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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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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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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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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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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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DUMMY

매직스틱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춘자의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본래 환경을 생각하는 모든 방식에는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들어가는 법.


사용 가능한 마소석이 생겼다고 하나, 그 마소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광물에 대한 이해도, 제작할 수 있는 공방도. 기술자도 없다.


- 뭐가 됐든, 결국 SOS에 방문하기는 해야 한다는 뜻이야. 마소석 재련 기술은 우리 마법소녀만의 것이니까.


“쯧. 이래서 적폐는 청산해야-”


- 아니거든?! 우리한테만 있는 금속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와칸다에 발전이 없는 거다.”


결국 춘자의 말대로 SOS에 방문하기는 해야 하는 상황. 어딘지도 모를 광산에서 기약 없는 노동을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변신할 수 없는 지금으로선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완전변태를 이루기 전에는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으나, 순결의 극의(僞)를 사용한 이후 미세하게 젊어진 몸. 그래도 거울에 비친 모습은 명백히 30대 초중반의 남자다.


“이런 모습으로 별빛의 성소에 가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


결국 매직스틱을 다시 만드는 것은 몸이 회복된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것일까.


- 다른 마법소녀에게 부탁하는 것은 어때?


다른 마법소녀라. 알고 지내는 마법소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대화를 해본 이들은 모두 MGA에 참여 중이다.


레이첼 프레첼도···. 그럴 시간은 나지 않겠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내가 될 줄이야.


“혹시나 해서 묻겠다만. 춘자여, 네가 대신해줄 생각은 없는 건가?”


- 해줄 순 있지. 그런데 나한테 어떻게 줄 건데? 끝나면 어떻게 받아 갈 거고.


“···.”


어쩔 수 없지. 이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것은 다음으로-


- 그···. 나랑 같이 갈래?


“음?”


- 요, 요술봉 만들러 말이야. 혼자 얼굴 가리고 다니면 의심받을 수 있지만, 나랑 같이 다니면 의심받을 일도 없을 테고···. 


확실히. 살도 많이 빠졌다 보니,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남자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거다. 거기에 춘자가 함께 있다면 수상하다고 붙잡는 사람도 없겠지.


“웬일로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좋다. 바로 가도록 하지.”


*


몇 번을 와도 신기한 장소, 별빛의 성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다. 동화 속 왕국이라 생각될 정도에 불과했던 넓이는 극히 일부일 뿐.


- 차원의 틈새에 있는 곳이니까. 여기저기 파편처럼 떠다녀서 잘 보이지 않지.


“쓸모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와라. 시선이 따갑다.”


온갖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가득한 공간에, 칙칙한 옷차림. 검정 야구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작용해 얼굴을 완전히 가린 나는 그야말로 이질적.


마법소녀들의 시선이 엄청나게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 저기 봐! 저 사람, 정말 시꺼메!"

“얘,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 아니, 진짜네.”

“괴수 측의 스파이가 아닐까?”

“서, 설마···. 여긴 공주님의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걸.”


멀리서부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제 정체를 확인하고자 달려드는 소녀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춘자를 믿는 것이 아니었나···.”


방구석에서 차원 너머를 염탐하는 히키코모리를-


- 다 들리거든?! 거의 다 왔어!


순간. 하늘에서부터 들려오는 굉음. 전투기를 방불케하는 파공성.


그것은 머리 위에서 멈춰 서고, 한 박자 늦게 엄청난 돌풍이 불어닥친다.


주변을 맴돌던 마법소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치마가 뒤집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힘쓴다.


“안녕!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소개할게. 내 이름은 춘자.”


고개를 들자, 태양을 등진 긴 머리의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마법소녀치고는 제법 세련된 제복, 빛을 받아 반짝이는 녹색 머리. 마지막으로 윗부분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귀.


봄의 아이라 불렸던, 한 세계 최강의 네 명 중 하나. 나와 계약한 선임 마법소녀, 춘자. 그녀는···.


