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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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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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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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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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DUMMY


TV에서는 어제의 일로 한창 시끄럽다.


정치인들은 기존 마법소녀들의 태만을 지적한다. 벌건 대낮에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데 출동하는 이가 없었다니!


- 아, 수업 시간이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요. 완전 짱나. 애들한테 정체 들키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예요?

- 화장실이라도 간다고 하면-

- 학교에서 화장실 가면 애들이 똥쟁이라고 놀린 단 말이야!


모자이크로 얼굴을 가린 한 마법소녀의 인터뷰. 그녀의 불량한 태도에 네티즌들은 정체를 유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너진 모텔의 주인이나, 괴수에게 당해 의식을 잃은 여자에 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 스트롱 민수(Strong-minsu). 그것이 내 이름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하늘로 사라지는 미인의 얼굴. 한 용감한 방송인이 제보한 인터뷰 영상은, 채널 어디를 돌려도 나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마법소녀의 등장과 은퇴는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상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법.


┕ 언니 완전 쿨해 나 얼어 죽어

┕ 응 니가 나이 2배는 많아

┕ 어떻게 마법소녀 이름이 스트롱 민수?ㅋㅋㅋㅋㅋ

 ┕ 이름부터 강해 보이고 좋은데 왜 그럼?


특히 이번에 탄생한 마법소녀는 기존의 마법소녀들과는 차별되는 점이 있었다.


쏟아지는 관심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마법의 힘으로 몸이 성숙해졌음에도 가릴 수 없는 미숙함. 그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마치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통해 단련된 것처럼 차가운 태도. 중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짧은 머리와 큰 키.


그것들이 하나가 되어, 사람들은 민수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말았으니.


- 쿨 앤 뷰티, 스트롱 민수(Cool & Beauty, Strong-minsu)


사람들이 민수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그들의 관심은 차곡차곡 모여 민수의 힘으로 변해갔다.


*


- 이 계약은 사기야! 무효, 무효라고!


“시끄럽군.”


- 당장 계약을 취소해! 돌려줘!


이른 아침부터 사정없이 진동하는 요술봉(Magic Stick). 그 소음에 자연스레 민수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


- 문제? 그걸 말이라고 해? 남자인 건 그렇다 쳐도, 기혼자. 아니, 이혼자 마법소녀라니!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인 건가. 남자인 것도 그냥 그렇다 치면서.”


사건이 이렇게 된 것은 조금 전.


서로에 대해 알기 위한 대화 과정에 있었다. 바로 어제 이혼하고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요술봉이 발작하기 시작한 것.


“내 실력은 어제 충분히 증명했을 텐데.”


-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순결한 마음이야. 운동능력 따위가 아니라고! 어제도 느꼈지만 네 마음은 전혀 순결하지 않아!


요술봉.


그것은 단지 마법소녀와의 연결을 위한 매개체일 뿐. 박민수와 계약한 전(前) 마법소녀, 춘자는 반짝이는 보석을 통해 계약자를 바라봤다.


- 이혼남이 마법소녀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마법소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명예라. 분명 중요한 것이다만···.”


- 단순히 중요한 수준이 아니야! 내가 어제 말했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회자될수록 추가적인 마소를 획득할 수 있다고.


“그랬었지.”


- 그건 사람들이 보내는 긍정적인 마음이 마소로 정제되는 거야. 반대로 부정적인 마음이 보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마법소녀의 재능은 순결한 마음. 그것에 사람들이 보내는 긍정적인 마음이 시너지를 내어 폭발적인 마소로 화한다. 하지만 부정 에너지가 섞인다면?


“···마소가 줄어들겠군.”


- 맞아! 거기다 그 피해는 단순히 개인에게만 미치지 않는다고! 숨겨야 해. 이게 알려지면 이 세상은 끝장이야!


마법소녀에게 품위 유지를 위한 행동 강령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지키지 않으면 무려 감봉!


그렇게 경고하는 와중에도, 춘자의 마음속에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대체제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한 계약.


큰 기대는 없었다. 이름부터가 마법소녀가 아닌가. 아무리 계약으로 힘을 넘겨줬다 해도, 어째서 남자. 그것도 다리털이 숭숭 난 저런 아저씨가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말했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이 세계에 마법소녀가 등장한 약 20년의 시간. 마법소녀의 역사는 그 수십 배에 이른다.


세계를 침공하고 멸망에 이르게 하는 녀석들을 막기 위해, 초대 마법소녀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세계에서, 수백 년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왔던 것이다.


그동안 그런 시도를 전혀 안 해봤다고 생각하는 건가.


겨우 운동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그런 위력을 낼 수 있다면, 어린 소녀가 아니라 군인이나 운동선수를 계약자로 삼았겠지.


그건···. 이미 실패한 실험이다.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순결한 마음. 운동능력 따위가 아니다. 분명 그랬는데.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다. 정체가 드러나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하지. 그래서.”


- 뭔데.


“변신 때의 복장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거지?”


지금 사람 마음도 모르고, 저렇게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있다니. 짙은 한숨을 내쉰 춘자가 대답했다.


- 기본적으로는 변신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고 보면 돼. 왜, 변신이 끝나면 변신 전의 상태로 돌아가잖아? 똑같은 거야.


“그렇군. 그럼, [두려움은 미지에서 비롯되는-]”


- 자, 잠깐, 뭐 하는 거야?


대뜸 주문부터 외우려 하는 박민수를 제지한다.


“당연한 걸 묻는군. 변신 아닌가.”


춘자는 깨달았다.


