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최근연재일 :
2024.09.16 15: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8,238
추천수 :
405
글자수 :
143,539

작성
24.08.23 17:20
조회
356
추천
22
글자
12쪽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DUMMY


“별일 없었어?! 네버랜드에 괴수가 나타났다고 하던데···.”

“아아. 아무 일도 없었다.”


새하얗게 질린 전처를 뒤로하고 다시 낡은 SUV에 올라탔다.


“후우···.”


죽겠군.


몸이 부서질 것 같은 통증. 정신이 아늑해지는 피로감. 사흘 연속으로 새벽까지 야근을 했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 ···그 힘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


“무슨 뜻이지?”


- 혼돈의 마소. 긍정 마소와 부정 마소를 한 몸에 지닌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전설 속의 힘이야. 강력하지만···. 사용할수록 너 자신을 파괴하게 될 거야.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죽을 것 같이 아파오니까. 게다가.


“걱정할 것 없다.”


그때 느꼈던 감각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마치 아직 너는 다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듯,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나 꿈만 같다.


하지만 혼돈의 마소라.


그렇게 흉악한 이름으로 불릴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순결의 극의]


그래. 그런 이름이 좋겠군.


- 오만한 이름이야. 수백 년간 순결에 대해 연구한, 우리 마법소녀들의 역사를 부정하는.


“뭐 어떤가. 그래봐야 패배자일 뿐이지 않은가.”


- 으윽-!


마법소녀가 쌓아온 기술력과 역사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아무리 수차례 패배해왔다고는 해도, 그들 나름대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니.


하지만.


반복되는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법.


- 후우···. 어쩌다 이런 놈과 계약을 해서.


“무얼. 네가 계약한 마법소녀다. 최강이 아닐 리가 없지. 소녀는 아니지만.”


- 조심해.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 혼돈의 마소는···. 네 선택에 따를게. 하지만 내가 조심하라고 한 것은 그게 아니야.


심각한 말투로 말하는 춘자. 그동안 들어왔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아니다.


- 놀이공원에서 처치한 그 괴수. 그동안의 녀석들과는 달라. 앞으로도 그런 녀석이 계속해서 나타나겠지. ···침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거야.


“그것 역시 걱정할 것 없다.”


싸움에서 느꼈다.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이용객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 하던 움직임. 위험을 직감하고 회피하며 적을 상대하는 교활함.


세상에 괴수들이 등장하고 수십 년. 놈은 갑자기 나타나 파괴만을 일삼던 그동안의 괴수와는 달랐다.


“그래도 내가 이긴다. 어떻게든 이긴다.”


그것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놈들이 강해진다면, 나 역시 더욱 강해지면 될 뿐.


- 말뿐이면 뭔들 못할까.


“방법은 있다. 우선···. 완성된 제복을 찾으러 가는 것부터 할까.”


오늘은 아니다.


먼저 인외마경의 장소, 네버랜드에서의 피로를 해소한 다음에.


*


“여기, 완성됐다. 한번 입어보거라.”


거드름을 피워대는 퍼플 제이드. 그녀가 건네주는 옷을 받아들고, 빠르게 탈의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몸에 딱 맞는 수트와 하얀 셔츠. 그리고 넥타이와 옥스퍼드화.


특수한 소재가 들어간 것인지, 몸을 크게 움직여도 거슬리는 느낌이 없다.


무엇보다도 무채색의 색상과, 프릴 하나 없는 심플한 디자인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크다. 거기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까지.


“실력이 좋군요.”

“하! 뭐가 됐든 200년쯤 하다 보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지.”


이것이 바로 수백 년간 쌓인 마법소녀 기술의 결정체!


“스트롱 민수. 네 활약은 들었다. 신입 마법소녀 치고는 실력이 제법 뛰어난 녀석이더군. 다만.”


혀를 차던 자옥의 손에서 보라색 마법진이 펼쳐진다.


“몸을 험하게 굴리는 것이 신경 쓰였어. 그래서야 기껏 만든 옷이 상하지 않겠느냐. 아영이 녀석도 그런 식으로 싸우진 않는다.”


옅은 빛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옥으로 된 작은 검 하나.


“쓸데없이 자주 찾아와 새로 만들어달라고 할 것이 눈에 뻔해. 매출이 느는 건 좋지만, 귀찮단 말이지. 그래서 만들었다. 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단검을 든 자옥의 손이, 빠르게 내 옷소매를 가른다.


“···이게 무슨!”

“봐라.”


진정하라며 칼끝으로 소매를 가리키는 자옥.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매를 살피자.


“···!”

“어지간한 손상은 자동으로 수복되도록 만들었다. 청결 유지도 겸해서. 절대적인 건 아니야. 게다가 방어력이나 다른 보조 기능도 상대적으로 약해지기는 했다만. 네게는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떠냐?”


어떻냐고? 지금 이런 것을 만들고 어떻냐고 물어본 것인가?!


“이건, 최고로군···.”


방어력? 보조 기능?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하지만, 옷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한다. 다른 제복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이것이 있다면 계획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겠어.”

“계획이라?”

“최고의 마법소녀가 될 계획입니다.”

“그런 꿈에 젖은 마법소녀가 매년 수백 명씩 나타나지. 그런데 넌 어쩐지 다를 것 같구나.”


자옥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으나, 대답해 줄 생각은 없다.


“곧 알게 될 겁니다.”


최강의 마법소녀가 될 계획. 그 시작은 며칠 전이었다.


*


다른 마법소녀들이 가지지 못한 신체능력. 그 힘은 처음부터 A급으로 측정될 만큼 뛰어났으나, 한계는 명확했다.


