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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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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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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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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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출근 (1)

DUMMY


23화. 첫 출근 (1)




박왕근은 아버지를 언급한 자신의 방금 한마디가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차기 회장으로 추대받는 강상기 사장을 강태호와 겹쳐 본 것이니 말이다.


물론 강상기 사장이 그의 강력한 뒷배인 건 불변의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의 표정으로 짐작했을 때 상당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강태호는 최대한 올라오는 짜증을 절제한 채로 말했다.


“의원님, 하나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고 저는 저입니다. 당신은 나와 거래한 겁니다. 지금 제 말 잊지 마세요.”ㄴ


“기분 나쁘게 들렸다면 미안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박왕근은 재빨리 본인의 실언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하. 살다 보면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법이죠. 아무튼 이제 한배를 탄 사이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강태호는 언제 싸늘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반응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짠.


대성그룹의 강태호와 수원의 박왕근 의원.


이 둘의 거래는 여의도의 한 밀실에서 성사되었다.


박왕근은 자리를 벗어나며 섬뜩함을 느꼈다.


‘단순히 아빠 백 믿고 설치는 장사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거 전혀 아니었군. 말실수 한번 했다가 큰일 날 뻔했어.’


그리고 갓 수료한 신입사원들의 첫 출근을 미루게 한 주말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




서울의 중심. 강남에 위치한 사옥 로비에 들어가니 곧바로 안내 데스크에서 인적 사항 확인이 시작됐고 나는 성실히 응했다.


“네 윤선일 씨 확인됐습니다. 발령 부서는 기획개발부 3팀입니다. 저쪽으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역시 기획개발팀 발령이네. 거기다 지난 생과 똑같이 3팀. 일단 변수는 없겠어.’


사옥 안에는 수많은 부서가 존재하기에 로비에서는 분주하게 부서별로 분류해서 안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안 왔거나 이미 들어갔겠네. 다들 지난 생 그대로 원하는 부서에 들어갔겠군,’


로비에서 안내받은 장소로 이동하니 평범한 인사팀 직원이 아닌 인사팀장 유성현 차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어, 윤선일 씨 나 기억나죠? 팀 프로젝트 때 평가위원으로 앉아있었던.”


‘모를 수가 없지. 강민혁 차장을 끝까지 따른 몇 안 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인데.’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기억납니다. 그런데 차장님께선 어쩐 일로···?”


“지금 인사팀 직원들이 워낙 바빠서 말이죠. 그래서 내가 대신 왔어요. 기획개발팀으로 데려다줄게요.”


“감사합니다.”


‘굳이 직접 나서서 에스코트 해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런데 가기 전에 잠깐 들를 곳이 있습니다.”


유성현 차장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니 기획개발팀이 있는 12층을 지나 15층에 내렸다.


그리고 그는 나를 미래전략실의 한 사무실 앞으로 데려갔다.


“들어가시죠. 강 차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저는 밖에서 기다리죠.”


‘왜 이 양반이 직접 마중 나왔나 했더니 용건은 따로 있었군.’


강민혁 차장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니 그는 이미 상석에 앉아있었다.


“윤 사원 왔어? 거두절미하고 물어보지. 무선통신 사업 기획안은 준비됐나?”


어떤 말을 해도 그에게는 변명으로 들릴 거 같아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제 머릿속에는 있는데 급하게 마련된 자리라 미처 기획안으로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정식으로 작성해서 바로 올리겠습니다.”


“아니야. 그런 형식적인 절차는 됐어, 일단 이거부터 받아.”


강민혁은 내게 수상한 검은 박스를 건넸다.


“차장님 이건?”


“휴대폰이야. 대성 거는 아니지만 가장 최신 모델로 준비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시간 날 때 개통부터 해놔.”


“퇴근하는 대로 바로 개통 해두겠습니다.”


“그래. 뭐 사업 얘기를 좀 해보려 해도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내가 답답해서 못 견디겠단 말이지. 내 번호랑 지난번에 본 민호 번호 찍혀있으니까, 앞으로는 거기로 연락해.”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답답해서 조만간 핸드폰을 한 대 마련하려 했는데 마침 이렇게 선물을 준비해 주니 참 고맙게 느껴졌다.


