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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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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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YOU LOSE]

[-25,000,000$]


태블릿 화면에는 베팅 결과가 큼지막하게 나와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이천오백만 달러가 잃은 돈의 전부가 아니었다.

경기를 성사시키며 게스트들을 모으기 위해 눈요기로 건, 선 베팅 천오백만 달러까지 총 사천만 달러를 잃었다.


사무실에 앉아 대형 티비로 경기를 지켜보던 JH백화점 대표 최원일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태블릿 화면에 손이 먼저 나갔다.


콰직!


두 동강이 난 태블릿은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조사한 내용대로라면 여문량은 중국 본토에서 검의 귀신이라 불리며 사천의 패자인 당문조차도 어쩌지 못한 고수였다.


당문이 어떤 곳이던가?


대륙에서 독과 암기로는 제일이다.

더군다나 적에게 있어 끈질기고 악독하기까지 해서 누구도 당문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문량은 달랐다.


당문 소공녀라 불리는 당령의 열아홉 생일 선물로 노예 상인에게 구입한 생체실험용 노예들을 탈출시켰다.


그 과정에서 당령의 얼굴에는 광대뼈를 지나 귀까지 반으로 잘라버린 기다란 검흔이 생겼다.

바로 여문량의 청운적하검이 비껴간 흔적이었다.


이 일로 당문은 발칵 뒤집어졌다.

청성산은 불태워졌고, 여문량에 대한 수배는 사천을 넘어 대륙 전역으로 퍼졌다.


대륙 끝까지 도망쳤던 여문량을 찾아낸 것만 봐도 당문의 영향력은 중국 전체에 퍼져 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 당문의 추격을 홀로 물리치고 한국으로 건너온 여문량의 실력에 최원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문량을 직접 보았을 때,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최소 하위 랭커들과는 충분히 겨루어 볼만 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 여문량을 청무겸보다 더 쉽게 잡아냈다.

허벅지로 철퇴가 떨어졌을 때, 최원일은 티비로 보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실력이 늘었는지 아니면 무기가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청무겸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강혁의 한방 한방은 파괴적이었다.

실질적으로 그 한방에 경기는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여문량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고통과 살인에 익숙한 대륙 본토의 검귀가 괴로워하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만하라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서 소름이 끼치기는 처음이었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강혁은 더 이상 신인도 애송이도 아니었다.


갑자기 블랙아고라에 나타난 생태계 교란종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검증된 강자인 랭커가 아니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괴물 같은 놈에게는 같은 괴물이 제격이겠지.’


마침 생각나는 괴물이 있었다.

거대한 체격과 괴력, 그리고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광폭한 사내였다.


‘사람을 찢어 죽이는 괴물을 앞에 두고도 웃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마!’


생각은 짧았고 결단은 빨랐다.

최원일은 곧바로 앞에 서있는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용진호 외출 일정 잡아봐. 최대한 빨리.”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왜?”

“얼마 전에 소장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럼 기름칠부터 해.”

“어떤 사람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대화가 끝나자 최원일이 나가라며 손을 저었다.

비서실장이 대표실을 나가는데도 아직 최원일 옆에 남아 떠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로 단정한 정장치마에 뿔테안경을 낀 여성이었다.


동양인처럼 보이지 않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늘씬하게 빠진 몸매는 상당한 미녀임을 나타냈지만, 한 가지 흠이 있었다.

표정이 마치 인형 같았다.


당소혜.

그녀의 이름이었다.


당소혜는 당문의 사람이지만, 지금은 JH에서 최원일의 최측근으로 일하고 있었다.


“네가 추천한 인물이 걸레처럼 구겨졌군.”


신원일이 조롱하듯 말했지만, 당소혜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가 더 강했을 뿐입니다. 여문량의 강함은 직접 확인 하셨을 텐데요?”

“후후··· 농담도 못하겠어. 잃은 돈 때문에 잠시 심술이 났을 뿐, 너를 탓하려고 한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상합니다.”

“뭐가?”

“너무 빨리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론이야 스포츠 선수지만 청무겸과 여문량은 다릅니다. 그들은 무인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수준의 차이가 제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청무겸을 이긴 저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여문량을 절대 이길 수 없었습니다.”

“네 눈이 그렇게 보았다면 그게 맞겠지. 그런데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최원일은 여문량이 졌는데도 그를 추천한 당소혜를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소혜가 보고 판단하는 것을 사실인 양 말하고 있었다.


“티비나 모니터로는 알 수 없습니다. 직접 봐야 합니다.”

“곤란하게 되었어. 용진호와 붙여보기 전에 네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텐데···.”


최원일이 이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당문에서 무정화(無情花)로 불리지만, 진정한 능력은 투안(透眼)이라 불리는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이었다.


쉽게 말해 사람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물론 기운만으로 싸움의 승패를 알 수는 없지만, 강함의 기준은 될 수 있었다.


“나중에 부탁 한 번 하지.”

“알겠습니다.”


용진호와 경기를 추진하기 전까지 시간은 있었다.

그 전에 강혁과 길에서 지나치게 하더라도 당소혜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었다.


* * *


눈을 뜨자 처음 보는 천장이 보였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조금 열린 문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끄응···.”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는 순간 전신을 전기로 지지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으아아악!”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버둥거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백수범이 수면실로 들어오자 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여문량이 보였다.


“일어났으면 말을 하지. 헤이! 니취팔러마!”


몇 분이 지나자 큰 고통은 사그라들었지만, 전신이 욱신거리는 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근데 눈앞의 사람은 아파 죽겠는데 아까부터 계속 밥 얘기만 하고 있었다.


여문량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걸 참으며 물었다.


