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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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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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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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DUMMY

어깨에서 주먹이 소나기처럼 터져 나왔다.


충분히 거리를 두었음에도 몇 번이나 더 얻어맞고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강혁은 그제야 피하는 걸 포기하고 가드를 올렸다.


퍼퍼퍼퍼퍽! 퍼퍼퍽!


가드를 올린 상태로 용진호의 펀치를 마주했다.

펀치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면서도 맞고 나면 둔기에 맞은 것처럼 충격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지 용진호는 쉬지 않고 펀치를 쏟아냈다.

강혁의 양팔과 어깨 그리고 복근에 데미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괴공 덕분에 느리게라도 데미지가 회복되고 있었다.


가드 사이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펀치를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물론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박자와 감각은 익힐 수 있었다.


강혁은 그걸 이용해 가드를 한 상태로 더킹, 위빙, 스웨이 등 복싱의 방어 스킬을 쓰며 용진호의 펀치를 피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나기 같은 펀치를 헤치며 들어가 용진호의 코앞까지 다가가서야 공격은 멈춰졌다.

강혁을 보는 용진호의 감정은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앞에 도달한 것도 그렇고, 무기도 없이 자신과 맞싸움을 한 사내는 강혁이 처음이었다.


“너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솔직히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야.”


하지만 강혁은 다른 말을 했다.


“관절을 빼고 끼운 거냐? 주먹이 아니라 편 주먹이었고?”


지금까지 채찍처럼 휘두른 펀치를 말하는 것이었다.

원리를 알면 파훼법도 알 수 있었다.

강혁은 두드려 맞으면서도 지금까지 이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곡을 찔렸는지 용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인정하는 순간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관절을 자유자재로 빼고 끼운다라··· 재미있는 기술이야. 근데 굳이 겁쟁이처럼 그럴 필요가 있었나? 가까이 가서 싸울 용기는 없었던 거냐?”

“뭐야? 겁쟁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계집애 같은 기술은 뭐야? 관절을 다 빼놓고 제대로 된 힘이 실리겠어?”

“계, 계집애?”

“내가 봤을 때 너는 덩치만 큰 겁쟁이 같은 놈이야.”

“이런 개 같은 새끼가!”


허리를 틀어 뒤로 한껏 젖힌 팔을 몽둥이 휘두르듯 그대로 내려쳤다.


기둥같이 굵은 팔이 대각으로 내려쳐지자 강혁은 한 발을 뒤로 빼며 상체를 틀어 피해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곳 같은 바디샷이 훤하게 드러난 용진호의 간장에 꽂혔다.

그것도 더블로 강력하게 들어갔다.


뻑! 뻐억!


“컥! 크흡!”


사람인 이상 허리를 접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었다.

그 큰 거구가 구부정한 상태로 뒷걸음을 치는데 강혁이 그대로 달려가 공 차듯 머리를 걷어찼다.


머리가 내려와 있어 발로 차기 딱 좋은 위치였다.


퍼억!


“끄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펄쩍 뛴 용진호가 뒤로 넘어갔다.

얼굴을 잡고 바닥을 구르더니 엎드린 채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걸 그대로 두고 볼 강혁이 아니었다.

다시 쫓아가 옆구리를 걷어찼다.


“크웩!”


정원 바닥을 몇 미터나 쓸고 나가더니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다 멈췄다.

강혁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딛자, 벌떡 일어난 용진호는 ‘켁켁’ 거리며 뒤로 더 물러났다.


그제야 강혁이 멈춰 서자 용진호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이 엉망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강혁은 두드려 맞기만 했는데, 불과 몇 초 사이에 승기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주, 주먹이 꽤 맵네. 쿨럭!”

“그 계집애 같은 기술과 비교하면 훨씬 아프지.”

“또또! 씨팔! 그 계집애 같은 기술로 고기처럼 썰어 주마!”


이번에는 리듬을 타는 준비 동작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어깨가 크고 빠르게 원을 그렸다.

펀치가 오는 게 느껴졌는데, 소리가 달랐다.

전보다 더 날카로운 파공음이 나고 있었다.


강혁은 모르는 무언가 있다는 걸 느끼고 아예 뒤로 확 물러서려 했다.

그런데 이번 용진호의 공격은 전보다 훨씬 빠르고 길었다.


스삭!


본능적으로 얼굴을 돌리며 피했는데도 볼에는 가로로 기다란 상처가 생겼다.

