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최근연재일 :
2024.09.16 15: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8,237
추천수 :
405
글자수 :
143,539

작성
24.08.22 17:15
조회
376
추천
17
글자
11쪽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DUMMY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 미어터지는 인파. 지갑을 노리는 물가까지. 아동만화 콘서트에 비하면 한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체력과 재력을 고루 갖추지 못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인외마경의 장소.


그런 놀이공원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나지만, 지금은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아빠! 나 롤러코스터 탈래요!”


그야 당연하다. 하나뿐인 딸이 저렇게 행복해하니까.


“아이쿠, 우리 딸. 롤러코스터는 조금 더 크면 탈까?”

“나중에···?”


이런. 얼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응, 나중에. 대신 오늘은 회전목마 타자.”

“그럼요, 다음에도 같이 와야 해요! 알았죠?”

“그래. 알겠어요.”


다음에 또 같이 오자니. 아빠들한테는 포상이거든요.


- 은근히 자상하네. 그 스트롱 민수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딸이니까.”


딸은 천사다.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 그 자체다.


- 저 모습도 오래 가진 않을 거야. 사춘기만 되더라도 ‘아빠 싫어!’를 입에 달고 지내겠지.


그것은···. 음해다!


- 오히려 그 정도면 다행이려나. 봐도 못 본 척하고, 용돈을 올려달라며 협박할 수도 있어.


“협박?”


- 가출을 한다고 하던가, 시험 점수 같은 것들을 무기로 삼는 거지.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기는 순간-


“그만! 너는 한때 마법소녀였지 않은가? 어찌 그런 사악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거지?”


-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후임 마법소녀를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내가 어떻게 찾은 계약 대상자인데!


저주를 퍼붓더니, 갑자기 신세한탄을 시작한 춘자.


마법소녀로 정점에 올랐던 존재라는 것은, 다시 말해 오랜 기간 독신이었다는 뜻. 긴 외로움으로 인한 히스테리가 분명하다. 신경 쓸 가치가 없다.


“아빠! 나 배고파요!”

“배고파요?”


지금 중요한 것은 딸과 보내는 시간.


“그럼 회전목마는?”

“밥 먹고 타요! 나 짜장면 먹고 싶어!”


짜장면이라.


밀가루와 춘장, 기름기가 가득한 음식. 원래라면 먹는 순간 소화가 되지 않아 고생했겠지만.


마법소녀가 된 이후, 그 정도 위기는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씩 젊음을 되찾는 외형보다도 내면의 변화가 크기 때문.


매일 밤 치맥을 달려도 소화가 잘 되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 마법소녀에게 술은 금지라고!


“그럼 짜장면 먹자.”


한 그릇에 무려 13,000원! 맛 또한 집 근처 중국집이 더 나은 수준.


“맛있어?”

“네! 맛있어요!”


그럼 된 거다!


그때, 창밖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보였다. 동시에 바지춤에서 진동하는 매직스틱.


“뭐지?”


- 큰일이야. 괴수가 네버랜드를 습격했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막아야 해!


상관없지 않나.


여기는 네버랜드.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꿈과 희망의 장소. 저 수많은 인파를 생각하면, 마법소녀 하나 둘쯤은 있을 거다.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고 무시하려는 순간, 약간의 틈 사이로 괴수의 공격에 당해 날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딸.”

“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레이스. 반짝이는 분홍색 옷감. 누가 봐도 마법소녀다.


“아빠 화장실이 급해서 그러는데. 잠깐만 혼자 먹고 있을 수 있어?”

“네에.”

“미안해요. 금방 다녀올게.”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감히 딸과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다니. 괴수 녀석, 편히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마법소녀 스트롱 민수(Strong-minsu), 등장이다!


*


빨갛게 칠해진 코, 하얀 얼굴. 알록달록한 옷.


“히히히! 히히히!”


저것은 분명히 춤추는 광대. 세계의 포식자. 페니-


- 아니야! 장르가 달라진다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저놈이 곧 내 손에 죽는다는 것뿐.


- 조심해. 저 녀석, 그동안 상대했던 놈들과는 달라.


얼핏 보기에도 그렇게 보인다.