마법소녀의 필수적인 자질. 순결과는 거리가 먼 중년의 남자라는 조건. 그에 따라 터무니없이 적은 마소와, 작은 마법조차 발현하기 어려운 구현력.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괴수를 때려잡으며, 착실히 노후 대비에 힘쓰던 어느 날.


- 왜 기술 이름을 외치지 않는 거야?


한때 최강의 네 명 중 하나라 불리던, 선대 마법소녀는 그렇게 물었다.


“기술 이름? 그딴 쓸모없는 것을 외쳐서 뭘 한다는 거지?”


현실은 만화가 아니다.


기술 이름 같은 걸 외치며 싸워봐야 상대방이 대응하기 쉬울 뿐이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투에서 대화를 할 틈 따위는 없다.


- 마법소녀에게 기술 이름은 중요하다고? 내 ‘블로섬 스트라이크(Blossom Strike)’처럼!


“역설적인 이름이군. 세상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만.”


- 꼬, 꼬 뭐?!


“꽃. 뭘 생각한 거지?”


매직스틱이 부르르 진동한다.


- 아, 음. 아무튼! 기술 이름을 외치며 싸웠을 때의 이점은 절대 무시할 수 없어. 유명해질 수 있거든!


“유명해진다?”


유명세. 그녀가 계약 직후부터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 나 정도의 화제성을 가진 마법소녀는 없을 텐데.”


등록 첫날. 세계가 열광하던 때만큼은 아니어도, 며칠이 흐른다고 가라앉을 화제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소는 늘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 너처럼 특수한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지만 그걸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기술 이름은 다르거든.


“다를 것 없다. 그런 것을 고민할 시간에, 운동이나 더-”


- 마법소녀로서 네가 유명해지면, 사람들은 너를 좋아하겠지. 누군가는 열광하며, 누군가는 선망하기도. 누군가는 마음을 바쳐 사랑하기까지 할 거야.


“마지막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 하지만 그게 전부야. 그런 긍정 에너지를 받아들일 능력이 너에겐 현저히 부족하니까, 그걸 해결하기 전까지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 기술은 달라.


“다르다?”


- 네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야. 기술이 강해지는 거지.


생각지도 못한 춘자의 말.


- 아이들이 놀 때 기술을 따라 하고. 영화나 만화 캐릭터가 그 기술을 사용하거나, 오마주하고.


한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화 캐릭터들이 기술 이름을 외치며 싸우는 이유는, 아이들이 따라 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너에게 가기도 하겠지만, 일정량은 모여서 그 자체로 하나의 억지력이 되거든.


“억지력인가.”


- 그럼 기술 자체의 위력도 강화되고-


“그만.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길었어.”


기술의 강화. 단순히 위력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동하는데 필요한 힘이 줄어들거나 다양한 부가 효과가 생길 수도 있겠지.


“기술명이 어째서 필요한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야.”


- 어째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복장 때문이다. 아직 내 전용 제복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지금 입고 있는 보라색 제복은 내 전용이 아니다.


이미지란 한번 머리에 박히면 바꾸기 어려운 것. 이미 늦은 것 같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더 확실히 각인되기 전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의 활동 덕에 치마를 입은 사진이나 옷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정도일까.


“복장과 외형을 정돈하고,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유명했던 마법소녀 A’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것도 한순간이다.


어떤 이미지 대중 앞에 설 것인가. 최강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


연이은 괴수들의 침공에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들.


그런 그들의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명의 마법소녀가 있으니, 그 이름하여 스트롱 민수(Strong-minsu)!


꿈과 미래를 지키는 신인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 시민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스트롱 민수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그의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전투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기존의 마법소녀들처럼 귀여움을 어필하지 않고, 언제나 묵묵하게 괴수를 처치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혹자는 평했다.


“어차피 그녀도 잠깐 반짝 뜨고 말 겁니다. 널리고 널린 다른 마법소녀들처럼, 사회의 어둠을 맛보는 순간 힘을 잃고 은퇴하고 말겠죠.”


혹자는 말했다.


“그녀가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마법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마법소녀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설립된 정부기관. 소녀청에서 관련 게시글을 재빠르게 삭제하였으나, 해당 발언으로 애꿎은 마법소녀들이 충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괴수가 등장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마법소녀였으니.


“살려줘요!”


산성 용액을 토해내는 괴수의 등장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우연히 길을 지나던 마법소녀가 근처에 있기를 소망한다.


또각, 또각.


괴수가 뱉은 녹색 용액이, 바닥을 녹이며 연기를 내뿜는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관심 없다는 듯 괴수를 향해 다가가는 중성적인 외모의 미인.


깔끔한 숏컷, 검은 정장. 무심하게 주머니에 넣은 손.


도망치던 이들 중 하나가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 세운다.


“스, 스트롱 민수다!”

“스트롱 민수가 왔어. 우린 살았어!”


느긋한 걸음으로 괴수의 산성 용액을 모조리 피하며. 어느새 괴수의 바로 앞까지 도착한 스트롱 민수.


“공공장소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매너가 없군.”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잘 봐라, 괴수. 이것이-”


어쩌면 오늘, 스트롱 민수의 기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도망치는 것을 잊고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주머니에서 꺼낸 카메라로 그 모습을 녹화한다.


“[사회의 쓴맛(Bitter Taste of Society)]이다.”



최강이 되기 위한 스트롱 민수의 계획. 그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오후 5시 20분입니다. 24.08.22 20 0 -
공지 주인공은 남자입니다. TS 아닙니다. 24.08.16 170 0 -
28 The Great Magical Girl Era (2) +4 24.09.16 76 7 11쪽
27 The Great Magical Girl Era (1) +3 24.09.15 134 7 12쪽
26 마법소녀 두둥등장 +10 24.09.14 169 10 13쪽
25 여의봉과 여의주 +5 24.09.13 157 10 12쪽
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5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8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5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2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7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