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천재 화가가 그림을 너무 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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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론상이
그림/삽화
오후 10시 15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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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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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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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은 그림

DUMMY

23.


이 세상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존재한다. 그쯤이야 나도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그런 그림같지도 않은 그림들을 싫어한다고 해도,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화가는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자유가 있으니까.


“.......“

”.......“


교실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미술실로 간 상황이었기에, 반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 유지석, 그리고 송이안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은 송이안의 얼굴을 빨갛게 만들기 충분했고.


“미, 미안......역시 동아리는 못 들어가겠지?”

“.......”


순간적으로 놀랐던 감정을 진정시키고 찬찬히 노트를 다시 봤다. 나름 연필꽂이나 휴지, 사과, 공 등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엉망이었다. 명암 처리도, 경계선 부분도 최악.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깊게 한 후,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냐. 들어와도 돼.”

“지, 진짜?! 고마워! 나 진짜 열심히 그릴게!“


열심히 그리겠다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그녀. 하지만 나는 그저 웃을 뿐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지금 필요한 건 부원이니까. 제자가 아니다. 내가 그림을 알려줄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수업 종소리가 울렸다. 놀란 표정으로 시계를 바라보던 송이안과 유지석을 따라 미술실로 이동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반 학생들이 모두 앉아있었다. 아까 교탁에 서서 말했던 게 꽤 인상에 남았었는지 다들 나를 보고 웃음을 참고 있는 듯 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들어가자, 이성화가 오늘 할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은 전에 수행평가 했던 거 점수 확인하는 날이야. 번호순으로 앞에 나와서 점수 보고 옆에 싸인하렴.“


이성화의 말에 학생들이 한명씩 차례대로 나왔다. 그들은 점수를 보고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인 뒤, 자리에 앉았다.


양 손을 머리를 박박 헤집는 학생, 심드렁한 표정으로 점수를 확인하는 학생, 점수 따위는 보지도 않은 채 싸인만 하고 후다닥 들어가는 학생 등.


“너 몇점 나왔냐?”

“나? 60점.”

“나보다 낫네. 난 40점인데.”


흠, 점수로 나오는 건가. 애초에 그림을 점수로 어떻게 표현한다는 건지 의문이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내 점수는 정해져있었으니까.


내 순서가 되자,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다. 이미 내 그림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힐끗 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100]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점수로 확인하니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이윽고 모든 학생들이 점수를 확인하고 난 뒤, 이성화가 웃으면서 학생들을 찬찬히 바라봤다.


“이중에는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거고, 아쉬움이 남는 친구들도 있을거야. 하지만 평가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자?”


그녀의 말에 의욕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근데 전교에서 100점 받은 애 몇명이에요?”


학생의 질문에 몇몇 학생들이 흘끗 거리며 나를 돌아봤다.


쟨 당연히 100점이겠지, 하는 눈빛이었다.


이성화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2명.“

“누구요?“

”누군지는 비밀.“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지금 2명이라고?


그 말인 즉슨, 나 외에도 100점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 사실이 어째선지 자존심이 상해 나는 이성화를 바라봤다.


”제일 잘 그린 사람이 100점인거 아닌가요?“

”어? 근데 이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니까.......사실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다 점수 주려고 했거든.“


기준만 충족하면? 애매하고 모호한 점수 기준에 나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림 두 개만 두어도 우위가 생기는 법이다. 하물며 내 그림과 견주어서 같은 점수를 받았다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그런 내 모습을 본 이성화가 화제를 전환하고자 박수를 쳤다.


”그래서! 이번 풍경화 그리면서 다들 어땠니? 재밌었어?“

”그냥요.“

”힘들었어요.“

“재밌었어요!”


가지각색의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나는 또다른 만점자가 누굴까—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때, 이성화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사실 이번에 풍경화를 그리게 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대회 때문에 그래.“

“대회요?”

“응.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생대회인데, 참가자가 많은 만큼 예선전이 있거든.”


이성화가 포스터를 칠판 앞에 붙였다. ‘제45회 청아 사생대회’ 라고 적혀있었다.


