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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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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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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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법소녀)

DUMMY


- 잡생각을 줄여야 한다고 했거늘. 도저히 말을 듣지 않는구나.


“···죄송합니다, 스승님.”


선대 마법소녀, 천마(Celestial Magic)의 계약자. 러블리 하유니. 아니, 신하윤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힘의 크기 따위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 어떻게 다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했지.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신하윤이 아무리 강한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천마는 나뭇가지 하나만으로 그녀를 이길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기교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도저히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 ···.


5년 차 마법소녀. 흔치 않은 케이스다.


인간이란 머리가 커질수록 순수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잡념과 욕망, 사회의 악의는 매일같이 마법소녀의 힘을 갉아먹는다.


안 그래도 늦은 나이에 마법소녀가 된 신하윤이기에 그 세월은 더욱 뼈아프다.


- 그래도, 노력해왔지 않느냐.


남들이라면 진즉 은퇴했을 수준으로 떨어진 마소량. 그럼에도 C급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이나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하윤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는지. 천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그 녀석 때문이냐?


정곡을 찔러오는 목소리에, 매직스틱을 붙잡고 있던 신하윤의 손이 떨린다.


- 그건 잊어라. 사특한 힘이다. 떠올리지 말고, 머리에서 지워라. 결국엔 스스로를 파괴하게 될 뿐이야.


“사특하다 하셨습니까?”


격정에 찬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스스로도 깜짝 놀란 듯 동그랗게 변한 눈동자. 그러나 신하윤은 멈추지 않았다.


“마법소녀란 세상을 지키기 위한 자들. 설령 그 힘이 사특한 힘이라 해도, 괴수에게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에 어찌 사특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 갈(喝)!


처음 듣는 스승의 호통에, 신하윤의 몸이 떨렸다.


- 후우···. 어쩔 수 없지. 그 힘, 혼돈의 마소에 대해 설명해 주마. 듣고 깨달아라.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내가 어찌 잊으라 하였는지.


천마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마법소녀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네. 최초의 마법소녀와, 마녀. 그 탄생에 대해서.”


- 그건 두 공주의 이야기. 하지만 믿을 수 있겠느냐? 단순히 사람의 성품만으로 이런 불가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건···.”


의문을 가진 적은 없다.


까마득한 고대부터 시작된, 세계를 뛰어넘는 전쟁. 따라서 옛 신화를 듣는 것과 같은 감상을 가졌을 뿐이다.


- 두 공주의 성품은 타고난 것. 그 힘 역시 타고났던 것이라 보는 것이 알맞겠지.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부터 난 것일까?


“왕···?”


- 그래.


이야기에서 큰 비중이 없었던 등장인물, 왕. 그러나 그것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아름다운 나라의 왕. 그가 바로 태초의 힘, 혼돈의 마소를 소유한 주인이었다.


별빛의 성소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마법소녀만이 아는, 긴 역사의 진실이 풀리기 시작했다!


- 오늘 서울 노원구에 괴수가 등장했습니다.


“네?”


- 내가 한 말 아니다.


*


- 오늘 서울 노원구에 괴수가 등장했습니다. 산성 용액을 뿜어내는 괴수의 등장에 많은 피해가 우려됐는데요.


오랜만의 헬스장.


유산소를 위해 러닝머신에 올라서자, 옆자리의 모니터가 눈에 들어온다.


- 괴수의 등장보다 더 큰 주목을 모은 바로 그 사람.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의 등장에 시민들이 환호합니다.


- 다른 마법소녀들과는 달리, 그간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던 스트롱 민수. 드디어 첫 기술을 선보입니다!


- 사회의 쓴맛(Bitter Taste of Society). 줄여서 BT···.


어느 곳에서나 어제의 일이 반복해서 나온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극적이다. 새롭게 맞춘 제복의 역할이 주요했다.


귀여움을 주요 포인트로 강조하던 마법소녀들 사이에서, 고급스러운 멋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인물의 등장이었으니.


기껏해야 톰보이 스타일이 전부였던 마법소녀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 나 참. 그런 것이 먹힐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생각이 짧군. 시야도 좁아.”


특히 ‘사회의 쓴맛’은, 어린아이들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유행한다는 듯하다.


실수를 한 아랫사람을 장난스럽게 쥐어박으며 ‘이것이 사회의 쓴맛이다, 이놈아!’ 따위의 말을 건네는 것은 벌써부터 하나의 문화에 가깝다는 평가!


- 그거 괜찮은 거 맞아?


“글쎄. 그것까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기존 마법소녀의 기술명을 따라 하지 않았던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닌 단순히 낯부끄러웠기 때문이라는 것의 증명. 이는 단순히 소비층을 확장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역시, 틀리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물을 들이켜는 와중에도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에 대한 만족 때문이 아니다.


- 그냥 쉬는 게 어때? 아직 아프다면서.


“아니.”


아직 놀이공원에서의 여파가 몸에 남아있으나, 너무 쉬어서는 몸이 굳어버린다.


- 산성 괴수를 상대할 때도 꽤 위험할 뻔했잖아?


“확실히 제법 위험하긴 했지.”


근육통 때문에 간신히 걸을 수만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그것이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던 모양이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이득은 상당히 많았다.


