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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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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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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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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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DUMMY


세상을 구하기 위한 위대한 계획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미래는 미래고 현재는 현재.


낡은 SUV를 이끌고 달리는 지금. 창문 너머로 포효화는 괴수가 보인다.


“크오오오!”


아직 회사 설립도 되지 않은 상태이며, 가야 할 길은 멀다. 모든 창업자가 한 번씩 걸어야 하는 순간. 몸으로 뛰어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 근데, 계획대로라면 너는 평생 몸으로 뛰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군. 계획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


인간 박민수는 하는 일이 없더라도,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는 괴수와의 전쟁에서 가장 선봉에 서야 할 존재.


경제적 자유는 누릴지언정 시간적 자유는 이룰 수 없는 한계. 통장 잔고가 아무리 쌓여도 그걸 쓸 시간이 없을지 모른다.


워커홀릭이 아니라면 누구도 반기지 않을 일인 것이다!


“분신 마법 같은 것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경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괴수를 처치하는 편리한 분신. 방 안에서 OTT 보는 동안 시급이 벌리는 꿀과 같은 마법!


- 으음···. 분명 마법소녀 도서관에서 그런 기록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정말인가?!”


드디어 이 쓸모없는 매직스틱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온 것인가.


- 있다고 해도 너한테는 무리인걸. 새로운 신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마법이라면, 난이도는 물론이고 소모되는 마소의 양이 상당할 테니까.


“제길···.”


어쩔 수 없이 평생 동안 현장직으로 뛰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지.”


괴수들의 침공에서 세계를 구한다. 단지 그뿐이라면 평생 현장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미래가 확정되어버린다.


믿을 수 있는 후임 양성?


내 계획은 어디까지나 내가 최고의 자리에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 거대한 상징성이 된 다음 은퇴한다면, 그것도 어느 정도 지속적인 효과가 유지되기는 하겠지만···.


도시 전설 중 하나가 되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겠어.”


- 계획이고 뭐고, 얼른 저 녀석이나 처치해!


괴수에게 사회의 쓴맛을 보여줄 시간이다.


*


끝없이 터지는 플래시.


괴수의 등장은 곧 마법소녀의 등장. 위험하지만 그만큼 화제성을 가진 장소라는 뜻.


괴수의 등장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기자들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스트롱 민수! 여기 좀 봐주세요!”

“세상에, 저 옷감 좀 봐!”

“너무 멋있어, 한 번만 웃어주면 안 되나요?”


본래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테지만, 계획의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 화제성이 필요한 순간. 적당히 상대해 주는 것이 좋겠지.


“거기. 기자들.”

“목소리도 완전 멋있어!”

“허스키해. 하악···.”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기자들을 보자니 자연스럽게 찌푸려지는 인상.


“사진. 곤란.”

“죄, 죄송합니다!”

“어이, 기자들! 빨리 카메라 치우고 길 비켜드려! 불편해하시지 않냐!”


지켜보던 시민들이 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여론을 못 이기고 물러나는 기자들. 그러나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저, 저기! JTVC 안수영 기자입니다! 짧게 인터뷰 한 번만-”

“후우···.”

“히, 히익!”


주변의 눈치를 보고 벌벌 떠는 기자.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넨다.


“인터뷰는. 소속사에 문의하도록.”


시끄러운 와중에도, 모두에게 선명하게 전해지는 목소리. 짧지만 그 말이 준 충격은 보통이 아니겠지.


내용을 곱씹은 기자와 시민들이 경악하는 것을 뒤로하고,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서 중 하나인 소녀쳥.


언제나 암중에서, 마법소녀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존재하는 곳.


- 단독)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가 언급한 ‘소속사’의 정체는?

- 누가 스트롱 민수의 마음을 훔쳤는가!

- 충격) 스트롱 민수의 연예계 진출 선언?!

- 연이은 마법소녀들의 은퇴. 팬들의 잘못은 없는가?


쾅!


“저게 무슨 소리지? 스트롱 민수에게···. 소속사? 연예계 진출? 어느 회사의 수작이지? 아무도 모르는 거냐!”


소녀청 직원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청장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야 아는 바가 없기 때문.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SOS에 협력 요청은?”

“스트롱 민수가 정보 보호 요청을 했다며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멍청한 놈들. 앞길 창창한 마법소녀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어쩌면 SOS. 별빛의 성소에 있는 그 머저리들도 스트롱 민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일 처리라는 것이 제대로 된 녀석들은 아니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저···.”


그때, 구석에서 조용히 손을 드는 한 남자.


청장은 분노한 와중에도 그가 담당한 업무를 떠올린다. 대외 업무 협력.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만···. 워낙 허황된 이야기라.”

“말해봐.”


꿀꺽.


“최근 한 남자가 마법소녀 육성을 위한 비영리법인 설립을 문의했다고 합니다. 마기태라는 변호사인데-”

“그걸 왜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거야!”


다시 한번 책상이 무너질 것 같은 소음이 퍼진다.


“내가 마법소녀 관련된 이야기를 뒤늦게 알아서 되겠나! 대한민국 소녀청 청장인 내가!”

“죄, 죄송합니다! 아직 서류도 제출되지 않은 단계라···. 알려드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서류도 제출되지 않은 단계라면, 비슷한 문의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몰린다. 오히려 그걸 파악하고 있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청장은 계속해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후우. 계속 말해봐.”

