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천재 화가가 그림을 너무 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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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론상이
그림/삽화
오후 10시 15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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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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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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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그림

DUMMY

20화.


방송, 언론사, 각종 미디어에서는 ‘속도’가 생명이다.


같은 주제라하더라도 먼저 내보내는 사람이 승자다. 물론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 더 좋고.


“이거 그린 사람, 아직 신상 확보 안됐지?”

“네. 리움인건 확실한 눈치인데 다들 입을 꾹 닫고 있더라고요.”

“하여간, 어차피 공개할 거 미리 공개하면 뭐가 덧나나?”


[6시 우리정보통!]의 5분짜리 코너를 맡고 있는 양호섭 피디는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한국 작가는 맞겠지?]

[뒤에 화안 화방이라고 적혀있는 거 안보임?]

[근데 왜 안 나타나냐고. 이정도면 본인 등판 할 때 됐잖아.]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한강 그림을 그린 작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다. 보통 이런 주제는 끽해야 하루 이틀 화제감인데, 이정도로 오래 갈 줄은 몰랐다.


바이럴인가? 미간을 좁힌 채 댓글을 주루룩 내리며, 양PD는 심기 불편한 눈으로 댓글을 빠르게 읽었다.


[나 아는 사람이 해외에서 일하는데, 이 그림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하다고 함. 워낙 잘그려서.]

[222 해외 화가 중 누구도 이거 태그해서 언급한 거 봤음. 유명한 건 맞는 듯.]

[국뽕이 차오른다.]


해외에서도 유명하다라. 이미 국내외 모든 커뮤니티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 양PD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댓글들은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수상해.......”

“뭐가요?”

“이 정도 재능 있는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온거 말야. 그리고 그게 하필 리움 소속이고.”

“뭐 뒤늦게 재능 발견했나보죠.”


에잉, 쯧.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모습에 양호섭이 혀를 찼다. 결국 양호섭은 책상에 올려져있는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옆에 있던 막내 작가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양호섭을 바라봤다.


”어디에 전화하시게요?“

”리움.“

”전화해도 아무 말 안할걸요? 저도 몇번이고 전화 해봤는데 늘 같은 말이었어요. ’작가님 보호차원에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너 누구한테 전화걸었냐?“


양호섭 피디가 입꼬리를 씩 올린채로 막내 작가를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막내 작가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히 리움 갤러리죠.“

”그러니까 갤러리 누구?”

“어......신인작가전 담당자님?”


멋쩍은 듯이 목덜미를 만지작 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에 양호석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당연히 안 알려주지. 너 같으면 알려주겠냐?”

“그럼 지금 누구한테 거시는건데요?”

“대빵.”

“예?”

“제일 윗대가리한테 걸어야한다는 거야.”


양PD의 말에 막내작가가 김빠진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심드렁한 말투로 대꾸했다.


“저라고 서한미 관장님하고 통화를 안해봤겠어요? 사정, 사정 해서 전화 해봤는데 결국 대답은 똑같았어요. 작가전 하고 난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그래서 넌 뭘 주겠다고 했는데?”

“네? 제가 뭘 줘야해요? 설마 돈?“


막내 작가가 놀란 표정으로 손가락을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양PD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지랄. 돈은 있고?“

”코너에 배정된 예산 쓰면......“

”모가지 짤리는 소리 하지 마. 그리고 받는다쳐도 돈은 우리가 받아야지, 왜 줘? 누가 방송해주는데?”

“그, 그건 맞지만.......”


이미 이 바닥에서 구를대로 구를 양PD였다. 5분짜리 코너에 나오려고 수백만원이 오고가는 건 이미 암암리에 다 알고 있는 사실.


그 순간, 전화기 너머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갤러리 로비로 연결된 전화에 양호섭은 아까와 180도 다른 말투로 사근사근하게, 나긋나긋하게, 최대한 정중하고 예의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서한미 관장님. [6시 우리정보통!]을 맡고 있는 양호섭 PD입니다. 네네, 아 다름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리움에서 하는 신인작가전에 대해 좀 다루려고 하는데요.”


그 모습을 보며 막내 작가는 혀를 내둘렀다. 뒤에서 한창 까내리다가도 원하는 게 있으면 표정을 싹 바꾸는 건 이 바닥에서 기본이긴 했지만, 양PD는 그 중에서도 최고였으니까.


