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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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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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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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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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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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은밀한 거래

DUMMY

22화. 은밀한 거래




“귀찮게시리 누가 소개해 준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손님이 시간 내서 찾아왔으니, 일은 해야지.”


독심술을 할 줄 아는 것인지, 관상을 보는 것인지 남 사장님은 말하면서도 나를 계속해서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딱 보니까 사회 초년생이고 여기 근처 회사에 취직한 거 같은데 회사가 어디야? 방은 고시원? 단칸방? 어떤 걸로 보여줄까.”


“회사는 대성 전자 취직했습니다. 강남 쪽에 있어요.”


“대성이면 어디 보자~~ 여기 신림역 근처면 좋겠네?”


“네, 맞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첫 거점을 앞으로의 탄탄대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강남이나 압구정에 있는 고급스러운 오피스텔 같은 곳에 살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의 장이 계속 열릴 것을 생각하면 한 푼 한 푼이 귀하다.


적게는 몇 십 배 많게는 몇백 배까지 돈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첫 월급으로 들어온 100만 원과 지금까지 조금 모아둔 돈.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돈까지 모두 임자가 정해져 있다.


첫 월급 100만 원은 이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80만 원 정도 선에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월급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성그룹의 계열사 중 봉급으로 따지면 최상위권의 위치하기도 한다.


‘보너스랑 지분만 받으면 시드 머니야 걱정 안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빠듯해.’


‘한도까지 대출 땅겼을 때 이자도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조금 조촐하더라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거기도 하고.’


나는 두 중년인을 한 번씩 바라보고 말했다.


“가격만 맞으면 고시원보다는 단칸방 쪽으로 부탁드립니다.”


‘고시원은 지난 생에 질리도록 너무 오래 살았습니다.’


이번에는 부드러웠던 태도의 중년 여인이 답했다.


“단칸방 접수 완료. 금액은 어느 정도까지 생각 중일까? 범위를 좀 정해주면 우리가 거기에 맞춰볼게.”


“월세는 20만 원 아래 정도로 생각하고 왔습니다. 보증금은 최대한 낮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무리한 요구임을 알고도 혹시 몰라 말하긴 했다.


보증금도 거의 없이 월세 20 아래의 단칸방, 흔히 말하는 원룸 방이 있을 리가.


역시나 예상대로의 대답이 들려왔다.


“음. 젊은 청년. 그 조건으로 단칸방은 힘들고, 괜찮다면 요 근처에 터가 좋은 고시원이 하나 있는데 가볼래? 마침 창문 딸린 넓은 방이 비었는데.”


그녀가 다섯 손가락을 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5분 거리고 역세권이야. 신림역이랑도 가깝고 강남으로 출퇴근하기도 좋지. 그런데 월세는 15. 괜찮지?”


“보증금은요?”


“보증금은 창문 방이라 인기가 많긴 한데 거기 집주인이 아는 사람이라 월세 석 달 치 정도면 될 거 같은데. 한번 가볼래?”


“네. 한번 보고 결정할게요.”


“그러면 바로 가봅시다.”


사장님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니 역시나 익숙한 고시원의 자태가 나를 반겼다.


한림 고시원.


고시원이야 워낙 저렴해서 고시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한림 고시원은 나름 평수도 잘 빠지고 이곳에 사는 고시생들의 합격률이 상당히 높았기에 소문이 자자했던 고시원이다.


사장님이 건물의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터가 아주 좋아. 건물도 깔끔하고. 여기 살던 고시생들이 검사부터 판사, 변호사까지 결국 다 합격하고 나갔다니까? 젊은 청년도 여기 살면 성공할 거야.”


“아, 네.”


나는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지난 생의 한동안 나의 거처를 책임진 고시원의 가장 끝, 창가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어보니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나를 반겼다.


좁은 공간에 침대와 옷장, 조그마한 냉장고부터 대부분 옵션이 갖춰진 고시원의 창가 방. 그렇지만 숨겨지지 않는 허름함.


‘하나도 달라진 게 없네.’


지난 생에는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들어오는 돈 그대로 빚을 갚느라 오랜 세월을 이 방에서 보냈다.


‘하지만 지난 생은 지난 생. 지금은 지금. 빠르게 돈 굴려서 탈출해야지.’


“젊은 청년, 어때 넓지? 이 방은 냉장고도 있고 침대도 있고, 발 디딜 틈도 넓고 창문에 사실상 단칸방이나 다름없어.”


‘어쩔 수 없지. 최소한의 보증금과 저렴한 월세로 이만한 방은 못 구해.’


나는 이 자리에서 바로 확답을 보냈다.


“좋습니다. 바로 계약할게요.”


계약 절차를 다 끝낸 뒤 나는 바로 적막이 흐르는 고시원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몸이 피곤해 일단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무거운 등산용 가방을 메고 다녔고, 기차를 타고 올라와 계약까지 했으니 상당히 피곤할 만할 터.


그럼에도 내 얼굴에는 신기하게도 미소가 지어지며 한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동기들도 다 성적이 좋을 테니 아마 다 본인들이 원하는 부서로 발령받았을 거야.’


아마 최재우는 본인이 원한대로 인터넷 사업부. 강한나는 비서실.


이연희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회계팀. 백한수는 영업팀. 장호열은 연구개발팀. 나는 기획개발팀.


이 모든 상상을 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가득 찼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 가까워져 오기 때문이다.


연수원은 튜토리얼이자 첫 번째 걸음마였고 진짜 시작은 제대로 된 출근부터가 아닌가.


그렇게 기대와 함께 긴장감이 혼재한 복잡한 감정도 밀려왔다.


그리고 누워있는 채로 시간이 좀 지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




서울의 또 다른 중심,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의 외곽.


