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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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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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쾅!


방금 고성능을 자랑하는 고가의 노트북 하나가 박살이 났다.


조지영에 대한 보고를 받은 명성건설 조장원 사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와이셔츠가 터질 것 같은 거대한 덩치였다.

자신도 답답한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단추 몇 개를 풀어 내렸다.


반쯤 걷어 올린 소매 밖으로 굵은 팔뚝이 꿈틀거리며 기분이 좋지 않음을 나타냈다.


자식이 일곱이나 있었지만, 조지영은 유일한 딸이었다.

밖에서 낳은 자식이라 해도 조장원이 가장 아끼며 애지중지하게 키웠다.

그 때문에 본처나 아들들도 조지영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조장원의 앞에 서서 공손히 양손을 모으고 있는 사내는 190센티미터 정도의 커다란 키에 아주 건장한 체격이었다.


차가운 눈빛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치 예리하게 벼려져 있는 일본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지영이 상태는?”

“전신 타박상에 광대뼈, 턱, 코에 미세골절이 있습니다. 어금니 두 개가 흔들려서,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뭐라고? 도대체 얼마나 맞은 거야?”

“남성에게 뺨 한 대, 여성에게 뺨 네 대를 맞았습니다.”


뺨 다섯 대.

생각보다 얼마 맞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맞았다는 게 의아했다.


“여자?”

“네. 아가씨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조장원은 딸이 맞았다는 보고만 들었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듣기 전이었다.


“동창이 지영이를 왜 때려?”

“아가씨 고등학생 때 그 사건 기억하십니까?”

“아··· 그때 잘 마무리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마무리는 잘 했습니다만,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영이가 누군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데 그렇게 될 동안 경호원들은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차태민 실장은 책상 위에 있는 보고서를 다시 조장원 앞으로 끌어다 주며 입을 열었다.


“경호팀 삼 개 조가 당했습니다. 상대 남성의 무력은 경호팀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경호팀 대부분이 골절상이라 치료와 재활 기간을 합하면 수개월 동안은 복귀가 어렵다고 합니다.”


순간 보고서를 펼치던 손이 멈춰졌다.


“뭐? 삼 개 조면 스물한 명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CCTV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차 실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CCTV 영상을 재생시켰다.

조장원은 영상을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처리할까요?”


영상을 봤으면서도 차 실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섰다.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 있나?”

“네.”


하지만 조장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일에 차 실장을 쓰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자네까지 나설 일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잖아. 법대로 해.”


다친 사람만 놓고 보면 스무 명이 넘었다.

단순상해만 해도 처벌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테이블과 철제 의자까지 휘둘렀으니 특수상해에 해당된다.


특수상해에 대한 처벌에는 벌금형이 없다.


어차피 검사나 판사의 재량권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었기에 솔직히 전화 한통만 해도 최고치까지 형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 실장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영상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영상? CCTV는 확보했고, 사람들 휴대폰도 검사했다며?”

“동창이라는 여자가 스마트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찍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가씨도 그렇고 경호원들이 무리를 했습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김 검사는 뭐라고 해?”


김용대 검사에 대해 묻자, 차 실장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영상이 없다면 모를까,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영상이 공개라도 되면 법적인 문제도 문제겠지만 명성그룹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학교폭력, 경호원들의 사적 제재, 특수폭행, 재벌 갑질 등 영상 안에는 여러 가지 위법 행위들이 가득했다.


더군다나 학교폭력이나 갑질은 법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질타를 받아 기업이라면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었다.


“그건 문제겠어.”

“그리고 김 검사가 아가씨와의 교제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전해 왔습니다.”

“뭐야! 감히 검사 나부랭이 주제에!”


순간 조장원이 크게 화를 냈지만, 이어지는 차 실장의 말에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로 김 검사가 많이 다쳤습니다. 당시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말을 들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검사를 때린다?

제정신이 아니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검사를 때려? 완전 미친놈이었네. 그런데도 김 검사는 가만히 있는다고?”

“아가씨 때문에 자신도 방조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고 합니다.”


김용대도 찔리는 게 있어서 고소·고발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재벌과 검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조장원의 어이가 없었다.


“허··· 도대체 이거 뭐 하는 놈이지?”


영상 속 강혁이 싸우는 모습을 돌려 보며 물었다.

격투기 선수나, 건달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백수라고 합니다.”

“응? 뭐라고?”

“무직이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네.”

“허, 허허, 허허허허허···.”


갑자기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영상이고, 싸움 실력이고 간에 무직 백수라는 말이 이렇게 치욕적으로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우리 명성그룹이 일개 백수한테 모욕을 당했다? 크크크··· 재밌네.”


차 실장은 말이 없었다.

조장원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내리는 지시만 따라야 했다.


“가족은? 애비는 뭐 하는 놈이야?”

“저 그게···.”

“차 실장이 머뭇거리는 걸 보면 대통령 자식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 정도? 그럼, 진짜 뭐가 있다는 말이야?”

“이정석 의원 아들입니다.”

“뭐? 대한그룹의 레지스탕스?”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조장원은 이정석을 국회의원보다 대한그룹의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십니까?”

