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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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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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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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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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연수원으로

DUMMY


6화. 연수원으로.





-띠리링!


방에 둔탁한 기계음이 울렸다. 기다렸던 회사에서 메일이 날아온 것이다.


나는 곧바로 등딱지가 몸뚱이만 한 고물 컴퓨터 앞에 앉아 대성그룹으로부터 날아온 메일 한 통을 확인했다.


[대성그룹 1994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신입사원의 업무 능력 향상 및 단합을 위해 4주간의 연수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택으로 발송된 책자를 확인‧‧‧‧‧‧‧‧‧.]


그 뒤로 별다른 중요한 내용은 없어 나는 컴퓨터를 끄고 책자를 열었다.


책자에는 대성그룹이 창립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가 줄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합격한 대성 전자를 포함해 그룹 내부 계열사에 관련된 설명과 연수원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볍게 적혀있었는데 말만 장황하지, 알짜배기 정보들은 없었다.


여기서 대성그룹에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예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4주간의 연수 기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연수원 과정은 대성 전자를 비롯해 대성 물산, 생명 등등 대성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공채 신입사원과 함께 진행된다.


사실상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계열사 간 순위 경쟁이랄까.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또 보상인데 연수원 성적이 높을 시 본인이 직접 적은 1순위 희망 부서로 발령 남과 동시에 인사 평가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가져갈 수 있다.


반면에 성적이 저조할 시에는 지방에 발령받을 수도 있었다.


아직 선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즉시 불합격 통보와 함께 퇴소 처리가 가능하다.


연수원 과정에 대해 말해보자면 1주 차까지는 애사심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간단한 업무 설명, 선배님들의 강연을 듣는 등 가볍게 따라갈 수 있는 프로그램 뿐이다.


그러나 2~4주 차 부터는 지옥 주간이 시작된다.


매년 신입사원들을 절망에 빠뜨린다고 해서 어느샌가 지옥 주라는 별칭이 붙어버렸다.


개인 역량을 평가한다고 각자 무작위로 물건을 부여한 뒤 지방 각지에 떨궈주고는 하루 동안 팔아오라고 한 적도 있다.


조별로 가상의 기업을 만들어서 투자 유치 계획서를 작성해서 높은 양반들 앞에서 발표시키기도 한다.


‘올해는 분명 팀 과제로는 가상 기업 운영하기 및 투자 유치 보고, 개인 과제로는 자유 주제 PT 발표였지.’


나는 앞으로의 기대감과 함께 책자를 덮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 당시에는 직장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네.”


이전 생을 생각했을 때 정말 중요하지만, 신경 쓰지 못한 것.


“입사 동기.”


‘연수원에서 만나게 될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은 어리바리한 신입이지만, 나중에는 그룹의 주축이 되고, 강력한 칼이자 강력한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는 동료라는 걸.’


신입사원이었던 미숙한 청년들이 대리로 진급하고, 그중 일부가 과장이 되고, 또 그중 일부는 부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중 소수는 기업의 임원 자리까지 올라간다. 다른 유명 기업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과 거리를 가까이한다면 절대 손해 볼 일은 없다.


심지어 신입사원 시절 동기 모임에서는 꿀 정보들이 가득 넘쳤다.


그러므로 이번 생에는 꿀이 동날 때까지 한번 빨아봐야겠다.





***





다음 날 이른 새벽 나는 회사로 출발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알람 시계의 시침과 초침은 AM 5:00를 향하고 있었다.


본가에서 회사가 멀기도 하고 가족들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준비해서 나가려고 일찍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방문 앞에 걸린 빳빳하게 다려진 새 양복과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항상 그랬다.


학창 시절에 입시 준비로 바빴을 때도 군인의 신분으로 휴가를 나왔을 때도 내가 몇 시에 일어나든 항상 어머니는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주셨었다.


나는 문 앞에 걸려있는 양복을 챙겨 갈아입은 뒤 주방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가족들 다 있는 집에서 먹는 한 끼 이게 너무 그리웠다.


조희숙 여사는 그런 나를 보고는 미소 지었다.


“마침 깨우러 가려 했는데 취업 성공하니까 하루아침에 얘가 달라지네. 맨날 늦잠 퍼질러 자던 얘가 말이야. 제때 잘 일어났네?”


말은 툴툴대지만, 사실 누구보다 마음씨 따뜻한 게 바로 우리 엄마다.


“큼큼. 나름 오늘부터 신입사원인데 늦어서야 되겠습니까.”


“맨날 거렁뱅이 차림으로 있다가 양복 쫙 빼입으니까 누굴 닮았는지 훤칠하네!”


나는 어머니의 흐뭇한 시선에 멋쩍게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지은 밥과 다채로운 나물 반찬, 소고기미역국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조희숙 여사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먹어봐라. 어떤지.”


-후루룩.


나는 소고기가 섞여 있는 국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국이 매우 싱겁긴 했지만, 나는 울컥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양손 엄지를 치켜올렸다.


“최고예요. 엄마. 너무 맛있는데? 마치 오성급 호텔의 조리장이 끓여준 조식과도 견줄만한 이 맛.”


