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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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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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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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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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DUMMY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Y2K 문제 대신 세상에 나타난 것은 정체불명의 게이트와 괴물들.


그것을 막은 것은 각성자나 헌터, 신인류가 아닌, 다름 아닌 마법소녀였으니.


마법소녀.


그들은 세상을 괴물로부터 지키는 군인이자 아이돌. 그리고 모두가 원하는 1등 신붓감이었다.


활동적인 마법소녀들은 TV에 출연하거나 개인 방송 채널을 열어 시민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실제로 마법소녀가 포함된 현역 아이돌 역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은 그녀들의 헌신에 감사했고, 그 미모에 열광했다.


어린 여자아이들의 꿈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단연코 그 1위는 마법소녀가 되는 것이었으며, 남자아이들은 마법소녀와 결혼하길 원했다.


41세 전 회사원 박민수.


나는 그런 마법소녀가 되었다.


*


계약의 대가가 목숨이라거나, 미래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전개는 이제 희귀하지도 않다.


다행히 이 계약은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 이해했다. 네가 바라는 것은 마법소녀가 되어 저 괴물과 싸울 것.”


- 그래!


“마법소녀가 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없으며, 이번 한 번을 제외한 다른 전투에 대한 강제성도 없다. 맞나?”


강제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것에 마법소녀의 힘을 쓰지 않을 것. 마법소녀는 세상을 지키는 자.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계약이 끊긴다고 했다.


- 맞아! 오히려 너한테 좋으면 좋았지 해가 될 일은 없다니까? 저러다 쟤 죽겠어! 당장 계약을-


“마지막으로.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만큼 계약은 온전히 구두로 이루어지며, 계약 내용에 기망행위가 존재할 경우 계약은 무효로 한다. 동의하나?”


- 그래, 알겠다고! 알겠으니까 빨리 계약하고 주문이나 외워!


계약 과정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는 했지만, 계약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법.


“계약하지. 이 다음은 어떻게-”


뒷말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쌍방이 계약에 동의한 순간, 들고 있던 요술봉(Magic Stick)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와 내게 스며들었다.


- 제길. 역시 순결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 그런가. 받아들이는 양이 터무니없이 적잖아!


세상 전부를 밝힐 것처럼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으나, 정작 내 몸에 스며드는 양은 한 줌에 불과할 뿐.


그 약간의 빛이 내 안의 무언가와 공명한다. 마소가 변질된다.


- 방금 네 몸에 들어간 것이 바로 마소(魔素)! 네 영혼과 공명해 스스로 적합한 주문을 이룰 거다!


동시에 머릿속에 스며드는 지식. 어떻게 해야 마법소녀로 변신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조금씩 명확하게 형체를 이루어가는 그것은 문자였으며, 언어. 즉, 주문이었다.


[두려움은 미지에서 비롯되는 바.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내게,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다.]


한자씩 내뱉을수록 몸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느껴진다.


기분 나쁜 감각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잊었던, 젊음의 활기가 함께 찾아왔으니까.


[가장의 무게만큼 무거운 것은 없으니. 그조차 벗어던진 내게, 더 이상의 불가능은 없다.]


변화를 눈치챈 것일까. 괴수가 포효를 멈추고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떠나갔던 젊음이여, 다시 피어나라!]


그러나 내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주변을 가득 메운 환한 빛은,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며 나를 둘러쌌으니까.


[꿈과 미래를 지키는, 스트롱 민수(Strong-minsu). 등장!]


주문을 끝맺음과 동시에 발끝이 땅에 닿는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장막이 사라졌다.


입고 있던 옷이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손에는 흰 장갑이 끼워져 있었으며, 상의는 프릴이 달린 분홍색 셔츠. 하의는-


“치마라니···.”


빠르게 의욕이 사라진다.


- 기본 복장에서 변경도 가능하니까! 나중의 일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 녀석에 집중해 주지 않을래?


