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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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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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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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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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DUMMY

- 완전변태(完全變態)의 경지에 오르는 것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해.


완전변태란 마법소녀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이들만이 간신히 도달한 경지. 절대 쉬울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


하물며 40대의 나이와 남자라는 악조건. 다른 마법소녀들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 물론 완전변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이 노력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강해질 수 있으니 헛수고는 아니야!


하지만.


- 일단 꽃꽂이. 상당한 집중력과 미적 센스를 요구하는 일이야.


근처 꽃 가게에 요청해 꽃꽂이 클래스를 수강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에는 가위를. 다른 한 손에는 꽃을 들었다.


주변에 남자는 오직 나 하나뿐.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 특성상 클래스에는 주부들이 대다수.


무수한 시선을 이겨내고, 제법 괜찮은 꽃다발을 만들어냈다. 가시에 찔려 피가 났다.


“괴수에게도 입지 않은 상처를 고작 꽃 따위에···.”


- 다음은 십자수! 이 역시 집중력, 인내심을 기르기에는 최적이지!


바늘과 전용 원단, 실을 샀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손끝이 너덜너덜하게 상해버렸다.


- 그리고 시! 노래! 재봉과 제빵! 그림, 인형놀이!


“···.”


봄의 아이, 춘자. 이전 세계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네 명의 마법소녀 중 하나.


그녀의 지시에 따라 수련을 시작하고 이틀이 흘렀다. 수련의 성과는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도 없군.”


- ···그럴 리가 없는데.


마법소녀의 정점에 올랐던 이의 말이기에 의문을 묻어두고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강해지는데 꽃꽂이라니.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 육체란 정신을 담는 그릇! 정신의 순결함을 극한으로 단련하면, 육체 또한 그에 맞춰 변해가는 법이야. 마소의 양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엄청난 수련법이라고!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면벽 수련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꿈과 희망이라는 정신적 에너지를 가공해 사용하는 마법소녀에게는 최적화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군.”


이 나이를 먹고 인형놀이를 해봐야, 자괴감밖에 들지 않는다. 다른 수련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조금 전 춘자의 말에 있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 몸을 단련하면 마음 역시 그를 따라온다는 뜻이다.”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마소의 양을 늘리고,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육체를 강하게 만들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 뭘 할 생각인데?


“운동이다. 일단 헬스장 등록부터 하지.”


- 안돼!


*


-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면 안 될까? 운동하면 근육이 붙는다고? 옷 태가 안 이쁘고, 다리가 굵어진다고!


“징징거리지 말도록. 그리고 근육이 붙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마법소녀가 되기 전에는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았다. 그런데 근육질이 된다고? 오히려 환영이다.


“유산소로 체력을 키우고,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린다. 격투기도 배우는 편이 좋을까.”


인간을 대상으로 발전한 무술이 괴수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몰라도, ‘몸을 쓰는 법’을 익히는 데 있어서 그만한 것도 없다.


변신은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 체내 마소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회복력이 늘긴 했지만, 변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니.


- 안돼. 땀 냄새 풍기는 마법소녀라니. 이건, 이건···.


주머니에서 매직스틱이 그런 소리를 했다.


어째서인지 운동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바지춤으로 향하는 느낌. 그녀의 목소리는 계약자인 나에게만 들리도록 했을 텐데, 이유를 알 수 없다.


“조용히 하도록.”


그렇게 다시 사흘이 흘렀다.


“시간이···. 늘었군.”


- 말도, 말도 안 돼!


기존의 변신 최대 유지시간은 약 1시간. 고작 며칠 만에 1시간 30분으로 1.5배 상승했다.


마소의 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마소 자체는 기존과 같이 한 줌의 모래와 같다. 단지 몸이 마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한 것이다.


- 변신! 변신의 영향으로 몸이 젊어진 것이 영향을 준게 분명해!


매직스틱이 현실을 부정하며 울부짖었다.


“내가 흘린 땀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도록.”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변신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바뀌진 않았으리라. 운동을 해봤자 기름진 음식이 조금 더 소화가 잘 되는 것에서 그쳤겠지.


변신으로 극대화한 회복력. 되찾은 젊음으로 인한 소화능력. 전보다 빠르게 붙는 근육.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꽃꽂이 따위로 시간을 보내던 때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아직 복근은 보이지 않지만, 팔에 힘을 주면 알통이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도 빨라진 기분이다.


- 하지만 이래서는 마소의 양이 늘지 않잖아! 한계가 명확하다고!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둔 바가 없진 않다.”


그동안 고민에 고민을 반복했다. 이 쥐꼬리만한 마소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마법소녀가 마소를 얻는 방법은 총 세 가지.


하나는 계약 당시, 선대 마법소녀에게서 상속받는 것. 뛰어난 사수를 둘수록 초반에 유리하다.


다른 하나는 춘자가 알려준 방식대로, 내면의 순결을 단련하여 마소를 증폭시키는 것. 이건 아직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지막은.


“유명해지는 것.”


사람들이 마법소녀에게 보내는 긍정적인 마음은, 마법소녀 본연의 마소와 감응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마소의 크기도 커지고 효율도 증가한다.


