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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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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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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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DUMMY


26화.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설렘과 긴장 반이었던 출근 첫날이 지나가고 둘째 날, 나는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회사로 향했다.


부지런하고 배울 자세가 갖춰진 신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시간약속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조차 못 지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기본적인 시간약속부터 지키는 것. 그것이 내가 이 부서로 녹아드는 데 큰 힘을 보태 줄 것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대만 과장이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부스스한 얼굴과 주변이 어질러진 것을 보니 일이 잘 안 풀려 회사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추측된다.


나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폴더폰처럼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과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정대만 과장은 무엇인가 집중하고 있었는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어어. 윤선일이,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직 출근 시간까지 한 시간은 남았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와서 선배님들께 뭐라도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나왔습니다!”


“그래? 자세는 좋네. 근데 이거 어쩌냐.”


정대만 부장이 해탈한 표정으로 문서 파일 하나를 흔들면서 말했다.


똥 씹은 표정의 원인이 바로 저 문서인 듯 보였다.


“지자체 놈들이 화성에 공장 지으려던 거 이번에 생긴 문제 해결되기 전까지는 자기네들은 아예 빠지겠단다.”


“어제까지만 해도 김 대리님이 분명 지자체에서 바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공장 짓는 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갑자기요?”


“그러니까 말이다. 끝까지 함께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갑자기 발을 뺀다니까 어처구니가 없다.”


그때 때마침 김수호 대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과장님, 저 왔습니다. 어? 윤 사원도 일찍 왔네.”


“김 대리 가방 내려놓고 와봐.”


둘이 심오한 대화를 나눌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눈치껏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최근에 그 문제 때문에 진행 상황이 올스탑됐잖아. 지자체에서 그거 해결하기 전까지는 자기네들은 빠지겠다고 아주 못을 박아버리네. 따지고 보면 거기 지역 사람들이 문제인 건데 지들이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말이야.”


“작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번에 말 끝낸 거 아니었습니까? 끝까지 협력한다면서 갑자기 안 된다고 하면 저희는 어쩌라는 겁니까. 이게 무슨···.”


“그러니까 말이야. 분명 도와주려는 분위기였는데 하루 아침에 발을 뺀다니 당황스럽단 말이야. 그래서 일단 주말에 담당자랑 만나기로 했어.”


“이번 주 주말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주말에 한 번 내려갈 거였는데 가서 자세히 상황 좀 들어보자고. 이번 기회에 신입도 데려가지. 사무실에 혼자 있어봤자 뭘 하겠어.”


“알겠습니다.”


김수호 대리는 대화를 마치자마자 내게 다가왔다.


“토요일날 과장님이 담당자하고 미팅을 잡았는데 윤 사원도 같이 갈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토요일이란 말에 나는 순간 살짝 당황했지만, 바로 대답했다.


“토요일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아참 이때는 토요일에도 출근했었지.’


주 5일제가 시행되고 20년 가까이 특별한 날이 아니면 토요일 출근을 안 했었으니 순간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2000년대이고 당시에는 토요일 출근은 그냥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기.


처음 주5일제가 시행 됐을 때만 해도 말이 참 많았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니 주말 이틀은 쉬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죽기 전 시점에는 주4일제 해야 한다. 주4.5일제 해야 한다고 말이 많았는데 요거까지는 진짜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지 선정 사업 건을 따낸다 해도 지분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무선 통신 사업에 진도를 못 나간다.


퀌컴과의 라이센스 계약을 따내기 위한 전초전.


그리고 이번 일을 해결하면서 내부자 정보 거래에 걸리지 않도록 잘 피해 땅을 좀 사려고 한다.


나노시티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반월동, 지금으로 치면 태안읍 일대는 무조건 걸린다. 그러니 조금 우회해서 동탄면 쪽으로.


입사와 동시에 회사에 결정적인 공을 세울 기회이기도 하고.


그리고 사람 사는 일이 어찌 계획대로만 흘러가겠는가, 임기응변도 실력이지.


“김 대리랑 윤 사원 둘 다 잠깐 이리 와바.”


정대만 과장이 풀어 해친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우리를 불렀다.


“정확한 원인은 주말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우리는 일단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고는 화이트 보드를 꺼내 프로파일러 마냥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취합한 정보를 우리에게 공유했다.


대충 프로파일링 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최초로 공장 부지 선정은 화성으로 타결됨.


그러다 잘 진행되던 공장 부지 선정에 차질이 발생.


그 원인은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이다.


그리고 우호적이던 지자체는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발을 뺀다고 하는 상황.


합리적으로 추측건대 힘 좀 꽤나 쓰는 사람의 개입이 있을 것으로 추정.


지자체를 꽉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인물?


정치권의 개입이거나 다른 경쟁사 기업의 짓으로 추려짐.


‘정치권의 개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강민혁 차장을 포함해 몇 안 될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정대만 과장의 프로파일링은 거의 90%는 근접했다.’


정황만 가지고 정치권이나 경쟁사의 개입까지 추측해 내는 정대만 과장이 새삼 놀라웠다.