저 녀석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변신 때 치마를 입은 것이 싫다고 바로 갈아입으려 하다니.


갈아입을 옷도 없는 상태에서!


- 설마, 저 옷을 입으려는 건 아니겠지?


눈에 보이는 옷이라고는 어제부터 입고 있던 낡은 정장뿐. 그마저도 튀어나온 뱃살 때문에 사이즈가 터무니없다.


마법소녀로 변신한 상태로 저걸 입으려 하다간, 분명 흘러내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끌어올린 상태로 의상을 저장해도, 다시 변신하면 흘러내린 상태겠지.


그건 마법소녀가 아니라 노출 소녀다. 전(前) 마법소녀로서, 마법소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박민수 역시 그런 춘자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혹자는 말하곤 한다. 여장은 남자만 할 수 있는 가장 남자다운 행동이라고.”


- ···.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일까?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


“그 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짧지만, 논리적이야.”


- 그, 그렇다면 복장 같은 거 안 바꿔도···!


“취향이 아니다!”


- ···!


남자는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에 마법소녀의 꿈을 품고 산다. 하지만 그것이 ‘소녀’가 되기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적극성. 그것에 감화되었을 뿐.


“젊음을 되찾을 기회를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취향은 존중해 주길 부탁하지.”


이혼.


그것은 박민수의 인생에서, 결혼 이후 가장 큰 결정이었다.


큰 결정이란 항상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법이니.


결혼과 함께 찾아온 막대한 책임감. 이혼 절차와 함께 그것들을 모조리 던져버린 그는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젠 나를 위해 살겠다’고. 심지어 마법소녀가 됨으로 인해 신체적, 재정적 부담에서도 해방된 지금.


그는, 한없이 자유로워졌다.


막아야 한다. 춘자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 마법소녀 변신에는 쿨타임이 있다고!


*


“그렇군. 그 치렁치렁한 의상의 역할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었던 건가.”


- 그래!


마법소녀의 전투복. 통칭 제복.


어디 만화 속 공주님처럼 프릴이 달린 그 옷은 단순히 귀여운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착용자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힘들게 만드는 마법적 효과와 더불어,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 존재했다.


방어력.


괴수의 공격으로부터 마법소녀를 지켜주는 힘이 그 남사스러운 옷에 존재했던 것이다.


원거리에서 마법을 펑펑 퍼부어대며 싸우는 다른 마법소녀들과는 달리, 마소의 절대치가 적어 근접전에 의존해야 하는 내게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겠지.


“괴수들의 수준이 어제 그 녀석 정도라면, 방어력은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군.”


- 크, 크큭. 네놈, 모르는 거냐? 그 녀석은 괴수들 중에서도 최약체···.


“너는 그런 최약체에게 당한 몸이고.”


- 으윽···!


어째서인지 악당 같은 웃음을 흘리던 요술봉을 단번에 격퇴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리진 않아. 젊음과 연금을 위해, 앞으로 마법소녀 일을 계속하게 될 경우. 어제처럼 나약한 적만 만나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


실제로 마법소녀는 꽤나 사망률이 높은 직업이다. 인기 있는 마법소녀의 경우, 팬들로부터 안전을 이유로 은퇴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렇다고 계속해서 치마를 입고 다닐 수는 없는 법. 대안은 있겠지?”


변신 직후, 녀석은 말했었다. 복장 같은 건 나중에 바꿀 수 있으니, 일단 전투에 집중하라고.


“대안 없이 그런 말을 하진 않았을 거라 믿지.”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이라면, 앞으로 녀석을 신뢰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마법소녀 일을 계속하는 것도 포기해야겠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모발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있는 녀석들이라도 잘 관리하는 수밖에.


- ···있어.


“호오?”


- 방법은 총 2가지. 첫 번째는 마음에 드는 옷을 구해 직접 마소를 주입하는 거야. 다소 시간이 소요되긴 하지만, 디자인이나 재질의 선택에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


직접 만드는 방법인가. 상당히 끌리지만, 마소의 절대량이 적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 두 번째 방법은 다른 마법소녀를 통해 얻는 것. 나는 이쪽을 추천해. 상황만 맞으면 마소의 소모 없이도 뛰어난 품질의 제복을 구할 수 있으니까.


다른 마법소녀라.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제의 미노타우르스 괴수에게 당한 여자. 그러나 그녀는 계약하기도 전에 당했다고 했다. 제복이 있을 리 없지.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활동 중인 마법소녀의 수는 추정 400~500명. 그중 정체를 밝힌 이들의 숫자는 37명인가.”


그중 36명이 치마를 입고 있다. 바지를 입는 것은 한 명뿐.


국내 유일의 S급 마법소녀이자 아이돌, 최아영. 나이는 17세.


자리에 앉아 최아영의 전투 영상을 분석한다. 마법소녀 치고는 꽤나 많은 나이 탓인지 최근 영상이 별로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전일 느꼈던 폭발적인 힘. 그것으로 할 수 있는 한계를 계산한다. 기습을 한다면 승산은-


- 자, 잠깐 무슨 소리야?


“네가 말했던 대로, 이 녀석에게서 바지를 빼앗을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만.”


작년보다 힘이 줄어들었을 것을 생각해도 반반인가.


- 누가 싸워서 빼앗으라고 했어?!


그럼 어쩌라는 거지.


- 차원의 틈새에 존재하는 마법소녀의 비밀기지, 별빛의 성소(Sanctuary of Starlight)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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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여의봉과 여의주 +5 24.09.13 157 10 12쪽
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8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5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7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5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2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6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49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2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6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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