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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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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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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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DUMMY


이수진을 내 사람으로 만든다는 말. 당연하게도 꼬셔서 내 여자로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를 지지하도록 하는 것. 정계의 거인인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계획에 큰 도움이 되겠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라.”


말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정겨운 냄새.


“은단인가?”

“맞아. 껌이지만.”


한때 풍선껌을 불며 희망을 노래하던 소녀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은단으로 금연하는 사회인이 되었다.


이것이 사회의 쓴맛.


깨달음을 겪으며 기술의 위력이 더욱 강해졌을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어떨지는 사용해 봐야 하는 일이겠지.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겠군. 제법 긴 이야기가 될 텐데. 앉아서 이야기해도 되겠나?”


대답은 기다리지 않는다. 최대한 태연함을 가장하며, 기태가 묶여있던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이수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토해내는 것이 보인다.


“뭐해? 앉아.”


기선제압은 성공적이다.


*


“먼저···. 스트롱 민수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지?”


그쪽이 먼저인가. 이수진이 주머니에서 투명한 보석 같은 것을 꺼내며 물었다.


- 저, 저건!


갑자기 바지품에 숨겨둔 매직스틱이 크게 진동한다. 앉아있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못 볼 꼴을 보일 뻔했다.


- 조심해. 저건 진실의 수정이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힘을 가진, 마법소녀들의 보물! SOS에도 200여 개 밖에 없는 보물을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을 보물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물건이라. 제법 까다롭지만, 다행히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 질문이다.


사회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 거냐. 거짓을 말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유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스트롱 민수가 마법소녀 활동을 처음 시작한 날. 괴수의 난동으로 파괴된 숙박업소를 아나?”


이수진이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뒤에 다소곳하게 서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장미 모텔입니다.”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야기하기 편하겠군. 나는 당시, 장미 모텔에 숙박 중이었다. 잠깐 외출을 한 덕분에 참상을 피해 갈 수 있었지만···. 스트롱 민수가 아니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르지.”


거짓말은 아니다. 그때 춘자와 계약해 스트롱 민수가 되지 않았다면, 도망칠 시간도 없이 당했을 가능성이 약간 있다.


그녀의 눈길이, 아주 잠깐 동안 손으로 향한다. 전혀 변화가 없는 수정을 확인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부터 마법소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너희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모르지 않아.”

“호오?”

“역대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스트롱 민수가 힘을 잃는다면, 국가적. 아니, 세계적인 손실이지. 고작 돈 몇 푼 벌겠다고 그런 일을 하진 않는다. 내···. 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수정의 색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수진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네 목적이 뭐지?”

“마법소녀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든다. 지금 이상으로, 사람들이 마법소녀에게 환호하도록 만들 거야. 그렇게 해서 강해진 마법소녀들이, 세상을 괴수의 위협에서 해방시킨다.”


마법소녀들의 힘과 위상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마법소녀에 열광하게 될 거다. 그럼 그로 인해 마법소녀는 더 강해진다.


끊임없는 선순환의 굴레를 형성한다!


“이상주의자였나.”


내가 내뱉는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중요한 단계를 하나 넘어섰지만,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마법소녀의 순결함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녀청 청장이라면 알 테지. 세상은 순수함과 고결함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 그것을 위한 소녀청이지.”


마법소녀들이 세상의 어둠에 물들지 않도록, 그녀들을 향한 악의에 더 큰 악의로 대응하는 것. 때문에 말한다.


“무르다.”

“···무르다고? 우리가?”

“그래. 소극적이다. 수동적이다. 그것만으로 마법소녀에게 가해지는 악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마법소녀들이 평균 몇 년 차에 은퇴하는지 모르는 건가?”


단호하게, 진실에 진실을 담아.


“악의를 가진 자들을 벌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인간은 그 자체로 악이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마법소녀는 계속해서 악의에 노출된다.”


마법소녀로 활동하고 지금까지. 관련 게시물에는 질시 어린 악플과 성희롱성 댓글이 달렸다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소녀청의 노고에는 감사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악플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에 더 자주 노출시키고, 조직적으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해야 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마법소녀를 위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 스트롱 민수를 부동의, 최강의 마법소녀로 만든다. 잊혀진 과거의 영웅이 아닌,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구원자로!”


마법소녀를 동경하다 못해, 숭배하는 세상. 감히 질투의 대상으로, 성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규격 외의 존재로 여기게 한다.


그 정점에 서는 것이 바로 나. 스트롱 민수.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미친놈이었군.”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정말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진실의 수정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그녀.


지금을 놓치면 기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 거냐? 내가 말한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나 역시, 한때 마법소녀였던 몸이다.”


추억을 회상하듯, 촉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당시 세상이 조금만 더 내게 상냥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더러운 어른들의 세상이 아닌,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서 조금 더 머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항상 하곤 하지.”


깔보듯 내려다보는 눈빛이 차갑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이다. 네가 말하는 세계는 분명 이상적이지만, 그건 불가능해. 화제성도, 강함도. 세계를 바꾸기 위해선 역부족이다.”

