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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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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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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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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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출장 준비 (2)

DUMMY


32화. 출장 준비 (2)



강민혁 차장은 자신이 신경 좀 썼다는 듯이 호기롭게 티를 냈다.


“법무팀 통해서 준비해 둔 건데 계약서 한 번 읽어봐. 최대한 너한테 유리하게 맞췄으니까. 읽고 사인하면 계좌로 돈 들어갈 거야.”

나는 강민혁 차장에게 계약서와 차용증을 받아들여 차분히 쭉 읽어 나갔다.


그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계약서만큼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법.


이는 가족끼리의 계약이라도 달라지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어야 한다.


쭉 읽어보니 계약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조건이 좋았다.


몇 가지 내용을 요약 해보자면 강민혁 차장이 빌려준 2억 원에 대해 연 4%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그리고 나 윤선일은 새로운 계열사 창단 시 받게 되는 지분 전체를 강민혁의 우호 지분으로 삼는다는 내용.


독소 조항으로는 강민혁을 제외한 다른 사람과의 지분 거래를 금지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참고로 1994년 지금 시점의 기준금리는 7%대. 1995년 내년의 금리는 9%대. 그리고 1997년 하반기 IMF 외환위기부터는 급격하게 상승해 12%이다.


급격하게 오른 금리는 1998년 하반기 ~ 1999년 정도나 되어서야 다시 5% 정도로 안정이 된다.


기준금리가 이 정도라는 건 시중 대출 금리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그런 와중, 이 시대의 4%의 이율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꽁돈이나 다름없다.


나는 차용증과 계약서의 순서대로 서명을 마쳤다.


“연이율 4%라 제가 생각한 거보다 조건이 훨씬 좋군요. 한국은행에서 지정한 기준금리가 7%대인데···.”


“더 맞춰주고 싶어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그게 최선이더군. 개인 간의 채무 관계에서도 일정 금액 이상부터는 이자를 매기지 않으면 범법이 되거든. 근데 뭐 우리 사이에 내가 너한테 이자를 꼬박꼬박 받겠냐. 기록만 남기면 되는데 다 방법이 있지. 자질구레한 건 우리 쪽에서 다 처리 해둘 테니까 돈 많이 벌어서 원금만 갚아.”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도원결의를 맺은 한 명의 동생이자 차장님의 사업 파트너로서 도움 주신 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은원관계만큼은 확실하게 해야지. 강민혁 차장이 빌려준 2억 원은 금방 몇백, 몇천억의 규모까지 커버릴 수 있으니··· 역시 그가 가장 빠른 시간으로 바닥에서 나를 끌어 올려줄 수 있는 키가 맞았어.’


“그래. 꼭 잊지 말고 언젠가 내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네가 좀 도와줘라. 아참. 이제 2억 원은 네 돈인데 어디에 투자한다고 했지? 네가 투자한다고 하니까 조금 궁금해지네. 통신사업도 너로부터 시작된 거니 말이야.”


“당장은 좀 이해가 안되실 수 있지만 제가 투자할 회사는 온라인 서점입니다.”


강민혁은 내 말을 듣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책을 온라인으로 파는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거지? 서점에 유통하면서 중간 마진 때 먹는 그런 회사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초창기 모델은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에서 책을 포장해서 소포로 부치는 겁니다. 그러면 이틀 정도 뒤면 소비자는 집에서 주문한 책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강민혁은 더욱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집 근처 서점에 가서 직접 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하면 기다릴 필요도 없잖아. 물론 네가 나름대로 잘 생각하고 결정했겠지만 나라면 온라인 서점은 잘 이용을 안 할 거 같은데······.”


“대부분이 온라인 서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차장님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은 시작에 불가합니다.”


“그러면?”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서점은 온라인 유통업의 시작일 뿐입니다. 한 번 지켜보시죠. 제 투자로 인해 온라인 서점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말이죠. 차장님께서도 과정을 지켜보시면 보는 맛이 쏠쏠하실 겁니다.”


“그래··· 뭐 지금까지 지켜봐 온 윤 사원이라면 어련히 잘하겠지. 그거 잘되면 한 턱 쏴라.”


‘한턱이 뭡니까 기대하십쇼. 초호화 만찬을 대접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머존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나중에 차장님을 도울 일이 생길 겁니다.’


“잘 되면 연수원에서 차장님과 즐겼던 만찬보다 더 크게 쏘겠습니다.”


“하하하. 마음만이라도 잘 받으마. 그리고 이거 받아.”


강민혁 차장은 박장대소를 터뜨리다 가방에서 내 이름이 적혀있는 영어판 명함 뭉치를 건넸다.


“차장님 이건?”


“이번 출장 때에만 써. 한 달짜리 기간제 명함이야. 가뜩이나 인종차별도 심한 곳에서 윤 사원이 신입사원의 신분이라 하면 더더욱 무시당할 게 뻔하잖아? 그거 감안해서 임시로 새로 팠으니까 가지고 있어.”


[Senior Partnerships Manager / Seonil -Yoon]


명함에는 내 이름 석 자와 함께 신입사원이 아닌 관리자급의 직책이 영문으로 적혀있었다.


‘Senior Partnerships Manager. 수석 파트너십 관리자라. 듣기 좋네.’


“차장님의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저로서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강민혁 차장은 책상 위의 달력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해외 출장 일정은 넉넉하게 한 달 정도로 잡았는데 상관없지?”


“한 달 정도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라이센스 계약도 쉽지 않아 보이고 제가 투자 문제로 중간중간 워싱턴 시애틀 쪽으로 넘어가야 할 수도 있어서 한 달이면 확실하게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네가 말한 온라인 서점 투자로 샌디에이고에서 워싱턴으로 넘어가는 건 상관없는데 퀌컴이랑 CDMA 기술 계약이 우선순위인 건 알지?”