마법소녀들 중 현역 아이돌이나 배우 등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 정체를 숨기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건 당연하다. 나의 힘을 키우겠다고 세상을 멸망시킬 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이 마법소녀에 대해 품은 환상. 그것을 파괴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때문에 절대로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지만.


“박민수가 아니라,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Strong-minsu)가 유명해질 뿐이다.”


마침 그 기반도 충분히 잡혀있다.


며칠이 지나 시들해지긴 했지만, 유출된 인터뷰 영상에 담긴 모습. 거기에 마법소녀 등록 당시 있었던 소란으로 단번에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얻는 마소의 양 역시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


아무리 활동하지 않았다 해도 그 정도로 언급이 되었는데도 변동이 없는 마소의 양.


내 본연의 마소가 적고, 순결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욱 압도적으로 유명해지면 될 일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


기존의 마법소녀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평균 근속연수가 3년에 불과한 업계지만, 최정상에 존재하는 이들은 10년 이상 버티는 자들도 있다.


20대. 더 나아가 30대의 나이에도 마법소녀로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낸다.”


아이돌 제끼고, 배우 보내고. 시크함을 컨셉으로 잡은 녀석들 치워버린다.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늦었다고 뒤처질 생각은 없으니.”


모두가 우러러보는, 최고의 마법소녀가 된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아니, 전 세계 최강의 마법소녀가.


*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하고, 가끔 괴수가 나타나면 변신해서 달려갔다.


괴수란 예고를 하고 나타나는 법이 없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른 마법소녀가 처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괴수를 퇴치하려 하는 마법소녀는 적었기에-


- 최근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 등록 1주일간 처치한 괴수의 숫자만 무려 세 마리에 이른다고 하죠?


- 네, 처음 등록했을 때부터 A급인 신성으로 유명했는데요. 그 후 며칠이 지나도 등장하지 않아, 세상 누구보다도 빠른 은퇴설이 돌기도 했죠.


- 이 며칠의 행보로 단숨에 그런 논란을 잠재운 놀라운 성과! 때문에 최근에는 기존 마법소녀들에 대한 태만 논란이-


어딜 가나 나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아직 기존 최상위 마법소녀들의 인기를 넘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진 않으나, 단기간의 화제성만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마소의 양 역시 확연히 늘어났다. 계약 당시의 약 2배 남짓.


원래의 양이 적었기에 가능한 성과이긴 하나, 이건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분명 엄청난 성과.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은 이혼 후, 처음으로 딸을 만나는 날.


“회사, 퇴사했다며?”

“다른 직장 취업했어. 걱정하지 마.”


- 흐응, 저런 여자가 취향이야?


이상한 소리를 하는 매직스틱을 무시한다.


“그래. ···너무 멀리까지 가지는 마.”

“걱정 마. 조심할 테니까.”


묘한 표정으로 배웅하는 전처를 뒤로하고, 딸아이의 손을 잡았다.


“딸, 오늘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놀이공원! 놀이공원 가요!”


놀이공원이라.


그러고 보면 딸과 함께 어디 놀러 갔던 적이 언제던가.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을, 이혼 후에야 하게 된다는 것에 쓴웃음이 나온다.


“그럼 놀이공원 갈까?”

“네!”


밝게 웃어주는 딸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다.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의 이혼이 충격적이었을 텐데. 아니, 어쩌면 아직 이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그건 아니겠지. 초등학생이라면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티 내지 않고 있을 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거다.


“고마워, 딸.”

“응?”

“아니, 아니야.”


오래된 SUV에 딸을 태우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괴수 퇴치 보상으로 들어온 금액을 생각하면 차를 새로 뽑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상식적으로 모텔방을 탈출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매주 딸을 태우고 여기저기 놀러 갈 수만 있다면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하는 동안 환상과 모험, 신비의 나라! 네버랜드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것은 압도적인 수의 인파!


-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 나갈 것 같아!


“떨어지지 않도록 손 꼭 잡아.”

“네!”


들뜬 딸과 줄을 서고, 네버랜드에 입장했다.


인형탈을 쓰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아이스크림을 닮은 건물. 회전목마와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보고 있자니, SOS. 별빛의 성소가 떠오른다.


우주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왕국. 꿈과 마법이 가득한 이모션-


- 아니라니까!


아무튼 마법소녀의 비밀기지와 현실의 놀이공원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겠지.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피로가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SOS도 절대로 줄 수 없다.


“나중에, 딸과 함께 SOS에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보다 더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건 불가능해. 네 딸이 마법소녀가 된다면 몰라도.


그건 안될 일이다.


순수하게 웃는 딸의 모습을 보면, 분명 마법소녀의 자질은 나 따위와 비교할 수 없겠지. 하지만.


마법소녀란 모두에게 선망받는 아이돌. 하지만 그 이전에, 세계를 침공하는 괴수와 맞서 싸우는 군인이다.


딸에게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킬 아빠는, 세상 어디를 찾아도 없다. 때문에.


“지킨다.”


이 세상을.


딸이 행복하게, 순수하게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유지하도록.


그렇게 결심한 순간.


두근-




몸 안의 마소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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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7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2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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