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타자씨
작품등록일 :
2024.08.14 10: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3:0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3,303
추천수 :
5,891
글자수 :
161,505

작성
24.08.28 23:00
조회
6,451
추천
228
글자
12쪽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DUMMY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우리가 발견한 시체는 무술관의 사범 출신으로 최근에 마석을 채굴하는 용병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족은 딸이 하나 있을 뿐.

예정보다 늦어지는 일정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그녀는 이미 미궁관리청에 실종 신고를 내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우리로서는 금방 신원확인이 되어서 보상금을 그 자리에서 수령할 수 있었지만, 부친의 목걸이와 로켓 속의 가족사진을 확인한 소녀는 잠깐 기절하기까지 했다.

깨어나서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타넬론의 미궁 지하에 들어가서 마석을 캐오는 용병들의 수는 대략 2만 전후로 추산된다.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마석에 이끌린 사람들이 외지로부터 끊임없이 몰려들고,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타넬론은 미궁에 기대어 거대한 부와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그 바탕에는 사람의 목숨으로 기초는 물론이고 기둥까지 올린 셈이다.


“장가가고 싶다고 했었나?”


“예?”


뜬금없는 개릿의 말에 네드는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장가는 고향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난 다음에 가라. 타넬론에 있을 때는 생각도 하지 마. 남은 사람들만 고통스러워진다.”


개릿의 말에는 진정성이 엿보였다.

붉은 늑대 길드가 해산한지 이미 한참 지난 후였지만, 빅터를 비롯한 셋은 아직도 장례식에 참석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드원의 2/3가 사망한 여파는 무척 깊고도 길었다.


내 몫의 마석을 받은 것은 첫 탐색으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비용과 이익을 따진 후 그다음 달에 정산한다는데, 미궁관리청의 권고안에 따른 정산 방식이라서 어느 길드를 가도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같이 소규모의 파티인 경우는 권고안을 따르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체계를 잡으려는 빅터의 의지 때문에 모든 절차를 법대로 한다는 것이 개릿의 설명이었다.


최초의 테스트를 제외하고, 처음 한 달 동안에 모두 4번의 탐색이 있었다.

모두 지하 2층까지 가는 여정이었고, 한 번 출발하면 보통 4일 정도 미궁에 머무르는 일정이었다.

결과는 무난무난했다.

지하 1층은 어쩌다 한 개 정도 마석을 캐는 수준이었고, 지하 2층에 가서야 유의미한 수입이 생겼다.


어쨌든 한 달 동안 고생한 내 몫의 마석은 세 개.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연봉 1억을 찍는 셈이다.

그것도 세후다.

여기는 소득세가 없으니까.

보통은 타넬론 도시 정부에서 발행하는 타넬론 골드로 정산을 하지만, 나는 마석 그 자체를 원했기에 빅터는 내게 마석을 따로 챙겨주었다.


“첫 번째 마석을 기념 삼아서 가지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별말은 안 했지만, 환전 수수료를 감안하면 마석으로 받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야. 다음부터는 골드로 받는 것을 생각해 보게.”


빅터의 충고는 귓등으로 넘겼다.

나는 손에 들어온 마석을 꽉 쥐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

어서 실험을 하고싶은 생각뿐이었다.


마석을 배분받기 전에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숙소와 식비는 파티에서 제공했기에, 타넬론까지의 여비로 쓰고 남은 염소가죽을 팔아서 마석가루를 약간 구입한 것이 이미 보름 전이었다.

그걸 술에 타서 마셔보기도 하고, 그냥 가루째 먹어보기도 하고, 상태창에 갖다 대려고 허공에 손을 휘저어보기도 하는 등 생각할 수 있는 짓은 다 해보았다.


하지만 상태창은 마석가루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 몸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돌가루나 다름없는 마석가루를 먹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고역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내 소유가 아닌 마석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내 소유인 마석 가루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시험 대상은 내 소유인 마석이었다.


나는 정말 큰 기대를 가지고 책상 위에 마석 세 개를 모두 늘어놓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상태창이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 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상태창에 변화가 있었다.


이름과 레벨이 있는 부분은 지금까지처럼 글자와 숫자로 구성된 이미지에 불과했지만, 인벤토리 부분은 달랐다.

도축용 칼을 집어넣은 인벤토리 둘레에서 약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마치 여기를 눌러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홀린 듯이 빛이 나는 부분을 터치했다.


“어!”


인벤토리가 옆으로 늘어났다.

한 칸이 두 칸이 된 것이다.