“스트롱 민수는 다른 마법소녀들과는 달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치마가 아닌 바지를 선택한 녀석이다. 재능 있는 마법소녀지만, 그만큼 여린 마음을 가진 거야!”

“모르는 소리!”


취향이 아니라 선택한 복장이, 그런 식으로 해석될 줄이야.


“스트롱 민수는 그런 겁쟁이가 아니야! 인간의 악의를 모르는 순진한 녀석이 아니라, 그 악의를 알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녀석이다!”


- ···지금 타이밍에 끼어드는 건 조금 그렇지만. 본인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 안 민망해?


“다르단 말이다! 수십 년 전의 너와는!”


그 말이 이수진의 마음을 건드린 것일까. 우수에 잠긴 얼굴로 한숨을 내쉰 그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그건 너의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찾을 수 없었다.


*


“와, 씨. 비싼 차가 좋긴 하구나. 승차감이 달라요, 아주. 부드러운 게 버터 같아. 막 녹아 없어질 것 같아.”


무사히 구출해낸 기태 녀석을 태우고, 돌아가는 길.


“새로 한 대 뽑지 그러냐? 돈도 많이 버는 녀석이.”

“안 돼. 애들 학원비 때문에. 와이프나 나나···. 아, 미안.”


녀석이 눈치를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혼이 인생의 실패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혼은 서로를 위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방향이긴 하지···.


“위험한 일에 엮이게 해서 미안하다. 고생했다.”

“아니, 뭐. 딱히 아픈 일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응. 괜찮다.”

“잡혀있는 동안 무슨 일을 당한 거지?”

“···미안해. 그건 묻지 말아 줘.”


순간 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표정이 엿보여, 더 이상 질문할 수가 없었다.


녀석이 회복되는 동안,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했다.


소녀청장 이수진을 내 사람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본래라면 법인 설립 이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이후가 되었을 만남.


생각보다 빨랐고, 준비가 미흡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실패라고 보기에는, 마지막에 보였던 이수진의 반응이 신경 쓰인다.


연애 시절부터, 전처의 비위를 맞추며 길러온 눈치! 분명 공략할 방법이 있다!


“이수진의 집 주소를 알 방법이 있나?”


- 어, 아, 안돼, 이 미친놈아!


마법소녀가 욕설을 내뱉어도 되는 걸까.


“글쎄. 공직자 재산 공개 사이트라도 뒤져봐야 하나?”


잠깐 든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이런 방법은 아니다. 한숨을 쉬고 갓길에 차를 세운다.


“뭐, 뭐냐? 갑자기.”


제법 늦은 시간이라 차가 막히진 않았으나, 그래도 영 성에 차지 않는 속도.


“타고 가라. 차는 며칠 내로 찾으러 갈게.”

“야, 야!”


당황한 마기태를 억지로 보내고, 인천 바다를 바라본다.


“두려움은 미지에서 비롯되는 바.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내게,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다.”


잘못 생각했다. 이수진을 내 사람으로 만들다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획.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


- 뭘 하려는 거야?


“가장의 무게만큼 무거운 것은 없으니. 그조차 벗어던진 내게, 더 이상의 불가능은 없다.”


내 계획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계획을 뒷받침하는 존재일 뿐.


- 갑자기 변신?! 여기서?


“떠나갔던 젊음이여, 다시 피어나라.”


그래. 그렇다면 이수진을 포섭해야 할 주체 역시 ‘박민수’가 아니니.


“꿈과 미래를 지키는, 스트롱 민수(Strong-minsu). 등장.”


전신에 넘치는 힘이 느껴진다.


- 주변에 괴수도 없는데 어째서-


“이수진 역시 서울로 돌아갈 터.”


우리보다 조금 먼저 출발하긴 했지만, 변신을 한 이상 따라잡지 못할 거리는 아닐 거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이수진이 탄 차보다 빠르게 달려서, 그 앞을 가로막고.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


“···괜찮으십니까?”


여자의 질문이 이수진의 상념을 깨운다. 마지막에 들었던 말이 제법 여운을 준 것일까.


“그래. 시간 낭비를 했군.”


지독한 이상주의자. 그 이상을 긍정할 이들도 극소수. 악의는 없어 보이나, 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스트롱 민수와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 남자와 거리를 두게 하는 편이 좋겠어. 최대한 빨리 그녀와의 연락방법을 강구하도록 해.”

“네, 청장님.”


피로감을 느낀 이수진이 은단을 씹으며 좌석에 몸을 파묻는 순간. 하늘에서 무엇인가 떨어져 내렸다.


“괴수의 습격인가?!”


차가 뒤집힐 뻔할 정도로 거대한 충격, 반파된 도로.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라도 자연히 괴수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아, 아닙니다!”

“그럼 뭐냔 말이다!”


피어오른 먼지 구름이 점차 옅어지고, 그 안에 모습을 감췄던 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법소녀!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입니다!”


깨진 유리창을 통해,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나는 스트롱 민수. 사랑과 우정을 지키는 마법소녀다. 만나서 반갑군.”


찌그러진 문짝이, 강력한 힘에 의해 뜯어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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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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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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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6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49 17 12쪽
»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6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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