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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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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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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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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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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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대성 연수원 (8)

DUMMY

14화. 대성 연수원 (8)





“사업성 뛰어난 것도 인정. DS-770 프로젝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인정합니다. 자본 리스크도 넘어가죠. 그런데 말이지······.”


고승철 상무가 턱수염을 매만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온 CDMA 기술이 혁신적이라는 거까지도 인정합니다만, 현재 시장을 바라봤을 때 CDMA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표준화 과정이 진행 중이죠. 이런 상황에서 CDM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선 통신 사업이라······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닐까요?”


고승철은 이 순간 본인 입으로 질문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고작 신입한테 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정말 맞을까? 베테랑이란 사람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을 상대로 억지로라도 틀어막아 보자는 이 상황이 말이야.’


그러면서도 일단 확인하는 게 본업이니 입 밖으로 내뱉은 그였다.


내가 마이크를 받아 대답하려던 찰나 최재우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자신이 해보겠다고 나를 바라봤다.


‘낯가림이 심하다더니 보여줘야 할 때는 보여주려는구나.’


지난 생에는 연수원 이후 접점이 크게 없어 잘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최재우는 낯가림이 있긴 해도 자기 분야의 일에서만큼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모르는 건 겸허하게 인정하되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다운 포스, 역시 아무나 국민 검색 포털의 CTO(최고 기술 책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보석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니 참 어리석었네.’


나는 경청의 자세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최재우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평가관님의 말씀처럼 현재 CDMA 기술은 표준화 과정이 진행 중이며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아직 기술이 상용화가 되지 않았는데 무슨 기회죠?”


“CDMA 기술의 잠재력을 미리 선점하고, 초기 시장 진입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또한, 퀌컴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기술적 지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잠깐······.”

고승철 상무가 파고들 만한 건덕지를 잡았는지 부드럽게 앞으로 나가던 발표의 흐름을 끊었다


“퀌컴의 협력. 이 말 책임 질 수 있나요?”


기술 연구직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올라간 그의 경험과 기백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던 최재우의 눈빛이 파고드는 단 한 번의 공격에 흔들렸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질 수 있겠는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지구상의 한 달도 안 된 어떤 신입이 책임질 수 있냐는 말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겠는가.


고승철 상무가 최재우가 신입사원이라는 점에 허를 찔렀다.


물론 공격을 당한 당사자가 로열패밀리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팀원들 모두 평범한 신분이 아닌가.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최재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러자 식은땀을 흘리는 그가 나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재우 씨 멋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마저 이어 나갈게요. 고생했어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뒤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퀌컴의 협력을 받을 수 있냐는 말에 저희는확언 할 수 없습니다. 저희끼리 사업의 계획을 세워본 것이고, 고작 연수원 과정을 진행 중인 저희가 퀌컴에 협력을 요청하는 연락을 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나의 대답에 부끄러운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고승철 상무의 얼굴에는 홍조가 올라왔다.


“하하. 사과하죠. 자라나는 새싹인 여러분들에게 제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실언을 뱉었네요.”


곧바로 그가 우리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한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협력의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


물론 훗날 통신사들이 퀌컴의 기술 라이센스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고 협력을 받아내긴 한다만 당장은 불확실성이 있다.


‘고승철 상무는 허를 찌르는 공격을 했지만, 너무 깊게 들어갔어. 이런 경우 우리가 가진 최고의 방어막으로 받아친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신입이라는 것은 가장 취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동시에 강력한 방어막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란 사실.


물론 고승철 상무도 알고 있겠지만 본인의 업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선을 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려 모두를 향해 반전의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 우리가 신입이라 책임질 수 없다 하고 인정하고 끝나면 김이 팍 새지 않겠는가.


이용할 건 이용하되 말할 건 확실하게 말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퀌컴의 협력을 받을 가능성은 올라갑니다. 기술 라이센스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도 최대한으로 낮춰 볼 수 있을 테죠. 이는 퀌컴의 기술이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고, 안정되지 않은 지금만이 가능합니다.”


퀌컴의 CDMA는 무조건 성공하는 기술인데 당연히 빠르면 빠르게 계약할수록 이득이 아닌가.


꿀통이 가득 차 있는데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에 꼭 선점해야 한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집어넣고 열렬하게 설명을 더했다.


“주식 시장에는 저점매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관들, 기업들 다 달려든 뒤에 들어가면 먹을게, 머가 남겠습니까. 기술이 상용화되고 안정화된 뒤 시장에 뛰어든다면 너무 늦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고, 기업들이 달려들지 않은 지금만이 계약에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으음······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12조는 여기까지 하죠.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은 폴더폰처럼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표를 지켜본 다른 신입사원들에게는 여러 반응이 나왔다.


“아니, 저 양반들 정말 신입사원 맞아? 발표 내용이 뭐 완전 전문가 수준이잖아.”


“우리 조도 준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보니까 초라해지네······.”