고급스러운 한식집에 두 사내가 차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도착한 두 사내는 국화차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대성전자의 한재진 비서실장과 대성전자의 이사진 중 한 명임과 동시에 차기 대성그룹 회장으로 추대받는 강상기 사장의 둘째 아들 강태호였다.


한재진 비서실장은 강태호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


“이사님. 방금 박 의원 보좌관 통해 연락 받았니다. 거의 다 왔다고 하는 군요.”


“실장님 이곳 보안은 확실한 거죠?”


“이사님. 여기 식당 근처에 국회의사당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이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곳이라 보안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래서인지 예약 손님만 받는 곳이고요. 심지어 일반인 대상으로는 받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로 돈 좀 들여서라도 이곳으로 잡았습니다.”


“뭐 비서실장님이 확실하다면야, 알겠습니다.”


강태호는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으며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실장님, 지금 거의 다 왔다는 이 양반 이번 일 확실하게 망쳐줄 능력은 되죠? 보니까 서울에서 정치하는 양반도 아니고 저쪽 지방에서 3선한 의원이던데 말이죠.”


“하하, 이사님 걱정이 너무 많으십니다. 오히려 이번 일에는 여의도에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보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박왕근 의원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수원의 왕이랍니다.”


강태호는 왕이라는 유치한 단어가 나오자 헛웃음을 지었다.


“수원의 왕? 정치가 애들 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뭡니까.”


“수원시에서 3선을 했고 4선까지 바라보고 있으며 수원, 화성, 오산 쪽 만큼은 그 누구보다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랍니다. 그만큼 이번 일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죠. 박왕근 의원만 포섭하면 강민혁 차장에게 우호적인 지자체 쪽 발도 묶을 수 있을 겁니다.”


“정치하는 양반들 다루는 거야 우리 전문이니 포섭은 당연히 성공할 테고 아참 박왕근 의원 특이 사항 같은 건요?”


“사실상 수원에서 4선도 확정이나 다름없는 양반인데 거기에 만족 못 하고 욕심이 아주 많은 능구렁이입니다. 솔직히 그쪽 지역에서나 알아주지, 전국구로는 이름을 못 날렸다 보니 여의도로 올라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만남의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이 될 겁니다.”


“역시 정치하는 양반들 속이야 뻔하지. 이 양반들은 자기 자리에 만족을 못해요. 만족을.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사는 주제 말이야.”


그때 박왕근 의원이 보좌관과 함께 도착했다는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


“일행분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금방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박왕근 의원은 밀실로 들어오자마자 두 사내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가 차기 대성그룹 미래를 이어갈 자의 아들이기도 하니 숙이고 들어갈 건 확실히 숙이고 들어가자는 그의 마음가짐이 보인 행동이었다.


“아이고,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수원에서 10년 동안 의원직을 맡고 있는 박왕근이라고 합니다. 하하!”


“강태호입니다. 이쪽은 제 편의를 봐주시는 한재진 비서실장님입니다.”


“그럼, 앉으시죠.”


박왕근은 두 사내의 분위기를 한번 살피며 창밖을 바라봤다.


창 밖에는 붉은빛의 석양이 도심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있는 돔을 이루고 있는 국회의사당이 눈에 띄었다.


참으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은 마치 도심의 심장처럼, 정치와 권력이 교차하는 서울의 중추를 상징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박왕근 의원은 창밖의 장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수많은 협상과 권모술수가 넘나드는 정치의 꽃이자 종착지. 내가 저곳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채워지지 않는 이 갈증이 해소가 될까? 그래, 사내가 장대한 포부를 위해서라면 장사꾼들 비위 맞춰주는 정도야 껌이지.’


그리고 눈치 빠른 강태호가 이를 놓치지 않고 선두를 던졌다.


“의원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원님이 바라시는 여의도 진출. 제가 확실하게 뒷배로 밀어드릴 테니 저희와 거래하시죠.”


빠른 전개에 흠칫 놀란 박왕근이 말했다.


“하하.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요. 여의도까지 불러서 제 마음을 흔들어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전략이었다면 성공하셨네요. 그럼 툭 까놓고 나를 이곳까지 불러서 대성에서 얻고자 하는 게 뭡니까?”


“지금 대성에서 화성에 150만 평 이상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으려는 거는 아실 테고, 의원님께서 공장 지어지는 거 최대한 막아주시죠. 최대한 늦춰질수록 좋습니다.”


박왕근은 대성의 중책을 맡고 있으며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중 한 명인 강태호가 돌연히 대성에게 손해를 입혀달라는 제안을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은 지금 같은 시기에 대성한테도 중요할 텐데 그걸 왜 막으시려는지요? 늦추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최소한 이유 정도는 압시다.”


“집안 다툼이라고만 알고 계시면 될 거 같습니다. 누군가 빠르게 공장이 지어지길 원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이 싫을 수도 있는 거죠.”


눈치가 없진 않은지 박왕근 의원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음···,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저쪽 동네에서만큼은 힘이 좀 됩니다. 당장 내일이면 사업에 브레이크 걸릴 겁니다.”


“좋습니다. 공장을 멈추는 게 시작이긴 하지만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의원님이 여의도에서 정치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강태호는 박왕근 의원에게 술잔을 건넸고,


박왕근 의원은 호탕하게 맞받아쳤다.


“화합의 의미로 건배라 좋습니다. 그리고 모쪼록 이번 일 잘 해결되면 강 사장님께도 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잠깐만요.”


아버지라는 단어가 그에게는 기폭제였을까, 강상기 사장의 이름이 나오자 지금까지 이야기가 잘 흘러갔음에도 강태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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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4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9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3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7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5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9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7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1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8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70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7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2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1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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