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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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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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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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DUMMY

대전 취소.


블랙아고라 역사상 기권한 경기는 있어도, 취소된 경기는 몇 없었다.

더군다나 선수가 탈주해서 경기가 취소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강혁과 용진호의 싸움은 CCTV에 찍혀 처음부터 끝까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영상은 너튜브에 올리면 화젯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블랙아고라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JH에서 보내온 돈은 자네 블랙뱅크 계좌로 보내놓겠네.”


천만근 대표는 블랙아고라에서 온 메일과 JH에서 온 메일을 강혁에게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블랙아고라 최고위에서 물의를 일으킨 JH에 대해 의결한 결과가 나와 있었다.


이태산 회장의 말대로 블랙아고라 최고위는 빠르게 소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JH에 대한 의결이 나왔던 것이다.


1. JH에 대한 최고위 자격 정지 1년 6개월.

2. JH에 대한 블랙아고라 참여 정지 10개월.

3. 태산그룹 측 인명피해 및 재산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추후에 통보)

4. 더블H에 경기 취소에 대한 보상. (합의)

5. 블랙아고라 규약 위반에 따른 과징금 3억 달러.


의결 결과는 엄청났다.


최고위 자격 정지는 솔직히 권리만 내려놓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블랙아고라 참여 정지가 너무 컸다.

JH는 선수도 많고 베팅액도 크다.


블랙아고라에서 가져가는 연간 수익은 백화점보다 더 많다.

그런데 10개월 동안이나 참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손실이 얼마나 될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선수들의 이탈이 있을 수도 있었다.

경기를 가지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태산그룹에 배상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징벌적 배상이라 블랙아고라와 태산그룹에서 배상액을 얼마로 결정할지 알 수가 없었다.


태산에 비하면 더블H에 대한 보상은 솔직히 미미한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큰 게 남아 있었다.

과징금 3억 달러.

한화로는 4,000억 원이 넘었다.


블랙아고라에서는 이번 JH 사태를 본보기 삼아 다른 주주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엄하게 처벌하기로 한 것이었다.


놀아도 블랙아고라로 놀고, 밖에 나가서 사고 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번 의결로 JH에는 ‘차르 봄바’가 떨어졌다.


블랙아고라 참여 정지로 인한 손실과 징벌적 배상, 그리고 과징금을 합하면 손실은 얼마가 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JH와 몇 번의 합의 끝에 더블H는 3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 기권도 아닌 취소로 보상을 이정도로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건, JH에서 블랙아고라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원래 이렇게 경기 취소가 되어 보상을 받으면 주주와 선수가 50%씩 가져간다.

하지만 CCTV로 인해 비공식적으로 용진호를 처단한 게 누구인지 관계자들 몇몇에게는 알려진 상태였다.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약을 칠 필요가 있었던 천만근은 보상금을 전부 강혁에게 주었다.

강혁은 몇 번 거절 했지만, 천만근이 3연승에 대한 보너스라는 말까지 하자 그냥 받기로 했다.


블랙뱅크에 있는 돈은 출금 요청을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쓸 수 있도록 처리해서 합법적인 은행계좌로 옮겨 준다.


이번 JH에서 받은 돈까지 해서 강혁의 블랙뱅크 계좌에는 430만 달러, 한화로 57억 원이 넘는 돈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1원짜리 하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강혁을 보던 천만근은 계속해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는 CCTV영상을 보면서 속이 너무 쓰렸던 것이다.


‘이걸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서 했었어야 하는 건데!’


이번 일로 JH는 비자금을 탈탈 털어야 할 정도로 피해가 크겠지만, 천만근에게는 그딴 것 보다 취소된 경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보면 이건 뭐 그냥 이기는 경기였다.


경기를 했으면, 베팅이 랭커인 용진호에게 몰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이렇게 되면 또 역배였다.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지도 못할 돈을 그냥 쓸어 담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경기가 취소되었으니 천만근의 아쉬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크··· 그 돈이 전부 내꺼였는데···.’


천만근은 얼만지도 모를 돈을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고, JH에 화가 났다.

