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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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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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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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성 연수원 (11)

DUMMY



17화. 대성 연수원 (11)




가장 먼저 나선 건 지난 생의 비서실에서 일했던 강한나였다.


“저는 비서실 지원해 보려고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남 뒤치다꺼리만 하는 부서 아니냐고 해서 조금 고민해 봤는데 그래도 한 번뿐인 회사 생활 저는 비서실에서 시작하고 싶어요,”


그녀가 카리스마 있게 남들 생각이야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서실에서 일하면 회사 내에 중책을 맡고 계시는 높은 분들을 보좌할 텐데 그러면서 제가 배울 게 많을 거 같아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겠죠.”


살짝 환상에 빠져있는거 같긴 하지만 굳이 말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지난 생에도 비서실에서 시작해 대성의 마당발로 승승장구했으니 결국 좋은 선택이다.


‘비서실에서 나오는 정보는 결국 나한테도 도움이 되니까······.’


나는 해맑은 표정으로 농담을 섞어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나 씨가 비서실이라니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한나 씨 카리스마에 오히려 임원분들이 놀랄 수 도 있겠는걸요? 하하.”


그리고 다음으로 지목된 장호열이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 이 대리님이 계시는 연구개발팀 쪽으로 생각 중입니다. 저희 학교 과 직속 선배님들이 연구 쪽에 많이 계시다 보니 저도 비슷하게 따라가려고요. 생각해 보면 이게 제일 편할 거 같아서요. 다들 자기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써먹어야죠.”


‘연줄이 있으면 잘 써먹으라는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장호열답다.’


사회에서 학연, 지연 그리고 혈연으로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거야 뿌리 깊은 전통으로 당연한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나 같은 빌어먹을 뒷배가 없던 사람들한테는 힘 빠지는 소리이다.


물론 지금은 나 자신이 나한테 최강의 뒷배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강민혁 차장도 있고.’


4주 가까이 점점 잘 따라오고 시비 거는 게 조금 누그러지긴 했다지만 사람 본질은 어디 안 간다고 그럼에도 전형적인 학력주의자 다운 선택을 한 장호열이었다.


연수원 기간 내내 조용했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오규현도 입을 열었다.


“저는 사실 뭐 경험만 조금 쌓고 나갈 거라 아무 데나 가려고요.”


경험 조금 쌓다가 부모님 회사 물려받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나이도 스물다섯으로 우리 중 제일 어리고, 군대는 면제에 잘나가는 중견기업의 인생이라 참 즐거울 거 같다.


지난 생의 오규현에 대해 생각을 끄집어내 봤는데 뭔가 생각이 날 것 같으면서도 안 난다.


‘오씨 성의 잘 나가는 중견기업이라 하니······ 한번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다들 오규현에게 부러움에 눈빛과 감탄을 보낼 때 이호성 대리가 나를 바라보고 질문했다.


“우리 조장님이자 그동안 고생 많이 한 선일이. 너는 어디 쓰려고? 우리 조 성적도 좋게 나올거 같고 거기에 조장 가산점이면 선일이 너는 무조건 1순위 발령 확정일 텐데.”


그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직 결정 못 했으면 우리 팀 써봐. 개발팀 요즘 잘나간다? 호열이랑 같이 사이좋게 연구 개발팀으로 오면 되겠네. 내가 잘 챙겨줄게. 보통 사수면 대리급일 텐데 너희 사수가 내가 될 수도 있지? 하하.”


나는 그가 무안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제가 꼭 가기로 정해둔 부서가 있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연구개발팀 말고 기획개발팀 가고 싶습니다!”


기획개발팀이라는 다섯 글자를 들은 이호성 대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1순위가 확정이나 다름없는데 다른 데도 아니고 기획개발팀을 간다고? 선일아 거긴 아니야. 살인적인 업무량에 실적도 다 뺏기고 그러니 회사에서는 과장 조금 보태서 유배지라고 불린다니까?”


“대리님 걱정 감사합니다. 그래도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1순위로 기획개발팀 쓰려고 합니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


“네가 그 정도로 확고하다면 어쩔 수 없네. 솔직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팀에서도 기획개발 쪽에서 시작한 거 몇 개 가져왔었거든. 하이에나들이 계속 달려드는 게 현실이야. 조심해야 할 테니 잘 알아둬.”


기획개발팀의 공을 홀랑 채가고 포장해 놓으면 가져가는 주축 중 하나가 연구개발팀이었는데 이호성 대리로서는 정이 들었는지 나름 솔직하게 말해 준 것이다.


“충고 감사합니다. 하이에나들한테 물어뜯기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 팀에서 기획하고 개발 단계로 넘어가 제대로 해보려고 어느 정도 밥상을 차려놓았다 싶으면 연구개발팀에서 홀랑 채가는 게 일상이었지······.’


내가 연구개발팀 제안을 칼같이 거절한 이유는 기획개발팀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뭐 가장 익숙한 건 덤이고.


그리고 고작 조금 편한 부서로 가려고 원대한 꿈을 위한 길을 늦출 순 없지 않은가.


이호성 대리는 안쓰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띄워줬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선일이 너라면 어디에 발령이 나더라도 잘할 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보낸 뒤 최재우에게 물었다.


“재우 씨는 어디로 가려구요?”


‘과연 국민검색포털 초록 창의 CTO의 선택은!’


