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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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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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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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료식 (2)

DUMMY



19화. 수료식 (2)



사회자는 3초 정도 뜸을 들인 뒤 수석 수료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기수 연수원의 수석 수료생은 대성 전자의 신입사원 윤선일 군입니다!!”


순간, 연수원 대강당은 엄청난 크기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수천 명이 동시에 박수를 치고 축하를 해주는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대성 전자의 임원들과 강상기 사장의 어깨가 올라간 모습도 보인다.


대성그룹의 전 계열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오랜만에 대성 전자에서 수석 수료생이 나오니 상당히 기쁜 모양이다.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단상 위로 올라 갔다.


그런 내게 강대성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상장을 건네주었다.


“자네가 내 손자놈하고 일을 꾸미고 있다는 그 친구구만? 아무튼 수석 수료 쉽지 않았을 텐데 축하하네. 앞으로도 대성의 미래를 위해 힘 써주게나.”


나는 고개를 숙여 강대성 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입사식 날 회장님의 연설은 제 심금을 울렸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회장님의 가르침과 뛰어난 제 동료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아직은 당신의 자리가, 이 대성이 거대한 태산처럼 느껴지지만 이제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쇼.’


강대성 회장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그 마음. 언제나 지금 그 마음을 잊지 말게나. 그리고 수석이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것 절대 잊지 말게나. 자네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다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단상 위로 기자로 보이는 사내가 카메라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 다가왔다.


‘역시 이런 축배의 날에는 사진이 빠질 수 없지.’


강 회장은 한 손은 나와 상장을 같이 들고 반대쪽 손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올렸다.


“하나둘 셋 하면 찍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찰칵, 찰칵.


아마 내일 아침 신문 일 면은 무리고 이 면이나 삼 면 정도에 실리지 않을까 싶다.


제목은 《대성그룹 강대성 회장, 신입사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연수원 방문》 정도려나?


참석한 고위층 내빈들의 참석명단도 같이 실릴 것이 뻔하다.


내가 단상 밑으로 내려오자, 수석 다음으로 차석 수료자인 최민아의 이름이 호명됐다.


지금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강씨 집안의 직계 중 유일하게 최씨 성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그녀는 강대성 회장의 막내 손녀이자 지난 생의 나의······ 그러니까 대성그룹 내에서도 요주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밑으로 내려와 단상을 바라보니 강대성 회장이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막내 손녀라서 그런지 눈에 아주 꿀이 떨어진다.


‘민아네 부모님이 집안에서 내팽개쳐진 와중 민아라도 회장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걸 다행이라 할지 뭐라 할지······.’


그 뒤로 조금 전과 비슷하게 사진 촬영이 끝난 뒤 그녀 또한 단상 밑으로 내려왔다.


나는 단상 밑으로 내려오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보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럴 마음이 싹 가셨다.


지금 그녀의 얼굴은 기뻐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분해하고 있다.


지난 생에 그녀를 지켜봐 왔던 입장으로서의 경험이랄까.


지난 생에는 그녀가 당당하게 수석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나로 인해 1등이 아닌 2등으로 밀려났지 않은가.


그녀의 표정으로 짐작해 봤을 때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였다.


‘민아가 자라온 환경을 생각하면 이 정도 승부욕은 당연한 건가.’


나는 내뱉으려던 말을 속으로 집어넣었다.


‘강 씨 집안사람들에게 1등으로 능력을 증명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사실 차석도 대단한 건데···.’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아직 민아에게 다가갈 때는 아니야. 일단 내 일이나 신경 쓰자.’


수석과 차석 수료생 시상이 끝난 후에는 모든 신입사원에게 수료증이 수여되는 시간이었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연수원 측에서는 미리 수료증을 나누어 준 상태였고, 대표로 앞쪽에 앉은 몇몇에만 각 계열사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수료증을 건넸다.


이어서 몇몇 절차가 끝나고 사회자는 마지막 멘트를 입에 담았다.


“이제 여러분들은 대성그룹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텐데요.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수료식을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마지막 순서로 사진 촬영.


“거기 양쪽 사이드 조금만 안쪽으로 모여주세요. 뒤쪽 분들은 아예 단상 위로 올라가 주세요. 앞이 안 나옵니다.”


거대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사진사가 하나하나 지시를 내렸다.


“자, 하나둘 셋 하면 파이팅! 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파이팅!”


“대성그룹 파이팅!!”


“아자 아자!”


-차라라라락!


카메라 셔터음이 멈추고서는 이곳저곳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 촬영 뒤 수고하셨다는 한마디는 뭔가 대국민 규칙인 듯하다.


사진 촬영이 종료되고는 다시 안내요원이 진행을 맡았다.


“이제 곧 연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건데요, 호명한 순서대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연수원 4주 차의 금요일. 수료식과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정말로 끝이 났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면 본격적인 출근의 시작이다.


연수원은 사실상 맛보기 튜토리얼.


이제는 사내 정치와 온갖 음모가 넘나드는 진짜 전쟁터로 갈 차례이다.


때로는 적이 아닌 동료와도 칼을 겨누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진짜 전쟁터 말이다.


‘다음 주 부터는 매일 매일 새로운 도전이 나를 기다리겠지. 하지만 그 도전들은 결국 나를 대성 그룹의 저 꼭대기까지 올려다 줄 것이다.’





