다가오자 케빈은 피하면서 삼단봉으로 내려쳤다.

일반적이라면 뼈가 부러졌을 터.

그런데 소리가 이상했다.


따악!


나무를 때리는 소리가 났다.

놀란 눈으로 보자, 청무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너만 놀란 건 아니니까 너무 억울해 하지 마라.”


푹!


“컥!”


손이 복부에 꽂혔다.

그런데 잠깐이지만 표정이 일그러진 건 청무겸이었다.


“방검복을 입었구나!”


다른 손으로 다시 목을 노리자 케빈이 쓰러지듯 뒤로 누우며 피했다.

하지만 검은 손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검은 손에 걸린 슈트가 뜯어지며 어깨가 엉망이 되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어깨를 잡으며 일어난 케빈이 다시 컴뱃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청무겸은 벽을 밟고 케빈을 건너뛰어 이정석을 쫓아갔다.


케빈은 청무겸을 쫓으려 몸을 돌리다 순간적으로 반응이 느려진 자신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모, 몸이 왜이래?’


그 순간 위에서 경호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케빈의 고개가 저절로 올라갔다.


“코너! 정신 차려! 코너!”


가장 처음 올라간 경호원이었다.

그는 이미 청무겸에게 당한 상태였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A급의 용병이라 생각했는데, 자랑처럼 여기던 컴뱃 나이프를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당했다.


처음 겪어보는 유형의 적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무력감이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뛰어 내려오는 경호원들을 보며 케빈이 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밑으로 내려가!”


그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팀장을 두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 * *


지상까지 반 층을 남겨두고 이정석은 뒤를 잡혔다.

거의 목이 잡히는 상황에서 옆에 있는 경호원의 도움으로 손톱에 긁히는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생채기라 하기에는 살갗이 조금 깊게 파여서 피가 찐득하게 흘러나왔다.


“제가 막을 테니 빨리 내려가세요.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뛰세요!”


경호원이 청무겸의 앞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럴 때는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정석이 뛰어 내려가자 청무겸의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앞에 있는 경호원을 처리하고 쫓아가도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같이 죽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경호원은 그대로 달려들었다.

청무겸을 잡고 매달리며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다.


“살신성인이 지나치군.”


검은 손이 태클을 거는 경호원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끄아아아아!”


악력이 대단한 것인지 경호원은 그대로 계단에 처박혀 버렸다.

어깨에 다섯 개의 손가락 구멍이 뚫려 비명과 함께 슈트를 붉게 적시기 시작했다.


경호원을 처리하기까지 몇 초 걸리지도 않았다.

이제 이정석은 뛰어봤자 벼룩이었다.


‘1층에 내려가면 도망치는 뒷모습이 보일 터. 따라잡아 처리까지 30초면 충분하다.’


지상층으로 내려간 청무겸은 입구에 서서 밖을 보았다.

그런데 틀림없이 보여야 할 이정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숨을 곳도 없는데?’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청무겸의 뒤에서 소리가 났다.


띵!


돌아본 청무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로 차올랐다.

엘리베이터가 8층에 있었다.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문을 쳤다.


쾅!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거의 뚫릴 정도로 움푹 들어갔다.


‘영악한 놈.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다니···’


웬만큼 냉정한 이성을 가지지 않고서야 이렇게 행동 할 수는 없었다.

백이면 백, 넓은 곳으로 달려 나간다.


사이렌 소리로 보아 경찰차는 거의 도착하기 직전이었고, 계단에서도 경호원들이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올라가서 이정석을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모두 죽인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오늘은 날이 아니었나? 크큭··· 어차피 빨리 죽나 늦게 죽나의 차이일 뿐이다.”


타국에서 무리해봤자 좋을 게 없었다.

포기는 빨랐고, 청무겸은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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