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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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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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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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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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DUMMY




“역시 남자는 바지를 입어야 하는 법이다.”


고대시대에는 성별 구분 없이 치마를 입었다고 해도, 마법소녀의 제복 치마는 이야기가 다르다.


짧은 미니스커트.


마법소녀 대부분이 10대 초중반 아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악질적인 디자인이다.


- 그, 원래는 내가 입던 제복인데···.


“심지어 중고였나.”


자연히 찌푸려지는 인상.


그렇다고 옷을 벗을 수는 없다. 이곳은 별빛의 성소. 대놓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니까.


- 저쪽으로 가면 패션 스트리트야!


매직스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패션스트리트. 그 이름에 걸맞게 많은 가게들이 저마다 다양한 옷들을 걸어놓고 팔고 있었다.


“여기서 파는 것들이 전부 제복인가?”


마법소녀의 제복이라는 건 그렇게 수요가 많은 것일까.


- 마법 ‘소녀’라고! 다양한 옷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뭐···. 가끔 괴수와 싸우다 찢어지면 새로 사야 하기도 하고.


후자 쪽이 메인···. 은 아닌 것 같다. 발급받은 계좌에 들어온 금액 중 품위유지비 항목은 그것을 위한 것이었나.


- 저기, 저기! 스파클 매직!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야!


“지나친다.”


- 어째서!


건물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왔다. 저기서는 내가 원하는 옷을 찾을 수 없다. 들어가 봐야 거추장스럽게 레이스나 프릴이 잔뜩 달린 옷들이 반길 뿐이겠지.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귀여움 따위는 쓰잘데기 없다.


심플한 디자인, 움직임에 거슬리지 않는 실용성. 그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옷을 찾는다.


그러나.


“진이 빠지는군.”


마법소녀의 성지인 별빛의 성소답게, 그런 옷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새 패션 스트리트의 끝자락.


“이래서야 최아영을 습격하고 옷을 빼앗는 편이 더-”


- 안돼!


“후우···.”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마법이 걸리지 않은 일반 복장을 입고 싸우는 수밖에 없나.


충분한 양의 마소를 얻어, 원하는 옷을 제복화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음? 저건 뭐지?”


- 어, 글쎄? 저런 가게도 있었나?


패션 스트리트의 가장 바깥쪽에서, 끄트머리만 살짝 맞닿아 있는 허름한 건물.


“저기다.”


- ···진심이야? 들어가기 싫게 생겼는데. 별빛의 성소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곧 무너질 것처럼 낡아있고, 간판조차 걸려있지 않다. 유리창은 두껍게 코팅되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이런 곳에서 장인을 만나는 법이지.”


연은 드러난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법이다.


실력이 뛰어난 장인을 만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부와 명예에는 관심이 없는 장인은 아무에게나 물건을 팔지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가면 된다. 손해 볼 것은 없지.”


딸랑-!


문을 여는 묵직한 감각. 오래된 종소리, 흐릿한 먼지와 곰팡이 냄새.


손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낡은 가게의 안쪽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방직기의 소리. 생각에 자그마한 확신이 더해진다.


“크흠.”

“뭐야. 아영이냐? 이번에는 꽤나 빨리 왔구나. 내가 험하게 싸우지 말라고···. 잉? 넌 누구여?”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내자, 방직기 소리가 멈추며 안쪽에서 여자가 걸어 나온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 정도. 보라색 긴 머리를 한 깐깐한 인상의 미녀였다.


“내 이름은 스트롱 민수. 신입 마법소녀다. 괜찮은 제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어린 녀석이 반말이나 찍찍거리는구나.”


어린 녀석이라. 얼마 만에 듣는 말인가.


좋은 의도로 한 말은 아니겠지만, 마법소녀의 힘으로 젊은 몸을 얻은 것이 실감 나 웃음이 나온다.