유토피아에서 10만 원을 과금하면 늘려주는 인벤토리 추가 서비스,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과금?

나도 모르게 책상 위의 마석으로 시선이 향했다.

어느새 마석 3개가 2개로 줄어 있었다.


씨발!

바가지잖아!


체감상 마석 1개는 3백만원 정도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10만 원짜리 인벤토리 추가 서비스에 마석 한 개가 통째로 사용된 것이다 .

입이 떡 벌어지는 바가지였다.

하지만 환불은 물론이고 항의도 불가능했다.

여기는 유토피아가 아니니까.


새로 늘어난 인벤토리 칸은 계속 늘릴 수 있다고 알려주려는 듯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신 기존에 빛이 나던 인벤토리 칸의 빛이 사라졌다.

나는 상태창으로 향하려던 손을 일단 멈췄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사실 지난 몇 주 동안 시간이 날 때면, 유토피아 사의 대리인이 무엇을 말했는지 몇 번이고 다시 되새김질하며 검토해왔다.

그가 내게 말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영혼뿐 아니라 당신, 그 자체가 온전히 필요하다. 대신 당신이 유토피아에서 구매한 것들을 모두 주겠다. 우리가 준비한 것도 건네 주지. 당신은 마음껏 멋대로 날뛰면 된다. 우리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한 약속을 지켰음을 가리키는 증거 하나를 깨달았다.


새로 늘어난 인벤토리 칸에 내가 유토피아에서 즐겨 사용하던 참수도가 들어있었다.

구치소로 끌려가기 전, 강제로 유토피아에서 로그아웃하면서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모습 그대로였다.


분명 구매한 것들을 모두 주겠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다음 칸에는 뭐가 들어 있었지?

뭐였지? 내가 뭘 넣어 뒀었지?


나는 급하게 기억 속을 뒤졌다.

환생했음을 자각할 때 쏟아져 들어온 기억이 바로 어제처럼 생생했기에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신발, 맞다. 신발이 있었지!


파손 불가 옵션이 달려있던 참수도처럼 신발에도 도약 옵션이 달려 있는 것까지 다 기억났다.

현실 세계에서도 발동할지 궁금해지는 옵션이었다.


나는 빛으로 주변부가 둘러싸인 두 번째 인벤토리를 건드렸다.

과연 기억대로 신발이 들어있는 인벤토리가 나타났다.

대신 이번에도 마석 하나가 사라졌다.

인벤토리가 늘어난 것은 거기까지였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사실을 검토해 보았다.


기본 인벤토리는 유토피아에서처럼 그냥 주었다.

그곳에 도축용 칼을 넣으면서 내가 미쳐서 헛것을 보는 중이 아니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 인벤토리부터는 마석을 요구한다.


처음 인벤토리는 마석 하나,

두 번째 인벤토리도 마석 하나,

하지만 세 번째 인벤토리는 마석 하나가 아니었다.

인벤토리 주변에 빛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니 더 많은 마석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었다.


둘? 아니면 셋? 어쩌면 그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인가 규칙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히 하나씩 더하거나 또는 제곱으로 늘어나는 식이 아니라면 당장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쨌든 한가지는 확실했다.

마석이 필요했다.


인벤토리 하나에 한 개의 마석을 대가로 제공하는 것이라면 큰 부담은 없다.

몇 개월 꾸준히 파티에서 제 역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세 번째 인벤토리를 확장하지 못하는 것에서 한 개씩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1, 1, 2, 3, 5, 8, 13 이런 식으로 늘어난다면?

또는 1, 1, 2, 4, 16, 256 이런 식으로 제곱으로 늘어난다면?

아예 규칙도 없이 1, 1, 1000 이런 식이라면?

어떤 식이든 이렇게 많은 마석을 요구한다면 답이 없다.

파티의 신입이 버는 마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더구나 인벤토리가 전부가 아니다.

창고도 있다.


유토피아에서 과금으로 늘릴 수 있는 개인 인벤토리의 칸수는 10개가 전부다.

인벤토리 한 칸당 물품 하나씩 들어가는 매우 불친절하고 쓰임새가 한정적인 인벤토리였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불만은 있을지언정 폭동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 인벤토리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에서는 과금하는 비용에 따라 공간을 살 수 있는 창고가 있었다.

전투할 때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편의성을 감안하면 그 정도 단점은 눈감고 넘어갈 만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고를 인벤토리 대용으로 사용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투용으로 당장 필요한 무구류를 제외한 모든 물품은 창고에 보관했다.