그동안 봐왔던 괴수들은 제법 크고, 위협적으로 생겼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켜왔다. 그런데 저 녀석의 기괴한 생김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하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눈물. 단추 대신 끼워진 눈알.


전체 이용가에서 순식간에 19금. 최소로 잡아도 15세 이용가 수준으로 변한 것이다!


“내 인생에서 19금은 액션과 포르노뿐일 줄 알았거늘···.”


- 꺄악!


“시끄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딸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는 말이다!


광대 괴수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잠시 균형을 잃었다.


- 괜찮아?


“아아. 괜찮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몸에 잠시 당황했을 뿐. 마소가 증가한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나.


그간 변신 상태의 몸에 상당히 적응했던 모양이다.


“파워와 스피드 모두 상승했다. 적응이 조금 덜 되었어도 문제는 없어.”


조금 천천히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적응이 끝나있다.


처음 변신했을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와서 문제가 생길 리 없다.


수백 미터를 돌파해 광대 괴수에게 도달하기까지 고작 몇 초.


“히히히! 히히-”


도망치는 시민을 쫓아가며 웃음을 터트리던 놈이, 반응해오기 시작했다.


“제법 강한 놈이다 이건가.”


하지만 늦었다. 놈이 돌아보는 것보다 내 주먹이 적중하는 것이 더 빠르니까.


“···!”


- 조심해!


순간, 놈의 몸이 튀어 올랐다.


마치 스프링을 닮은 다리.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녀석. 주먹이 맥없이 허공을 가른다.


“···빠르군.”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기동성이다. 저런 속력을 가지고 어째서 사람들과 술래잡기 따위를 하고 있던 거지?


- 공포를 얻기 위해서야. 전에 말했던 것처럼 괴수들이 사용하는 힘의 근원은 부정적인 감정. 사람들이 공포를 느낄수록 더 강한 힘을 얻게 돼!


그런가.


수만 명이 모인 놀이공원의 특성상, 놈은 단번에 엄청난 부정 마소를 끌어모은 것이다. 아까의 마법소녀가 당한 것 역시 그런 이유였겠지.


“허억, 허억···. 저 녀석, 강해요.”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구지?”


갑작스레 나타난 여성. 엉망으로 더럽혀진 옷과 곳곳의 생채기.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만 같은 부상이다.


“스트롱 민수 맞죠? 첫 등록 때부터 A급이라는. 저는 러블리 하유니(Lovely.Hayuny). 5년차 마법소녀. 등급은 C급이에요.”



5년차 마법소녀라니. 평균 근속 연수가 3년 남짓한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대단한 녀석을 만났군.


등급은 C급으로 낮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경험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혼자서는 불가능해도, A급인 당신과 함께라면 가능해.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아니.”


러블리 하유니의 말을 끊고, 피에로 녀석을 향해 달린다.


“안돼!”


- 어디 가! 들어는 봐야지!


“들을 가치 없다.”


- 왜?!


그녀의 경험과 통찰력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분명 이제 마법소녀가 된지 1주일이 갓 넘은 나로선 생각할 수 없는, 확실한 공략 방법이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아까도 분명 말했을 터.


“이 이상, 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단 말이다!”


속도가 빠르다? 사람들의 공포를 모아 큰 힘을 얻었다? 그딴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내게 놈은, 오직 딸과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쓰레기일 뿐이다.


분노가 차오른다.


언제나 마음을 순결하게 유지해야 하는 마법소녀에게, 분노란 분명 힘을 약화시키는 이물질일 뿐.


그러나 놈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오히려 분노는 살의가 되어 타오른다.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을 중심으로, 몸 안의 마소가 살의에 반응한다. 기껏 키워놨던 마소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


- 이, 이건···!


혼탁한 마소가 둘로 나뉜다. 태양처럼 밝은 느낌을 주는 마소와, 칠흑처럼 어두운 느낌의 마소.


하지만 둘 모두, 조금의 더러움도 없이 그 어느 것보다도 깨끗했다.


‘아아···.’


이것이 극한의 순결.


비록 나는 세상에 찌들었으나, 딸의 미소를 보고 느낀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비록 마법소녀가 되었으나, 놈을 죽이고자 하는 살의만은 누구보다 강렬하다.


