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만년 부장은 재벌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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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白蓮)
그림/삽화
백련(白蓮)
작품등록일 :
2024.08.16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7 18:3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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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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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화만사성 (1)

DUMMY



20화. 가화만사성 (1)



조희숙 여사는 내가 곧장 주방으로 따라 들어가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에는 코빼기도 안 비추던 얘가 요리할 줄은 알고? 됐어~ 가서 쉬고 있어. 장남이라는 아들이 드디어 철이 아주 무겁게 들었는지 1등 상을 가지고 왔는데 엄마가 돼서 이 정도도 못 해주겠니?”


‘크흡, 지난 생의 윤선일.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니. 이토록 신뢰받지 못한다니.’


나는 자신감 있게 자기 어필에 들어갔다.


“아 엄마. 제가 책으로 배우기도 했고, 친구들 만나면 제가 음식도 해주고 그래요. 정말로 도와드릴게요.”


‘제가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어머니. 30년 자취 경력을 보유 중인 사나이라구요.’


조희숙 여사는 나를 잠시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저쪽 가서 양파랑 마늘이랑 채소 좀 다듬어 봐. 칼질은 해봤지?”


나는 어머니가 건네준 채소를 받아 들고 적당히 능숙하게 칼질을 시작했다.


반강제지만 30년 경력의 자취 짬밥 덕분에 재료 손질이야 식은 죽 먹기다.


조희숙 여사는 적당히 자제한 내 손놀림을 보며 놀란 듯 한마디 던졌다.


“요즘은 연수원에서 요리도 가르쳐주고 그러니?”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뇨.”


그 뒤로도 우리는 함께 부엌에서 요리하며 대화를 나눴다.


5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렇게 어머니랑 재료 손질부터 요리를 같이하며 대화를 나눈 적은 처음이다 보니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차차 적응됐다.


조희숙 여사는 내게 요즘 회사 생활은 어떤지, 연수원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동기들이랑은 잘 지냈는지 물었고, 나는 그 질문에 성실히 대답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는 30년 전 내 모습과 지금의 차이점이 떠올랐다.


군대도 갔다 온 놈이 취업 준비가 잘 안된다고 부모님께 화내고 대들고 그랬던 모습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반성이 되는 모습이다.


“아참 근데 엄마 한 달 동안 별일 없었죠? 소희랑 아부지는요?”


“아무 일도 없었으니, 선일이 너는 네 할 일만 충실하면 된단다.”


어머니는 닭 날개 한 점을 뜯다가 창문을 바라보고 저 멀리 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네 아빠 일은 뭐야, 저 쪽 법 공부했다는 고 씨네 아들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네 아빠는 며칠 골골대더니 지금은 쌩쌩하게 일 나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소희는 잠깐 나갔는데 금방 들어올 거야.”


‘고맙게도 우석이가 잘 해결해줬나 보네. 아부지도 정정하시니 다행이고.’


“다행이네요.”


나는 어머니와 정성스럽게 같이 만든 닭볶음탕을 먹으며 다짐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소희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호강시켜 드릴게요.’


정상까지 이제 한 걸음 뻗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 달 동안 정상이라는 목표에 충분히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시계의 시침은 PM 9시를 가리켰다.


이 시간쯤이면 하나뿐인 여동생이 덕질 놀이를 끝내고 돌아올 때쯤이다.


‘조용팔부터 김건무, 서타지까지 온갖 연예인이란 연예인은 다 따라다니느라 바쁠 때지.’


나는 착한 오빠 노릇이나 한번 하자고 현관문을 나섰다.


“엄마 소희 슬슬 올 때 됐으니까, 정류장으로 마중 나갔다 올게요.”


외투를 챙겨 부랴부랴 나갔다.


처음 죽다 살아났을 때만 해도 2월이라 날씨가 한겨울이었는데, 이제는 4월이라 선선한 듯 쌀쌀한 날씨였다.


가는 길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대가 지나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마을버스 한 대가 다가왔다.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 윤소희가 큰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은 채로 낑낑대며 내렸다.


나름 Y 대학교 시각 디자인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엘리트지만 내 눈에는 참 철부지 없는 녀석이다.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니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동생이 앞으로 뭐 먹고 살까에 대한 근심이 찾아왔다.


‘지난 생에는 동생한테 너무 무심하기도 했고. 어릴 때는 치고받고 싸우면서 참 친했는데···.’


“줘봐.”


나는 동생이 낑낑대며 들고 있는 가방을 가로챘다.


“오빠?”


