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승시청 웹소설국 로맨스판타지과.”
서류 속 우리 부서의 이름을 나지막이 읊자 팀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한국사의 흐름 아래, 각자 출신국이 다른 저승사자 세 명. 그리고 돌연변이 미남 한 명.
여기에 대한민국 MZ세대인 나까지.
“저희 과 이름 너무 긴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과 이름 등록할 때 줄여서 로판과로 등록할걸 그랬어.”
팀원들도 내심 같은 생각이었는지, 샐쭉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과장님이 과 이름 지으실 때 전 분명 말렸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하지 마십쇼.”
“아니 난, 이승에서 요즘 줄임말이 너무 심하다며 사용을 자제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 같길래 말이야. 우리 저승도 맞춰주자 싶었거든.”
“아예 BL과랑 같이 이름 정하시지 그러셨어요? 거기도 Boys Love과라고 쓰게요. 글로벌하고 좋네요.”
비꼬는 말에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 팀을 이끄는 과장 정도 할 수 있나 보다.
“하하, 너희 말도 맞지. 하다못해 띄어쓰기라도 할 걸 그랬다.”
“<로맨스판타지과>나 <로맨스 판타지과>나 뭔 차이가 있다고!”
제각기 한숨을 쉬는 동료들. 보면 볼수록 기묘한 조합이다. 우리가 하는 업무는 더더욱 기묘하지만.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 잡담 그만하고 마저 업무 진행하자. 2138번 빙의자 쪽은 얼마큼 진행됐어?”
엇, 내 담당 빙의자다.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이제 곧 황태자와 접촉할 것 같아요. 저도 슬슬 데뷔당트 연회장에 가서 지켜보려고요.”
“그래. 부탁해.”
나는 곧장 사무실 구석에 있는 거대한 문으로 달려갔다. 크기만큼 무게가 있는지라, 온몸을 문에 기대고 어깨에 힘을 주며 밀어야 간신히 열린다.
어깨뼈에 금이라도 가면 병원비 대주겠지? 강렬한 통증과 비례하여 문틈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맞자 비로소 자각이 들었다.
이승에서 살아가는 내가, 저승을 거쳐 로맨스판타지 세계관으로.
나는 망자들을 로맨스판타지 세계관에 빙의시켜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그저 그런 공무원,
김너바나다.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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