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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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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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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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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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스파이시 (2)

DUMMY


새하얀 병실.


“여긴···.”


레이첼 프레첼이 눈을 뜬 것은, 기절한지 약 20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지형을 변화시킬만한 공격을 당해놓고도 고작 20분 만에 깨어났다는 점에서, S 급 마법소녀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엿볼 수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진 거야.”


침대에 앉아 멍하니 중얼거리는 레이첼 프레첼의 눈가에서, 한 줄기의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크흑···!”


한번 물꼬가 트이자, 터져 나오는 눈물. 정신없이 울어대던 그녀가 문득 중얼거린다.


“안돼, 안돼. 이래서는 눅눅한 프레첼이 되고 말아. 하지만···. 분해!”


- 너무 자책할 것 없어.


“···언니?”


레이첼 프레첼의 옆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커다란 매직스틱.


- 그 녀석이 쓰는 힘···. 정말 혼돈의 마소일 줄이야. 천마 녀석이 노망이 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혼돈의 마소라고요···?”


S 급의 마법소녀인 레이첼 프레첼로서도 들어본 적 없는, 불길한 이름의 힘.


- 어차피 한계가 명확한 힘이야. 지금의 패배는 신경 쓰지 말고, 다음번의 승리를 노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야!


선임 마법소녀의 말에는, 어쩌면 그동안 패배를 반복해온 SOS의 마법소녀들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작 16살 소녀에게 그 뜻이 전해질 리 없다. 거기에.


“다음이라면 언제요? 내년? 내후년? 과연 제가 그때까지 마법소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 프레첼···.


레이첼 프레첼은 알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떤지.


지금은 강하지만, 언제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 그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갈수록, 마법소녀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 동심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더욱 승리에 집착했다. 다른 이들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아직 할 수 있다고, 이렇게 강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것도 여기서 끝인 모양이다. 자신은 패배했고, 승리할 기회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미안해요, 언니. 슬슬 후임을 찾을 때가 된 것 같아요.”


-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괜찮아요. 한번 마법소녀는 영원한 마법소녀! 은퇴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는걸!”


조용한 병실에서, 미국을 상징하던 마법소녀 레이첼 프레첼이 은퇴를 결심하던 순간.


“프레첼! 괜찮습니까?!”

“아, 낸시. 난 괜찮아. 스트롱 민수가 힘 조절을 해준 모양이야. 그것보다 마법소녀 안 할래? 낸시라면 분명 잘 할 수-”


병실 문을 거칠게 열고 나타난, 프레첼의 보좌관. 낸시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다.


“그게 아닙니다. 인터넷···. 인터넷을 보면 안 됩니다!”


*


그것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등장했다.


MGE의 공식 계정을 통해 올라온, 하나의 영상.


[예고편]


당금의 대한민국. 아니 지구를 통틀어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가?


열명 중 아홉은 MGA. 즉 매지컬 걸즈 아카데미라 답할 것이다.


그것을 주최하는 이들이 바로 MGE였으니.


사람들은 마법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이나 훈련을 기대하며 영상을 클릭했고, 경악했다.


- 어째서, 어째서 맞지 않는 거냐!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며 외치는 금발의 미녀. 최근 대한민국에 나타나 한차례 이슈화되었기에 모두가 알아본 얼굴.


미합중국을 대표하는 마법소녀, 레이첼 프레첼.


- 느껴진다. 너의 움직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심지어 눈까지 감은 상태로 그녀의 공격을 피해내는 중성적인 외모의 미인.


대한민국에 떠오른 신성, 스트롱 민수. 그리고.


- 잘 맛보도록 해라, 아메리카 소녀. 이것이···.


코리안 스파이시!


진지한 분위기에서 내뱉는 말이라기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대사.


하지만 이미 괴수들의 뇌리에 사회의 쓴맛을 단단히 각인시킨 적이 있는 스트롱 민수다. 새삼스럽게 저런 것으로 문제를 삼을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를 찾아봐도 없었다.


스트롱 민수의 새로운 기술, 코리안 스파이시가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A 급 마법소녀였던 스트롱 민수가, 마침내 S 급을 뛰어넘었다! 고작 데뷔 두어 달 차인 신입 마법소녀라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성과!


딱밤을 맞고 바닥에 처박히는 레이첼 프레첼의 얼굴이 짤방이 되어 떠돌고.


"뭐야! 당장 지워! FBI고 CIA고 전부 동원하란 말이야!"


미국 정부에서 사태를 막기 위해 움직였으나 역부족.


차라리 이번 기회를 통해 레이첼 프레첼의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쪽이 어떻냐는 제안이 조심스럽게 백악관에 올라갔다.


원래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은 법.


병실에 누워 조용히 은퇴를 결심하던 한 마법소녀가 일련의 과정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이, 이것이 코리아의 스파이시인가···!”


- ···.


“맵다, 매워. 후추를. 아니,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것 같아!”


주저앉았던 소녀는, 분노를 원동력으로 다시 일어난다!


“가자. 스트롱 민수를 만나러. 아니, MGE의 대표를 만나야겠어!”

“만나서 뭘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지금은 일단 본국으로 귀환을···.”

“아니!”


단호함이 깃든 레이첼의 시선은, 동영상 마지막에 달린 자막에 꽂혀있었다.


- 소녀들이여! 힘을 원하는가!


- 와라! 매지컬 걸즈 아카데미에!