“그래 나다. 어휴 이게 다 뭐야. 카세트부터 부채에, 앨범에 용케 사인은 받았나 보네?”


“그거 받으려고 하루 종일을 기다렸는걸. 근데 오빠 서울 올라간 거 아니었어?”


하나뿐인 동생 윤소희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난 융합형 인재이다.


그리고 동시에 연예인에 아주 푹 빠진 소녀 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타지와 아이들의 열성팬이다.


‘팬 중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네임드 팬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짜샤. 하나뿐인 동생이라는 게 오빠 돌아오는 날도 모르고 말이야. 그냥 시간도 늦고 할 것도 없고 하니 한번 데리러 온 거야. 자 일단 이거부터 받아.”


나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건넨 뒤 소희의 어깨를 두 번 정도 두드렸다.


“어 이거 새로 나온 거잖아? 먹고 싶었는데 잘됐다.”


-아삭!


소희가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내게 물었다.


“근데 나 오는 시간은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말해줬어?”


“이 시간에 버스도 거의 안 다니는데 덕질 끝내고 올 시간이야 뻔하지 뭐.”


“하긴 버스가 이거 한대뿐이긴 하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동생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나는 조금 진중한 자세로 물었다.


“소희야, 갑작스럽긴 한데 졸업하면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꿈이라던가.”


‘연예계에서 일하고 싶다 했었던 거 같긴 한데 워낙 오래돼서 그런지 제대로 기억이 안 나네.’


“흠······.”


소희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늘을 바라보며 멈칫했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조용팔이나 서타지같은 연예인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고 싶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이게 내 꿈이야.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동생을 바라보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같은데 들어가고 싶은 거야?”

“비슷하지? 졸업하면 연예기획사 지원해서 콘셉트 같은 거나 시각적인 이미지를 정하는 디렉터같은거?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소희가 연예기획사 디렉터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건 처음 듣는 말인데. 아무리 지난 생에 집안이 풍비박산 났었다고 해도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이번에 밴드부 애들이랑 대학가요제에 나가기로 했어. 곧 있으면 예선 시즌이야. 텔레비전 나올 테니까 오빠도 기대해.”


“너 노래도 부를 줄 알아?”


“내가 노래 부르면 온 세상이 난리 나서 안 돼. 사람들이 우리 집 앞까지 사인해달라고 줄 설걸? 그래서 나는 뒤에서 반주만 담당하기로 했어. 작사 작곡도 겸하고.”


소희는 기세를 탔는지 계속해서 신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우리 동아리 엄청 유명해. 지난번에 대상도 탔는걸?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게 첫 번째 목표야. 이름하여 윤소희의 연예계 프로젝트!”


‘대학가요제에서 대상 탈 만한 동아리면 몇 개 없을 텐데···.’


“잠깐만, 너 설마 소나기야?”


“응 맞아. 왜 그렇게 놀라?”


Y 대학교 대표 밴드 소나기.


그룹사운드로 대학가요제에서 무려 두 번이나 대상을 차지한 명문 밴드부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철부지 없다고 생각한 동생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아니, 덕질하는 모습만 보다가 제대로 음악 한다는 게 뭔가 의외라서.”


“오빠가 집에서 한량 같은 모습만 봐서 그렇지 밖에 나가면 나 나름 잘나가. 어느 정도냐면 우리 학교 학우분들이 나랑 밥 먹겠다고 번호표도 뽑아간다니까.”


“그래, 그래. 대학가요제 본선은 언제야?”


“예선은 곧 하고 본선은 가을쯤 해. 졸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불태우고 연예기획사 지원하면 깔끔하지요. 이번에 MS 스튜디오가 연예기획사로 확장하면서 서타지같은 연예인들 키워내겠다는데 거기 지원해서 한번 개국공신이 돼보려고.”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만수 회장의 MS?”


“응.”


앞으로 S.S.E, 동신방기, 하이퍼 주니어, 소녀들의 시대를 만들어 내는 게 바로 MS 엔터테인먼트다.


순간 죽기 전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디렉터 출신의 대표 한 명이 떠올랐다.


‘그분도 디렉터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응원할게. 오빠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응.”


‘지난 생에 가족을 위해 소희 네가 포기한 꿈. 이번에는 절대 내려놓지 않게 하마.’




***




동생이랑 함께 집에 도착하고 잠시 후 현관문에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평생 함께 일한 동료가 배신하고 도망간 뒤로 직장을 옮기신 아버지가 상당히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화만사성이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흥한다는 뜻이다.


가정은 공동생활의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고, 예로부터 가정의 화목은 사회생활의 근본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전 이제까지 가장 다가가기 어려웠던 거대한 벽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려 한다.