“그러면 이제 우리 허심탄회하게 건설적인 얘기를 시작해 보자고. 회사 일만 해결되면 바로 퀌컴이랑 미팅을 잡으려 하고 있는데 초기 기획자로서 네 생각은 어떤지 한번 말해봐.”


“라이센스 계약 유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저도 퀌컴과의 미팅이 일단 제일 급선무라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는 상장을 앞둔 작은 통신회사 하나 인수하시죠. 맨땅에 삽질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게 시간 절약에 효과적입니다.”


나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중하게 말을 더했다.


“중요한 건 계약조건의 우위를 점하려면 차장님께서 최대한 빠르게 퀌컴이랑 계약 일정을 잡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접근해 보려 해도 제 신분으로는 힘들더군요.”


일정을 잡아달라는 나의 말에 강민혁 차장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고 싶지. 그런데 지금 회사 상황이 좀 어지러워.”


“회사에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쯤이면 공장 부지 선정 말고는 뭐 없을 시점인데? 그리고 일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을 테고···. 문제 생기는 거야 삽 뜰 때쯤이나 생기는 거고.’


“얼마 전 반도체 생산라인을 새로 지으려고 부지를 알아보다가 정부랑 지자체하고 적당히 조건 맞춰서 화성에다가 짓기로 했었어.”


“부지 선정하는 게 잘 안 풀렸습니까?”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틀 전부터 지자체에서 몇 가지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자기들은 진행이 어려울 거 같다고 통보를 하더군.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처럼 말이지. 아무리 봐도 작은형님이 개입한 거 같아.”


지난 생의 기억을 되새기며 나는 혹시 몰라 질문했다.


“혹시 환경단체랑 지역 유지 어르신분들 반대 때문입니까?”


강민혁 차장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잠깐만, 어떻게 알았어? 유 팀장이 말해줬나? 너는 참 볼 때마다 여러 의미로 나를 놀라게 한단 말이야. 귀신같이 말이야.”


신입사원 시절 첫 업무나 다름없었던 공장 부지 문제에 대한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공장 부지 선정이 끝나고 삽을 뜨려고 하니 수면 위로 떠오른 한 가지 문제.


지역 유지 어르신들의 반대와 환경단체의 결탁.


하지만 그때는 대성에서 부지 선정을 확정 지으니 단순히 콩고물이라도 얻으려고 벌인 짓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 그룹 차원에서는 어둠의 경로로 빠르게 해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시점까지는 조금 남았을 텐데? 아직 삽 뜨려면 조금 남았는데···.’


나는 의아하다는 뉘앙스로 강민혁 차장에게 다시 물었다.


“아무리 환경단체랑 지역 유지분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부지 선정에는 크게 지장이 없지 않습니까? 지자체에서 거절할 이유도 충분하지 않고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대성 정도면 어디서든 두 팔 벌려 환영할 텐데요.”


강민혁 차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식적으로는 그렇지. 그런데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만들어 내는 게 바로 정치권의 힘이야. 내가 새로운 계열사를 핸들링하려는 게 거슬리는지 작은형님이 힘을 좀 쓴 거 같아. 차기 대성그룹 회장으로 불리는 사람의 아들이 정치자금을 대준다고 하면 정치하는 놈들이 껌뻑 안 죽겠어?”


“아···, 지자체에서 감당 못 할 레벨의 정치권 개입이면 갑자기 지자체에서 통보가 날아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네요.”


‘정치권의 개입이라. 계열사 창단을 방해하기 위한 짓이라면 앞뒤가 맞아떨어지는군. 강태호 그 자식은 이때도 어김없이 더러웠군.’


지난 생에도 수도 없이 지켜봤다.


강태호의 해결 방식을 말이다.


아직은 백련회의 규모가 작아 강상기 사장이라는 배경과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권을 움직였겠지만, 훗날 뒷세계를 주름잡은 그의 해결 방법은 한결같았다.


