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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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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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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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DUMMY

“으아아아아아아아!”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가 아주 크고 우렁찼다.

밖에서부터 들리던 경찰차 사이렌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용진호는 바닥에 누운 상태로 전신을 비틀어대며 지랄 발광을 하고 있었는데, 고통스러운 비명은 덤이었다.


“분근착골이라는 거다. 들어는 봤지? 15분이 지나면 건장한 사내도 폐인이 된다. 너는 무인에다 회복 능력까지 있으니 훨씬 오래 버티겠지. 아니면 그 능력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수도 있을 거다.”


용진호는 엄청난 고통이 전신을 갉아먹는 데도 강혁의 말이 귀에 박히는 것 같았다.

죽었으면 죽었지, 이런 고통은 싫었다.


“차, 차라리 죽여··· 제발 죽이라고···.”


확실히 일반인과는 달랐다.

조장원 사장은 말도 하지 못했는데 용진호는 고통을 참으며 말까지 하고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죽을 거야. 뼈와 살이 분리되고, 근육과 힘줄이 가닥가닥 끊어지고 나면 말이야. 집에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다. 가족까지 건드리려 했던 걸 지옥에 가서도 후회해라.”


강혁은 눈에서 살의가 연기처럼 피어났지만, 용진호를 바로 죽이지 않고 끝까지 고통 속에서 죽어가길 바랐다.


“아! 그리고 시끄러운 건 민폐니까···.”


용진호의 아혈까지 누른 강혁은 곧바로 발길을 돌려 현장에서 벗어났다.


소리까지 나오지 않자 용진호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고통을 비명으로라도 발산을 해야 조금이라도 해소가 되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용암 속에 던져졌는데 죽지는 않고 극심한 고통에 소리 없는 몸부림만 치고 있는 것이나 같았다.


경찰들과 함께 이정민이 뛰어 들어온 것은 강혁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정원 바닥에 누워 바퀴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용진호를 보며 놀라 입을 막았다.


‘그 사람이 이긴 거야? 근데 왜 저 짐승만 있는 거지? 설마 그냥 갔다고? 내가 누구인 줄 몰랐던 건가? 아··· 그 사람을 어떻게 찾아야 하지?’


이정민은 짐승을 잡아 놓고 바로 떠나버린 강혁이 조금은 야속했다.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한 순간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


‘잠깐! 저 괴물이 이름을 말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하자! 생각해 내자! 제발! 제발!’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이정민을 보며 경찰이 다가왔다.


“저··· 괜찮으세요? 아프시면 구급차 와있으니 타고 가세요. 놀라셨을 텐데 무리하지 마시고 어서 가보세요.”

“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정민이 괜찮다고 하자 경찰은 용진호가 있는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는 경찰들이 모여 있었는데, 조사를 하고 말 것도 없었다.

범인이 떡하니 누워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2미터에 140킬로그램짜리 거한이 발작을 하고 있어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상대는 희대의 연쇄살인마였다.

혹시나 잘못 잡히기라도 한다면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경찰들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부터 모이라는 지시가 내려와 경찰들 전부가 정원에서 빠져나와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경찰들이 나가고 나자 정장을 깔끔하게 빼입은 노신사와 20대의 여자가 들어왔다.

그 뒤로도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노신사를 보며 이정민은 조금은 놀란 표정이었다.

아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그것도 갑자기 집으로 찾아올 인물은 아니었다.


“JH 최 대표님께서 여기는 어떻게···.”


이정민이 묻자 최원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부터 했다.


“이 대표. 오랜만이야.”

“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그냥 바로 본론을 말하지.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데 여기 CCTV 영상을 줄 수 있을까? 원본으로.”

“저희 집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걸 왜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거죠?”


아직은 블랙아고라에 대해 모르는 이정민이었다.

용진호가 JH의 선수였다는 걸 알았다면 최원일을 보자마자 인사가 아니라 쌍욕을 박았을지도 몰랐다.