게임으로 치면 최종 보스와도 같았던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아버지 오셨어요.”


“그래.”


나는 피로에 가득 찬 아버지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버지 술 잘 안 드시는 건 알지만 저랑 소주 한잔만 하실래요?”


“일 없다.”


역시나 예상대로 나의 아버지는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거절 한 번에 물러서야 사나이라 할 수 있겠는가.


순간 시간으로 따지면 20년도 더 전인 과장 시절 공들여서 제출한 기획안이 계속해서 반려 당함에도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허락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야, 임마! 윤 과장! 이거 안 된다니까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끈질겨. 본부장님이 직접 하지 말라고 오더 내리신 거야 포기하고 다른 거로 다시 써봐.


-팀장님. 이거 진짜 가능성 있습니다. 실패하면 제가 옷 벗고 나가겠습니다. 본부장님 한 번만 더 설득해 주세요.


-과장이란 놈이 실패하면 옷 벗는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맞아? 네 밑에 딸린 직원이 몇인데······ 이걸 끈기라 해야 할지 객기라 해야 할지.


그 뒤로 팀장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거의 한 달 동안 골프 모임을 따라가서 한동안 짐꾼 노릇을 도맡았다.


직장 내 최악의 문화 중 하나라고 꼽히는 주말 등산도 따라가고 팀장님 결혼기념일도 챙겨드리며 별의별 짓을 다 했다.


그제야 팀장님이 결국 본부장님을 설득해 주셨는지 내 기획안은 승인받았다.


결과는 대성공.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객기라 할 수도 오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포기할 수 없는 끈기였다.


나는 그런 경험을 되새기며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버지 저 다음 주부터 첫 출근이라 집을 구해야 해서 내일이면 서울로 올라가야 해요. 한참 바빠질 터라 한동안 못 내려올 거예요. 명절에도 장담할 수 없······.”


그때 나의 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땀을 좀 흘렸더니 찝찝해서 씻고 나올 테니 상 차려놔라.”


“아버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해 둘게요.”


나는 곧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자글자글 끓인 빨간 닭볶음탕과 먹태 구이를 식탁 위에 깔아둔 뒤 아버지를 기다렸다.


소주는 일단 한 병만, 잔은 두 개.


지난 생을 돌아보면 내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제대로 대화한 순간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그런 순간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부자간의 대화할 기회가 적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러니 지난 생의 패착 중 하나이자 나의 과오를 바로잡으려 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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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집안의 비밀, 그리고 출장 준비 NEW +1 6시간 전 150 8 11쪽
30 대성물산 +1 24.09.14 448 13 13쪽
29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4) +1 24.09.13 502 15 11쪽
28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3) +1 24.09.12 566 13 11쪽
27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2) +3 24.09.11 623 11 11쪽
26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1) +1 24.09.10 718 13 12쪽
25 첫 출근 (3) +1 24.09.09 765 14 12쪽
24 첫 출근 (2) +1 24.09.08 860 16 11쪽
23 첫 출근 (1) +1 24.09.07 1,000 20 12쪽
22 은밀한 거래 +1 24.09.06 1,097 20 12쪽
21 가화만사성 (2) +2 24.09.05 1,129 23 12쪽
» 가화만사성 (1) +2 24.09.04 1,191 21 12쪽
19 수료식 (2) +2 24.09.03 1,190 21 12쪽
18 수료식 (1) +2 24.09.02 1,190 24 12쪽
17 대성 연수원 (11) +2 24.09.01 1,216 24 12쪽
16 대성 연수원 (10) +2 24.09.01 1,251 20 12쪽
15 대성 연수원 (9) +3 24.08.31 1,269 23 12쪽
14 대성 연수원 (8) +2 24.08.30 1,276 24 11쪽
13 대성 연수원 (7) +2 24.08.29 1,306 22 11쪽
12 대성 연수원 (6) +2 24.08.28 1,286 24 11쪽
11 대성 연수원 (5) +2 24.08.27 1,331 26 11쪽
10 대성 연수원 (4) +2 24.08.26 1,354 23 11쪽
9 대성 연수원 (3) +2 24.08.25 1,385 25 11쪽
8 대성 연수원 (2) +3 24.08.24 1,477 23 11쪽
7 대성 연수원 (1) +2 24.08.23 1,600 24 12쪽
6 연수원으로 +3 24.08.22 1,714 25 11쪽
5 면접 (3) +2 24.08.21 1,765 27 12쪽
4 면접 (2) +2 24.08.20 1,80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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