“잘 알지. 이미 삼십 년이나 더 지났지만 모를 수가 없지. 재벌가들 사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이대로 마무리 하는 것이···.”


전직이지만 국회의원을 건드리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장원은 손을 들어 차태민의 말을 막았다.


“근데 말이야··· 평민이 되었으면 그것에 맞게 살아야지 감히 명성을 건드려?”


대한그룹의 자식들이라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떨어져 나간 패배자의 자식 따위가 명성을 건드린 것이다.


조장원의 성격상 그냥 둘 리가 없었다.


“영상이 있다고 그랬지? 명성그룹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영상이라고?”

“그렇습니다.”

“나는 그게 내 손에 없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그 말씀은···.”

“영상을 가져와야겠다.”


조금은 걱정인 것이, 검사를 팰 정도로 정신 나간 놈이었다.

괜히 이러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미친놈이라 앞뒤 분간도 못하고 영상을 인터넷에 풀어버리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었다.


약점을 보이면 물어뜯으려고 기회만 노리는 곳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대한그룹에서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사장님, 이 일을 회장님께서 아시면···.”

“거기 아직 영업하나?”

“거기라면···.”

“아! 차 실장은 모르겠군.”


조장원은 책상 서랍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낡은 명함 하나를 꺼내 주었다.

명함에는 전화번호 하나만 적혀 있었다.


“차 실장이 오기 전에 이용하던 곳이지. 일을 참 잘했어.”


딱 봐도 청부업자들이었다.

명함까지 나온 이상 결정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기에 차태민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어느 선까지···.”

“거기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아.”


놀란 차태민이 다시 물었다.


“그럼 이강혁을 죽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조장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먼저 애비부터 죽이라고 해. 그놈은 두 번째야.”


!!!


차태민도 설마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냉혈한 같은 분위기와 달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 왔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해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말이었다.


“그놈 싸움 실력이 대단하니까 말을 할 때 확실하게 해. 사람 잘못 보냈다가는 도리어 당할 수도 있다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창이라는 년은 죽이지 말고 중국에 팔아버려. 영상은 우리 애들 보내서 회수하도록 하고.”


조장원은 이런 일을 많이 했었던 것인지 말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미 그의 모습은 모든 일이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 * *


이름 : 청무겸

직업 : 청부업자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

나이는 50대로 추정.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사독수(四毒手)를 수련.


사독수는 네 가지 독을 각기 다른 모래에 섞은 뒤 해독제를 먹어가며 수련.

차츰 해독제 양을 줄여가며 나중에는 먹지 않아도 괜찮을 때까지 한다.


사독수를 수련하면 손에 독이 스며들어 상대를 중독 시킬 수 있었다.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은 아니나, 신체 기능을 서서히 마비시키며 즉각적인 반응을 방해한다.


싸움 도중에 중독된다면 시간은 사독수의 편이었다.


“이게 지금 맞는 건가요? 이제 데뷔전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독과 싸우라는 게 말이 되나요?”


들어 온 오퍼를 살펴보며 강혁은 불만을 나타냈다.

이제 데뷔전을 치른 신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상대였다.


언더독으로 아론 가르시아를 꺾었지만, 좋은 대접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일반적이기만 하면 되는데 이건 뭐 차별이나 마찬가지였다.


독?


당연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블랙아고라의 이 같은 처우에 기분이 나빴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야. 청무겸은 랭커들보다 더 악명이 자자한 놈인데··· JH에서 너를 부숴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백수범은 말을 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이었다.

상대도 상대지만, 블랙아고라 최고위에 있는 JH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경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원래대로라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돼. 그런데 JH에서 다른 오퍼를 막고 있어. 이걸 피한다고 다른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럼 쉬죠, 뭐.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백수범은 고개를 저었다.


“블랙아고라의 선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소 육 개월에 한 번은 경기를 뛰어야 해. 그 기간이 다 되어 가면 블랙아고라에서 경고를 하는데, 그 이후로 들어오는 오퍼를 거절하면 자동 기권으로 처리되고 상대 쪽에서 배팅한 돈과 파이트머니를 블랙뱅크가 아닌 기권한 주주 측에서 지불하게 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가게 되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오퍼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노리고 상대측에서 이길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상대와 거금을 걸게 되면 그대로 독박을 써야 한다.


지게 되면 돈도 잃고, 건강도 잃는다.

물론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겠지만 말이다.


“그럼 선수가 돈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거네요?”

“블랙아고라에서는 그렇게 보는 거지. 주주가 거절하지는 않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제 기간이 다 되어가는 모양이죠?”

“그래. 이번에도 거절하면 JH 놈들이 그걸 이용할 거다. 같은 상대로 지금보다 훨씬 더 큰돈을 걸 텐데, 차라리 금액이 적은 이번 오퍼를 받고 그냥 기권을 하는 게 어떨까?”


신인이라 얕보고 떡밥 매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 것은 JH였다.

그러다 당해 놓고 그걸 또 강혁 탓을 하고 있었다.


너무 괘씸했다.


“아니요. 마지막까지 가보죠. 그쪽에서 얼마나 부르는지 한번 볼까요?”


강혁은 이번에도 빅엿을 JH에 먹여주기로 작심했다.

아주 아주 큰, 빅엿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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