“와 씨. 여기 다음 팀은 부담스러워서 어떡하냐. 우리는 이미 끝나서 망정이지 오우 닭살 돋은 거 봐.”


“뽑기 운만 좋았어도 쟤들만큼은 했을 텐데, 좀 짜증 나네.”


경외의 시선부터 질투는 물론 다양한 시선들이 12조를 향했다.


몇몇 신입사원들은 본능적으로 공포마저 느꼈다.


그냥 다르다. 초식동물 사이에 껴있는 최상위 포식자랄까.


대성그룹 연수원 최초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한 뒤 취약점 보완까지 해오는 미친놈이 등장한 순간이다.





***




“그래! 내가 기대하던 게 바로 이거야! 보여주는구나. 역시 뱀이 아니라 용이었어. 그것도 여의주를 문.”


강민혁은 희열감과 함께 오랜만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주변에 있던 그의 측근들은 덩달아 당황했다.


항상 침착하고 콧대 높기로 유명한 강민혁 차장이 이렇게 좋아하다니 당황한 것이다.


“이 부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때요. 그때 저랑 내기 안 하시길 잘했죠?”


강민혁 차장의 능력을 인정한 뒤 측근이 된 이규철 부장이 말했다.


“강 차장하고 내기했으면 거덜 날 뻔했네. 하-하!”


같이 활짝 웃던 이규철이 옆으로 다가가 진지하게 속삭였다.


“강 차장 조금 전에 유성현 팀장한테서 들어온 정보야. 자네 큰아버지 되시는, 그러니까 강상기 사장님한테 이 사업건 이미 보고가 들어갔나 봐. 저기 뭐야 안치호랑 고승철 상무는 잘 포장해서 자네 형들 중 누구한테 바칠 건지. 생각뿐이라더군.”


“······!!!”


“서둘러야 해. 자네 형들이 알기 전에 손을 써둬야지. 알고 나서는 싸움이 힘들어져.”


강민혁은 이규철 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부하 직원을 부르며 생각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저건 형님들 손으로 넘어가기 전에 무조건 가져와야 해.’


“민호야. 방금 발표한 조장 윤선일이 이따가 내가 잠깐 보자고 했다고 하고 데려와.”


“넵!”


한민호는 모두가 장남 일가의 라인으로 떠나갈 때 남아준 몇 안 되는 충신 중 한 명이었다.


“후······ 개싸움이 되겠구나.”


미리 손을 써두더라도 형님들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민혁이었다.





***





“여러분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저녁 식사 시간인데요. 오늘은 여러분들을 위해 특식을 준비했으니 맛있게 먹고 푹 쉬시면 됩니다!”


메인 과제인 팀 프로젝트 2일 차 발표가 모두 끝나고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오니 안내요원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특식 메뉴가 갈비찜에 서양식 스테이크래요~~!”


190㎝ 거구의 백한수가 특식이란 말에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났는지 노래를 부른다.


아무래도 큰 키와 덩치의 비밀은 저 먹성에서 나온 것 같다.


‘근데 왜 다 근육이지?’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 조는 다 같이 저녁 특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특식은 아주머님들이 아니라 회사에서 특별히 오성급 호텔 쉐프들을 불렀다네요! 히히 기대된다~!”


다들 오성급 호텔 쉐프가 요리한 스테이크를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물론 내 입에서도 침이 줄줄 나오고 있다.


지난 생에도 거의 못 먹어 본 오성급 요리인데 갈비찜이랑 스테이크는 나의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식당에 줄이 점점 빠지고 우리 차례가 다가올 찰나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 헐레벌떡 급하게 뛰어왔다.


“윤선일 씨 잠시만요! 잠시만 시간 좀.”


“누구시죠?”


처음 보는 얼굴이라 나는 은근히 짜증 난 티를 냈다. 오성급 쉐프의 특식이 눈앞에 있는데 방해받은 기분을 아는가.


“아 죄송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헐레벌떡 뛰어온 사내가 땀을 닦으며 내게 명함을 건넸다.


회사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내가 다가와 속삭였다.


“지난번 면접 때 보셨던 강민혁 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당장 보자고 하십니다. 내용은 오시면 말씀하시겠다고······.”


“그래도 밥은 먹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순간이긴 하지만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성급 쉐프의 특식이 눈앞에 있다고!


‘그리고 급한 건 그쪽일 텐데······.’


강민혁 차장의 부하로 보이는 사내가 다시 속삭였다.


“식사는 차장님이랑 하시죠. 음식 퀄리티로만 따지면 비교가 안 될 겁니다. 강 차장님은 주방장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거든요.”


“!!!”


“가시죠. 차장님이 기다리십니다.”


나는 팀원들에게 잠시 급한 일이 생겨서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뒤 팀원들의 걱정을 뿌리치고 강민혁 차장의 부하로 보이는 사내를 따라갔다.


“선일 씨 조장이라 불려 갔나 봐요.”


“다 같이 고생하고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포장은 안 되겠죠?”


포장이라는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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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2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6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1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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