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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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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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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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성 연수원 (9)

DUMMY


15화. 대성 연수원 (9)



한민호의 안내를 따라가니 연수원과는 맞지 않아 보이는 호화스러운 공간이 등장했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분위기만으로 짐작했을 때 고위 임원급들은 돼야 들어올 수 있어 보였다.


-똑똑.


“차장님 접니다. 윤선일 씨 함께 왔습니다.”


“들어와.”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럭셔리한 카펫에 반짝반짝한 샹들리에,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에 강민혁 차장이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이렇게 보니 역시 귀족은 귀족인가보다. 자태가 남다르다.


그때 강민혁 차장이 맞은편의 빈 의자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윤선일 씨 여기 앉으시죠.”


“차장님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주방장한테 음식 내오라고 전해주고.”


“넵!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자 나를 데려온 한민호는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대화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둘만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강민혁 차창은 신발부터 옷차림, 발끝부터 머리까지 나를 스캔한 뒤에서야 말을 꺼냈다.


“윤선일 씨 갑자기 내가 불러서 당황했을 텐데 미안합니다. 급하게 의논할 일이 생겨 불렀어요.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강 차장님 이제야 부르시는군요. 기다리느라 목 빠질 뻔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의논하실 일이란···?”


“윤선일 씨 일단 내가 말 편하게 해도 되죠? 그래도 따지고 보면 제가 상사이기도 하고 연장자니까. 내가 격식 차리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서.”


“편하신 대로 하십쇼.”


강민혁 차장이 꼬아 있던 다리를 풀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바쁜 몸이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자네 팀이 가져온 스타트업. 그거 내가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도와줄 생각이 있나?”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강민혁 차장이 말을 덧붙였다.


“아차차. 너무 앞뒤를 잘라서 말했군. 자네들이 가져온 스타트업을 대성에서 신사업으로 채택하려고 하네. 우리가 투자하겠다는 말이야. 계열사를 새로 만들려고 하는데 알지는 모르겠지만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데까지만 성공하면 자네들한테 지분 분배와 스톡옵션 계약도 유리하게 해줄 수 있어.”


‘그렇지!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사실상 강민혁 차장의 영입 제안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능청스럽게 모르는 척 한번 흘려보았다.


“저희 발표가 오늘 끝났는데, 그것도 조금 전에. 벌써 내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결과가 나왔습니까?”


“음······ 사실 본사에서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 방금 말한 우리가 투자한다는 것은 본사가 결정하기 전에 내가 컨트롤 해보겠다는 의미이네. 소문이 워낙 빨리 퍼져서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만큼 능력이 되는 사람이고······.”


‘제 또래 나이에 엘리트 딱지를 달고 있고 임원들조차 어려워하는 차장. 그리고 강씨 성.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차장님.’


“이해했습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내가 컨트롤 안해도 본사에서 신사업으로 채택 할거야.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대성의 이름을 달고 새로 시작할 만큼 자네들 스타트업이 매력이 있거든. 근데 누가 핸들링 할지가 이제 중요한 상황이지.”


“과찬이십니다.”


강민혁 차장이 진중한 자세로 내게 되물었다.


“그러면 다시 한번 물어보지. 자네 내 밑으로 들어오게. 내가 핸들링 할 수 있도록 힘만 실어준다면 자네들이 최대한 많은 지분 받을 수 있도록 내 이름 석자 걸고 장담하지. 대신 지분은 나를 위해 써주면 되네.”


“······.”


나는 골똘히 고민에 빠진 뉘앙스를 취했다.


마음은 이미 정했다고 하지만, 중대한 사안을 즉시 결정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때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향기로운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똑똑.


“음식 나왔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와. 때마침 등장했군. 별 건 아니고 화합의 의미로 같이 식사나 한 끼 하면 어떨까 해서 내가 준비한 거니 편하게 먹으면서 생각해 보게나.”


강민혁은 환하게 웃으면서도 중요한 말 하나를 덧붙였다.


“다만 이 자리를 나가기 전에는 결정해 줬으면 좋겠군. 나 같은 사람들은 인내심이 길지 않거든.”


‘이미 당신과 함께 가기로 정했지만,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는데 맘껏 즐기고 대답하겠습니다. 차장님.’


새하얀 조리복에 길쭉한 빵모자를 쓴 쉐프들이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에 하나둘 세팅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특식 메뉴였던 소갈비찜과 부위별로 나오는 서양식 스테이크에 고급 해산물과 튼실한 킹크랩 등등 화려한 초호화 만찬이 깔렸다.


음식 세팅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 밖으로 나갔는데 가장 대표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자리에 남았다.


그는 다른 쉐프들과 다르게 흰 조리복이 아니라 검은 정장과도 비슷한 조리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팍에 ‘헤드쉐프’라는 자수가 박혀있었다.


그가 강민혁 차장과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늘 저희 호텔에서 준비한 특별한 만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테이블 중앙에 자리한 금가루가 뿌려진 소갈비찜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소갈비찜은 특등급 한우를 48시간 동안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금가루를 살짝 뿌려서 시각적인 무드를 표현했습니다. 부드러운 고기와 달콤한 소스의 조화를 통해 깊은 맛을 느껴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그는 다음으로 부위별로 준비된 서양식 스테이크를 설명했다.


“좌측부터 안심, 등심, 그리고 채끝입니다. 안심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풍미를, 등심은 육즙이 풍부하고 진한 맛을, 채끝은 씹는 맛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굽기는 미디엄 레어로 조리했습니다. 소스와 곁들여 드시면 더욱 다채로운 맛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급 해산물을 가리켰다.