그런데 강혁을 앞에 두고 크게 토로하다가도 의결 결과를 생각하자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 이놈들 이거 간을 본 게 확실하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던 거지. 그래서 일부러 용진호를 풀어줬을 가능성이 농후해. 물론 JH에서는 부정을 하겠지만···.”

“뭐··· 증거는 없으니까요.”

“그래. 어차피 자네를 부수기 위해 풀어 놓은 놈이니 이기면 좋은 거고, 져도 돈은 굳으니까 JH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라도 좋은 거지.”

“듣고 보니 그렇네요.”

“후후··· 그런데 웃긴 건 최가 놈도 용진호가 태산그룹 본가에 들어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야. 발등에 불이 아니라 거의 폭탄이 떨어졌어! 거기서 최가 놈 얼굴을 봤었어야 했는데! 하하하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 만나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노신사 같았던 최원일 대표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을 부수기 위해 벌인 짓과 용진호 같은 놈을 선수로 쓰는 걸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최원일 대표의 말이나 행동으로 보면 신사처럼 보이던데요?”

“해 다니는 거만 멀쩡하지 속에는 능구렁이 스무 마리 정도는 들었을 거야. 음흉한 놈이지. 안팎이 완벽하게 다른 놈이네. 겪어 봐야 알겠지만, 예의 있고 친절하게 보인다고 해서 믿어서는 안 되네.”

“살인마 용진호를 서슴없이 쓰는 걸 보면 그러고도 남겠네요.”


강혁은 맞장구를 쳐주며 대화를 슬슬 끝내려는데 천만근이 갑자기 돈에 대해 물어 왔다.


“그나저나 자네 블랙뱅크 계좌는 확인하나? 금액이 정확하게 들어오는지 말이야.”

“뭐··· 속이기야 하겠습니까?”

“이 친구 큰일 날 소리! 당장 확인해 보게. 블랙아고라에서 보내 준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지?”

“아, 네. 바꾸긴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천 대표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강혁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리라.


“바꾸기만 하고 블랙아고라 애플리케이션은 눌러보지도 않았겠구먼.”

“하하··· 맞습니다. 오늘 가서 해보죠 뭐.”

“자네 스마트폰에 있는 블랙아고라 애플리케이션··· 아니 줄여서 ‘블앱’은 블랙뱅크 계좌도 연동하고 있으니까 계좌 확인과 출금도 가능하네.”

“오! 편리한데요?”

“그러니까 오늘 꼭 집에 가서 확인 좀 하게. 거기 블앱에 있는 기능들을 좀 익혀두라고. 젊은 자네가 더 잘 알아야지 늙은 내가 이런 걸 설명해야 하겠나?”

“하하! 그래서 제가 대표님을 좋아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집에 가서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강혁은 씻고 침대에 누웠다가 천만근의 말이 생각나 블앱을 눌렀다.


최근에 있었던 경기의 사진들이 메인에 떠 있었다.

당연히 자신과 용진호의 경기는 아니었다.


밑으로 내리니 랭킹도 보였고, 검색창도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이전 경기들의 영상과 함께 간단한 평론과 기사들이 주르르 나왔다.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이면격투 경기에서 무슨 기사냐고 하겠지만 블랙아고라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뉴스 기사도 블랙아고라에서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사업이 바로 블랙뱅크였다.

주주와 게스트 그리고 선수들의 돈은 모두 블랙뱅크로 들어가고 나간다.


여기서 주주와 게스트는 입금과 출금이 가능하지만 선수는 오로지 출금만 가능하다.

이자나 세금 같은 건 없었다.


블랙뱅크는 오로지 돈을 보관하기만 한다.


당연히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고, 블랙아고라의 관계자가 아니라면 존재 자체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주주들의 비자금들이 보관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자신의 돈도 있었다.

50억이 넘는 큰돈이지만, 그리 감흥은 없었다.


이강혁 성격에 돈이 필요했다면 이미 빼서 쓰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쓸 일이 없었다.


더블H에서 지원금 형식으로 매월 들어오는 돈이 있었고, 석두철에게 이기고 받은 돈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 노크도 없이 방문이 열렸다.


“밥!”


이강희가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씻고 나오셨어?”

“방금 앉으셨어. 너만 오면 됨.”


