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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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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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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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화만사성 (2)

DUMMY



21화. 가화만사성 (2)



때마침 씻고 나오신 아버지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큼큼. 내가 먹태 구이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


“아부지 술은 잘 안 드셔도 먹태 구이만큼은 자주 드셨잖아요. 엄마가 만든 닭볶음탕도 잘 드셨구요. 이거 저랑 엄마랑 같이 만든 거예요. 한번 드셔보세요.”


곧바로 한 숟가락 떠먹은 아버지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렸다.


특히 입꼬리 주변이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맛이 괜찮아서인지 이 자리가 마음에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는 것만은 확실했다.


“네 엄마랑 같이 만들었다고? 꽤 먹을 만 하구나.”


나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빈 소주잔을 들어 아버지 쪽을 향했다.


“아부지 저 술 한 잔 따라주세요.”


-쪼르르.


술잔을 따라주시던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선일아, 내가 왜 술을 안 좋아하는지, 잘 안 먹는지 아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술잔을 비운 뒤 나는 대답했다.


오랜 사회생활로 웃어른과의 술자리 예의 같은 건 무의식적으로 나왔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술을 싫어하시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단 한 번도 아버지가 왜 술을 꺼리시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사실 나도 네 나이까지만 해도 술을 좋아했다. 거의 매주 회식이 있었기 때문에 술을 싫어했다면 직장생활을 버틸 수가 없었겠지. 그런데 지금은 왜 술을 안 먹느냐 하면 네 할아버지 때문이다.”


“할아버지요?”


나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할아버지이기도 하고 아버지 입에서 할아버지 얘기는 처음 나온 터라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래 선일이 네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에는 없겠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고, 우리 남매에게까지 손을 뻗으셨다. 평소에는 그렇게 자상한 아버지였는데 술만 마시면 사람이 돌변했던 거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날에는 1분 1초가 지옥이었다. 어린 나는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참 무기력했지.”


“아······.”


“그런데 한참 술자리를 찾아다니고 즐겨 마시던 어느 날 내가 그렇게 증오하고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나한테서도 보이더구나. 그 뒤로 나는 맹세했다. 내 가족한테는 절대 그런 추악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지금까지 술을 끊고 거리를 두게 된 거다. 지난번에는 미안했다.”


‘아버지한테 그런 아픈 사연이 있을 줄이야······.’


옛날 생각이 났는지 아버지의 눈에는 쓸쓸함과 그리움, 그리고 공허함이 뒤엉킨 듯 보였다.


처음 겪는 아버지의 솔직한 모습에 나는 어찌할 줄 몰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아버지가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내 어깨를 두 번 정도 두드린 뒤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선일이 너도 조심하거라. 이제 첫 출근이니 가기 싫어도 억지로 가야 하는 술자리가 많을 텐데 절대 자기 자신을 통제 할 수 없을 때까지는 마시면 안 된다. 명심하렴.”


“아버지의 피 같은 조언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분위기가 너무 다운된 거 같아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지금만큼은 조금 유치해도 되겠지.’


자식이 없는 인생을 살아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부모 앞에서는 나이 할 거 없이 잠깐 유치해져도 되지 않을까.


나는 연수원에서 받은 상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버지 저 연수원에서 1등 했어요. 수석이요. 수석.”


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 많았다. 우리 아들, 정말 장하구나.”


처음 듣는 아버지의 칭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저 무뚝뚝하기만 한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내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


“아버지 직장 옮기셨다고 들었어요. 현장직이라고 들었는데 일은 안 힘드세요?”


아버지는 다시 술을 한 잔 따라주시며 말했다.


“조금 힘들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거기 남아있던 거보다는 훨씬 났다. 거기 남아있으면 계속 안 좋은 생각만 날 테니까. 네 엄마가 말해줬을진 모르겠는지만, 아는 사람 덕분에 대명 자동차 생산설비 쪽으로 새로 취직했다. 운이 좋았지. 내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에 들어온 거니 말 다 했지.”


“켁, 케엑.”


아버지의 말을 듣다 나는 깜짝 놀라 체할뻔했다.


“대명 자동차요?”


“그래 대명,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가 아니더냐. 운이 참 좋았지. 하하!”


‘대명 자동차? 나로 인해 과거가 바뀌었다. 집안이 박살 나는 과거를 막았고 아버지가 새로 직장을 옮기셨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대명 자동차는 안 된다······.’


당시 대한민국 4대 재벌이라고 불린 대명 그룹이지만, IMF 외환 위기기가 터지고 대성그룹이 힘을 키워갈 때 와르르 무너져 버린 기업이 바로 대명이란 말이다.


앞으로 5년이면 무너질 기업인데 또다시 집안의 가장, 아버지의 무너지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대명그룹은 1999년 워크아웃으로 인해 계열사들이 우후죽순으로 갈려 나갔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채권자)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업의 파산을 방지하고 회생을 도모하기 위해 부채 상환 조건을 조정하거나 유예해 주는 구조조정 절차이다.


그리고 대명 그룹이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는 건 대명이 재정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파산을 막아보려 하고 회생을 도모하려 해도 대명은 결국 무너진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대명 그룹의 막대한 부채 규모는 대명 자동차의 자금 사정을 더욱 옥죄였고 결국 대한민국 역대 최고 규모의 정리해고와 함께 굴지의 기업인 대명 자동차마저 함께 가라앉는다.