“아직 계획단계라고 합니다만. 설립 목적은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마법소녀의 육성. 구체적으로는 스트롱 민수를 필두로 한 다른 마법소녀들 간의 교류, 노하우 공유와 생계 지원 등이라고 합니다.”

“···.”


말은 좋다.


모두 마법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니까. 하지만 걸리는 것은.


“비영리법인이라고?”

“네.”


비영리법인.


이름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법인을 뜻한다. 그러나 청장은 오랜 세월 사회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원래 구린 것들이 속내를 감추는 법이다.’


차라리 영리목적이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기획사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본인들의 목적인 돈. 그것을 위해서라면 마법소녀를 잘 관리해 줄 테니까.


‘하지만 비영리? 그럼 뭐, 세계 평화를 원하기라도 한다는 뜻인가?’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순진한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가, 누군지 모를 놈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 순간.


“연관된 사람 모두 철저하게 조사해. 티끌만큼이라도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제거한다.”

“네!”


하지만, 만약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다면···.


“그땐 한번 만나보도록 하지.”


한때 츄잉츄잉 수진이라 불렸던, 소녀청의 청장. 이수진이 박민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기사들을 훑는다.


“흠. 이 정도인가.”


뉴스는 이미 내가 설립할 예정인 MGE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시민들의 관심 역시 터지기 직전.


원래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 처리가 빨라지는 법. 슬슬 MGE의 설립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지금부터는 시간이 곧 생명!


- 그래서, 여기는 왜 온 건데?


“모르는 건가.”


낡은 SUV를 끌고 도착한 곳은 명품 백화점.


“정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지. 실망이구나.”


- 멋대로 실망하지 말라고!


주차장을 헤매며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 향하는 곳은 고급 시계를 파는 매장.


“어떤 걸 찾으세요?”

“가장 비싼 걸로.”


직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몇 개의 시계를 가져와, 차례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 이 제품은 어떠세요? 내부 부품이 신합금 소재로 만들어져 특유의 빛이 아름답죠. 거기다 무브먼트의 신뢰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구조적으로도-”

“가격은?”

“1,500만-”

“다음.”

“그럼 이건 어떠세요? 플래티넘 소재로-”

“가격은?”

“1,800만-”

“후우···.”


한심함을 가득 담아, 직원을 바라본다.


“내가 뭐라고 그랬지?”

“가, 가장 비싼 걸로···.”

“그래.”


결국 2,500만 원짜리 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더 비싼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장에서 당장 구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고가.


내킨 김에 백화점을 돌며 구두와 벨트, 지갑도 새로 구매했다.


단번에 수천만 원을 지불했으나 마법소녀의 통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으니!


구매를 마치고, 바로 근처의 테일러 숍으로 향했다. 오래전 회사 사장이 자랑했던 매장이다.


“맞춤정장. 중후한 매력이 있도록. 최고급으로.”

“어···. 일단 치수부터 재겠습니다. 제작 기간은 3주에서 4주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두 배를 주지.”

“그렇게 말씀하셔도···.”

“세 배. 부족하면 네 배. 아니, 다섯 배를 주지.”


재단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내일 당장 입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죠.”


퍼플 제이드가 만든 옷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괜찮은 원단으로 제작될 정장.


정장 구매까지 마치고 다시금 차에 올라탄 순간.


- 사치는 안돼! 돈은 그런 식으로 쓰면 안 되는 거라고!


“이봐, 봄의 아이.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지?”


- 갑자기 말 돌리지 마!


“중요한 이야기다.”


- 그렇다면···. 음, 사업 아이템···? 역시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편이-


“아니.”


순진한 소리를 내뱉는 매직스틱의 말을 끊어낸다.


“사업 아이템.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장이나 직원의 능력? 역시 아니지. 바로 ‘얼마나 있어 보이는가?’다.”


- 어?


“다른 말로는 마케팅. 어떻게 홍보하느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미지로 보이느냐. 그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이어붙이고,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끼워 맞춘다. 감언이설로 홀리고, 착각하도록 유도한다. 그것이 사업.


- 그게 뭐야. 사기잖아!


“실패하면 사기. 성공하면 사업인 것이다!”


- ···.


“그런 의미에서 대표가 무엇을 입느냐. 무엇을 먹고, 무엇을 타고. 어디서 지내는지는 당연히 중요한 일. 과한 소비라고? 과연 그럴까!”


세계 최고의 마법소녀가 속하는 회사의 대표다. 압도적인 자산가로 보여야 한다.


비영리법인을 운영하는 이유가,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오히려 지금도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시계도 종류별, 브랜드별로 몇 개씩 구매해야 하고, 요일과 날씨마다 갈아입을 정장과 구두가 필요해.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그쳤을 뿐이다.”


- 나는, 나는 잘 모르겠어. 사업이란 대체 뭘까···.


“사람의 관심이 모이는 곳에 돈이 흐른다. 사업의 본질은 그것 하나뿐.”


나는 거기에, 돈 대신 힘을 얻는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럼 출발하지.”


- 이번엔 어디로?


말해 뭐 하는가.


그동안 함께했던, 낡은 SUV를 보내줄 차례다.



작가의말

본래 비영리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3인 이상의 발기인(그 발기 아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관련 부분을 너무 깊게 다룬다면 마법소녀물이 아니라 기업물이 되어버리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Linss
    작성일
    24.08.27 18:04
    No. 1

    각성하고 한달도 안되어서 사라진 마법소녀인데 끗발이 좀 있었군요. 소녀청장이라니 츄잉츄잉수진!!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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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2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2 10 11쪽
»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2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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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3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1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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