손에 들린 요술봉(Magic Stic)이 사정하듯 말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손이 사타구니를 향했다. 물컹한 감촉이 느껴진다.


- 뭐, 뭐 하는 거야!


“제대로 달려있군.”


평생을 함께한 요술봉(Magic Stic)이 얌전히 제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깨진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이전의 내가 도저히 연상되지 않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벗겨져가던 머리는 풍성하게 자라있었으며, 늘어진 피부는 탄력을 되찾았다.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엿보이는 중성적인 미인.


입고 있는 복장 덕에 여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직스틱(Magic Stick)은 멀쩡히 달려있지만.


- 저기, 괴물이 오잖아! 집중하라고! 제길. 이번 녀석도 끝인-


달려드는 괴수. 3m를 가뿐히 넘는 키에 소를 닮은 머리, 손에 들린 도끼. 영락없는 미노타우로스다. 모텔을 통째로 부순 것을 보면 분명 엄청나게 강한 녀석이겠지.


그러나, 전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발을 앞으로 뻗는다. 가벼운 발걸음.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몸 안의 마소가 따라 움직이고. 약간의 힘을 줌과 동시에 몸이 앞으로 쏘아지듯 튀어나간다.


괴물과 가까워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가벼운 몸이라니. 사춘기 때도 느끼지 못한 에너지다. 이 몸이라면 딸과 하루 종일 놀아줘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에 비하면 저 녀석은-


“흡!”


달려가던 힘을 더해, 가까워진 녀석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공기가 터져나가고, 충격이 놈의 명치부터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잠깐의 정적.


직후, 놈의 몸체가 달려들 때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뒤로 튕겨져 나간다.


- 이, 이게 무슨! 분명 흡수한 마소는 현저히 적었는데, 어떻게 이런 힘을 내는 거지? 방금 계약했잖아! 이 정도는 현역 마법소녀라고 봐도 충분한 수준이야!


“모르는 건가.”


마소.


마법소녀의 힘을 이루는 근원. 그 크기는 마법소녀의 재능. 즉, 순결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순결이란 단순히 육체의 순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에 사욕(私慾)과 사념(邪念)이 없는 것. 영혼의 순수함을 의미하는 것이니.


“분명 내 몸과 마음은 더럽혀졌다.”


이미 한번 다녀온 몸이니 육체의 순결함은 물론이고, 사회에 찌든 직장인에게 순수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조건이 다르지 않은가.”


계약을 통해 마법소녀가 되는 것은 대부분 어린 여자아이.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며,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올라갈수록 숫자가 적어지고 대학생부터는 환상종에 가깝다.


즉, 필연적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이들은 손에 꼽는다는 것.


TV에서 봤던 마법소녀들의 전투 장면을 떠올린다.


괴수들의 공격을 피하고, 화려한 마법을 난사하는 그것은 전투라기보다 일방적인 폭행에 가깝다. 허나, 그런 식의 운용은 필연적으로 연비가 나쁜 법.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만 했던 나이다. 활용이 같을 수 없지.”


마소가 아무리 만능의 에너지원이라 해도, 그걸 다루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해선 안된다.


하루에 몇 만 원씩 펑펑 쓰고 다니는 녀석들과, 한 달 용돈 20만 원으로 살아가는 자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법이다.


-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야···?


“무얼.”


평범한 가장의 삶이었을 뿐.


“크오오!”


건물 벽에 처박혀있던 괴수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대로 죽은 척하고 있었으면 차라리 편했을 것을.”


아까의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듯, 달려들며 휘두르는 도끼.


허나, 가볍다.


놈의 도끼가. 그 이상으로 지금의 내 몸 상태가.


휘둘러지는 도끼보다 빠르게 놈의 눈높이까지 도달했다. 동시에 발끝의 마소를 움직여, 그대로 한 바퀴 턴.


콰직.


확실히 으깨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아까를 뛰어넘는 위력에 놈은 튕겨나가지도 못한 채 머리를 잃었다.