“관심있는 학생들은 그렸던 풍경화를 바로 예선에 제출하면 되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좋지 않니?”

“쌤, 이거 필수에요?”

“아니? 희망자만 하면 돼.”


그 말에 몇몇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성화가 나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만점자는 필참이야.”

“......네?”

“만점까지 받았는데, 이대로 그냥 두기엔 아깝잖아? 안 그래?”


이성화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깝다라, 그림이 아깝다는 건지, 지금까지 그렸던 게 아깝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굳이 안 나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전생에도 대회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식의 경합은 있었다.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오는, 겉으로 볼 때는 평화적이지만 서로의 속을 긁는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이 싸움에서 지는 순간 자존심에 어마어마한 상처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성혁 학생이 유명해지면 돼요.’


그때 서한미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고, 훌륭하다고 해도 알려지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사랑을 받던 내 그림들도, 결국 시간이 흐르니 잊혔던 것처럼 말이다.


‘대회만큼 내 그림을 알리기 좋은 곳도 없지. 애초에 그 대회에서 내가 질리도 없고.’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신청자는 여기 앞에 종이 붙여놓을테니까, 적어두고 가면 돼.“


그 말을 끝으로 이성화는 싱긋 웃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



하원 예고는 사립 명문 예고다. 예고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역사와 아웃풋을 자랑한다.


현재 미술계에 남아있는 굵직 굵직한 인물들도 대부분 하원 예고 출신이었고, 그들은 예고를 나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여러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하원 예고 경쟁률은 매년 기사에 오를 정도로 화제. 특히 회화과의 경우 그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었다.


“유영아, 이번에 사생대회 나가?”


회화과의 꽃, 회화과의 아이돌인 한유영을 향한 관심은 연일 끊이지 않았다. 안그래도 이쁜 아이들이 많은 예고인데, 그 중 한유영의 외모는 단연 돋보이기도 했고.


몇몇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유영을 바라봤다. 그림만 그렸다하면 몇천만원을 가뿐히 버는 그녀.


아무리 예고에 난다긴다하는 애들이 있다지만, 한유영은 그 급이 달랐다.


”아니.“


한유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작가전 준비해야해서.“

“작가전? 무슨 작가전?”


예고 학생들에게 작가전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꼭 규모가 큰 작가전이 아니더라도 학기가 끝날 때마다 작게나마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한유영의 다음 말에 아이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리움 신인 작가전.”

”뭐!? 리움이라면 리움 갤러리 말하는거야?“

“대박. 거기 신인 작가전 경쟁률 무지 세다던데......”


이미 자신들과 다른 급에서 놀고 있는 한유영을 보며 학생들의 눈에 다양한 감정이 깃들었다.


이미 한유영이 미술계에 프로로 데뷔한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리움과 관련된 프로젝트만 해도 벌써 3개나 나간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신인 작가전까지 나갈 줄은 몰랐는데......그도 그럴게 한유영이 신인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유영의 말을 들은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뭔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눈빛 속에서 한 여학생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메인 작가로 가는거지?”

“......뭐?”

“아니, 당연히 유영이 정도면 메인 작가 하고도 남잖아! 안그래?”


여학생의 말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쉽게 동조되는 모습에 한유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메인 작가. 평등해보이는 전시장 안에도 서열이 나뉘어져 있다. 정말 쌩 신인 작가와, 그래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이곳에서 데뷔만 하는 신인 작가.


같은 신인 작가라 하더라도 그 대우는 하늘과 땅이었다.


그리고 늘 하늘 대우만 받던 한유영이 처음으로 땅 대접을 받은 게 이번 리움 신인 작가전이었고.


‘내일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온다고 하는데, 시간 되면 와도 돼요.’


어젯밤, 서한미는 가벼운 목소리로 한유영에게 말했다. 목소리만 듣고 있는 거지만 어째선지 서한미가 웃고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메인은 유영 학생이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유영 학생 그림이 걸리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기왕 나와서 얼굴도 비춰주면 좋고요, 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말에 한유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시간 되면 와도 된다고? 메인은 내가 아니라고? 기왕 나와서 얼굴 비추라고?


