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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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라면
작품등록일 :
2024.08.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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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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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DUMMY


겁을 먹은 것처럼 주눅 들어있는 소녀들.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건 간에, 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것은 신분이 공개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 그대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마법소녀 대부분은 신분을 감춘 일반인. 아무리 강해지기 위해 자원했다 해도, 막상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회 기간 동안, 나는 다양한 것들로 그대들을 시험할 것이다.”


마법소녀에게 있어서 상징과도 같은 것들이 있다.


하나는 제복.


제복은 마법소녀들을 전투에서 크게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며, 디자인을 통해 각 개인의 성향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매직스틱.


모든 마법소녀들이 소지한, 소중한 몽둥이. 여의봉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기능은 없지만, 선임 마법소녀와 통하는 매개체이며 그 자체로도 훌륭한 무기다.


마지막으로-


“변신 주문.”


계약 당시, 마소가 영혼과 공명해 만들어지는 특별한 주문. 각 마법소녀의 영혼에 새겨지며, 그만큼 마법소녀 개개인의 본질과 맞닿아있다.


“다들 알다시피, 변신 주문이란 영혼의 본질이 언어로 형상화된 것. 주문의 내용은 곧 신념이며, 가치관이다.”


따라서.


“마음의 힘으로 강해지는 것이 바로 우리들, 마법소녀다. 주문을 알면, 그 마법소녀의 자질뿐만이 아니라 강해질 방향성 또한 알 수 있지.”


내가 변신하는 장면을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자 여기서 주문을 외운다.”


무대 위를 가리키며 말하자, 주저하는 소녀들.


이 방송이 시작되면 정체가 공개된다. 이 자리에서 주문을 외운다는 것은, 각자의 은밀한 내면을 전국에 공개한다는 의미.


- 아무리 순결한 마음을 지닌 마법소녀라 할지라도, 모든 소녀에게는 비밀이 있는 법이라고!


MGE와 소녀청의 협력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긴 하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런 소녀들 사이에서 당당한 걸음걸이로 나서는 이들이 있었으니.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하나는 익히 아는 얼굴, 최아영. 국내 유일의 S 급 마법소녀이자, 언제나 당당하게 신분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아이돌.


다른 한 명은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제법 성숙한 얼굴의 미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을 주는 얼굴에 미간을 찌푸리려는 찰나.


“신하윤. 활동명은 러블리 하유니(Lovely.Hayuny)입니다. 먼저 하고 싶습니다.”


생각났다.


놀이공원에서 만났던, 5년 차 C급 마법소녀. 진즉 은퇴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던 건가.


“흠···.”


당연히 자신이 먼저 할 것이라 여기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최아영, 그런 그녀를 향해 경쟁심을 불태우는 신하윤.


신경전에서는 최아영 쪽이 이겼다고 볼 수 있으나.


“다들 뭔가 착각하는 것 같군.”


낮게 깔린 목소리에 어리둥절하는 소녀들.


“이건 서바이벌.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이들이 우리 MGE와 계약해 활동하는 대회다.”


당연한 이야기. 벌써부터 알아들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경쟁이 아니야. 다른 사람이 잘 하고 못 하고 와는 상관없이, 개인의 가능성에 달린 문제지.”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마법소녀라 해도 결국 소녀일 뿐이라는 것이겠지.


아니. 단 한 명.


러블리 하유니. 아니, 신하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1라운드에 전원이 탈락하는 것도. 혹은 마지막까지 101명 전원이 살아남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른 마법소녀들도 하나둘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표정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주눅 들어있던 얼굴에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깃든다.


“지금 모습만 봤을 때는, 1라운드 탈락자는 99명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부터, 무대 위로 달려드는 소녀들. 개중에는 이미 주문을 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아아, 보기만 해도 마소가 줄어드는 것 같은 광경이야···.


“무슨 소리냐. 저렇게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 찬 이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감돈다.


*


“내 마음은 적을 불태우는 신성한 불꽃! 오라-”

“찬란한 미래의 가능성을 이 자리에! 어른이 된 내 모습-”

“희망의 바람이여! 추악한 어둠을 물리쳐-”

“내 안의 용기는 무한한 가능성! 강인한 의지로-”


듣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주문이 사방에서 몰아친다.