상반되는 두 가지의 감정이 서로 힘을 겨루는 듯하더니, 경쟁하듯 힘을 키운다.


두근-!


심장이 크게 박동한다.


전신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에, 세포 하나하나에. 증폭된 마소가 깃든다.


동시에 깨달았다.


이것은 지금의 내 육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힘. 분명 장시간 유지될 경우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이고 말했듯. 딸을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으니.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흐른 시간은 찰나. 내 몸은 아직도 허공에 있다.


그대로 허공을 박찬다.


공기 중에 충격파가 발생하며, 나아가던 방향 그대로 몸이 가속한다.


“히히히! 히, 히?”


광대 괴수가 식은땀을 흘리며 회피하려 했으나. 아까는 빠르게 느껴졌던 움직임도 지금은 터무니없이 느리다!


놈에게 닿기 직전. 직선으로 뻗어가던 주먹의 방향을 변환한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기.


“흡!”


주먹이 명중한 순간. 놈의 하얗고 펑퍼짐한 뱃살이 출렁거리며 공중으로 떠올랐고-


펑-!


수십 미터 위, 하늘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


다시 도착한 식당.


고작 2, 3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기에, 식당 안의 사람들은 바깥의 소란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 아, 아. 관리 사무실에서 안내드립니다. 지금 공원 내에 괴수가 발생- 아, 퇴치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피 안내가 이렇게 늦다니.


“아빠! 늦어요!”


익숙한 목소리, 짜증이 담긴 얼굴.


몸이 부서질 것 같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럴 땐, 늦었어요!라고 하는 거야.”

“늦었어요!”

“아빠가 미안해요.”


딸아이의 그릇은 이미 양파만을 남긴 채 텅 비워져 있고, 아직 입도 대지 못한 내 짜장면은 불어 터져 먹기 힘든 상태.


“야채도 먹어야지요?”

“맛없어요···.”

“양파가 얼마나 맛있는데.”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다. 그럴 체력도 안 되고.


바깥은 완전히 난리가 나있다.


괴수가 하늘에서 터져나간 덕분에 놀이공원의 피해는 적었지만, 사방으로 퍼진 핏물을 처리하느라 고생인 모양이다.


“우리 이제 나갈까?”


아무래도 딸과의 소풍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회전목마!”

“회전목마···.”


전투가 있었던 장소와 회전목마 위치가 제법 떨어져 있으니까, 거기까지 흔적이 남지는 않았겠지만.


이 상황에 운영이 되고 있을까···?


- 현재 피해 복구를 위해 이용이 중단된 놀이 기구로는, 롤러코스터. 익스트림 봄버. 매지컬 보트. 파라오의 왕관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갈까?”

“네!”


*


“그거 들었어? 여기 스트롱 민수가 왔었나 봐!”

“여기 회전목마?”

“아니! 저쪽에 괴수 처치한 거. 스트롱 민수였대! 한 방에 처치했다는데?”

“···대박. 지금 가면 볼 수 있나?”

“진작에 갔겠지.”


회전목마에 탑승한 관람객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민수가 난감해하고 있던 때.


- 그건, 그 힘은 분명히···.


그의 바지 속 매직스틱. 아니, 춘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오후 5시 20분입니다. 24.08.22 20 0 -
공지 주인공은 남자입니다. TS 아닙니다. 24.08.16 170 0 -
28 The Great Magical Girl Era (2) +4 24.09.16 76 7 11쪽
27 The Great Magical Girl Era (1) +3 24.09.15 134 7 12쪽
26 마법소녀 두둥등장 +10 24.09.14 169 10 13쪽
25 여의봉과 여의주 +5 24.09.13 157 10 12쪽
24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2) +3 24.09.12 175 12 13쪽
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22 마법소녀의 큰 그림 (2) +2 24.09.10 176 8 11쪽
21 마법소녀의 큰 그림 (1) 24.09.08 185 9 12쪽
20 코리안 스파이시 (2) +1 24.09.07 188 9 11쪽
19 코리안 스파이시 (1) 24.09.06 191 11 12쪽
18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3) +2 24.09.05 195 13 11쪽
17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2) +1 24.09.04 202 11 11쪽
16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2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6 22 12쪽
»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1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3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4 2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