“잘 부탁해, 파트너!”

“엘프?”

“너희는 그렇게 부르지.”


내심 놀랐다. 가르칠 것이 너무 많아, 부족하게만 느껴졌던 선임이 사실 인간이 아니었다는 점. 그보다도···.


저렇게 주의가 부족할 줄이야. 첫 만남치고는 제법 과격하다.


“다 보인다. 내려와.”

“뭐, 뭣!”


춘자가 얼굴을 붉히며 아래로 내려온다.


“제법 나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만. 어울리지 않는구나.”

“듣고 싶지 않거든! 그것보다, 우리 종족에서 나 정도면 어린 거라고!”

“너의 기준을 내게 강요하지 말도록.”


언제 당황했냐는 듯, 언성을 높이는 춘자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오, 춘자. 외출?”

“어, 응!”

“별일이네. 그보다···.”


파란색과 하늘색의 조화. 모자에 새겨진 별 모양은 어쩐지 특정 직업을 연상시킨다.


“메인 스트리트에서의 비행 및 속도위반. 벌금 20 주얼이야.”


마법소녀의 화폐인 주얼. 환율을 계산하면 대략 2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한 춘자가 울상을 지었다.


“잠깐. 주얼이라면···.”


매직스틱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보석. 분명 최상급이라 했던 것 같은데. 이건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지?


“바보야, 그건 주얼이 아니라 쥬얼이잖아. 다른 거라고.”

“···.”


주얼이나 쥬얼이나, 표기법의 문제일 뿐 스펠링은 똑같을 텐데. 애초에 발음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반응을 보아하니, 신입 마법소녀인 모양이네요. 춘자, 네 부사수야?”

“응! 최고의 마법소녀 스-”


정체를 발설하려는 춘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스트롱 민수는 마법소녀들 사이에서도 화제의 인물. 얼굴을 보자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하하, 벌써 친해 보이네. 다행이야. 신입 분? 춘자랑 잘 지내줘요. 그럼 난 갈게. 부사수랑 데이트 잘해!”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빠르게 사라지는 경찰소녀. 춘자가 읍읍 거리며 손을 흔들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왜 그러는 거야! 숨 막혀!”

“얼굴을 왜 가리고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앗.”


정말이지 곤란한 녀석이다. 잠시도 안심할 수 없다.


“그나저나 네 녀석.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냐.”

“응? 뭐가?”


히키코모리인 것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경찰소녀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니.


잘 지내달라는 부탁을 가족이 아닌 타인이. 그것도 부사수에게 사수를 부탁할 정도라면···. 평소 춘자의 행실이 어땠는지 도저히 예상 가지 않는다.


그나마 적을 만드는 타입은 아닌 모양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것도 아니다. 이동하지.”

“찜찜한데···. 뭐, 됐어. 어디부터 갈래? 저쪽에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고 들었-”

“그런 것에 허비할 시간 없다. 바로 매직스틱부터 맡기러 간다.”

“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고 보니.


끄트머리가 덜 마른 머리카락. 눈가의 화장. 평소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는 모르지만, 제 딴에는 꾸미고 나온 것이겠지.


오랜만의 외출을 기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카페는 그 다음에 가는 걸로 하지.”

“응! 그럼 빨리 가자. 별빛의 성소 최고의 장인, 캡틴 짱이에게!”


신나서 걸음을 옮기는 춘자의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캡틴 짱이.


오래전, 하나의 세계에서 바다를 호령하던 마법소녀. 그녀를 따르던 전함만 수십 척에 달했다는 여걸.


수백 년이 흐른 지금은 별빛의 성소에서 마소석을 재련해 다양한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다.


“여기가 대장간이 맞나···?”

“응!”


보통 대장간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뜨거운 화로와 철 두드리는 소리. 쌓여있는 장작 같은 걸 떠올리지 않을까.