- 저, 저건!


아아, 모르는 것인가.


이것은 360도 턴 차기. 국교 때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배운 기술이다. 돌개차기라고도 하지.


“후우···. 시시한 상대였다.”


어려운 적은 아니어도 첫 실전. 쌓여있던 긴장감을 한숨과 함께 털어낸다.


“와아아!”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환호성과 박수.


괴수가 등장했을 때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던 시민들이 어느샌가 나타나 기뻐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만!”


인파를 헤치고 나타난 한 명의 여자.


“처음 뵙는 마법소녀님 같은데요. 혹시 활동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활동명이라.”


- 변신명을 말하는 거야.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회자될수록 추가적인 마소를 획득할 수 있어!


그렇군.


마법소녀들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부끄러운 이름으로 활동하나 했는데. 계약 직후 정해지는 것이었나.


그에 비하면 내 변신명은 그렇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이런 걸로 마소를 얻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지.


“스트롱 민수(Strong-minsu). 그것이 내 이름이다.”


*


몰려든 인파를 피해 골목길에 들어섰다.


- 고마워. 덕분에 간신히 찾은 적합자를 구했어. 정작 계약은 엉뚱한 사람과 하고 말았지만.


“적합자?”


- 마법소녀 적합자. 마법소녀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 말이야. 계약 직전, 어떻게 알았는지 괴수 녀석에게 습격당했거든.


아무리 외진 곳이었다 해도 사건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끝내 마법소녀가 출동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계약 직전 괴수에게 습격당하기까지 했다라.


“계약할 때 놈들이 알아챌 방법은? 주변에 마소가 퍼져나간다거나.”


- 없어. 그리고, 애초에 계약 전이었다니까. 해봐서 알잖아?


마법소녀의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마법소녀들 중 괴수들과 내통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겠군.


- 그건 불가능해! 그런 일을 하는 순간, 순결이 부정당하고 모든 마소를 잃고 말 거라고!


“됐다. 차근차근 알아가면 될 일이니. 그나저나, 제법 재미있는 수작을 부렸더군.”


변신이 완료된 순간 깨달았다. 마법소녀 계약을 통해 얻은 젊음은 일시적인 것이라는걸.


그것을 증명하듯 내 모습은 아까와 같은 아저씨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 무, 무슨 소리야. 나는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았다고!


당황한 것처럼 요술봉이 외친다. 그러나 속지 않았다.


“네가 대가로 제시한 젊음. 그것을 온전히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마법소녀 활동을 이어가야겠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변신 상태뿐.


그 이상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소. 그리고 더 많은 변신이 필요하다. 변신할 때마다 마소가 작용해 내 몸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변신의 부작용이라고 봐도 되겠지.


- ···눈치챘구나. 아니, 지금 와서 모르는 쪽이 바보인가. 그래서. 계약을 파기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니.”


조금 전 느꼈던 힘을 떠올린다.


몸에 활기를 주던 마소. 오래전 옛날을 떠오르게 하던 가벼운 몸.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계약을 파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오만을 품었었다. 다가올 재앙을 준비하지 않았지


떨리는 손으로 정수리를 쓸어 넘겼다.


사막처럼 메말라있던 자리에, 작지만 명백히 까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것.


모발.


전투의 희열과 카타르시스보다도, 이미 오래전 손에서 놓치고 말았던 것을 다시 쥘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마법소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 ···정말? 그것 때문이라고?


“탈모의 두려움을 모르는 것인가. 하긴. 보석 달린 막대기 따위가 알 리가 없지. 존재의 시작부터 탈모였을 테니까.”


- 누구보고 탈모라는 거야? 이건 단말일 뿐이지, 나도 멀쩡한 몸이···!


요술봉의 외침을 적당히 상대하며, 새로운 숙소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실 다시 자란 머리카락이 아니더라도, 나는 계약을 파기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란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마법소녀의 꿈을 꾸고 사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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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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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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