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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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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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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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첫 출근 (3)

DUMMY


25화. 첫 출근 (3)



김수호 대리가 잠시 생각을 끝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호라,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할 법도 한데 잘 대처했네. 심지어 이종훈 부장님이면 사람 어렵기로 명성이 자자한데.”


“감사합니다. 좀 전에 오전 내내 이런 상황이 생길까 싶어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 돌려봤습니다.”


“그래? 그러면 사내 인적 사항이랑 전화번호부는 대강 다 외웠어?”


‘지금 다 외웠다고 하기에는 비현실적이야.’


나는 적당한 필터링을 거쳐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아직 조금밖에 못 외웠습니다.”


김수호 대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겼다.


“그렇지? 그게 당연한 거야. 그거 다 외우려면 족히 10일은 걸릴걸?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김수호 대리는 속으로 ‘그래도 신입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게 맞아.’ 하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이 상황에 속으로 웃음이 올라왔지만, 30년 회사 생활로 다져진 인내심으로 간신히 참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김수호 대리가 내게 물었다.


“아참 연수원 수석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부서는 왜 지원했어?”


‘뭐라고 해야 하지. 기획개발팀에서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다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차형석 팀장님의 비극을 막으러 왔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그냥 적당히 둘러대자.’


“보통 기획팀이면 기획만 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한다고 해서 멋있어 보여서 지원했습니다.”


“그래? 수석이라길래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했는데 되게 단순하네? 아무튼 잘 왔어. 잠깐 우리 부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주자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수호 대리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우리는 때로는 영업팀의 상사맨들처럼 두 발로 뛰어다녀야 할 때도 있어. 그럼에도 본질은 기획 부서이다 보니 신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이 주야. 업무 특성상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잦은데 사회초년생이 빠르게 견문을 넓히기에 이만한 부서가 없다?”


“그렇군요.”


설명을 들은 내게 표정에 변화가 없자 김수호 대리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잘 왔다고.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거 같긴 한데 정대만 과장님이나 하청 업체 문제로 자주 자리를 비우시는 팀장님, 부서를 총괄하는 부장님까지도 다 배울 점이 가득한 좋은 분들이야. 조금 일이 많을 순 있는데 여기서 지내다 보면 금방 적응될 거고.”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조금 일이 많을 수 있다는 말과 여기서 지내다 보면 적응된다는 이야기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자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울 정도로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이곳은 이도 저도 아닌 부서라는 것.


협업이 많다는 건 기획안 만들어서 제대로 해보려면 뺏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게 기획개발팀의 현실이다.


가끔 다른 부서 뒤 닦아주는 시종이나 다름없는 보조 노릇도 하고 말이다.


‘한 가지 더. 과장님이랑 팀장님 사람 좋다는 거야 겪어봐서 잘 알지만, 사내 정치에는 문외한이란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놀란 척 입을 쩍 벌리고 그가 새로운 정보를 토해내도록 방심을 유도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지금 팀장님도 출장 중이시고 정대만 과장님도 계속 이곳저곳 전화 돌리시면서 왔다 갔다 하시는데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없을까요?”


더욱 불쌍해 보임을 강조하기 위해 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흘렸다.


“다들 너무 바빠 보이시는데 저만 앉아서 놀고 있는 거 같아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입질이 걸렸다.


“지금 팀에서는 반도체 사업 때문에······ 아니다. 선일 씨는 일단 회사에 적응하는 데 집중해. 업무 얘기는 차차 알려줄게.”


그의 말을 듣자 지난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재생됐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공장 부지 선정.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으로 한창 바쁠 때 환경단체 일까지 앞당겨졌으니···.’


팀장님이 출장 중이신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맡은 업무 특성상 원채 자리를 자주 비우시는 분이긴 하다만.’


나는 그에게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파고들었다.


“부지 선정하는 데 있어서 환경단체랑 지역 유지분들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다들 바쁘신 거죠?”


김수호 대리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


“조금 전에 인사팀장님께서 전반적인 회사 상황이랑 부서 상황에 대해 말해주셨습니다.”


“유성현 차장님이?”


“그렇습니다.”


‘물론 거짓말이 약간 섞이긴 했습니다만. 아예 거짓말은 또 아니니···.’


“좀 더 천천히 알려주고 싶었는데 인사팀장님이 이미 다 말해주셨다면 뭐 어쩔 수 없네.”


이번에는 정말 솔직하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매우 정중하게.


“선배님. 첫날이긴 하지만 저도 이제 어엿한 팀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리님께는 신입의 헛된 패기라고 보일 순 있지만 진심으로 저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국에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수호 대리는 잠시 고민에 빠진듯하다 결심이 들었는지 조금 달라진 말투와 억양, 태도로 내게 악수를 건넸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이제 너도 팀의 일원이긴 하지. 첫날부터 신입한테 뭐 기대하는 내가 바보 같긴 한데 우리가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라 네가 이해해. 아무튼 잘 부탁한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선택에 정중히 반응했다.


“뭐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들다고 그만두면 지옥 끝까지 찾아갈 거니까 각오하고. 좀 찡찡대는 건 봐줄게.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몇 번 대인적이 있어서 그런지 불안해 보이는 김수호 대리에게 나는 마치 면접 때처럼 자신감 있게 한 발짝 다가갔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말해줘야지.’


“김 대리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습니다. 이래 봬도 끈기 하나는 자신 있는 몸입니다.”