“여기 해산물 플래터는 신선한 굴, 킹크랩, 그리고 캐비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산물은 모두 오늘 아침에 수확된 것으로, 최상의 신선함을 자랑합니다. 킹크랩은 버터와 마늘로 가볍게 구워 감칠맛을 더했습니다.”


헤드 쉐프는 음식 소개가 끝나자, 한 걸음 물러서 강민혁을 향해 인사한 뒤 유유히 떠났다.


마치 초호화 오마카세에 온 느낌이랄까. 아니, 그 정도도 부족한 것 같다.


차남 집안이라지만 해도 역시 재벌은 재벌이다.


내가 음식을 보며 감탄에 빠져 넋을 놓고 있자 강민혁 차장이 테이블 위로 무언가를 꺼냈다.


“이런 음식에는 술이 빠질 수 없지. 자네 와인 좋아하나?”


“없어서 못 먹습니다.”


1982년 프랑스산 빈티지 와인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뭐 먹어본 사람이야 알지. 그래도 나는 일단 여유 있는 척 잔을 들어 올렸다.


“이 건배가 우리의 화합을 확실하게 다지는 건배였으면 좋겠군. 대성의 앞날을 위하여.”


“위하여~”


-짠!


그 뒤로는 거의 30분가량 무아지경의 상태로 화려한 만찬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회사 상사면서 동시에 재벌가 자제가 눈앞에서 기다리는데 대답은 언제 하냐고?


이 만찬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일부러 간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급한 건 저쪽이기도 하고, 한쪽이 급한 경우에는 시간을 끌수록 나의 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


나는 공손하게 입을 닦은 뒤 강민혁 차장을 바라봤다.


‘언젠가는 당신도 경쟁자가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한배를 탄 동지입니다. 우리 한번 잘해봅시다.’


“차장님. 다 큰 사내가 술잔을 나눠 마셨다는 것 그 자체로 이곳이 도원(桃園)이고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의형제라 생각하고 따르겠습니다.”


강민혁 차장은 살짝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나의 대답을 듣자, 호탕하게 말했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비싼 돈 들여서 만찬을 준비한 보람이 있구만. 형님들을 제끼는데 도움만 준다면 의형제고 뭐고, 못 해줄 게 뭐가 있겠어. 아참. 자네 희망부서는 정했나? 부서도 내 쪽으로 오면 내가 잘 챙겨줄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봐.”


‘차장님 직속으로 들어가면 탄탄대로야 보장되겠지만. 아직 제가 기획개발팀에서 할 일이 남았습니다. 다 끝내고 나서 합류하겠습니다.’


나는 최대한 그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서는 제가 생각해 둔 게 있어서 죄송합니다.”


“생각해 둔 게 있다니. 어쩔 수 없구만.”


그래도 방금까지 의형제 이야기를 꺼내고 했다 보니 나의 거절에도 다행히 잘 넘어갔다.


만찬이 끝나고 대화도 끝나니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소름 돋게도 방금까지 호탕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스탠스로 강민혁 차장이 나를 불렀다.


“연수원 끝나고 조만간 자리 만들 테니 이번에 말 안 하고 숨긴 내용까지 다 준비해 와. 오늘 발표한 게 끝이 아닌 정도는 눈에 보인다고. 우리 사이에 이제 솔직해져야지.”


‘소름 돋는다. 능력이 출중한 거야 알았지만, 내가 발표에서 모두 얘기하지 않은 거까지 눈치챘다고?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넵. 다음번에 뵀을 때는 제 밑천까지 싸그리 긁어오겠습니다. 제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돼서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차장님.”


“그래. 어서 가봐.”


나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벗어났다.





***




“왜 이렇게 늦었어. 식사 시간도 끝났는데. 오늘 특식 맛있어서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동갑이다 보니 얼마 전부터 말을 놓기로 한 백한수가 말했다.


“하하. 일이 잠깐 있어가지고······.”


“조장이라고 불려 간 거야? 회사 이거 너무하네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이고 시켜야지.”


그때 눈을 째려보듯이 가슴츠레하게 뜬 강한나가 내 입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머. 선일 씨 일하고 온 게 아니라 우리 몰래 따로 뭐 먹고 왔나 본데요?”


이연희도 말을 덧붙였다.


“뭐야. 우리는 선일 씨 걱정하고 있었는데 우리 몰래 맛난 거 먹고 온 거에요? 이거 보니까 특식보다 더 맛있는 거 먹고 왔구만. 급하게 간 이유가 있었네! 있었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들 나에게 달려들었다.


‘눈치도 참 빠르다.’


나는 가슴 한켠에 미안한 마음을 집어 넣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회사에 아는 선배님이 시간 날때 잠깐 보자고 하셔서요. 선배님하고 같이 식사하고 왔습니다. 제가 다음에 크게 한 턱 쏠 테니 우리 발령 난 뒤에 그때 한 번 모여요.”


재벌가 자제분과 만나서 호텔 최고 주방장이 만들어 준 호화스러운 만찬을 즐기고 작당모의 하고 왔다 할 순 없지 않은가.


나는 적당히 돌려 말했다. 선배와의 식사. 사실이긴 하니 말이다.


크게 한 턱 쏜다는 말에 다들 한마디씩 말했다.


“좋아요! 우리 발령 난 뒤에도 간간이 만나요. 진짜로.”


“선일 씨 그 말 무르기 없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다시 훈련소 생각이 났지만 빠르게 집어넣었다.


훈련소 수료할 때 그렇게 울고불고하면서 휴가 나가면 만나자고 전역하고 꼭 보자고 하다가 결국 조용히 지나가지 않은가.


하지만 이 모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내가 지켜나갈 것이다.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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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3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9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3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7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5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9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7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1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70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7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2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1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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