막내 작가는 양PD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요즘 또 워낙 아트테라피가 붐이지 않습니까. 한국 대표 갤러리하면 리움이고! 리움 하면 한국 대표 갤러리 아니겠습니까? 하하!”


평소엔 말은 좀 거칠고 하는 일도 좀 엉성하긴 하지만 사람 구워삶는데 도가 튼 사람이었다. 그만큼 일처리 하나는 확실했고.


원래는 시사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고 했는데......괜히 파헤치면 안되는 걸 파헤치려다가 이쪽으로 좌천당했다고 들었다.


새삼 다르게 보이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다. 좌천 당해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선배를 목격하고 있는 가운데, 양호섭이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네, 이번에 [6시 우리정보통!] 특집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네네. 당연히 전시 끝나고 방송 나갑니다. 네네, 네. 분량이요?“


양호섭은 잠시 침묵했다.


”1시간 분량이요.“

”미친......!“


막내 작가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도 그럴게 1시간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자신있게 지껄이는 양PD였으니까.


존경이라 한 거 취소다.


너무 놀라 뭐라 반박하지도 못한 채 양PD를 바라보는데, 양호섭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 모습을 본 막대 작가가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 미쳤어요?! 한시간 분량이라뇨! 5분 코너 아니었어요? 애초에 우리가 한시간을 어떻게 써요!”

“안 쓰면 되지.”

“예?”


태평하게 오징어를 뜯으며 대답하는 양호섭.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건 누가 그렸는지야. 그것만 알면 1시간까지 방송 안 나가도 돼.”

“아, 아니......!“


윤리관이라곤 상실한 말에 막내작가는 입을 틀어막았지만, 본디 양호섭은 이렇게 살아왔었다. 알아내고 싶은 게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내는 것.


비밀로 꽁꽁 싸매고 있을수록 더 파헤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니까.


물론 그런 성질때문에 좌천되긴 했지만 뭐.

사람 성질 어디 안가는 법이다.


”거짓말은 범죄라고요!“

”누구나 거짓말은 하고 살아. 거짓말 안 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래도, 그래도......!”

“그나저나 너 요즘 머리 좀 커졌다고 선배한테 빠닥빠닥 대드냐?“


엉? 험상궃은 표정을 지으며 막내 작가를 바라보자, 막내 작가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닫았다.


불리할 때 밀어붙이기 딱 좋은게 연차 아니겠나, 순식간에 사그라든 모습을 본 양호섭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오징어를 질겅 씹었다.


딸칵, 마우스로 커뮤니티 게시글들을 눌러보던 양호섭은 이내 모니터를 빤히 바라봤다.


‘이게 그정도로 대단한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이 그림. 확실히 잘 그렸다.


처음 본 순간 미술에 별 관심이 없는 양호섭도 잠시 넋을 놓았을정도니까.


하지만 애초에 미술하고는 거리가 먼 그다. 감탄은 금세 사그라들고 의심이 피어올랐다.


뭔가 있다. 꾸리꾸리한 냄새가 난다.


그림보다는 이 뒤에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다.


‘자......어떤 빽을 등에 업었길래 이렇게 한순간에 떴는지 파헤쳐볼까나.’


정의감? 그런거 없다. 돈 있는 놈이 바이럴 좀 하겠다는데 굳이 감놔라 배놔라 할 여유도 없다.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또 누구의 인형 놀이일지.


한때 시사 프로그램에서 ‘미친개’라고 불리던 양호섭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



”방송이요?“

”네. 사실 몇번 전화가 왔던 모양인데, 다 돌려보내라고 했었거든요.“

”왜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서한미를 바라봤다. 우리는 전시실을 떠나 다시 관장실로 들어왔다. 어느덧 밖은 깜깜해진 상태였다.


“그야 신비주의 컨셉이니까요.”

“신비주의라......쓸데없네요.”

“성혁 학생이 말하면 가끔 상처받는거 알아요? 하여튼,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해도 이게 제일 효과가 좋아요.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작가에 대해 왈가왈부해봤자 좋은게 없거든요.”


서한미는 벽에 걸린 한유영 그림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어차피 전시 끝나면 싫어도 알게 될거에요.“

”?“

“그보다 이거 한번 볼래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 꽂혀져있는 파일을 하나 가져왔다. [신인작가 리스트] 라고 적혀있는 명단이었다.


“같이 전시하는 작가 정도는 알아두면 좋잖아요.”


이게 또 인연이 될 수도 있고요-라는 말에 나는 쓴 미소를 지었다.