내가 확신에 가득 차 말하자 그는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 듯 보였다.


“그래, 자세는 일단 마음에 드네. 대충 회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면 이어서 일단 좀 더 설명을 해줄게.”


대부분 아는 내용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시 경청했다.


“가장 먼저 네가 알아야 할 거는 회사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거야. 주문량이 기존 생산라인으로 감당 못 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거지. 호재라면 또 호재이긴 한데···.”


대성에서 반도체 사업을 치고 나가기 위해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반도체를 제작해 주겠다고 파격 선언한 시점.


그때부터 고객사의 주문량이 폭증했는데, 나아가서는 고객사의 주문이 생산량의 한계치를 웃돌 정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존의 생산라인인 기흥 캠퍼스로는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이유와 여러 요인으로 대성에서는 새로운 반도체 생산 및 연구 시설 증축을 결정했다.


나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만한 평범한 의견으로 답했다.


“그러면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줄이거나, 생산량을 늘려야겠네요.”


“그렇지. 근데 이제 막 치고 나가고 있는 사업이고 주문량과 수익이 받쳐주는데 누가 주문량을 줄이려 하겠어. 유치원 막 들어간 내 조카가 와도 안 하는 짓일 텐데.”


“그렇죠. 어떻게 해서든 생산량을 늘려야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래서 우리는 대성에서 새로 지을 차세대 공장 부지 선정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거야.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로 공장 부지는 화성으로 거의 확정됐고.”


나는 김수호 대리에게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


“대리님. 그런데 많고 많은 지역 중에 화성으로 선정된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좋은 질문이야. 일단 부지 선정에 있어서 생산 물량을 감당하려면 규모가 상당하기에 서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지? 근데 또 서울이랑은 멀면 안 돼. 인력 수급 문제도 있고, 물류도 신경 써야 하거든. 고려해야 할 게 생각보다 많아.”


“그 조건에 다 맞아떨어지는 게 화성이었군요?”


“그렇지.”


기존의 생산라인이 위치한 기흥과도 멀지 않으면서, 서울과 밀접해 있고 상당한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화성이었다. 2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기 한참 전이기도 해서 땅값도 상당히 저렴한 건 덤.


그때 인사팀에서 돌아온 정대만 과장이 문을 벌컥 열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우리 둘을 스캔하고는 말했다.


“너네 뭐해?”


당황한 김수호 대리가 말을 얼버무렸다.


“신입한테 요즘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정대만 과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김수호 대리를 바라봤다.


“김 대리 잠깐 나 좀 볼까?”


정대만 과장이 다시 문을 열고 돌아나가며 말했다.


“정리하고 옥상으로 와.”


정대만 과장이 먼저 나가자, 김수호 대리는 담배를 챙겨 헐레벌떡 따라 나갔다.




***




-쓰읍, 푸우.


정대만 과장은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야 임마. 김 대리야 오늘 처음 온 신입한테 부지 선정 얘기를 꺼내면 어떡해. 문밖에서부터 들리더라. 그러다가 지난번처럼 그만두면 어쩌려고. 우리 좀 전까지만 해도 말 맞춘 거 아니었어?”


“과장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진짜 제 업무 덜자고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면 뭔데? 지금 일 많다고 힘들어서 신입한테 업무 설명해 주면서 인수인계 중이었던 거 아냐?”


“과장님, 그런 이유는 진짜 아닙니다. 일단 저 친구 제가 보기에 끈기 하나는 확실히 있어 보였습니다.”


김수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회사 상황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강 알고 있고 자꾸만 일 돕겠다고, 자기도 팀의 일원이라고 아주 난리였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만 알려주고 있던 겁니다.”


정대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조금 더 여유 있게 다가가지 그랬어. 김 대리답지 않게 말이야.”


“과장님도 신입 직접 보시면 제 심정이 이해될 겁니다. 아까는 자원팀에서 과장님한테 걸려 온 전화 받더니 칭찬까지 들었다니까요. 그것보다 충격적인 건 다른 거예요.”


“다른 거라고? 뭔데?”


“그 전화가 이종훈 부장님 전화였다는 거죠. 심지어 결혼기념일 날 야근하게 생겼다고 상당히 화난 상태였고요.”


“뭐? 이 부장님한테 전화 왔었어?”


“네, 한술 더해서 이 부장님이 신입한테 요즘 애들 같지 않고 싹싹해서 좋다고 말하셨다니까요.”


“그래?”


정대만은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빠졌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있었나··· 10년 넘게 회사 생활하면서 이 정도 반응을 몰고 오는 신입은 처음이네. 회사에 태풍이 몰아칠 징조인가.’


“일단 인정. 이번에는 진짜로 제대로 된 놈이 왔나 보네. 그러면 김 대리가 금요일까지 적당한 선에서 인수인계 해주고 주말에 출장 갈 때 신입 한번 데려가 보자.”


“알겠습니다! 제가 신입한테 출장 건은 잘 말해두겠습니다.”


“그래. 김 대리, 나 먼저 내려갈 테니까, 바람 좀 쐬면서 기분 전환하고 들어와.”


정대만 과장이 자리를 떠나자, 김수호의 얼굴에는 상당히 밝은 미소가 올라왔다.


‘우리 팀에도 드디어 제대로 된 놈이 들어왔구나. 이제서야 막내 탈출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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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2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3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7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5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9 13 12쪽
» 첫 출근 (3) +1 24.09.09 767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2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30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2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7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5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8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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