더구나 구치소로 끌려갈 즈음의 나는 상황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가상현실상의 재화를 모조리 정리해서 여러 개의 창고에 나누어 정리해 두기까지 했다.

그때는 생돈이 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아까웠지만, 지금은 다행이었다는 생각뿐이다.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가상현실에서 활동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가상현실상의 재화를 쌓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 경우는 아예 마석용 창고가 하나 따로 있을 정도였다.

마석이 쓰레기 취급을 당할 때부터 긁어모았다.

한국으로만 치면 아마 100위 내에는 충분히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규모였다.

마석이 유토피아 내부에서 화폐 대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배팅한 코인러들에 의해 가격이 슬슬 올라가는 것까지 보고 왔다.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부자다.

지금도 내 창고를 확보할 수 있다면 테라에서도 부자일 것이다.

하지만 인벤토리를 생각하면 창고에는 몇 개의 마석을 요구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한 달에 마석 3개.

괜찮은 수입이다.

혼자서 호화롭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대리인은 말했다.

마음껏 멋대로 날뛰어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이렇게 월급쟁이처럼 안전지향으로 사냥하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일까?

마음껏도 아니고, 멋대로도 아니고, 날뛰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나?

이러면 계약을 어기는 것이 아닐까?

계약을 어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겁을 먹은 고양이처럼 주변을 살피며 언제라도 도망칠 궁리만 한다면 내게 무슨 짓을 할까?


내 눈에는 유토피아 사의 대리인이라는 자부터가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악마와 같은 느낌이랄까?


더구나 나는 지금 내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고 있었다.

제법 쓸만한 칼잡이이기는 하지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실력만 보이는 중이었다.


아직 육체와 기억 속의 경험을 일치시키지도 못했고,

아직도 육체가 한참 자라는 나이라서 간혹 실수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테라의 세상이 현실이니까.

내가 목숨이 하나 밖에 없다고 가정해야 하니까.


그래서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과연 맞는 판단일까?


고민하던 나는 속마음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료 게임에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밤 11시에 올라갑니다. +1 24.08.21 3,820 0 -
30 30. 마석에 대하여 NEW 3시간 전 586 41 11쪽
29 29. 포지하트의 호의 +7 24.09.18 2,044 101 12쪽
28 28. 초식 동물들 사이에서 호랑이가 산다 +16 24.09.18 2,795 109 12쪽
27 27.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7 24.09.16 3,130 144 12쪽
26 26. 노려지다 +10 24.09.15 3,397 130 12쪽
25 25. 대형 길드와의 조우 +13 24.09.14 3,641 134 12쪽
24 24. 다시 미궁으로 가기 전에 +6 24.09.13 3,976 153 12쪽
23 23. 돌파구 +5 24.09.12 4,369 155 12쪽
22 22. 나는 누구인가? +33 24.09.11 4,929 154 13쪽
21 21. 상태창 해금의 조건 +10 24.09.10 4,933 173 12쪽
20 20. 싸움은 마석으로 하는 것 +9 24.09.09 4,982 198 12쪽
19 19. 미궁 지하 깊은 곳에서 온 자들 +17 24.09.08 5,148 200 11쪽
18 18. 지도에 표시된 곳 +8 24.09.07 5,414 191 12쪽
17 17.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면 +6 24.09.06 5,511 202 12쪽
16 16. 다시 미궁으로 +17 24.09.05 5,574 189 12쪽
15 15. 동료? +22 24.09.04 5,775 204 12쪽
14 14. 보물은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보물이다 +12 24.09.03 5,805 220 12쪽
13 13. 마석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 +13 24.09.02 5,779 215 12쪽
12 12. 미궁 지하 2층 +7 24.09.01 5,939 225 12쪽
11 11. 미궁 지하 2층을 가기 전에 +18 24.08.31 6,003 226 12쪽
10 10. 첫 번째 단독 사냥 +13 24.08.30 6,130 223 12쪽
9 9. 단독 탐색 준비 +10 24.08.29 6,208 227 12쪽
» 8. 아무래도 독립해야겠는데 +11 24.08.28 6,452 228 12쪽
7 7. 테스트 +6 24.08.27 6,785 223 12쪽
6 6. 미궁 지하 1층 +17 24.08.26 7,372 243 11쪽
5 5. 시작은 파티부터 +9 24.08.25 8,350 265 13쪽
4 4. 미궁도시 타넬론 +21 24.08.24 9,187 275 12쪽
3 3. 떠나야 할 때 +16 24.08.23 9,271 287 13쪽
2 2. 밧줄을 끊은 코끼리 +8 24.08.22 10,238 28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