***





연수원 수료식이 끝난 후 나는 동료들과 가볍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부랴부랴 기찻길에 올랐다.


그리고 무궁화호를 타고 장장 4~5시간을 달려서야 나는 본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스으으읍! 푸우!”


상쾌한 맑은 공기가 온몸을 돌아 다시 코로 빠져나왔다.


“내 고향 대구. 서울이랑 공기부터가 다르구나.”


나름 대구도 도시라고 많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긴 하지만 신도시와 넓고 평화로운 논밭, 도시와 시골의 정취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한쪽은 논밭, 한쪽은 신도시. 곧 논밭도 사라지겠지만.’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과 푸른 벼가 나부끼는 논밭을 지나, 내가 어릴 적 20년 넘게 살았던 주택단지에 도착했다.


마을 중앙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뺑뺑이를 돌리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하압!”


“날다람쥐~~”


이 뺑뺑이는 마을 아이들 사이에서 '원심 분리기'라는 별명을 가진 놀이기구였다.


한번 타면 강력한 회전력에 의해 중심을 잃고 날아가 무릎이 까지기 일쑤였지만, 그만큼 짜릿한 재미를 주는 놀이기구였다.


그 옆에서는 흙먼지를 마시며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모래성을 쌓고 있는 작은 아이들이 있었다.


바닥에 털썩 앉아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모래를 이리저리 쌓아 올리는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참 평화롭네. 이때까지만 해도 이웃들끼리 참 정 많고 북적북적 재밌었는데.’


그 시절, 시간으로 따지면 나에겐 거의 50년 전이지만 나도 저렇게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놀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추억 보정도 한몫하겠지만 그래도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기억이다.


이제는 정말 치열하게 바쁜 일상을 살아가야 하지만, 이런 평범한 고향의 풍경이 주는 위안과 따스함은 변치 않는 것 같다.


나는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며 추억을 떠올리다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철컥철컥.


‘아, 맞다. 잠겨있지.’


순간 무의식적으로 허공에다 도어록을 열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똑똑!


“엄마! 아들 왔어요!”


“······.”


“소희야? 아빠!?”


“······.”


묵묵부답이라 나는 현관문에 귀를 대고 집중했다. 키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열어줘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쾅쾅!


“엄마! 아들 왔······ 헙!”


-끼익.


그때 나의 어머니, 조희숙 여사가 고무장갑을 낀 채로 문을 열고 나왔다.


“아우, 귀청 떨어지겠다. 이놈아.”


“엄마···.”


옛날 생각을 하면서 걸어왔는데 주름도 거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심장이 쿵쿵 떨렸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흙먼지를 묻히고 뛰어다니다 저녁이 되면 된장찌개 냄새와 함께 웃으며 나를 데리러 마중 나온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죽다 살아난 뒤에는 정신없어서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는데 여유가 생긴 뒤로 기억 속의 어머니가 눈앞에 있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와락 어머니를 안았다.


“어머나! 야 임마, 얘가 꼴사납게 안 하던 짓을 자꾸 하고 그래. 동네 주민들 보겠다. 남사스럽게! 빨리 비켜.”


말은 비키라 하면서도 전혀 싫지 않은 티를 내는 조희숙 여사였다.


‘말은 항상 툴툴거리게 말해도 속마음은 따뜻한 우리 엄마.’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요.”


“연수원에서 힘들었어? 살이 홀쭉해졌네. 밥이라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이것들이 말이야. 남의 아들을 데려가 놓고······.”


“엄마? 너무 잘 먹어서 살은 더 찐 거 같은데요······? 대기업이라 그런지 밥이 워낙 잘 나와서 살이 불어버렸네요.”


“큼큼, 아들 그거 다 물살이야. 물살. 일단 들어가자.”


순간 한 가지 의문이 잠깐 뇌리를 스쳤지만, 다시 지나갔다.


‘이런 말은 어디서 가르쳐주나?’


꼭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어머니들, 특히 할머니들은 자식이나 손주가 포동포동해져도 홀쭉해졌다. 하고는 고봉밥을 꺼내 들지 않은가.


아마 이게 다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없던 삶을 살았던 터라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추측일 뿐.


‘이번 생에는 경험해 볼 수 있겠지.’


나는 거실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가방에서 상장을 꺼내 들었다. 은근히 자랑하기 위함이긴 하다.


마침 원하던 반응이 나왔다.


“어머, 그 반짝반짝한 건 뭐니?”


[대성그룹 신입사원 연수 수석 수료생 윤선일.]


어머니가 상장을 자세히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잠깐만, 수석이면 1등이고 그러면 전체 중에 제일 잘했다는 건데······ 어머나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반응했다.


“운이 좋았어요, 동기들이 잘 도와줘서 가능했던 결과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전체 1등이 운만으로 되나! 이거 마을 잔치를 열 수도 없고, 우리 아들 밥 안 먹었지 딱 기다리라.”


나의 어머니 조희숙 여사는 주방으로 달려가 냉장고에서 여러 가지 식자재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어머니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제가 도와드릴게요.”


서울에서 출퇴근을 시작하면 이제 정말로 본가에 들릴 일이 없을 테고 가족에게 신경 쓰기 힘들 터라 서울로 올라가기 전 잠깐이라도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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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59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0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9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0 21 12쪽
»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4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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