인연이라. 애초에 산드로를 제외하면 다른 화가들하고 왕래가 거의 없었다. 산드로 그 녀석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표현하게 더 맞을 터였다.


나는 파일을 받았다. 안에는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와 이번에 걸리게 되는 그림 사진, 작품 설명이 적혀있었다.


신인작가전에 서는 작가는 총 6명. 그 중 회화가 4명, 2명이 조소였다. 흥미로운 눈으로 파일을 넘겼지만 당연하게도 그 중 내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었다.


”어때요?”

”평범하네요.“


내 말에 재밌다는 듯이 웃어보이는 그녀. 이내 그녀는 작가 한명, 한명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한국예대 학생이에요. 졸업도 하기전에 동시에 이렇게 갤러리에 걸리게 되는 것도 흔치 않은데 대단하죠?“

”흠.“

”그리고 이 친구는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 하다가 이번에 귀국한 학생인데, 독특한 화풍으로 나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서한미는 작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덧붙였지만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내가 볼 때는 겉멋만 든 작품이었기에.


피카소의 작품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도 없었고, 고흐의 그림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도 없었다.


미지근하고 맹맹한 그림들 뿐이었다.


그런 내 표정을 살핀 서한미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 나는 파일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하여튼, 이 이야기는 이쯤 하도록 하고 아까 가격 말인데요. 진짜 5억에 팔 생각이에요?”

“네.”


서한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 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렇게 된 거 그러면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하도록 해요. 최대한 몸값을 올려보자고요.“

“몸값이요?”

”지금 성혁 학생 그림 엄청 유명한 거 알고 있죠? 전세계적으로 말이에요.”

“그래요?”

“모른 척 하지 마요. 핸드폰만 켜도 다들 [한강] 이야기인데.”


하지만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핸드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나다.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서한미가 어깨를 들어올리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아무리 서칭해도 안나오는데 작가님 이름 아시는 분 ㅜ?]

[요즘 이 그림만 본다......다른 그림과 다르게 이 그림은 울림이 있다.......]

[ㄹㅇ 이런게 그림이지, 맨날 물감 뿌리고 손바닥 찍어대는게 그림이냐. 한국 화가들 좀 각성해라.]

[느슨해진 미술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작가라......이거 참 기대되네요.]


댓글이 주르륵 있는 것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다 읽지도 못할정도로 많은 글들을 보며 나는 서한미를 바라봤다.


다들 내 그림을 좋아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였다. 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한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를 뒤흔든 천재 작가, 알고 보니 리움 갤러리 신인작가였다, 로 가볼까해요. 방송이랑 언론사에 다 홍보 넣고요.”

“홍보라....... 어차피 그림이 유명하면 저절로 사람들이 올텐데요.”


애초에 그림 외적인 걸로 인기를 끄는 건 사양이었다. 나는 꼬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5억에 팔고 싶다고 했죠?“

”네.“

”그럼 내 말 들어요.“


단호하게 말하는 서한미. 아까까지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을 뒤쪽으로 뺐다. 이내 서한미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림을 비싸게 파는 방법이 뭔 줄 알아요?”

“......잘 그린 그림을 판다?”

“땡! 그건 파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릴 때 문제고요.”


틀렸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살면서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비싸게 파는 방법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걸 내가 왜 생각해야하지?


불쾌한 티를 그대로 내고 있는데, 서한미가 싱긋 웃었다.


“성혁 학생이 유명해지면 돼요.”

“.......”

“그런 말도 있잖아요?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라고.”


......불쾌하다. 미간을 찌푸렸다.


공격적으로 반박하려는데, 서한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성혁 학생이 싫다면 안할게요. 어차피 모든 건 성혁 학생이 결정할 일이니까요.”

“당연히 안할—”

“아쉬워라. 이세상엔 성혁 학생의 그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겠죠? 이렇게 잘 그린 그림을 한번도 못보고 살아다다니.”


......? 갑자기 서한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인터넷상에서 인기가 많아도 영상으로 보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게다가 요즘같이 볼게 넘치는 시대엔 또 쉽게 잊혀지기도 하고.”

“.......”

“그냥 아쉬워서 그래요, 아쉬워서. 이렇게 훌륭한 그림을 다 못본다는게.“


과장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순간적으로 ‘안하겠다’는 말이 선뜻 안나왔다.


나는 내 그림이 유명해지길 바란다.