“이건···. 놀랍군.”


그것은 함선이었다.


간혹 그런 것들이 있다. 육지로 끌어올린 배를 개조해, 식당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대단하지. 보통은 세상이 멸망할 때 자기 몸만 간신히 빠져나오기 마련인데, 캡틴 짱이는 자신의 배를 통째로 가져왔다고 하니까.”

“너에게도 불가능한가?”

“나,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다, 당연히 가능하지···!”


자신의 세상에서 최강이라 불렸던 춘자에게도 불가능한 일인 모양이다. 그럴만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용이 느껴지는 갤리온. 압도적인 크기의 함포.


돛에 그려진 하트만 아니었다면, 상당히 으슥한 분위기를 풍겼을지도 모른다.


“짱이 언니, 나 왔어!”


춘자가 배 위로 뛰어오르며 크게 외친다. 또다시 한숨이 나온다. 변신을 하지 않은 상태인 나로서는 저렇게 수 미터를 뛰어오를 방법이 없다.


“어딘가 사다리가···. 저기 있군.”


새삼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끼며 사다리를 오른다. 도중에 모자가 걸려 벗겨질 뻔한 것만 제외하면 문제없었다.


“너, 이 녀석! 내가 누누이 말했지 않냐! 내 배에 그런 식으로 뛰어 들어오지 말라고!”

“그럼 무슨 수로 올라와요. 높은데.”

“저기 사다리는 장식으로 보여? 이놈의 마법소녀라는 것들은 예의가-”


내가 있는 방향을 삿대질하며, 춘자에게 소리치는 여인.


20대 중후반 정도의 외모, 얼굴을 가로지른 흉터.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과 그 위에 쓰인 모자. 풀어헤친 상의.


“해적···?”

“호오? 사다리를 이용하다니. 이거 꽤나 낭만을 아는 녀석이구나.”

“응? 아, 쟤가 내 후임 마법소녀야! 괜찮지?”

“괜찮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느냐. 얼굴을 꽁꽁 싸매 보이지도 않는다.”

“그건 그래!”


눈을 마주친 해적소녀가 커다란 보폭으로 내게 다가온다.


“저 까탈스러운 녀석의 계약자라.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구나 어디 얼굴을 한 번 볼-”

“잠깐!”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거칠게 다가오는 손길을 간신히 막아 세운다.


“어쭈? 이걸 막아?”

“언니! 그렇게 막 벗기려고 하면 실례잖아!”

“뭘 그런 걸 따지느냐. 보면 보는 거지. 누가 무슨 짓이라도 한다고.”


해적소녀의 얼굴 떠오른 비릿한 미소.


“이거 수상하군. 얼굴을 보이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이, 이유라면 있습니다!”


여기서 얼굴을 들킨다는 것은, 지구의 수호자가 될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가 남자라는 것을 들키는 것과 같다.


절체절명의 위기. 지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한다. 수백 년 먹은 노괴, 해적소녀가 납득할 만한 변명을···!


사고가 극한으로 가속한다. 체내에 남아있던 진통제 기운이 날아가는 기분. 그럼에도 떠오르지 않는 변명!


“그, 그건···!”

“그건?”


생각해라. 나는 10대 후반의 마법소녀.


마법소녀란 막대한 자존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만큼, 마법소녀가 가득한 별빛의 성소는 자신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장소겠지. 그런데 까마득한 선배에게 얼굴을 감춰야 할 이유가 뭐가 있지?


식은땀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춘자를 바라본 순간. 동그랗게 입을 말고 있는 춘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뾰.’


머리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은 기분.


이걸로 될까. 반신반의했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눈을 질끈 감고 외친다.


“뾰, 뾰루지가 났습니다···!”

“···.”


순간 정적에 휩싸인 선내.


“···그, 미안하다.”


해적소녀가 사과했다.


작가의말

뾰루지는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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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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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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