씻고 나온 이정석이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 가족이 밥을 먹을 때면 이정석은 항상 기다렸다가 모두 모이면 식사를 시작한다.


“밥 묵자.”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었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단란한 시간이 흘러갔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강혁은 자선 경기에 대해 물었다.


경기가 바로 내일이었다.


“아버지, 선수들은 구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고 했는데 신용남 감독님 알지?”

“국가대표팀 감독님요?

“그래. 일단 연락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했는데 흔쾌히 승낙하셨어. 운이 좋았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감독은 잘 구하셨네요. 선수는요?”


아들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데 이정석은 어째서인지 조금은 어색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혹시 서철주 코치님은 알아?”

“코치까지는 모르죠.”

“국대 수석코치님인데 이번에 같이 오시기로 했어. 대박이지?”

“아, 그래요? 잘 되었네요. 그럼 선수는요?”

“아들아. 혹시 걸그룹 티아라리오 알아?”

“아니요.”

“이번 경기에서 우리 팀을 응원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선수는요?”

“걸그룹 에이스핑크스 알지?”

“아니요. 모르는데요.”

“거기도 우리 팀을 응원해 주기로···.”


옆에서 듣고 있던 이강희가 강혁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집에 티비가 없는 것도 아닌데 백수란 놈이 걸그룹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아직 20대인데 여자만 보면 막 흥분되고 그런 거 없어? 널 가지겠다! 얼마면 돼! 이런 느낌 없냐고?”

“갑자기 말이 왜 그쪽으로 튀는 건데? 그리고 무슨 걸그룹 이름이 저따위야? 에이스핑크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지키다 온 거야 뭐야!”

“쯧쯧···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고자도 아니고, 넌 여자한테 관심이 아예 없는 거냐? 은혜가 불쌍하다. 불쌍해.”


그때 번개처럼 움직이는 손이 있었다.

당연히 이강희의 등짝에 불이 났다.


짝! 짜짝!


“아악!”

“밥 먹고 나니까 제정신이 돌아오는 거야? 아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아, 엄마! 열라 아프다고! 학교 다닐 때 배구했어? 아니 그리고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정상인 건데, 그게 왜!”

“우리 딸이 진짜 제정신을 차린 모양이네. 맞는 말을 계속하는 거 보니. 처맞는 말!”


짝!


“아악!”


등짝에 몇 번 더 불이 나고서야 이강희는 거실로 도망을 갔다.

한편의 꽁트가 끝나고 나자 방금 전까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잠깐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버지?”

“흠흠··· 신용남 감독님이 유망주로 몇 명 데려오시기로 했다. 그렇게 알고 있어. 그리고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었어야지 사내자식이 뭘 그렇게 캐묻긴 캐물어. 응원이나 열심히 해! 애비가 내일 한 골 넣을 테니까!”


결국 선수는 구하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찔려서 오히려 역정을 내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민망했는지 이정석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강혁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거실에서 딸과 옥신각신하고 있는 어머니를 불렀다.


“조 여사! 참외 깎아 줘? 오면서 보니까 맛있어 보여서 사왔는데 드실래?”

“좋지. 우리 아들이 깎아주는 참외 한 번 먹어볼까!”


바닥에 누워 등짝을 문지르고 있던 이강희도 한마디 했다.


“시원해?”

“오자마자 냉장고 넣어 뒀지.”

“역시 내 동생이야. 먹는 거에는 대충이 없어!”


그러자 안방 방문이 슬며시 열리며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도···.”


다시 모인 가족들은 시원한 참외와 함께 내일 있을 자선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시간을 마무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CENTER
    작성일
    24.09.19 01:05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연촴
    작성일
    24.09.19 01:26
    No. 2


    ♡작가님 ~ 연참은 사랑입니다.~!♡

    ♡많이 무리하셔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 이럴땐 뭐다.????

    연 ~ 촴!!! 이다.!!!!

    연 ~ 촴촴촴!!!

    연 ~ 촴촴촴!!!

    연 ~ 촴!!! 만이 살길이다.!!!

    소신에게는 아쥑~! 00000 의 골드가 남아있사옵뉘닷!!!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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