정경유착(政經癒着).


“그래서 너희 부서도 지금 그거 때문에 바쁠 거야. 올스탑 상태일걸? 3팀장도 하청 업제 문제로 자리를 비웠을 테고.”


“제가 한번 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저쪽이 정경유착으로 나온다라. 클래식 하게 가야겠군. 일단 정보 수집부터.’


“신기하게 자꾸 너랑 대화하다 보면 신입이라고 생각이 안 든단 말이야? 오히려 말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달까···. 아무튼 일단 부지 문제 해결하는 대로 퀌컴이랑 미팅 잡아 볼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강민혁 차장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손목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부서에서는 신입 온다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제 가봐. 늦었지만 대성에 온 걸 환영한다.”


“넵, 감사합니다.”


강민혁 차장의 개인 사무실을 나오니 어김없이 유성현 차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장 부지 선정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더라도 결국 새로운 반도체 생산라인은 차질 없이 화성에 생길 것이다.


‘해결하면서 근처 땅 좀 알아봐야겠어.’


G1 라인부터 순서대로 G4 라인까지. 그리고 이어지는 2기 신도시 계획 발표.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시간이 문제이긴 하다.


‘삽만 뜨기 시작하면 G1 라인부터 G4 라인까지 모두 완공된 뒤 동탄 신도시까지 부드럽게 흘러갈 텐데 말이다.’




***





“과장님 이번에는 진짜 신입 들어오는 거 확실하죠? 저 이번에 안 들어오면 진짜로 그만둡니다.”


“하하. 수호야. 이번엔 확실하다니까 그러네. 내가 인사팀 가서 이번에 제대로 된 놈 안 보내면 두고 보라고 단단히 한 소리 하고 왔다니까. 마침 인사팀장 유성현이가 내 동기잖아.”


정대만 과장은 김수호 대리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말이야. 문을 쾅 열고 내가 쉽게 안 그만둘 제대로 된 놈으로 보내달라고 크게 한 소리 하려니까, 유성현이가 그러더라고?”


유성현 차장을 흉내 내며 정대만은 말을 이어갔다.


“연수원 이번 기수 수석이 우리 팀으로 자원했다네? 마침 기획개발 쪽에서 우리만 한자리 비잖아. 지난번에 걔 그만둬서 말이야.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호 네 부사수로 오겠지.”


“네? 과장님 그런 친구가 여기를 왜 와요. 수석이면 몸 편한 곳으로 가야지.”


“나야 모르지. 근데 유성현이 반응 보니까 진짜던데?”


걱정이 앞섰기 때문인가 김수호 대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갔다.


“1등만 하는 놈들은 몸 고생을 안 해봐서 좀만 힘들어도 그만둘 텐데······. 지난번에 걔도 스펙이 꽤 뛰어나서 기대했는데 한 달 버티고 나갔잖아요.”


정대만은 김수호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일단 일 막 시키지 말고 일단 냅둬. 그만두지 않게끔 살살 달래면서 키워보자고. 당분간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김 대리만 믿어도 되겠지?”


“오랜만에 오는 귀한 신입인데 당연히 잘해줘야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서비스로 모실 테니 과장님도 저랑 쿵짝 잘 맞춰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업무는 넘기지 말고 적당히 소속감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지시만 하면서 팀에 계속 붙어있게 만들어봐. 아참 다른 부서 사람들이 한다고 해도 신입 길들이기는 생각도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김수호 대리는 고개를 숙이고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아이 씨, 이번에도 꽝이기만 해봐. 진짜 이놈에 일만 시키고 실적은 안 쌓이는 팀 그만둬 버려야지 진짜. 과장님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때려치우는 건데······.’


그때 정대만 과장이 먼 곳을 바라보며 김수호 대리를 불렀다.


“김 대리, 마침 저기 인사팀장하고 누가 같이 이리로 걸어온다. 준비해.”


“넵, 알겠습니다.”


-끼이익.


때마침 선일이 기획개발팀의 사무실. 그중에서도 기획개발 3팀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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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2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4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6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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