“촬영은?”

“현재까지는 문제없습니다. 녹음 역시 각자 소지한 마이크를 통해 개별로 진행 중이고요. 잡음 제거 정도는 간단한 후처리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인접한 이들끼리 주문이 뒤섞여, 구분이 불가능한 일은 없을 모양이다.


하나둘씩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이들 사이로, 아까 나섰던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스러운 미소로 당신의 하트를 캐치! 하늘의 별님도 내게 반했다고! 러블리 하유니(Lovely.Hayuny), 잊지 마!”

“스타라이트 아영(Starlight_a_young), 등장!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진실을 꿰뚫어 볼 거야. ···너 이미 나한테 반했구나?”


다른 이들보다 유독 밝은 빛. 드러나는 것은 각각 과도한 장식이 달린 공주님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왕자. 혹은 기사가 연상되는 제복을 입은 여인.


“재미있군.”


별의 마음도 빼앗았다는 공주와, 별빛의 눈동자를 가진 왕자님인가.


“잘만 조합하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오겠어.”


물론 그건 둘 모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그나저나, 다들 주문이 짧군.”


모두들 내 변신 주문에 비하면 반도 되지 않는 길이. 심지어 짧은 경우에는 변신명만 외치는 경우도 있다.


- 그야, 다들 고르고 고른 후임일 테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지?”


SOS의 마법소녀들이 후임을 고를 때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춘자만 해도 몇 년이나 헤맨 끝에 간신히 적합자를 찾았다고 했던가.


결국 계약은 나와 하고 말았지만.


- 주문의 길이는 재능의 크기와 반비례. 이건 상식이라고!


“···.”


생각지도 못한 이유에 입을 다물었다.


그야, 확실히 주문이 길수록 변신하는 데 오래 걸리고. 외우기도 어려울 테고. 짧은 편이 사람들한테 임팩트도 강하겠지만.


- 그, 그래도 너무 신경 쓰지 마! 확실히 재능은 쥐꼬리만하긴 해도···. 너만큼 빠르게 강해진 마법소녀는 찾아보기 힘드니까!


“크윽···!”


이 녀석, 일부러 먹이는 건가.


“···뭐, 상관없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소녀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내 밑에 자리할 이들이 아닌가.


- 정말 신경 안 써?


“물론이다. 재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이니.”


누군가는 머리가 좋고, 누군가는 운동신경을 타고난다. 남다른 예술성을 가진 이도, 더딘 성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을 지닌 이도 있다.


“마법소녀의 재능이란 순결함. 하지만 그렇기에, 뛰어난 마법소녀일수록 한계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


마소라는 기상천외한 힘을 가지고도, 괴수와의 전쟁에서 줄곧 패배해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건만, 정작 그런 마음을 가지는 순간 모든 힘을 잃게 되니까.


반면 순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는, 다른 어느 마법소녀도 가지지 못한 가능성의 총화나 다름없다.


- 긍정적이네! 보기 좋아!


“···.”


어쩐지 평소 이상으로 과하게 밝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변신을 마친 마법소녀들을 바라본다.


101명. 나를 포함하면 총 102명의 마법소녀가 한자리에 모인 광경은, 그 자체로 희귀한 장면이다.


자신들의 세계를 잃은 마법소녀들의 피난처인 별빛의 성소를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마법소녀가 모일 일 자체가 없으니까.


- 전쟁 막바지에나 볼만한 모습이네···.


“앞으로는 자주 보게 될 거다.”


MGA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성과에 따라 다음 기수도, 더 나아가 세계 각국에서도. 수천 명의 마법소녀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도 생길 거다.


그렇게 모인 이들의 위에 서있을 날을 생각하니, 몸이 저릿하게 떨린다.


“자. 1라운드의 합격자를 발표하겠다.”


당황하는 마법소녀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야, 한 것도 없는데 합격자를 선별했다고 하니.


“너희들 전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니 불안하겠지.


“합격이다!”


*


탈락으로 겁을 줘 행동하게 만들고, 합격을 선언하는 것은 옆 나라 닌자 시험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첫 시험을 앞둔 긴장감으로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한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진짜는 지금부터다.