솔직히 가장 조원들의 선택 중 가장 기대가 되고 궁금증이 올라오는 건 최재우의 선택이다.


지난 생에는 IT팀. 이름하여 인터넷 사업부의 소속이었는데, 연수원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 것이 그이기도 하고 개인 과제가 갑자기 바뀐 것처럼 혹시나 새로운 변수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어차피 3년 뒤 쯤이면 최재우는 회사를 떠나 독립하겠지만, 그럼에도 3년간의 경험이 그를 거대 기업의 최고 기술 책임자로 등극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겠는가.


“저도 조장님처럼 사실 가고 싶은 부서를 정해뒀습니다. 저는 IT팀. 인터넷 사업부로 들어가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한데 인터넷 트렌드나 정보 기술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서 IT팀으로 결정했습니다.”


그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회사 생활 오래 하는 거보다 창업하는 게 목표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사업부로 들어가서 최대한 많이 배워서 나오려고요.”


“목표도 확실하고 좋네요. 우리 다 같이 잘해봐요.”


명품업계에서 샤넬 제국의 부흥을 이끈 칼 라커펠트 디자이너였나 크리스찬 디올의 창업주 디올이었나 헷갈리긴 하지만 그들 중 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창업을하든 독립해서 회사를 세우든 간에, 동종업계에서 3년은 밑에서 배워봐야 한다.’ 라는 조언인데 최재우도 회사에서 3년 정도 빼먹을 거 빼먹고 나가려는 생각을 애초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조원 중 대답하지 않은 마지막 남은 한 명은 권세림이었는데 마케팅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처럼의 휴식을 즐길 자유시간이다 보니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는 계속해서 수다 시간이었다.


이연희가 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모두를 바라봤다.


“와, 근데 시간 진짜 빠르지 않아요? 우리 처음 만나서 어색하게 자기소개하고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거의 끝이잖아요.”


최재우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말했다,


“아휴,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운이 참 좋았던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팀원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서요.”

강한나가 최재우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재우 씨 처음에 낯가린다고 우물쭈물하던 게 생각나네요. 그래서 좀 소심한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발표할 때는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게 남자답던데요?”


갑작스러운 칭찬 때문인지 최재우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삶을 살아왔다 보니 이성을 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백한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연희 씨도 그렇고 재우 씨도 그렇고 무엇보다 우리 캡틴도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이어서 그런가? 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그 뒤로도 우리는 서로 웃으며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연수원의 첫 시작부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이야기까지 하하 호호 떠드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





밤늦은 시각에도 불이 드문드문 들어와 있는 대성 전자 고층 빌딩의 가장 꼭대기.


그룹의 오너만이 앉을 수 있는 사장실에 한 사내가 부하직원과 함께 급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김 실장 그게 무슨 소리야. 똑바로 다시 얘기해 봐.”


김 실장이라 불리는 사내는 사장의 버럭 화내는 모습에도 아무런 미동 없이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장님. 지난 번에 제가 보고드리지 않았습니까. 연수원에서 처음으로 쓸만한 게 나왔다고, 무선통신 기업인데 새로운 계열사 하나 만들어서 도련님들께 맡겨 보면 좋을 게 같다고 했었죠.”


“그랬었지.”


“그런데 사장님 조카분께서, 그러니까 강민혁 차장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희 쪽에서 태준 도련님이냐. 태호 도련님이냐 고민할 동안 강 차장이 먼저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강상기 사장이 화를 가라앉히고 상석에 앉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자세히 말해봐.”


“그 무선통신 기업을 처음으로 제안한 똑똑한 놈이 하나 있는데 강민혁 차장이 어떻게 회유했는지 이미 강 차장 쪽으로 넘어간 거 같습니다. 사실상 스톡옵션 계약까지 생각하면 계열사 창단 시에 상당한 지분이 강민혁 차장의 우호 지분으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상기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민혁아. 네가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삼촌 말 잘 들어서 콩고물이라도 얻어갈 생각을 해야지 뭐 한 판 붙자는 거냐. 설마 영호가 뒤에서 조종하는 건 아니지?”


김 실장이란 사내는 강상기 사장의 혼잣말에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동생분께서는 전혀 관계없는 강 차장의 독단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영호가 그 정도로 간이 탱탱 붓지는 않았단 말이지.”


“저희 쪽에서 조치를 취할까요?”


강상기 사장은 오랫동안 고민하다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지 아니야. 영호가 나선 것도 아닌데 내가 직접 나서면 모양이 이상해져. 우리 아버지가 가족 뒤통수치는 걸 얼마나 싫어하시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김 실장이 우물쭈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진행할까요. 사장님께서 아무리 승계 구도가 굳혀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매력적인 신사업을 강민혁 차장한테 다 넘겨버리기에는 아깝지 않습니까.”


“태준이랑 태호 불러. 자식들 간의 작은 다툼 정도로 끝내자고. 애들 싸움에 어른이 개입하면 안되겠지. 이 기회에 아들이란 두 놈이 내 뒤를 이어가도록 쓸만한지 지켜볼 수도 있고 말이야. 나름 재밌겠네.”


“지시한 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김 실장이 사장실을 벗어나자 강상기는 유리창의 야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후······ 두 아들놈이란 것들이 너무 곱게 자랐어. 이제는 아비 품에서 벗어나 고생도 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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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59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0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9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0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89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4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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