상처가 깊지는 않았고, 맞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손톱이었다.

청무겸 때도 겪어 보았지만, 이게 참 귀찮고 거슬리게 한다.


근접에서 주고받는 공방이라면 피하기가 까다로웠다.

솔직히 타격은 별로 없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많아서 멘탈을 흔들기도 한다.

물론 강혁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스사사사삭! 스사삭!


연쇄적으로 다시 시작된 공격은 강혁의 몸에 기다란 생채기를 십여 개나 만들어 놓았다.

더 빠르고 날카로워진 공격에 강혁은 아예 뒤로 빠져 버렸다.


그러고는 한쪽에 던져둔 가방에서 시커먼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면도날 같은 손톱을 굳이 맨손으로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용진호의 눈이 좀 커지고 있었다.


그냥 몽둥이일 뿐이었는데 뭔가 흉악스러운 게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시커먼 몽둥이를 본 순간 이상하게 팔뚝에 소름이 돋고 털이 전부 곤두섰다.


마치 붉은 사내를 마주한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무, 무기는 반칙이다!”

“반칙은 니가 JH에서 도망친 것부터가 반칙이야. 그리고 이건 블랙아고라가 아니라 그냥 싸우는 거라는 걸 잊은 거냐?”

“사내라면 정정당당하게 싸워야지 갑자기 무기는 왜 들어!”

“풉! 크크큭··· 살인마 새끼가 정정당당 같은 소리를 다 하네. 양심도 없는 새끼야 그 정도로 웃길 거면 범죄자가 아니라 코미디언이 되었어야지.”

“죽어어어엇!”


파공음이 다시 들려왔고, 손톱을 세운 손은 이미 강혁의 얼굴 앞에 와있었다.

그때 밑에서부터 번개처럼 치고 올라온 몽둥이가 용진호의 손을 정통으로 때렸다.


퍼억!


“헙! 끄윽!”


다른 손으로 맞은 손을 감싼 용진호가 뒷걸음을 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강혁이 다가가려 하자 용진호는 손을 들어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싸움 중에 기다려 달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강혁은 걸음을 멈췄다.

뭘 하려고 하는지 지켜나 보자 싶었다.


용진호는 감싼 손을 풀자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 네 개가 전부 기이하게 꺾여 있는 게 보였다.


“크흠···.”


용진호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잡아 전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도 신음하나 흘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펴며 상태를 확인했다.

손가락이 꺾인 것도 있겠지만, 부러지기도 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은 원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회복 능력이 있는 거냐?”

“내가 선택받았다고 한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선택받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 들어가자, 용진호는 원거리에서 주먹을 뻗어 냈다.

양팔을 거세게 휘두르자 사방에서 파공음이 진동을 하며 채찍 같은 펀치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그런데 묵빛 섬광이 한번 휘돌자 용진호는 비명을 지르며 강혁에게서 멀어지려 뒷걸음을 쳤다.


퍽! 퍼억!


“끄으으아악!”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에 용진호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팔뚝이 완전히 부러져 힘없이 덜렁거렸고, 손에는 아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용진호는 이 때문에 자신 있어 하는 악력은 써보지도 못하게 생겼다.


처음부터 근접해서 서로 잡고 힘으로 싸웠다면 좋았겠지만, 팔뚝이 완전히 부러졌으니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관절을 빼고 끼던 것도 고통 때문에 제대로 하지 않아 팔꿈치 관절도 빠져있는 상태였다.


이전에도 뼈가 부러져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전보다 훨씬 아팠다.


고통을 비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건 아예 비교가 되지 않았다.

팔에 맞았는데도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전기로 지지는 것만 같았다.


“너, 너! 그게 도대체 뭐냐! 그거 뭐냐고!”


강혁이 들고 있는 몽둥이를 보며 씨익 웃었다.


“이거? 미친개 때려잡는 몽둥이지.”


그 모습에 용진호는 등골이 서늘했다.

저거에 다시 맞기 싫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강혁이 눈치를 채고 말했다.


“도망가려고?”

“헛소리!”

“거짓말이 서툴러.”

“자, 잠깐 기다려봐! 나도 뭐라도 좀 들자!”

“부러진 팔로 들긴 뭘 들어!”


도망치려고 하기 전에 강혁이 먼저 움직였다.

마음먹고 도망치려 하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용진호는 양팔이 부러졌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서 시간을 끌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시커먼 몽둥이가 먼저 떨어져 내렸다.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팔이 부러져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몸을 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냈지만, 몽둥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중간에 방향을 틀었다.