“지금부터 변신 상태를 가능한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 다들 사전 미팅 당시 마소량을 측정했을 거다.”


SOS에도 약 4,000개 남짓한 수량밖에 없는 보물. 마소 측정기를 이용했다.


어째서 보물이라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개수가 많은 만큼 춘자 역시 하나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


“그 마소량을 기준으로, 변신 효율을 계산했다. 5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통과다. 그보다 낮다고 불합격인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불이익이 있을 예정이니 기대하도록.”

“불이익이라면 뭐죠?”


앞장서 손을 들고 질문하는 최아영. 아니, 스타라이트 아영.


“이번 선별 대회의 이름이 어째서 MGA. 매지컬 걸즈 아카데미인지 생각해 봐라. 그럼 답이 나올 거다.”

“아카데미라면···.”


내 말에 상념에 빠진 소녀들. 하나둘씩 자신들이 떠올린 생각을 중얼거린다.


“그게 뭐야?”

“아카데미 하면··· 사랑!”

“모험과 우정을 빼놓을 수 없지.”

“귀족 영애가 대공과 황자를 만나는 곳!”


마지막에 조금 이상한 것이 껴있는 것 같은데.


소리가 난 방향을 살폈지만, 워낙 많은 인원 탓에 누구인지 알아내진 못했다. 나중에 녹음파일을 확인하면 되겠지.


“모두 틀렸다.”

“···?!”

“아카데미는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배움의 장소. 즉, 학교다! 학교의 본질은 바로-”

“사랑! 연애 맞죠?”

“···학업이다.”


경악과 불만이 반반 섞인 마법소녀들. 그야 10대 소녀들에게 학업이란 주된 관심사가 아닐 테지.


“물론 공부를 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다.”

“역시 연-”

“훈련을 시키겠다는 뜻이지.”

“···?!”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들을 보자니, 어디선가 차오르는 우월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 맛에 사람들이 교사를 하는 것인가.


“남들은 숙소에서 간식을 먹고, TV를 보고. 서로 친해져 놀고 있을 때. 남아서 땀 흘리며 훈련해야 한다. 5주간의 촬영 기간 내내.”

“아, 안돼!”


마법소녀들이 느낀 위기감에 따라, 회장 전체에 마소가 출렁인다.


“안심해라. 지금은 미숙할지 몰라도, 내 커리큘럼을 잘 따라온다면 모두 한 사람의 훌륭한 마법소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 환영한다.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에 온 것을.


“모두 낙오하지 않길 바라지.”



작가의말

물리치료 받고 한 이틀 푹 쉬니 손목 상태가 훨씬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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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크고 아름다운 매직스틱을 강화하는 법 (1) +2 24.09.11 16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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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마법소녀 아카데미아 (1) +2 24.09.03 213 10 11쪽
15 마법소녀 선발대회, 개회(開會) +2 24.08.31 237 12 12쪽
14 이혼했더니 마법소녀들이 집착함 +3 24.08.30 250 17 12쪽
13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2) +2 24.08.29 253 13 12쪽
12 사랑과 우정의 수호자, 스트롱 민수! (1) +1 24.08.28 263 10 11쪽
11 마법소녀식 사업 방법 +1 24.08.27 280 12 11쪽
10 마법소녀에게는 소속사가 필요하다. +4 24.08.25 303 19 12쪽
9 천마(법소녀) +2 24.08.24 337 16 11쪽
8 마법소녀의 기술은 특별해야 한다. +3 24.08.23 357 22 12쪽
7 놀이공원이란 끔찍한 곳이다. +1 24.08.22 377 17 11쪽
6 마법소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2 24.08.19 402 19 12쪽
5 기연은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5 24.08.17 414 18 11쪽
4 004 마법소녀는 비밀기지가 있는 법이다. +5 24.08.16 444 19 11쪽
3 마법소녀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6 24.08.15 552 25 11쪽
2 마법소녀는 순결해야만 한다. +8 24.08.15 711 30 12쪽
1 이혼 첫날, 마법소녀가 되었다. +8 24.08.15 826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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