애초에 유명해질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내 그림은 완벽했으니까.


그러나 전생의 내 그림들은 잊혀졌다.

한점도 빠지지 않고 모조리.


......대체 왜?


”유명해지는게 나쁜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실력 없으면 금방 묻히는게 이 바닥이고.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우리 판을 좀 키워봐요.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서.“


사실 성혁 학생이 그림에 자신 있다면,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잖아요?


싱긋 웃는 서한미. 나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 여자는 나를 이용하려한다.

목적은 아마 돈이겠지.


이대로 이용당할 것인가.

아니면 이용할 것인가.


무엇이 내 그림을 위한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방송 내용은 제가 정해요.“

”좋아요! 아트 테라피 특집이라고는 하는데, 아마 성혁 학생 내용이 주가 될테니까요.“


방송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하는 서한미. 말을 하면 할수록 그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관심을 끌 수 있는가, 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득 집이 아니라 미술실로 데려가달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음부터는 미술실에 밤 늦게까지 있으면 안돼!‘ 라고 강조하던 이성화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한미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이미 보름달이 떠있었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갤러리 건물은 아름다웠다.


서한미의 고급 외제차에 탄 후, 집 주소를 말하자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잘 사는 집이었네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원래 잘 사는 집 애들은 몰라요. 자기가 잘 사는지.”


별다른 뜻 없이 말하는 것 같았지만 은근히 말 안에 뼈가 있는 듯 했다. 밤이었기에 차가 별로 없었다. 그 덕에 빠르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방송 관련해서 일정은 잡아둘게요. 그 전까지는 작품 관련해서 SNS는 피해줘요.“

“네.”


애초에 SNS도 안하기에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집으로 올라가 현관문 앞에 섰다.


......피곤하다. 앞으로 복잡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도어락 버튼을 눌렀다.


띠띠띠띠띠-도어락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불이 켜져있었다. 현관문에 처음 보는 구두가 놓여져 있었다.


“이제 오는거니.”


굳은 표정의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동시에 눈을 찌푸릴 정도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힘겹게 눈을 뜬 순간, 나는 내 앞에 서있는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요즘 대체......뭔 짓을 하고 다니는거냐.”


이성혁의 아버지였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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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시간 안내: 오후 10시 15분 24.09.03 791 0 -
29 후회하지 않는 그림 NEW +1 7시간 전 167 9 13쪽
28 완벽한 그림과 강렬한 그림 +4 24.09.16 403 17 14쪽
27 마음을 살리는 그림 +3 24.09.15 509 22 15쪽
26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 +1 24.09.14 569 20 14쪽
25 안 팔리는 그림 +1 24.09.13 604 22 14쪽
24 텅 빈 그림 +1 24.09.12 691 20 13쪽
23 인정하기 싫은 그림 +2 24.09.11 749 21 17쪽
22 이딴게......그림? +1 24.09.10 794 28 12쪽
21 어긋난 그림 +1 24.09.09 851 27 16쪽
» 잊혀진 그림 +3 24.09.08 940 34 16쪽
19 모두를 감동시키는 그림 +1 24.09.07 1,002 38 14쪽
18 이딴 그림 +1 24.09.06 1,032 31 15쪽
17 전세계로 퍼진 그림 +5 24.09.05 1,126 37 15쪽
16 아득하고 모호한 그림 +1 24.09.04 1,226 40 20쪽
15 애들 장난 수준 그림 +3 24.09.03 1,289 38 15쪽
14 낙서도 그림 +4 24.09.02 1,468 42 18쪽
13 더 비싼 그림 +3 24.09.01 1,510 35 13쪽
12 보이는 게 전부인 그림 +4 24.08.31 1,525 39 13쪽
11 괴물같은 그림 +2 24.08.30 1,558 36 15쪽
10 수채화 그림 +1 24.08.29 1,589 47 14쪽
9 비싸질 그림 +4 24.08.28 1,621 43 16쪽
8 천재의 그림 +2 24.08.27 1,622 40 13쪽
7 옳은 그림 +4 24.08.26 1,666 45 13쪽
6 비싼 그림 +2 24.08.25 1,875 38 16쪽
5 개쩌는 그림 +5 24.08.24 1,922 41 13쪽
4 비슷한 그림 +1 24.08.23 2,123 39 13쪽
3 이상한 그림 +4 24.08.22 2,315 45 14쪽
2 첫번째 그림 +2 24.08.21 2,587 4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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