퍼억!


복부를 맞았는데 전신이 저릿저릿한 것이 감각이 무뎌지는 것만 같았다.

그나마 근육으로 덮인 복부라 고통은 참을만했는데, 감전이 된 것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크윽! 아, 안 돼!”


고통을 해소하기도 전에 시커먼 몽둥이가 길게 선을 그리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얼굴로 오던 몽둥이를 보며 아직 다 회복되지도 않은 팔을 들어 막으려 했다.


그런데 급격히 떨어지며 무릎에 직격했다.

무릎이 박살 나면서 인대란 인대는 모두 끊어지는 것 같았다.


“끄아아아아!”


깨금발을 들며 뒤로 총총거리며 물러나는 모습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만, 용진호의 표정은 고통으로 끔찍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강혁은 멈추지 않았다.


뻐억!


“으갸갹!”


반대쪽 허벅지에 몽둥이가 정확하게 들어가자 용진호는 뒤로 펄쩍 뛰다가 주저앉아 버렸다.


한쪽 다리는 무릎이 박살이 났고, 다른 쪽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근육에 직통으로 맞아 고통으로만 치면 무릎보다 더 아팠다.


용진호가 2미터의 거한이었지만, 이제는 쓰러져 위로 올려다봐야만 했다.

시커먼 몽둥이를 든 강혁의 모습은 거의 저승사자나 다름이 없었다.


“미친개는 매가 약이라는 말이 있지.”

“미, 미친개?”

“근데 너는 교화를 하기에는 너무 크고 많은 죄를 지었어. 입 아프니까 일단 그냥 맞아라!”


그때부터 매질이 시작되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묵빛의 향연과 괴기스러울 정도의 비명 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펴져 나갔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퍽! 퍼억! 뻑! 뻐억!


“으갸갸갹캬캬캬라라아악!”


한방 한방이 지옥이었다.

이건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몽둥이에 맞으면 형용하기 힘든 극심한 고통이 일어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펴지는 고통은 마치 전기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땅바닥으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용진호가 쓰러진 채 펄떡거렸지만, 강혁은 몽둥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느 한 곳도 그냥 두지 않았다.


몇 대 맞고 정신을 잃거나 죽었다면 고통이라도 덜했을 텐데, 이럴 때는 회복 능력이 저주와도 같았다.

용진호는 거의 고기처럼 다져지고 있었다.


퍽!


더 이상 용진호는 반응하지 않았다.


퍽! 퍼퍽!


확인 사살 겸 몇 대를 더 때려보았지만, 입에서 허연 게거품만 올라오고 있었다.

희미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질긴 목숨이었다.

이 정도로 맞았으면 코끼리도 열두 마리는 더 죽었을 듯싶었다.


아마 붉은 사내에게서 받은 능력 때문이리라.

강혁은 용진호를 볼 때마다 진혈마기(眞血魔氣)가 떠오르는 것을 애써 부정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붉은 사내부터 시작해, 흡혈과 능력들이 딱딱 들어맞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혈마(血魔)와 말이다.


강혁은 용진호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죽일까?’


고개를 저었다.

죽음은 용진호에게 있어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죽게 해서는 안된다.

너무 쉬웠다.


생각을 더 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밖에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혁은 마나를 실은 손가락으로 용진호의 몸 이곳저곳을 두드렸다.

의식을 잃고 있어서 그런지 바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초가 지났을까?


죽은 듯 감겨 있던 용진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이 눈알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커져 있었다.


동시에 한껏 벌린 입에서 수년은 묵혀둔 것 같은 괴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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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NEW +2 11시간 전 1,100 43 12쪽
42 42화 +3 24.09.18 2,243 54 12쪽
41 41화 +1 24.09.17 2,668 70 13쪽
» 40화 +7 24.09.16 2,969 78 12쪽
39 39화 +6 24.09.13 3,563 72 12쪽
38 38화 +3 24.09.12 3,542 76 13쪽
37 37화 +3 24.09.11 3,696 68 13쪽
36 36화 +4 24.09.10 4,099 75 12쪽
35 35화 24.09.09 4,380 80 13쪽
34 34화 +2 24.09.08 4,667 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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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1 24.09.05 5,364 82 13쪽
30 30화 +1 24.09.04 5,571 76 14쪽
29 29화 +2 24.09.03 5,877 81 13쪽
28 28화 +5 24.09.02 5,980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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