문장 하나하나가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서한미가 이러는 이유는 분명 자신을 자극해서 그림을 그리게 만들 생각이었겠지만......


‘못가요. 내일 레슨이 있어서.‘


한유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사실 나 아는 언니가 리움에서 일하는데, 메인 작가가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뭐야, 진짜로?”

“그럼 메인 작가는 누군데?”

“난 당연히 유영이가 메인일 줄 알았는데......”


한유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아무말도 안했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은 의혹에 불을 붙인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불편하다. 짜증이 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녀석의 그림을 보게 된 이 녀석들이 내게 어떤 말을 할지, 짐작조차 안갔다.


“그런데 유영이를 제칠정도면 얼마나 잘 그린거야?”

“내말이. 진짜 궁금하긴 하다.”

“유영아, 혹시 사진 찍어둔 거 있어?”


눈을 빛내며 묻는 학생들. 하지만 한유영은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


“없어.”


그대로 한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당황함이 드러났다.


“그런데 나 걱정할 시간에 그림 연습이라도 하는게 어때?”

“어?”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인 것 같은데.”


한유영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순간까지도 뒷통수가 따가웠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애초에 친한 애들도 아니었으니까.


진짜 친구였으면 저렇게 말하지도 않았겠지.


한유영은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시간은 4시. 몇시에 방송팀이 오는지는 몰랐지만, 어쩐지 촬영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실습실로 향했다.

하지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방송팀이 왔다는 말은 그 녀석도 왔다는 소리.


’붓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애송이 주제에. 쫄긴.‘


뭐? 붓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다고? 누가? 내가?


아직도 피카소 전시회에서 재수없게 지껄이던 녀석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때 일을 떠오르자 열이 확 올라왔다.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에이씨.”


그녀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바로 레슨이 있었지만,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그림만 그리고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 이 지독한 슬럼프 속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앉아있는 시간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재수없는 면상에다가 욕이라도 퍼주고 와야 속이 뻥 뚫릴 것 같았다.


이대로면 그림 그리는 내내 분통만 터뜨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혹시 모르지, 이렇게 해서 내 슬럼프가 끝날수도.’


스스로 이유를 찾아낸 한유영은 곧장 학교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정규수업이 다 끝난 뒤였기에 한유영을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리움 갤러리로 가주세요.”


학교에서 리움 갤러리까지는 좀 거리가 있었다. 그만큼 택시비도 점점 오르고 있었지만 그런건 그녀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리움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제 서한미와 통화한 내용이 떠올랐다.


‘아마 1시간 분량으로 갈 것 같아요.’

‘......1시간이요?’

‘네. 아예 특집으로 가겠다고 하시네요?’


......까득. 손톱을 물어뜯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오는 그녀의 습관이었다. 이미 물어뜯을대로 물어뜯어 이제 살밖에 안남은 엄지 손가락이었다.


원래라면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메인으로 전시할 생각이었다. 메인 작가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져야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유영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메인은 뺏겼다.


리움의 관심도, 리움의 후원도 모조리 다 끊길 판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말도 안되는 그림이 세상에 나타나는 바람에 말이다.


끼익, 소리와 함께 택시가 멈췄다. 그녀는 꾸벅 인사를 한 뒤, 곧장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 들어가자 한유영을 알아보는 직원들이 환히 인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만 까딱거리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당장이라도 녀석을 만나서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때 못했던 말들을 다 털어내고 와야 붓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띵—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리움 신인작가전-새로운 물결]이라고 큰 글씨로 적혀있는 입구장을 지나쳤다. 아직 정식으로 전시를 시작하지 않은 탓에 입구가 막혀있었지만 가볍게 지나쳤다.


그렇게 안 쪽으로 들어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그림이 나타났다.


[꽃1, 캔버스에 유채, 72*56]


“.......”