인생에 ‘절대’란 없다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신감 있게 의견을 피력했다.


“당연하죠. 차장님. 제 투자가 계약에 악영향을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워싱턴 시애틀에서 열리는 문학인의 밤 행사까지 여유가 좀 있으니 라이센스 계약이랑 겹칠 일은 없을 거야.’


“자, 그러면 출발은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고 아침 일찍 민호가 차로 픽업 갈 거야. 한 달 동안 자리 비우는 거는 차 팀장한테 미리 언질을 줬으니 걱정 말고. 너희 부서 업무도 조정 좀 해뒀으니 다들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 거야. 오히려 윤 사원이 자리를 비우는 걸 좋아할 수도 있겠네. 그동안 워낙 바빴을 테니···.”

‘역시 강민혁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참 세심하고 꼼꼼해.’


“알겠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은 미팅 준비 좀 확실하게 해두겠습니다.”


“그래. 월요일에는 웃으면서 보자고.”


나는 미래전략실의 사무실을 빠져나와 12층의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강민혁 차장이 부서 사람들한테도 힘을 좀 써서 그런지 고작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 한 달간 자리를 비운다는데도 다들 불평 한마디 없이 표정이 해맑았다.


그래도 도리상 한 분 한 분 찾아가 오래 자리를 비우게 되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반응이 참 재밌었다.


먼저 김수호 대리는 그동안에 봐온 모습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윤 사원이 강민혁 차장님하고 떠나게 되면서 우리 부서 한 달 치 업무 대부분이 다른 부서로 이관된 거 있지? 그리고 이번 공장 부지 선정했던 거 우리 부서 실적에도 들어갈 거 같아. 당연히 성과급도 기대해 볼만 하고.

아주 복덩이가 들어왔어. 윤 사원이 이런 식으로 자리 비우는 거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말만 해.”


정대만 과장은 조금 무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참 기뻐 보였다.


“맨날 실적 가로채기만 당하다가 이번에는 제대로 보상받을 거 같으니 기분이 좀 새롭네. 성과급 기대해도 될 거 같다니까 마누라가 그렇게 좋아하는 거 있지? 이번에는 강 차장님도 차장님인데 선일이 네 공이 컸어. 고맙다. 올 때 팀 사람들 잊지 말고.”


‘이 시절에 10년 넘게 일한 과장급이 새파란신입한테 고맙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데 참 점잖고 솔직한 사람이야.’


“넵! 선배님들 취향에 맞춰서 현지에서 좋은 걸로다가 선물 들고 오겠습니다.”


며칠 전에야 팀에 합류한 팀의 캡틴 차형석 차장은 조금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신입 환영식날 처음 보고 일주일도 안 된 거 같은데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이거 상황이 참 재밌네, 재밌어. 4명밖에 없는 팀에서 한 명이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썰렁할 거 같기도 하네.

아무튼 강 차장님이 어련히 잘 리드 하시겠지만, 계약 꼭 따내고. 팀장으로서 명령이니 조심히 잘 다녀와라.”



짧고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대답.


“잘 다녀오겠습니다. 팀장님!”




***




박왕근 의원이 구속된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성 전자를 비롯해 대성 건설과 여러 계열사의 공장 건설 관련 담당자란 담당자들은 다 화성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훗날 나노시티라 불릴 반도체 공장의 착공식이 진행되어 화성군에 광활한 땅덩어리에 강씨 일가가 총집합하는 일이 있었다.


형식적으로 흙 하나 안 묻은 삽을 들고 땅을 파는 시늉을 하는 등의 행사를 위해서 말이다.


이제 G1 라인의 착공이 시작됐고, 앞으로 차례대로 G2, G3, G4 라인까지 지어질 것이다.


착공식과 더불어서 각 방송사와 신문사의 기사는 덤.


《대성그룹.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반도체 공장 착공식 개최. 첫 번째 라인 1996년 완공 예정.》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주변의 땅값이 요동 치기 시작했다.


아직 내가 가지고 있는 2,000평의 임야까지는 영향이 덜 하지만 계약했던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멀리서 땅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배로 뛰었다고 한다.


‘땅값 오르는 건 시간 문제야.’


화성에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에 있는 나는 퀌컴과의 성공적인 계약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지식을 잘 버무려서 말이다.


현재 퀌컴이 난항을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기술 라이센스에 대해 대성과 독점 계약을 맺을 시 그들이 얻어 갈 수 있는 이익.


그리고 워싱턴 시애틀에서 열리는 문학인의 밤 행사에서 우연히 제프를 만난 뒤의 시나리오까지.



***




월요일 아침 꽉 찬 캐리어와 배낭을 멘 채로 집 앞에 서서 잠시 기다리니 저 멀리 고급스러운 검은 세단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검은 정장을 쫙 빼입은 한민호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윤선일 씨 오랜만입니다. 짐 싣고 뒷좌석에 타시죠.”


한민호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트렁크에 캐리어와 배낭을 실은 채로 나는 차로 몸을 옮겼다.


“강 차장님은요?”


“이제 모시러 갈 겁니다. 다른 두 분은 공항에서 뵙기로 했고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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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캘리포니아로 +1 24.09.19 447 13 12쪽
» 출장 준비 (2) +1 24.09.18 626 16 11쪽
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1 24.09.17 735 16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812 16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832 18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871 18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925 15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1,029 14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1,052 17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1,152 18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289 21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387 21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413 25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484 23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475 22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469 25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498 26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527 22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545 25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557 27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598 25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584 27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626 30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653 26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691 28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792 26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950 27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2,085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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