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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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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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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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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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성 연수원 (10)

DUMMY



16화. 대성 연수원 (10)





어느덧 연수원의 마지막을 장식할 4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 조의 발표가 끝나니 그 뒤로는 다른 조의 발표만 지켜보면 되어서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팀원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말 그대로 소확행의 시간이었다.


지난 생에 이런 동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는 게 너무 후회스러울 지경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동네 아이들만큼의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동기들과 이렇게 하하 호호 웃으면서 떠드는 게 참 즐겁다.


기쁨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잊으면 안 되겠지. 이제 연수원도 끝나가고 오늘은 희망부서도 적을 시간이니 발령 후도 준비해야겠어.’




***




연수원의 대강당에는 신입사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조별로 줄지어 앉아 있었다.


연수 프로그램이 마지막을 향해가서인지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 반 긴장 반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마침 단상 위로 공지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몇몇 직원들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실제 부서 발령에 대한 공지이기 때문인지 연수원의 안내요원이 아니라 깔끔한 정장을 빼입은 본사의 직원들로 보였다.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보였는데, 다름아닌 인사팀의 베테랑 이규철 부장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오늘은 여러분이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부서를 선택하는 날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에게 한 마디 말을 전하겠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박수 한번 칠까요?!”


-짝짝짝짝!


매우 단순한 지시임에도 박수 소리와 함께 신입사원들의 시선과 집중이 그를 향했다.


“지금부터는 여러분이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 하고 싶은 부서가 어디인지 조사하겠습니다. 희망부서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어주시면 됩니다.”


그는 간단한 지시에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덧붙였다.


“희망부서를 적어 내면 여러분들의 종합 성적과 해당 부서에서 인력 충원이 필요한지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여러분들의 발령지를 정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앞으로의 경력에도 밀접한 문제이니 신중하게 적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연수원 종합 성적과 해당 부서의 상황 이 두 가지.


부서 발령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사실을 말이다.


이규철 부장은 잠시 진행을 멈추고서는 거대한 프로젝터 화면에 준비한 자료를 띄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당장 무지한 상태로 희망부서를 적어 내기에 여러분들은 대부분 회사 생활이 처음이잖아요? 어떤 부서가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회사에 관해 소개를 조금 해주려고 합니다.”


화면에는 대성 전자의 주요 부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는 프로젝터 화면을 넘긴 뒤 가장 먼저 본인의 부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순서로는 제가 속해있는 부서이기도 하지만 차별 없이 공정하게 인사팀을 소개하겠습니다. 인사팀은 회사의 '사람'을 책임지는 부서입니다. 인사팀의 주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인재 채용, 조직 관리, 그리고 복리후생입니다.”


이규철 부장은 씨익 웃으며 신입사원들을 바라봤다.


‘인재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미치광이 특성이 나와버렸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사팀은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를 찾고, 그들을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40대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은 노안의 외모는 그의 설명에 오히려 신뢰감을 올려주었다.


아마 그의 진중한 태도와 열정에 인사팀으로 지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열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조직이 건강한 문화를 가질 수 있게끔 관리하며,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금, 휴가 제도, 보너스 등등을 신경 쓰죠, 그러다 보니 관리와 조직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규철 부장의 화려한 설명을 들으니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양반 신입사원들이 싹수가 보이면 바로 캐간다더니 인재 킬러로 불린 이유가 있구만?’


사실 이 자리에 그가 직접 올라온 것만으로도 아는 사람들은 꽤 놀랄 수 있는 포인트다.


부하직원을 보내지 않고 인사팀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본인이 직접 단상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에게 존경의 표 하나를 던진다.


‘인사팀 +1점. 물론 안 갈 거지만.’


다시 화면이 넘어갔다. 이번에는 영업팀이었다.


“다음은 영업팀입니다. 영업팀 같은 경우 크게 국내를 대상으로 하는 팀과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해외를 대상으로 한 영업팀의 경우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언어 능력이 중요한 부서이니 지원하기 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 다시 화면이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내가 지원할 기획개발팀이었다.


“다음은 기획개발팀입니다. 기획개발팀은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일을 합니다.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새로운 사업을 찾고 개발 계획을 수립합니다. 아무래도 업무 특성상 꼼꼼하고 창의적인 분들에게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또다시 화면이 넘어갔다.


‘끝이라고?’


인사팀 설명은 가장 첫 순서로 자세하게 말하더니 기분 탓인지 다른 부서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좀 서운하네.’


미우나 고우나 지난 생의 절반을 바친 기획개발팀이다. 나름대로 애정이 있는데 너무하다.


기획개발팀은 특이하게도 ‘기획’과 ‘개발’이 함께 붙어있는 괴랄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발보다는 기획 쪽에 치우쳐 있는 부서이긴 하다.


매년 암암리의 이루어지는 부서 만족도 평가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는 악명높은 곳이라는 사실까지.


업무량은 어떤 부서와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실적에서 인정받느냐? 그건 또 아니다.


어느 정도 기획하고 만들고 포장해 놓으면 다른 부서에서 홀랑 채가는 게 일상이었다.


