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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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최근연재일 :
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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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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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DUMMY

별빛의 성소(Sanctuary of Starlight). 줄여서 SOS.


차원의 틈새에 숨겨진, 마법소녀들의 비밀기지이자 총본부. 마법소녀를 지원하는 모든 것들이 숨겨진 장소!


괴수들이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장소였지만 도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마법소녀는 주문 하나만 외우면 됐으니까.


“다시는 외우고 싶지 않은 주문이었다.”


- 그, 래? 나는 네 변신 주문 쪽이-


“내 변신 주문이 뭐 어떻다고 그러는 거냐.”


삶에서 배운 모든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긴 주문이다. 그걸 무시하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것과 같은 바. 매직스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아니, 아니야···.


“흥. 실없는 녀석.”


별빛의 성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SOS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모험과 신비, 꿈과 환상이 가득한 장소!


- 모험은 왜- 아니, 아니야···.


높디높은 막대사탕의 마천루. 솜사탕 맛이 나는 구름, 풍선을 나눠주는 곰인형.


이곳이야말로 우주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왕국. 이모션-


- 달라! 그보다 그걸 네가 왜 알고 있는 건데! 기분 나쁘다고!


“아빠란 그런 것이다.”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 법.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딸과 함께 콘서트 같은 걸 다니곤 했단 말이다.


“크윽···.”


어디선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굿즈를 들이밀 것 같은 느낌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지?”


- 일단 본청으로 가서 정식 마법소녀로 등록하는 것이 먼저야. 등록증과 너희 세계 은행과 연계된 급여 통장을 발급받아야 하니까.


묘하게 현실적인 내용이다.


급여와 연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나 했더니, 우리 세계와 정식으로 커넥션이 있는 건가.


-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부모님과 함께···. 아니, 필요 없구나.


외우기라도 한 것처럼 힘차게 말을 내뱉던 요술봉이 힘 빠진 목소리.


아마 일전의 그 여자와 계약을 위해 준비해뒀던 대사였겠지.


“후회하나?”


마법소녀들 사이에 내통자가 있을 것이라는 건 내 추측에 불과하다. 이 녀석에게 어제의 사건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겠지.


-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정말 열심히 찾은 적합자였으니까. 그래도 너와 계약한 것이 당시의 최선이었어. 후회하진 않아.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니. 나름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해 줘야겠지.


*


콰앙-!


SOS의 가장 안쪽, 마법소녀 본청. 동화 속 궁전처럼 생긴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진동했다.


마소로 구성된 가상 괴수의 신체가 무너진다. 그걸 보는 신규 마법소녀 등록 담당관의 표정 역시 함께 무너진다.


‘뭐야, 저거. 무서워.’


그녀 또한 한때 마법소녀였던 존재. 세계를 침략하는 괴수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워왔던 담당관으로서도 저렇게 싸우는 마법소녀는 처음이다.


마법소녀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 마법. 시선을 사로잡는 마법진 같은 건 온데간데없다.


그저 단련된 육체로 적을 쓰러뜨릴 뿐.


마법소녀라기보다는 차라리 괴수에 가까운 전투법이다. 그 여파로 건물 여기저기에 금이 간 것 이 보인다.


저 아름다운 얼굴과 손에 들린 요술봉이 아니었다면, 괴수가 침입한 것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이걸로 끝인가?”

“···.”

“더 있나?”

“아, 아뇨. 끝났습니다!”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 뭔가를 때려 부술 것만 같은 느낌에 담당관이 다급히 외쳤다.


“마법 활용도는 F 급이지만, 종합 전투력은 A급. 최초 측정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네요. 그러니까 성함이-”

“민수. 스트롱 민수다.”

“네, 스트롱 민수님! 앞으로 실적을 통해 등급을 상향 받으실 수 있어요. 정보 공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본청에서는 비공개를 추천드리는데요.”


마법소녀의 정보 공개. 이건 개인의 신상을 밝히느냐 안 밝히느냐를 뜻한다.


신상을 밝힐 경우 괴수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은 비공개를 택하지만,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정체를 밝히며 부와 명예를 쟁취하기도 한다.


민수 역시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비공개를 택하지.”


정체를 공개하는 것이 세상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다.


“네!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혹여나 정체가 발각될 경우에는 보도 제한을 걸긴 하겠지만, 완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 주세요!”


언론사 연계까지. 마법소녀의 영향력이란 이렇게 끝도 없이 세계에 퍼져있었다.


“그럼, 사랑과 정의를 위해, 버닝 업! 함께 세계 평화를 지켜나가요!"


담당관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간 순간.


- 처음부터 A급이라니! 대단해! 마법 활용도가 조금 낮기는 해도-


신나서 떠드는 춘자의 요술봉을 손에 쥐고, 눈앞으로 가져간 박민수가 물었다.


“들어야 할 것이 많은 느낌인데.”


씹어 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


- 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발뺌하려는 건가. 보석을 분리해서 팔아버리기 전에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을 거다.”


불안하게 진동하는 매직스틱을 붙잡고 협박하듯 말하는 이유. 그건 바로 조금 전 등급 측정 때문이었다.


- 등급 측정이 왜?! 자랑스러운 마법소녀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제도라고!


“등급 측정.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괴수.”


- 그건 마법으로 구현한-


“모텔에서 상대한 소대가리와 같더군.”