“강함의 비결, 배워주겠어!”


*


“안돼.”

“엑!”


최대한 단호한 얼굴로 레이첼 프레첼의 요청을 거절한다.


“이미 MGA의 모집 기간은 지난지 오래다. 애초에 신청한 적도 없는 네가, 지금 와서 참가하겠다는 건. 솔직히 말해 어불성설이군.”

“그, 그치만! 나는 레이첼 프레첼이라고?! S 급인데···!”

“그래서?”


분명 S 급 마법소녀가 참가한다면, 그로 인한 홍보효과는 무시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번 기수에는 이미 최아영이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S 급인 그녀가 있으니, 굳이 무리해가며 레이첼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래봐야 A급도 못 이기지 않나.”

“크, 크윽···!”


진지하게 상처를 받은 것 같은 얼굴. 그래도 받아줄 생각은 없다.


애초에 레이첼을 한국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이던가. MGA로 인한 마법소녀의 공백을 채워주길 바랐던 것 아닌가.


그러나 이런 일로 S 급의 마법소녀가 은퇴하기라도 한다면 세계적인 손해. 이쯤에서 새로운 제안을 해줘야겠지.


“대신, MGA의 임시 교관직을 부탁하고 싶은데.”

“어···?”

“우리 교육생들을 가르칠 생각이 있냐고 묻는 거다. 커리큘럼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너 역시 배우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그, 그래도 되는 거야?!”

“대한민국에 출현하는 괴수 소탕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제한적으로 라면.”

“할게!”


격하게 고개들 끄덕이는 레이첼 프레첼을 돌려보낸다.


아무리 임시라고는 해도, 계약서는 써야겠지. 관련해서는 마기태에게 부탁하도록 할까.


그것보다도.


“죽겠군···.”


전신의 뼈마디 하나하나. 근육 하나하나의 수준을 넘어, 세포단위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순결의 극의 그 자체로도 몸에 상당한 무리를 주지만, 이번에 사용한 것은 그만큼 불완전한 상태였기 때문이겠지.


“이래서야 한동안 변신은 무리인가.”


진통제를 아무리 투여해도 줄어들지 않는 통증. 이런 몸 상태라면 변신은커녕 걷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다.


굳이 프레첼 소녀에게 교관직을 제안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변신하지 않고서도 박민수의 모습으로 훈련을 시킬 수 있겠으나, 당장은 누군가 대체할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


“인력 부족이 뼈아프군···.”


소녀청의 지원을 받아 MGE의 인력을 어느 정도 충당하기는 했으나, 그들은 마법소녀가 아닌 바. 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원래 사업 초기에는 사장이 직접 몸으로 뛰어야 하는 법이지만, 이래서야···.”


- 그, 미안···.


“아니, 괜찮다. 눈치를 주려고 했던 말은 아니야. 그리고 그에 대한 방안 역시 찾고 있으니.”


몇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력의 폭발적인 수급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당장 이번 기수만 제대로 마무리해도 상당한 수의 마법소녀를 손에 넣게 되니.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조금 신경 쓴다면 레이첼 프레첼이라는 S 급의 전력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예상외의 성과도 있으니 힘을 내야겠지.


“모든 것은 완벽한 자동 사냥을 위해···!”


- ···.


신경 쓰지 않아도 돌아가는 회사. 알아서 처치되는 괴수. 그로 인해 두둑해지는 통장과, 늘어나는 마소!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천재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가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노력은 약간의 수고에 불과할 것이다.


-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


“음?”


- 사실 우리 마법소녀들이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할 것은, 저런 괴수 따위가 아니라 너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고···.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그리는 세계는 분명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


괴수에게 패배해 고통과 절망 속에 멸망하는 세계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유토피아다.


- 그걸 실제로 이루어낼 것 같다는 게, 너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해야 하나.


“그건 무서워할 것이 아니다. 기대하고, 기도하며, 기다려라.”


- ···그래서. 이젠 어쩔 생각이야? 몸 상태가 이래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MGA와 병행해 진행하려던 몇 가지 일들이, 이대로는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계획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


“일단은 [순결의 극의]에 대해 정리해둬야겠지.”


이전처럼 깨달음이 날아가 버리기라도 하면 손해가 크다.


“네게도 부탁하마. 혼돈의 마소와 어떻게 다른지,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힘인지. 별빛의 성소에서 조사를 해줘.”


그와 동시에, 나 역시 나름의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내 마소의 상태에 대해서.


이전에는 순결의 극의가 혼돈의 마소라고 생각했지만, 둘은 명백히 다른 개념. 어쩌면 혼돈의 마소란···.


불확실한 생각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긴다.


“그리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미뤄둔 일들을 처리할 생각이다.”


- 변신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 일들이 아니야.”


그동안 MGE의 일이 너무 잘 풀렸기에, 조금도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딸을 만나지도 못하고 일에 만 몰두했다. 안 그래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찰나.


결혼 이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다. 이혼하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줄 알았건만, 어째서 이렇게 바쁘게 보내게 된 것일까.


미뤄둔 일들.


그것은 바로 나 개인의 휴식을 의미하는 것.


“딸과 약속한 놀이공원도 가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도 한잔 해야겠어.”


*


박민수가 평화로운 휴식시간을 기대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순간.


···세계 곳곳에서, 그의 행동에 대한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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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49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6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0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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