사실 최원일도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블랙아고라를 모르는 이정민에게 자신은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빼앗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그 얘기는 나와 하지.”


다 떨어진 현관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과 고급 슈트를 입은 중년의 남성, 그 뒤로 검은 슈트를 입은 젊은 사내들 십여 명이 따라 들어왔다.


노인의 얼굴은 70대 정도로 보였는데, 덩치는 씨름선수만큼이나 컸다.

중년의 남성도 키가 크고 몸통과 팔다리가 두꺼워 유도선수처럼 건장해 보였다.


“할아버지! 아빠!”


이정민이 달려와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이태산은 손녀의 등을 두드리며 이제 괜찮다며 다독여 주며 최원일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태산 회장은 손녀를 뒤로 보내고 최원일 앞으로 다가오자 뒤에 있던 사내들이 움직이려 했다.

순간 최원일은 사내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을 들어 올렸다.


불과 두 걸음 정도를 사이에 두고 멈춰 선 이태산 회장의 말은 그리 곱게 나오지 않았다.


“최원일 대표. 이게 무슨 짓이지? 태산그룹 본가에 내 허락도 없이 발을 들여?”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상황을 아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쳐. 왔으면 수습이나 할 것이지 CCTV를 달라? 이게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말에 이태산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허허··· 수습? 수습이라고 한다는 게 고작 상황 다 끝난 다음에 와서 CCTV를 달라? 그래도 예전에는 말을 수긍이라도 할 수 있게 했는데 지금은 늙은 너구리가 다되었어! 상대하기가 역할 정도야.”

“회장님, 말씀이 심하십니다!”


그러자 이태산 회장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호랑이 같은 눈빛과 큰 덩치 나오는 호통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개호로새끼가! 네놈 때문에 오늘 내 손녀가 죽을 뻔했어!”


쌍욕을 들었지만, 최원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건 분명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풀어 주면서도 용진호가 태산그룹 본가에 들어갈 줄은 꿈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길을 가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똥을 머리에 맞은 거나 같았다.


진짜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관리를 못 할 것 같았으면 데리고 나오지를 말았어야지! 지금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이걸 어떻게 수습할 거야! 그래 놓고 CCTV를 달라? 일 처리가 아주 네놈 형을 닮아 가는구나!”

“이태산 회장님!”


말에 형이 나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최원일도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태산은 눈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블랙아고라 신인 하나 잡으려고 미친개처럼 나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 주었더니 일을 이렇게 개판을 쳐놔!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제가 다 수습할 겁니다.”


당소혜의 말대로만 되었다면 JH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판이었는데, 용진호가 태산그룹 본가로 들어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그러기에는 인명피해가 너무 크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너무 설쳤어.”

“회장님!”

“블랙아고라 최고위를 소집해서 이번 일에 대해 의결할 거다. JH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번 최고위에서 빠진다.”


이태산 회장은 거의 판결을 내리듯 말했다.


최고위 의결은 당사자에게 좋은 쪽으로 결정이 난 적이 없었다.

최고위까지 소집되었다는 건 큰 사건이 생겼다는 것이었고, 이건 블랙아고라에 위해가 된다는 뜻이었다.


최고위는 블랙아고라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단호하게 징계를 내렸다.


판돈을 아끼려고 벌인 일이었는데, 이러면 얼마나 더 큰 손실을 입을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그렇게까지 하실 겁니까?”


낮아진 목소리에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최원일에게서 살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미 사건 현장이었다.


범인도 있는 마당에 한두 명 더 죽는다고 이상할 게 없었다.

현장에 이미 왔다 간 경찰들이야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그 정도는 해결할 방법이 널리고 널렸다.


뒤에 서있던 사내들도 서서히 손을 허리 뒤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당소혜마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최원일의 말 한마디면 이미 움직일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태산 회장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사내의 말에 JH 측은 동작을 멈춰야만 했다.


“최 대표님, 그 살기는 뭔가요? 설마 제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 아니죠?”