생김새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소대가리와는 달리, 방금 상대한 녀석은 심해의 대왕오징어를 닮아있었다.


같은 것은 풍기는 기운.


“그건 마소였다. 마법으로 구현한 거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다면.”


모텔의 그 녀석 역시, 마법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뜻.


당시에는 마법소녀로 변신한 것이 처음이라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두 번째에도 모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은 마법소녀의 자작극인가?”


- ···.


잠깐의 정적.


“정곡을 찌른 건가. 그렇다면 나는 마법소녀로 활동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방해해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는 한이 있더라도.


-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대답하지 않은 건 어처구니가 없어서라고!


“어처구니가 없다?”


- 그래!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럼 한번 변명해 보도록.”


들고 있던 요술봉의 보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이 느껴지면 잡아뜯을 생각이었다.


- 마소가 맞아. 하지만 다르다고. 우리의 마소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음을 정제한 에너지. 반대로 놈들의 것은-


부정적인 마음을 정제한 것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그 괴수에게서 마소를 느꼈던 것 역시 납득할 수 있을-


“있을 리가 없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에너지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지 않은가.


- 후우···.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지. 설명해 줄게. 우리 마법소녀의 역사를.


“짧게.”


- ···.


*


아주 오래전.


머나먼 차원, 머나먼 세계. 아름다운 나라에 두 명의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그 둘은 아주 사이가 좋았지만, 곧 불화가 생기고 말았답니다.


한 명은 마음씨가 아주 고와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한 명은 마음씨가 아주 나빠 백성들이 미워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두 공주의 미모가 세계 곳곳에 퍼진 어느 날.


아름다운 나라의 왕은 두 경주 중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고민에 빠졌어요.


신하들은 말했죠. 첫 번째 공주의 마음씨가 고우니, 백성들을 사랑으로 다스릴 것입니다.


신하들은 말했죠. 두 번째 공주의 마음씨가 나쁘니, 백성들이 그녀를 거부할 것입니다.


결국 왕은 첫 번째 공주를-


“그만.”


*


“더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 에. 더 안 들을 거야?


“안 들어도 짐작이 간다. 착한 쪽 공주가 최초의 마법소녀. 나쁜 쪽 공주가 괴수들의 대가리라는 이야기겠지. 힘의 성질이 비슷한 것도 그 때문이고. 아닌가?”


- ···맞아.


“진부한 이야기로군.”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 공주가 세상을 파괴하고, 착한 쪽 공주가 그걸 막기 위한 싸움을 이어간다. 세계의 벽을 넘어서까지.


진부하다 못해 지루할 지경이다. 이런 지루한 이야기에 몇 개의 세상이 파괴된 것일까.


“그리고 민폐다.”


- 그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 ···맞아. 하지만 우리는, 우리 마법소녀들은. 각자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어. 비록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해왔지만, 반드시 다음 세상은 지키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심지어 계속해서 실패해왔다고?


- 별빛의 성소로 이동하는 주문은, 되돌아갈 장소를 지정하지 못해. 이곳에 있는 우리는 고향을 잃은 과거의 마법소녀들. 미래의 희망을 위해 힘을 축적하고,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것이 계약인가.


“너희를 탓할 생각은 없다.”


어린 마법소녀라면 몰라도, 나 박민수는 그럴 수 없었다.


수십 년의 사회생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인간은 선하지 않다. 사랑의 힘보다, 돈과 권력이 더 위대한 법이다.


즉, 긍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마법소녀보다 부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괴수가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까지의 일. 내가 마법소녀가 된 이상 더 이상의 패배란 존재하지 않는다.”


- 대단한 자신감이네.


“아아, 당연한 일이지. 아빠란 강한 법이니까.”


흔히들 ‘엄마는 강하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아내는 대단한 여자였다. 하지만, 아빠는 더더욱 강하다.


“비록 아내가 키우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딸아이의 미래를 밝혀줄 의무가 있지. 세상의 멸망 따위.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 그럼···.


“그래. 마법소녀는 계속한다.”


세계를 구하고, 괴수 쪽의 공주를 찢어 죽인다.


- 믿을게.


“쯧.”


쓸데없는 대화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다. 체내의 마소가 부족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곧 변신이 풀리고 말겠지.


“일단 돌아간다. 방법은?”


- 올 때와 마찬가지로, 주문을 외우면 돼. 따라 해봐.


달이여, 차원의 문을 열어주세요.

별이여, 길을 안내해 주세요.

아름다운 미래, 우리의 세상으로!


“···.”


*


담배 냄새가 가시지 않는 모텔방.


갑자기 공간이 일렁이고, 그 사이로 아름다운 별빛이 비친다. 짧은 머리가 매력적인 중성적인 미인이 그 안에서 걸어 나온다.


떠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풍경.


하지만 그의 인상이 찌푸려진 것은, 꺼두지 않은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속보 때문이었다.


- 한국의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 등록 첫날부터 A급 확정?!


- 세계에 유례없는 최강의 마법소녀의 등장!


- 일본 정부, ‘그녀를 반드시 일본으로 이적시켜야.’


- 미국의 S 급 마법소녀 레이첼, ‘나도 처음에는 B급밖에 못했다.’


전 세계가 민수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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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여의봉과 여의주 +5 24.09.13 157 10 12쪽
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6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8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5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2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7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2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4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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