마소가 몸에 영향을 주는 속도가 빨라진 것인지, 이제는 탈모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두피와 사라진 주름.


두툼했던 뱃살 대신 슬슬 복근이 눈치를 보며 자라나고 있었고, 피부도 상당히 매끄럽다. 외형만으로 봐서는 도저히 40대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주할 수는 없다.”


계획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니까.


“그런데. 크기를 줄이거나, 모양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주머니 속의 매직스틱. 평상복 때는 어떻게 가린다 해도, 운동을 할 때는 어떻게든 그 위용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


마법소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몽둥이는, 계약한 사수와의 연락을 위한 필수품이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눈에 띈다.


- 그게 될 것 같아? 이건 요술봉이지 여의봉이 아니라고!


“흠. 그것도 안 되는 건가.”


이 매직스틱은 다른 매직스틱과는 달리 영 쓸모가 없다.


-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뭐지?”


- 요술봉은 나와 너희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 그걸 대신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거나, 너와 직접 패스를 연결하는 방법.


직접적인 연결이라.


- 너, 너 이상한 생각 했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저번 꽃 때도 그러더니, 마법소녀라기에는 너무 사상이 불손한 것 아닌가.


“아무튼 방법이 없지는 않다라. 다행이군.”


이혼을 하고 나서부터 일이 술술 풀리는 듯하다.


가능성이 보인다. 최강의 마법소녀가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다음의 일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더해진다.


-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자꾸 과민반응하지 마라. 세상을 구할 방법을 고안했을 뿐이다.”


최강이 된다면, 어떤 괴수도 때려잡을 수 있다.


허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법. 눈앞의 괴수를 처치해도 다른 괴수가 세상을 파괴한다.


이전의 세상에서 최강이라 불렸던 마법소녀. 춘자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세상을 지키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획의 최종 단계, MGE.


괴수의 침공에서 세계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다.


*


“하지만···. 전설 속 왕은 남자라고 알고 있는데요. 마법소녀는 여자만 될 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스트롱 민수를 찬양하는 것에 가까운 TV를 끈 신하윤의 물음.


-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지? 어디까지나 효율의 문제다.


마소의 양만 따지면 갓난아이가 가장 많을 것이고, 힘의 활용은 군인이나 운동선수가 너 낫다. 실제로 한때 그들을 대상으로 계약했던 마법소녀도 제법 있었다.


-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긴 세월 동안 이어진 전쟁이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춘기 무렵의 소녀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음을 깨달았을 뿐이지. 뭐, 나도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득한 세월을 살아온 천마조차도 ‘들어본 정도’로 취급하는 옛이야기.


최강이라 불리던 기사와 계약해 제국을 지키려 했던 세계도 있었고, 최악이라 불리던 암살자와 계약해 마녀를 죽이려 했던 세계도 있다.


실패한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 게다가, 부정 마소를 사용하는 괴수 놈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지 않더냐?


정신없이 몰아치는 세계의 비밀에, 신하윤의 뇌가 따라가지 못한다.


- 혼돈의 마소란,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마소. 즉, 긍정 마소와 괴수 놈들의 부정 마소를 하나로 합친 힘.


- 얼음과 불처럼, 본래라면 둘 모두가 사그라들어야 하는 것. 따라서 모두가 불가능하다 여기며, 고작 전설로 남아있을 뿐이지만.


- 그것이 실존한다면···. 소유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명확한 법이지.


꿀꺽.


- 하나하나가 보통의 방식으로는 쌓을 수 없는 힘이다. 그걸 두 가지나 동시에 품는다? 그 사람의 정신이 제대로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 그 육체는? 몸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과 마찬가지일 게야.


“···.”


피에로 괴수를 처치하고 돌아가던 당시의 표정. 괴수를 처치했어도 기뻐하는 기색 없이 일그러진 얼굴.


“과연. 스트롱 민수는 그런 고통 속에서도 세상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것입니까···.”


- ···.


“스승님, 저 역시 세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분명 이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지킬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고. 마법소녀가 된 이후, 단 한순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적 없습니다.”


-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니까.


수백 년이 넘는 삶을 살아오며 지금은 망집이 되어버렸으나. 자신이 살아오던 세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모든 세상은 지킬 가치가 있었다.


“제게도 혼돈의 마소를 사용하는 법을···!”


- 갈(喝)! 여태 내 이야기를 뭘로 들은 거야!


“하지만···.”


-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가서 십자수나 빨리 더 두도록 해!


풀이 죽은 얼굴로 수를 놓기 시작한 신하윤. 그녀를 보석 너머에서 지켜보던 천마의 얼굴이 굳어진다.



“후우···. 당분간 이 녀석의 정신을 어찌 돌려놓는담.”


황금으로 장식된 옥좌에 앉아, 한숨을 내쉬던 천마(Celestial Magic).


“하지만 혼돈의 마소가 세상에 등장했다, 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구나.”


매끄럽게 꼬아진 다리를 천천히 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랜만에 녀석들을 만나봐야 하겠어.”



수백 년을 살아온 노고수들의 회담이 시작된다···!


작가의말

정통무협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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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여의봉과 여의주 +5 24.09.13 157 10 12쪽
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8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5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7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5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2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49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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