“윗선의 개입이 확실하다면 우리가 주말에 내려갔을 때 아마 거기에서는 최대한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야. 개입한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거겠지.”


그 뒤로 나는 삼 일간 기획개발팀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며 출장 준비에 매진했다.


지난 생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따라가는 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




토요일 아침 어김없이 한 시간 일찍 회사로 향하니 마침 김수호 대리가 차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 그러면 바쁘니까 빨리 출발하자. 빨리 일 끝내고 퇴근해야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장님은 같이 안 가십니까?”


“마침 네가 한 시간 가까이 일찍 왔으니까 지금 출발해서 과장님 집 쪽으로 마중 나가서 픽업하고 화성으로 넘어갈 거야.”


김수호 대리는 곧바로 운전대를 잡고 내게 물었다.


“윤 사원. 회사에서 원하는 부지 면적이 어느 정도일 거 같아?”


나는 약간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평범한 대답을 했다.


현재 기흥에 존재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150만 평 정도의 규모이니 딱 그 정도의 수치.


“100만 평 정도는 넘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기흥에 있는 반도체 공장만 해도 거의 150만 평 가까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이번에는 100만 평으로는 턱도 없어. 최소치가 150만 평. 회사가 원하는 건 기존의 생산라인인 기흥 캠퍼스보다 훨씬 더 큰 규모야.”


그는 잠깐 나의 반응을 살피고는 말을 덧붙였다.


“놀랐지?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시설도 마련해야 하고 들어갈 게 많아서 어마어마한 면적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되지만···.”



***



정대만 과장님을 픽업한 뒤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우리는 화성에 도착했다.


차를 대고 내리니 몇몇 사내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김수호 대리와 정대만 과장은 그들과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인지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윤 사원 인사해. 회사 통해서 우리한테 도움 주고 있는 지자체 관계자분들하고, 기업 전문 중개인들이야.”


나는 그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김 대리님 후임으로 들어온 윤선일이라고 합니다.”


군청 관계자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으나 자세히 보니 표정이 좋지 못했다.


흘러가는 분위기가 대성에서 온 우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 해야 하나.


살갑게 반겨주긴 하나 그들의 말투에서 우리가 빨리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불편해 하는 태도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비서실 앞으로 안내한 뒤 조용히 사라졌다.


지자체 입장에서 150만 평 이상 규모의 대기업 생산라인을 만들겠다는데 거절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서울은 예외이다.


하수도 처리장이나. 교도소 같은 시설들은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해서든 유치를 막겠지만 대기업 생산라인은 두 팔 들고, 환영이다.


막대한 경제 이익과 따라오는 인프라를 생각하면 시장 입장에 서는 침이 줄줄 흐르는 금덩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속된 말로 리베이트. 뒷돈을 주거나, 신도시 사업 정보를 흘려준다거나 해서라도 붙잡아 두는 게 바로 대기업이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개입으로 환경단체와 지역에서 꽤나 힘쓴 사람들이 나서서 금덩이를 반대하는 상황.


우리는 곧바로 비서실로 들어갔다.


비서실에는 꽤 높아 보이는 한 사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한 번 뵙고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창구 군수님 직속 비서관 한만덕이라고 합니다.”


그는 초면인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대만 과장님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그에게 물었다.


“비서관님.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성에서는 정부 허가 떨어질 때까지 최대한 협조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분명히 군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갑자기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혹시 저희가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십니까?”


“저희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그냥 지자체에서 감당 못할 정도의 윗선이 개입했다고 추측하는 거죠. 그걸 알아보려고 오늘 찾아온 거나 다름없기도 하고요.”


한만덕 비서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사과와 함께 답했다.


“죄송하지만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모르신다면 저희가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군수님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요.”


“비서관님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입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발을 빼는 이유를 말해 줄 수 없다뇨. 정말로 당신들이 감당 못 할 정도의 윗선이 개입한 겁니까?”


“큼큼. 죄송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말씀드리자면. 대성의 사업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이 동네에서만큼은 힘 좀 쓰는 사람들이라는 점 입니다. 저희 군수님께도 꽤 골칫덩어리인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저희로서는 이들이 물러나야 저희가 일을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


“먼 길 오셨는데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는 군수님 오후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귀한 발걸음 오셨으니 천천히 차라도 다 드시고 가세요.”


한만덕 비서관은 끝까지 어두운 표정을 유지한 채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떠났고, 김수호 대리와 정대만 과장의 표정마저 암담해졌다.


‘강민혁 차장님이 말했던 정치권의 개입이 메인 포인트일텐데. 그래. 일단 정확한 정보 수집이 먼저다.’


우리는 그 뒤로 가벼운 대화를 오간 뒤 별 소득 없이 밖으로 나왔다.


청사 밖으로 나오니 시간은 정오였다. 그리고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라고 배가 고플 시간이다.


일단 문제를 잡고 있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 리프레쉬 하는 게 먼저다.


“요 앞에 전통시장으로 가시죠. 제가 오기 전에 찾아보니까 맛있는 전통 집들이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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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59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999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9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0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89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5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4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4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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