부서 팀원들의 능력은 출중하나 사내 정치에는 문외한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던 게 크게 한몫했다.


하이에나들한테 가장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꼭 기획개발팀으로 가야 한다.’


제일 익숙하기도 하지만 기획개발팀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건도 있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이규철 부장의 열렬한 설명은 장장 20분가량 더 진행됐다.


마케팅팀부터 연구팀, 법무팀 그리고 회계팀 등등 수많은 부서가 나열됐다.


이규철 부장이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지금까지 대성 전자의 부서들을 쭉 설명해 드렸는데요. 아무래도 인기부서는 경쟁률이 당연히 높을 테고, 그만큼 들어가기 어렵겠죠. 본인의 역량과 특성에 맞게끔 한번 잘 선택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규철 부장의 설명이 끝나니 안내요원이 각 조장들을 불렀다.


“부장님 설명은 잘 들으셨을 테고, 각 조원 수에 맞게끔 종이 가져가세요. 하루 동안 신중하게 고민해 보시고 제출해 주세요. 시간은 내일까지입니다. 내일 저녁 식사 전까지 각 조장님이 본인 거랑 조원들 거 다 합해서 걷어주시면 됩니다.”


“넵. 알겠습니다.”


“그럼, 해산!”


희망부서를 적어 내는 종이만 나눠주는 자리이다 보니 상황은 순식간에 끝났다.




***





희망부서를 신중하게 고민해 보라는 명목하에 내일까지는 어떠한 일정도 잡혀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자유시간이랄까.


사실 지금도 원래 매우 바쁘게 굴러갔어야 하는데 며칠 전 팀 프로젝트가 종료되자 본부에서는 돌발 선언이 떨어졌다.


연수원의 두 번째 메인 과제인 개인 PT 발표가 회사 사정으로 인해 단순 보고서 제출로 바뀐 것.


지난 생에는 팀 프로젝트가 끝나고 곧바로 문제 없이 개인 과제까지 진행됐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바뀐 것은 아무래도 전 과제였던 팀 프로젝트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충격적일 만 하지.’


연수원에서 회사의 중책을 맡은 다수가 본사로 넘어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팀 프로젝트를 평가했던 평가위원들도, 강민혁 차장도, 임원들도 대부분 보이지 않다 보니 그들이 연수원을 떠났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들이 연수원을 떠날 이유는 새롭게 떠오를 계열사에 대한 준비뿐이고.’


갑작스럽게 이틀간의 자유시간이 생겨버리자, 신입사원들은 오히려 당황했는지 허둥거렸다.


물론 우리 조의 동기들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신입이다 보니 열정이 넘치는데 이런 상황에 오히려 아무것도 안 시키니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유일하게 이호성 대리만이 모처럼의 여유에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월급은 그대로 나오는데 이틀간의 휴무나 다름없으니 상당히 기쁜 모양이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조원들을 귀엽게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할 것도 없는데 커피나 한잔씩 하러 갈갈까요? 저기 로비에 카페가 예쁘게 잘 되어있더라고요. 가서 우리끼리 어디 부서 갈지 얘기나 해봐요.”


목적성을 제시해 주자 조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모두가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을 찰나 이호성 대리는 구석탱이에 있는 자판기로 향했다.


나는 곧바로 이호성 대리를 따라갔다.


“이 대리님 어디 가세요.”


“나는 이상하게도 자판기 커피가 더 좋더라고.”


‘정상입니다. 대리님. 사실 저도 마찬가지라 따라왔습니다.’


“저도 자판기 커피 좋아합니다. 대리님 같이 가요.”


이호성의 뇌리에는 순간적으로 개발팀 과장님이나 부장님과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회사에 처음 들어와서 자판기 커피라고는 처음 먹어봤을 얘가 커피믹스라니 먹는 취향도 부장님 같네. 담배는 안 피운다고 하니 그 정돈 아닌가?’


-삐빅.


나와 이호성 대리는 사이좋게 믹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조원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이연희가 피식 웃으며 우릴 바라봤다.


“선일 씨는 입맛도 아저씨같이 커피믹스가 뭐예요. 카페까지 와서 말이야. 선일 씨는 뭔가 어른스럽다 해야 하나 또래 같지 않달까?”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이연희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 저는 자판기 커피가 입에 맞더라고요.”


‘커피믹스가 왜 아저씨······.’


나는 속으로는 이해가 안 됐지만 멋쩍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다들 어디 부서로 쓸지 생각해 봤어요?”


가장 먼저 방금까지 장난치던 이연희가 커피를 후루룩 마시며 대답했다.


“저는 사실 이미 회계팀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마음이 좀 편해요. 다른 분들은 어때요?”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업무 특성상 재무팀이나 회계팀, 법무팀 같은 부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애초에 연수원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정해진 것이다.


전문 인력이 필요한 부서는 따로 희망부서 지원을 받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이연희가 처음으로 말을 꺼내자, 그 뒤로는 막힘없이 다들 자기 생각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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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2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6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1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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