‘5년이라는 시간이 있어. 당장 급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아버지가 무너지는 모습만큼은 막아야지. 대명이라···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겠어.’


나는 씁쓸한 마음에 아버지께서 따라주신 소주 한 잔을 더 들이켰다.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니 소주 한 병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




이른 아침, 서울로 상경하기 위해 나는 아침밥을 가볍게 해치우고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먼저 젊었을 때 산악부의 일원으로서 한국의 명산 탑 100을 정복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구매했던 든든한 큰 등산용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수건부터 양말 같은 자취생이라면 꼭 있어야 하는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들을 쑤셔 담았다.


“으이짜!”


그래도 아직 서울에 짐을 구한 게 아니라 줄이고 줄여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로만 알차게 담았다.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직전 어머니가 내 두 손을 꼬옥 붙잡고는 말했다.


“아들. 계약하고 나면 집으로 주소랑 보내줘. 연락 자주 하고. 저기 뭐야, 과수원 김 씨 아저씨가 서울 올라갈 때 맞춰서 반찬거리랑 이것저것 보낼게.”


자식의 첫 독립. 그것도 집안의 장남이 서울로의 첫 상경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걱정스러운 눈빛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항상 툴툴거리는 어머니였지만 이런 눈빛을 보인 적은 과거에 딱 한 번 더 있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마을 사람들 전체를 모아 잔치를 벌인 뒤 다음 날 훈련소 입영식 때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눈빛이랄까.


“엄마, 연락 자주 드릴게요. 이번 명절에는 꼭 내려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아부지랑 소희 랑 셋이 화목하게 잘 지내주세요.”


그리고 자고 있는 동생의 방문을 열어 작별 인사를 했다.


“소희야 오빠 간다~.”


나는 어머니와 부스스하게 방금 일어난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빵빵!


그때 문을 열고 나감과 동시에 나를 향해 경적 소리가 울렸다.


‘어우,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


아버지가 차에 시동을 걸고 차에 기댄 채로 말했다.


“타라, 기차 타는 곳에 내려주마. 트렁크 열어서 짐도 싣고.”


“아부지, 일찍 출근하신 거 아녔어요? 역에 내려주시다 저 때문에 늦으시면 어떡해요.”


한 번만 더 말한다는 듯 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내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빠듯하긴 한데 너 내려주고 출근해도 세이프야. 그러니까 빨리 짐 싣고 타라.”


나는 서둘러 트렁크에 가방을 넣고 조수석에 올랐다.


빠르게 달려 차는 대구역에 도착했다.


“아부지, 감사합니다. 얼른 출근하셔요. 저 때문에 늦으시겠다.”


내가 공손하게 꾸벅 고개를 숙인 찰나 아버지가 운전석에서 내려 내 손에 두툼한 흰 봉투를 건넸다.


“큰돈은 아니지만, 각박한 서울살이 힘들 텐데 보태라. 사내자식이 밥만큼은 굶지 말고 잘 챙겨 먹어야지. 그러면 가보마. 이제는 진짜 늦을 수도 있어서 말이야.”


항상 툴툴거리시던 어머니도, 무뚝뚝한 아버지도 이제는 마음을 열고 표현이 조금 더 솔직해지신 것 같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을 터놓고 시간을 보내니 작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연수원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길 잘했다.’



***





“여기 어디쯤 있었는데······. 다음 블록인가?”


음식점과 고시원 피시방 등등 다양한 풍경이 교차하는 거리, 나는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찾았다!”


수많은 고시생들의 애환이 서린 신림동의 녹두거리 골목 구석에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탑 공인중개사 사무소]


이곳은 과거 나의 첫 자취 생활을 도왔던 신림동의 알짜배기 부동산이었다.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사기가 판을 치는 와중에도 다른 부동산과 달리 허위 매물이나 사기 없이, 적당한 가격에 좋은 매물만을 제공하는 곳이다.


위치가 찾기 힘든 곳에 있어 아는 사람들이 적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부동산계의 성지라고 명소로 여기곤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신림동 부동산 뒷 세계를 주무르는 거대 부동산 부자 부부가 사실상 취미로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라는 것이다.


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서울에 집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딸랑,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중년 여성의 사장님이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젊은 청년이 뭐가 필요해서 여기까지 오셨을까?”


“큰 가방에, 차림새를 딱 보니까 이 동네에 집 구하러 왔구먼.”


“!!”


부드러운 목소리의 중년 여성은 친절한 인사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조선시대 선비가 연상되는 남자 사장님은 겉모습만으로 인사만 했을 뿐인 나의 상황을 바로 맞춰버렸다.


둘 다 스타일은 다르더라도 돈 냄새를 맡는다거나 사람을 보는 통찰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겠지.’


눈 앞의 평범해 보이는 이 부부가 바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신림동의 큰손임과 동시에 부동산계의 거물. 탑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주인장이다.


나는 이곳을 방문한 용건과 함께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가 취직에 성공해서 이 근처에 괜찮은 방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지인에게 소개받고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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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2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1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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