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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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최근연재일 :
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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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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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DUMMY

오늘 이혼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마음의 준비는 철저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나 보다.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


서로 맞지 않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지친 탓이다. 어쩌면 그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관리에 신경 써 젊은 시절의 외모를 그대로 간직한 아내와 달리, 잦은 영업과 야근으로 배 나온 아저씨가 된 내 모습을 생각하면 말이다.


“후···.”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나보다 벌이가 더 좋았던 전처는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았고, 주에 한 번씩은 딸아이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까.


덕분에 마음 놓고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퇴직금과 분할 받은 재산을 모으면 작은 치킨집이라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집부터 구해야지. 언제까지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싸구려 모텔방에 누워 그렇게 생각했다.


습관적으로 담뱃갑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돛대네."


이혼은 큰일이다.


막연한 두려움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세상이 무너지진 않았다. 오히려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린 결혼생활에 탈력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들어오기 직전 샀던 담배가 바닥을 드러내고, 깨끗했던 재떨이가 수북해진 것이 그를 방증했다.


나가야겠다. 담배도 새로 사고, 나간 김에 먹을 것도 좀 사 와야지. 


배달시켜먹으면 편하지만, 앞으로 돈이 얼마나 나갈지 모른다. 목돈이 들어왔다고 흥청망청 쓰다간 훅 가는 수가 있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딸랑.


힘없는 발걸음으로 모텔로 돌아가는 길에, 골목에 세워진 반사경이 눈에 들어왔다.


있었는지도 몰랐던 그것에 비친 내 모습. 가까이 가서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초라하다.


‘한때는 잘나가던 나였는데.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니, 입사 초기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나 좋다던 여자들이 그리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어디에나 보일 법한 아저씨다.


총기를 품고 있던 눈은 사회에 찌들어 반쯤 감겨있고, 머리는 세월이 흐를수록 벗겨져만 갔다.


아침에 깎았던 턱수염이 거뭇하게 고개를 내밀며, 옷 위로도 감출 수 없는 뱃살까지.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좀 해야 하나.’


관리를 한다고 쉽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 시간이 남을 것은 확실하니까.


본판이 어디 가지는 않았을 테니, 빡세게 관리하면 전처럼 인기가 많아질지도 모르지.


물론 당장의 일은 아니다.


오늘은 모텔로 돌아가, 맥주 한 캔 마시고 잠이나 퍼질러 잘 생각-


쿵—!


순간 들려온 굉음. 근처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진동. 몸에 튀기는 파편과, 돌덩이에 맞고 깨져나가는 반사경.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바닥에 거의 닿도록 몸을 숙이고, 고개만 살짝 들어 주변을 살폈다.


충격적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무너져내린, 내가 묵던 모텔. 그 위에 열린 게이트와 포효하는 거대한 괴수. 괴수의 손에 붙잡힌 여성.


어째서인지 괴수는 여자를 죽이지 않고, 무엇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리고 바로 앞.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떨어진, 하트와 리본으로 장식된. 약 30cm 정도 길이에, 커다란 보석이 달린 저것은 설마-


“요술봉?”


영어로는 매직 스틱(Magic Stick).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괴수가 찾는 것이 이것이라는 걸. 이해하기 힘든 광경보다, 바로 앞에 떨어진 물건에 절로 손이 향했다.


- 남자가, 그것도 수염 덥수룩한 남자가 이 몸에 손을 대다니. 당장 그 더러운 손 떼지 못해?


귀를 통한 것이 아닌, 머릿속에 때려 박는다는 느낌의 외침.


그 직후, 괴수가 또 한 번 포효했다. 괴수의 손에 잡힌 여자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 이런 젠장! 이봐, 주변에 여자는 없어? 빨리 아무에게나 이 몸을 건네!


이 무슨 여자에 미친 발언이란 말인가.


순간 정신이 멍해지려 했으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목소리의 말대로 움직이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이른 낮 시간대의 모텔촌에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 몇 없던 행인도 사건이 발생한 직후 도망 친지 오래다.


보이는 여자. 아니, 사람이라고는 저기 괴수의 손에 붙잡혀있는 여자가 유일. 그러나 저기까지 요술봉을 가져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목소리 역시 그것을 파악한 모양이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씹어 먹는 말투로-


- 이익! 너! 이름은?


“민수. 박민수다.”


- 박민수! 계약이다!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


갑자기 이게 무슨.


아무리 오늘 이혼을 했다 해도, 그게 남성성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성의 해방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런데.


“여자가 되라고?”


- 되겠냐고! 이름이 마법소녀일 뿐이지 소녀가 되는 건 아니라고!


고된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작은 동심이 파괴된다!


- 저놈이 언제까지 저기서 저러고 있을 것 같아? 지금이야 승리에 취해 눈치채지 못했지만, 너를 발견하는 순간 끝이야! 


맞는 말이다. 괴수의 힘을 평범한 사람이 이겨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냥 도망가면 되는 거 아닌가.”


- ···!


남자인 내가 어떻게 마법소녀가 된다는 것인진 몰라도, 목숨을 걸 이유는 없다.


- ···너, 나이 많지?


“무례하군. 아직 청춘이다.”


- 젊음. 마법소녀의 육체는 전성기를 향해 변해가. 보통은 성장이 조금 빨라지는 쪽이지만, 너의 경우에는 반대로 작동할 거야.


“···!”


- 거기다 괴수와 싸울 때마다 충분한 보수도 나오고, 은퇴 후에는 평생 연금까지 보장! 어때. 싸움 한 번의 대가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두근-!


생각지도 못한 조건에 심장이 맥동한다.


충분한 보수와, 평생 보장되는 연금이라니. 치킨집, 차리지 않아도 되는 걸까.



···.



그래. 이것은 베일에 싸인, 최강의 마법소녀의 이야기.


평범한 이혼남이었던 나의 이야기다.



···.



그전에.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그건 그 사람 사정이고.


“계약서는?”


사회생활을 해본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계약서는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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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6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8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6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3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7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2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4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6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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