한유영이 그린 그림이었다. 원래라면 안쪽 메인에 전시되어야 할 그림은 너무도 허무하게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분했다. 분하고 또 분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밀려본 적 없는 그녀가 밀렸다.


너무도 쉽게, 저항도 못한 채 말이다.


......하필 슬럼프때 나타나가지고.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슬럼프때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평소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태였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메인을 뺏기지 않았을 것이다.


메인으로 걸려지지 못한 자신의 그림을 볼 생각에, 한유영은 일부러 리움 갤러리를 애써 피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처참하게 밀린 자신의 처지를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초라하게 한쪽 벽면에 장식하고 있는 자신의 그림들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느껴졌으니까.


꾸욱, 안그래도 짧은 손톱이 손바닥을 뚫을 듯이 그녀는 주먹을 꽉 쥔채로 안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인상을 팍 쓴채로 코너를 트는 순간,


”......어.“


[한강]


그리고 다시 마주했다.

전에 보았던 그 그림을.


“.......”


그녀는 오롯이 그림과 독대했다. 그림 앞에 선 그녀는 이미 봤던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한번 더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반응하기 싫어도 멋대로 반응한다. 이딴 그림, 인정하기 싫은데. 정말로 인정하기 싫은데.


양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목 뒤가 뻣뻣하게 굳는 걸 느끼면서도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저절로 넋을 놓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경지에 이른 그림을 보면 저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처럼, 이건 이성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씨. 진짜.“


뚝. 그녀는 자신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꼈다. 그 눈물이 질투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패배감에 오는 것인지, 아름다움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만 흘러내리는 눈물이 점점 늘어나는 걸 두고 볼 뿐이었다.


“자자, 여러분! 이게 바로 리움 갤러리의 메인 작가님의 그림입니......다?”


그때 카메라를 든 남자와 여자가 신이 난 목소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카메라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비너스의 환생, 꼬마 피카소, 미술 천재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는,


“하, 한유영 작가님?!”

“대박. 찍어. 찍어.“


한유영이 눈물을 흘리며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펑펑 울면서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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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천재 화가가 그림을 너무 잘 그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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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후회하지 않는 그림 NEW +1 7시간 전 167 9 13쪽
28 완벽한 그림과 강렬한 그림 +4 24.09.16 403 17 14쪽
27 마음을 살리는 그림 +3 24.09.15 509 22 15쪽
26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 +1 24.09.14 569 20 14쪽
25 안 팔리는 그림 +1 24.09.13 604 22 14쪽
24 텅 빈 그림 +1 24.09.12 691 20 13쪽
» 인정하기 싫은 그림 +2 24.09.11 750 21 17쪽
22 이딴게......그림? +1 24.09.10 794 28 12쪽
21 어긋난 그림 +1 24.09.09 851 27 16쪽
20 잊혀진 그림 +3 24.09.08 940 34 16쪽
19 모두를 감동시키는 그림 +1 24.09.07 1,002 38 14쪽
18 이딴 그림 +1 24.09.06 1,032 31 15쪽
17 전세계로 퍼진 그림 +5 24.09.05 1,126 37 15쪽
16 아득하고 모호한 그림 +1 24.09.04 1,226 40 20쪽
15 애들 장난 수준 그림 +3 24.09.03 1,289 38 15쪽
14 낙서도 그림 +4 24.09.02 1,468 42 18쪽
13 더 비싼 그림 +3 24.09.01 1,510 35 13쪽
12 보이는 게 전부인 그림 +4 24.08.31 1,525 39 13쪽
11 괴물같은 그림 +2 24.08.30 1,558 36 15쪽
10 수채화 그림 +1 24.08.29 1,589 47 14쪽
9 비싸질 그림 +4 24.08.28 1,621 43 16쪽
8 천재의 그림 +2 24.08.27 1,622 40 13쪽
7 옳은 그림 +4 24.08.26 1,666 45 13쪽
6 비싼 그림 +2 24.08.25 1,875 38 16쪽
5 개쩌는 그림 +5 24.08.24 1,922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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