“웃어? 허. 특이한 녀석. 좋다. 어떤 제복을 원하지? 프릴이 잔뜩 달린 귀여운 스타일? 아니면 노출이 심한 섹시한 스타일?”


과연 그녀 역시 이곳의 주민, 마법소녀라는 것일까. 말을 할 때마다 그에 맞는 디자인의 옷이 어디선가 날아온다.


“원하는 것은 실용성이다.”

“호오?”

“움직임에 거슬리지 않도록 장식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는데. 디자인은···. 최대한 심플했으면 좋겠군. 무엇보다도 치마는 안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녀석이구나. 마음에 들었다. 좋아, 만들어주지.”


맞춤 제작이라.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좋기는 하지만, 사이즈 측정 과정에서 남자라는 것을 들킬 수도 있다.


마법소녀가 된 이후, 처음으로 겪는 위기 상황!


“일주일 후에 오거라.”

“···사이즈 측정은 안 하는 건가?”

“내 경력이 올해로 200년이 넘는다. 사이즈 따위, 대충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어. 디테일한 부분은 마법으로 알아서 맞춰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기를 돌파했다.


마법소녀···. 아니, 마법 할머니의 마법은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인가. 눈대중으로 쟀다고 사타구니가 끼거나 할 일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일주일이라.


제복이 완성될 때까지는 마법소녀 일을 쉬어야 하는 것일까.


“왜, 당장 입을 제복이 필요하냐?”

“있습니까?”



“지금 와서 존댓말?”

노인공경은 전통의 미덕이다. 하물며 내가 입을 제복을 만들어줄 장인에게 존댓말쯤이야.

“만들어둔 것들은 따로 주인이 있어서 안돼. 어디 보자. 예전에 내가 입던 거라도 줄까?”

“···.”


중고 치마를 넘어, 이제는 중고 바지인가. 그냥 일주일 쉬는 편이-


- 받는다고 해!


매직스틱이 진동하며 의지를 전한다.


“받으라고?”


- 저 사람, 기억났어. 우리 마법소녀들의 원로 중의 원로, ‘자옥’이야! 전설의 퍼플 제이드(Purple jade)가 이런 곳에서 옷 장사나 하고 있었다니···.


“퍼플 제이드(Purple jade)···?”

“나를 알아보다니. 신입, 제법 식견이 있는 사수와 계약한 모양이구나. 잠깐 기다려라. 꺼내올 테니.”


자옥은 그리 말하고 가게 안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나타난 그녀.


“받아라.”


보라색 단색의 슬랙스와 흰 와이셔츠, 연보라에 가까운 싱글 노카라 조끼. 보라색 실크햇까지.


- 이건···!


“마법소녀라기보다는 마법사에 가까운 복장이군요.”

“아껴 입어라. 다음 주에 옷 받으러 올 때 멀쩡히 챙겨와.”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실크햇을 제외한 나머지를 받아들고 밖으로 향하려던 순간.


“대여료와 제작비. 합쳐서 2500주얼이다. 카드도 받아.”


주얼.

별빛의 성소에서 통용되는 마법소녀들의 전용 화폐.


“환율을 계산하면···. 한화로는 얼마지?”


- 대충 2500만 원에서 2600만 원 사이?


퇴직금. 퇴직금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



다행히도 퇴직금에는 손을 대지 않아도 되었다.


신입 마법소녀에 대한 축하금과, 소머리 괴수 처치에 대한 보상금이 스트롱 민수 명의의 계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원래는 그 정도로 많지 않은데, 협회에서의 실수도 있으니까 크게 책정된 것 같아. 등록 때부터 A급 판정을 받은 영향도 있을 테고.


보상을 크게 받아 나쁠 것은 없다. 치킨집 창업계획은 이미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


“연금도 꽤나 기대해도 될 것 같군.”


- 연금 관련 문의는 마법소녀 본청이나, 각국 정부와 협업해서 운영 중인 마법소녀 관련 부서로 문의하면 돼!


옷을 갈아입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본다.