“자, 자네가 여기를 어떻게···.”


사내는 선글라스에 가죽점퍼를 입고 어깨에는 목검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를 본 최원일의 동공이 떨리며 조금은 놀란 듯 보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손을 들어 뒤에서 자신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 당소혜와 사내들을 멈추는 것이었다.


사내는 그걸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였다.


“태산에서 지원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족해서 일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것도 신경 쓰여서 말이죠.”

“그, 그랬군.”

“그런데 방금 위험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접으셔야 할 겁니다. 만약에라도 태산그룹에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JH부터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병이든 사고든 상관없다는 겁니다. 태산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십시오.”


말을 끝낸 사내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상체를 옆으로 슬쩍 기울이며 최원일 뒤편에 서있는 당소혜를 보며 말을 걸었다.


“어이! 거기 여자.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면 네 조각으로 잘렸을 거다. 함부로 나대지 마라. 여기 생각보다 녹록한 곳이 아니야. 믿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한번 빼보던가?”


사내의 말에도 당소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목뒤로 식은땀만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괴, 괴물···.’


투안으로 본 사내는 지금껏 몇 보지 못한 괴물이었다.


180센티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사내였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활화산처럼 크고 광폭했다.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를 보면 사내는 다시 씨익 웃었다.


“눈치는 빠르네. 오래 살겠어.”


당소혜가 경고를 잘 알아듣는 듯하자 시선은 바로 최원일에게 향했다.


“최 대표님. 실망입니다. 제 말 명심하십시오. 진짜 아무 상관이 없어도 X된다는 걸 말입니다.”

“그, 그러지.”

“수일 내로 최고위는 소집될 것이고, 의결이 나올 겁니다. 조용히 기다리세요.”

“알겠네.”

“그럼 가보세요.”

“연락 기다리지. 수고하게.”


사내의 축객령에 최원일은 나가면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칼을 꺼내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죽을지는 몰라도 죽는 건 확실했다.


그는 블랙아고라의 검은 칼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김태수.

블랙아고라를 지키는 수호자이자 위험을 제거하는 처단자였다.


과거 용진호를 찾아가 처단한 자가 김태수였고, 가슴을 사선으로 갈라버린 커다란 흉터도 그가 남긴 것이었다.


그리고 블랙아고라에는 김태수와 같은 자들이 둘이나 더 있었다.

그들의 실력은 랭킹 5위 안에 드는 랭커들과 비견 될 정도로 강했다.


김태수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덤벼도 이길 수가 없는 자였다.

제아무리 대주주라 해도 잘못이 있는 상태로 나대다가는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최원일이 설설 길 수밖에 없었다.


“와줘서 고맙네. 자네 때문에 일이 쉽게 풀렸어.”

“이전에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습니다. 끝내지 못한 골칫덩이를 제 손으로 마무리해야죠.”


이태산 회장의 감사 인사를 간단하게 받은 김태수는 곧바로 정원으로 나갔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용진호는 살아 있었다.

익숙한 모습의 거한이 쓰러진 채 지랄 발광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건 한껏 벌린 입에서는 분명 고함이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용진호의 얼굴은 거의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놈을 이렇게 놔뒀다는 건 고통스럽게 죽으라는 뜻인가?’


끝내려고 왔지만, 목을 자르는 순간 저 고통도 끝이었다.

용진호를 한동안 지켜본 김태수는 자신의 일을 대신 해준 자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냥 그렇게 고통 속에서 죽어라.’


그 시각, 이정민은 CCTV를 보고 있었다.

강혁이 용진호를 어떻게 이겼는지 알고 싶었다.


고화질에 음성까지, 최신형 CCTV에는 이정민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모니터 안에 있는 강혁을 멍하게 바라보던 이정민의 눈이 순간 또렷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호감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남자··· 존나 카리스마 있어!’


거의 뻑이 간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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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3 24.09.18 2,244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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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3 24.09.12 3,544 7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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