“얘가 호들갑은, 그래도 아들이 처음으로 출근한다는데 신경 좀 썼다.”


국이 맹탕에 가까운 이유는 끓이면 짜진다고 항상 국을 싱겁게 만드는 어머니의 철칙 덕분이었다.


하지만 맹탕에 가까운 국도 24시간을 굶고 먹은 밥처럼 참 맛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다 보니 감정이 벅차올랐다.


지난 생에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거나 다름 없는 어머니가 이렇게 정정한 모습으로 밥을 차려주시는데 어찌 감정의 동요가 없겠는가.


나는 마저 음식을 폭풍 흡입하며 다짐했다.


‘지난 생에는 익숙함에 속아 이런 작은 소중한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이번 생에는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




-부스럭, 부스럭.


집 밖으로 나가기 직전 나는 현관 앞에서 엉킨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엄마 넥타이 매는 법 좀 알려주세요.”


넥타이 매는 거야 수도 없이 많이 해봐서 익숙하지만, 그냥 엄마의 손길을 좀 더 느끼고 싶어 부탁했다.


“취직하더니 얘가 안 하던 짓을 계속하네. 줘봐.”


조희숙 여사는 묘한 표정으로 현란한 솜씨로 나의 목에 넥타이를 걸어주었다.


이십 년간 아버지의 넥타이를 매준 어머니의 연륜이 묻어나는 솜씨였다.


“아들 네 아빠가 네 나이 때 항상 달고 다니던 말이 하나 있어.”


조희숙 여사는 나의 발끝부터 몸을 쭉 훑어보고는 말했다.


“항상 깨끗한 구두, 구겨지지 않은 정장과 와이셔츠. 마지막으로는 헝클어지지 않은 깔끔한 넥타이. 이 세 가지는 회사원의 기본이니까 항상 명심하렴.”


“명심할게요. 엄마.”


나는 기분 좋게 현관문을 나가며 말했다.


“그러면 아들 다녀옵니다!”


“잘 다녀와!”


멀리서 집을 바라보니 어머니는 아직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씨 집안의 장남이 첫 출근을 한다니 내색은 하지 않으시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거 같았다.


집을 나와 점심쯤 회사에 도착하니 향하니 대성의 거대한 타워 앞에는 수많은 대형버스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백 명의 또래 청년들이 난잡한 듯하면서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복장도 생김새도 모두 달랐지만, 그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합격자들의 여유와 신입사원으로서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이다.


나는 북적북적한 인파 속 틈새에 대성 전자라 적힌 피켓을 찾아 대열에 합류했다.


그 후로 일사천리로 인원 체크가 끝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버스에 탑승했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한 사내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X맨.’


대학교 신입생 때 환영회 같은 곳을 가면 고학번 선배가 신입생인 ‘척’하고 다가오는 엑스맨이 꼭 한 명씩 있지 않은가.


또한 군대에서는 최고참이 이등병인 ‘척’하고 놀리는 악습이 존재한다. 이거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전역 직전이었던 김 병장이 머리 밀리고 흑심에 가득 차 이등병으로 둔갑했던 기억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끝까지 의심해서 다행이었지, 큰일 날 뻔했었어.’


이와 비슷하게 대성의 신입사원 연수원에는 수많은 엑스맨들이 존재한다.


연수원 성적 같은 경우 인사 평가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겉에서만 봐서는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밀리에 엑스맨들이 내부로 투입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입사원들과 큰 차이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엑스맨들은 대부분 대리 이하급의 직원들이다.


초임 대리 시절이긴 하지만 연수원으로 파견 간 적이 있어서 기억한다.


때마침 무언가 어색해 보이는 사내의 옆자리가 비어있어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찾던 엑스맨의 등장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살짝 해진 와이셔츠, 목에 거는 사원증 라인을 따라 타지 않은 피부, 급하게 닦은 것 같은 굽이 닳은 구두는 신입 사원에게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리고 사실 결정적인 이유는 아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호성 대리. 입사 기수와 부서까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성 전자 입사 선배인 거만큼은 확실하다.


억지로 어색하게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신입사원인 척 연기하는 모습이 참 풋풋하다.


아마 내가 눈치챘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올라오는 웃음을 참고 그에게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선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호성이라고 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가볍게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연수원에 도착할 때까지는 가벼운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친분을 다졌다.


엑스맨들의 평가가 매우 큰 점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연수원 성적 종합 1등을 위해서라면 1점 1점이 중요하기에 나는 그와 일부러 친분을 쌓았다.


연수원에 도착하고 조 편성이 이루어진 뒤 그와 친해지는 것은 효과가 덜 하다.


지금 초면인 상태에서 다가가야 효과가 제일 좋다.


엑스맨으로 파견 나온 그지만 미리 친해지면 친해질 수록 나에게 친밀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


스노우볼(Snowball)이라는 경제용어이자 게임 용어가 있다.


눈덩이가 처음에는 작고 굴리기 쉽지만, 나중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더 빠르게 굴러가는 것으로부터 나온 비유적 표현이다.


이제 나의 작은 눈덩이는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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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7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59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999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5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8 23 12쪽
20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89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89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89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5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5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4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 연수원으로 +3 24.08.22 1,713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4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799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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