완전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치마를 입고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 그런데, 모자는 왜 안 가져온 거야?


“후우···. 모르는 건가.”


이 요술봉은 아는 것이 없다. 신입 마법소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줘야 하는 사수라고 보기에는 쓸모가 없는 수준이다.


“모자를 쓰면 두피에서 열 배출이 잘되지 않는다. 열성탈모의 원인이 되지.”


- ···그래.


마소가 모두 소모되어, 변신을 유지하고 있던 힘이 사라진다. 젊었던 모습이 사라지고, 초라한 중년 남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넘치던 젊음의 활기가 사라지고, 피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웃음이 나온다.


“봐라.”


- 꺄, 꺄악! 뭐 하는 거야, 빨리 올려!


변신이 풀리자마자 흘러내리는 바지.


그렇다. 잦은 술자리와 회식으로 생긴 두툼한 뱃살이, 조금이나마 빠지고 만 것이다!


어깨를 짓누르던 근육통도 계약 이전에 비하면 확연히 적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빽빽하게 자리한 머리카락!


메마른 광야와도 같던 두피는, 비옥한 토지가 되어 검은 새싹을 틔우고 있다.


“두 번의 변신으로 이 정도 효과라니.”


- 흥. 고작 그 정도를 가지고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단숨에 몇 년은 젊어진 것처럼 보인다. 절대로 고작이라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 잘 들어. 변신은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야. 육체에 엄청난 부담감을 준다고. 특히 변신의 숙련도가 낮고, 마소의 양이 적은 지금은 더더욱 그렇지.


변신이 풀린 직후 느껴지던 피로감은 그 때문인가.


- 하지만, 점차 육체가 적응하고 마소의 양도 늘어난다면···.


“늘어난다면?”


- 조금씩 지속시간도 늘고, 더 자주 변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는 변신 상태와 평상시의 상태가 일체화되는 경지. 상시 변신. 혹은 완전변태(完全變態)라고 불리는 상태에 진입할 수도 있지.


“완전변태···!”


- 물론 그 경지에 도달한 마법소녀의 수는 극히 적지만 말이야. 대부분은 그 경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은퇴하고 마니까.


어째서인지 으스대는 듯한 매직스틱.


완전변태가 그렇게 어려운 경지라면, 도달하는 이들이 적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마법소녀의 평균 활동 기간은 3~4년 안팎에 불과하니까.


“좋아. 정했다.”


- 뭘?


“세상을 구하는 것. 그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딸을 위한 일이다. 나를 위한 목표 역시 필요하지.”


나를 위해 살겠다. 분명 그렇게 정했다.


“완전변태의 경지에 오르는 것. 그를 통해 완전한 젊음을 손에 넣는다.”


- ···뭔가 이상한데.


젊음을 얻겠다는 것 자체는 계약 당시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지금 그것이 완전변태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


- 갑자기?


“너는 완전변태의 경지에 오른 마법소녀가 적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 너 또한 그 경지에 오른 마법소녀가 아닌가?


- 어떻게 알았어?!


“후우. 잘 들어라.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게 흘렀다.”


군대를 포함하면 그 이상.


“선임 비위 맞추고, 커피 심부름하고. 거래처 직원에게 고개도 숙였다.”


- 어, 음. 힘들었겠네.


“기나긴 인고의 세월 동안 늘어난 것은 뱃살과 주름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너의 말투에 담긴 자부심 하나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나?”


- ···묘하게 눈치가 빠른 이유가 그거였구나.


작게 한숨소리가 들린 이후, 의기양양하게 들뜬 목소리.


- 맞아! 내 이름은 춘자(春者). 우리 세계에서는 봄의 아이라 불리던 사람.


지구 이전, 하나의 세계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네 명의 마법소녀. 그중 하나인 봄의 아이(Child of Spring) 춘자.


- 나와 계약한 것을 행운으로 여기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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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6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49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2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6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1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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