“여긴 어딥니까?”


당연히 백수범은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시작했다.


“니취팔러마?”

“여기가 어딘가요?”

“니··· 취팔러마?”

“아니 여기가 어디냐고!”

“취팔러마?”


한두 번 하고 아니다 싶으면 말아야 하는데 눈앞의 인간은 계속하고 있었다.

몸도 아픈데 답답하기까지 하자 여문량은 짜증이 폭발했다.


“밥 먹었냐? 밥 먹었냐? 지금 내가 밥을 어떻게 먹냐! 그만 물어보라고 멍청한 놈아!”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도 그렇고 뭔가 영화에서 본 욕 같은 느낌이 들자 백수범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


“니취팔러··· 샤비? 아니 이 씨팔럼이!”


여기까지 힘들게 옮겨 왔더니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할망정 욕을 하고 있으니 백수범도 짜증이 날 만했다.


그때 안으로 강혁이 들어오자 여문량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강혁의 입에서는 거의 원어민 수준의 중국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야! 이게 아직 덜 처맞았나? 어디 코치님한테 소리를 질러! 예절교육 다시 해줘?”

“대, 대형! 오해십니다. 그게 아니라 저분이 자꾸 밥을 먹었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말한다는 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그만···.”

“그래? 사실이야?”

“예, 예예! 제발 사실입니다!”

“제발 사실은 뭐야?”


강혁은 백수범에게 갑자기 밥은 뭐냐고 물었더니 나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는 말이 그거밖에 없어서 그랬지. 내 딴에는 나름 배려한 건데 저 새끼가 은혜도 모르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물론 스마트폰 번역 기능이 있었지만, 백수범은 굳이 중국말을 번역까지 해가며 소통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충 알아들으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당연히 강혁도 같은 생각이었다.


강혁이 차갑게 고개를 돌리자 여문량은 식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그렇게 아팠는데, 지금은 아프고 자시고 간에 일단 살려면 피해야 했다.


“니가 잘못한 거야. 내가 대한민국 땅을 밟고 있으면 한국말 쓰라고 했지?”

“아, 아니! 아직 배우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써요!”

“그럼 오기 전에 배웠어야지!”

“예에?”


여문량은 한국말을 배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이 통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말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강혁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여문량은 온몸에 털이란 털은 전부 곤두서는 것 같았다.


“안녕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치! 불고기! 사랑해요 욘예가중계! 두유노싸잉! 나는 바보입니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함! 제가 시발!”


공포가 뇌를 지배하자 알고 있는 한국말이란 한국말은 전부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들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제가 시발? 이게 욕이야 뭐야?”

“요, 욕이라고요? 상대를 높이는 말이라고 배웠습니다. 만약 욕이었다면 저는 속은 피해잡니다!”

“허··· 그래 속은 거 맞지. 그럼 착하게라도 말했어야지!”

“으아아아아!”


강혁이 시커먼 몽둥이를 집어 들자 여문량은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


“코치님, 애 왜 이래요?”

“글쎄다.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가 아닐까?”


백수범은 비 오는 날 개 잡듯이 맞는 여문량을 보며 자신이 맞는 게 아닌데도 온몸이 떨려왔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잘 다지는 건 백수범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검귀는 무슨··· 완전 약골이구만.”

“어? 어, 어라! 저 자식 저거 오줌 싼다!”


여문량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코치님, 애 병원에 보내야 될 거 같은데요?”

“그러게 왜 처음부터 여기로 데려와! 병원 데려가자고 했잖아!”

“불법체류자라서 걸리면 추방이에요. 좀 불쌍하잖아요. JH에 버려지고 사기까지 당했는데···.”

“사기는 무슨··· 욕심이지. 자업자득이다. 이기면 두 배, 지면 제로라는 걸 알고 사인했으니 누구를 탓하겠어?”

“코치님 말씀이 전부 맞습니다. 그래도 유기견처럼 버려져 있는 게 불쌍해서요.”

“그럼 너도 장난 좀 그만해.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너만 보면 싸잖아. 처음에도 쌌었어.”

“재밌잖아요.”

“아··· 머리야···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여문량은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지려 할 때였다.

강혁이 옷가지를 던져주었다.


“방에서 나가면 바로 샤워장 있으니까 빨리 씻고, 여기 깨끗하게 치워. 가기 전에 청소 확인 받고 가라.”

“대, 대형···.”


여문량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강혁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나가버렸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처음 눈을 떴을 때보다는 덜 아픈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자, 미트 치는 소리와 운동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체육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나가며 슬쩍 봤는데 체육관은 넓고 시설도 아주 좋아 보였다.

솔직히 자신이 누워 있던 수면실만 하더라도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여문량은 샤워를 하고 거기서 빨래까지 했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노숙을 많이 하다 보니 빨래는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었다.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수면실로 돌아와 청소를 시작했다.


자신이 실수한 것부터 해서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쓸고 닦고 치우고 하자, 거의 창고였던 수면실이 사람 사는 원룸처럼 변해 있었다.


사실 수면실이라고 해서 선수들 편의를 위해 침대 몇 개를 넣어 놓았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아 창고처럼 쓰던 곳이었다.


노숙이 일상이었던 여문량의 눈에 더블H의 시설들은 만족에 만족을 넘어서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백수범이 들어왔다.


“뭐, 뭐야 시벌! 여기 왜 이래?”


자신이 잘못 들어왔나 싶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백수범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여문량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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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8 Asyih309..
    작성일
    24.09.07 22:38
    No. 1

    당문이 나오고 청운적하검이 이것이 무협지인가?
    짱개의 구음진경도 나오고 구양신공도 나오겠다.
    천마신공은 언제쯤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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