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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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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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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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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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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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DUMMY





적들의 대규모 공격을 알아내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끈현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너의 알을 살리기 위해 거북섬과 다른 동료들을 팔아넘긴 것이냐!?”


“하, 하지만 제 소중한 알들이 그놈들의 손아귀에 있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요. 제 알이 돌아온다면 언제고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끈현은 처음 보는 거북이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한참을 뒤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멀록들한테 알을 빼앗긴 어미가 그들에게서 빼앗긴 알을 돌려받기 위해 내통하면서 거북섬의 정보를 제공했던 모양이었다.


또한 자신이 해협 경계를 서던 시간에 맞춰 그들을 몰래 잠입시켰다는 점에서 그녀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


끓어오르는 화에 목덜미를 잡던 끈현의 뒤에서 나는 말했다.


“끈현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거북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동굴섬에서 멀록이 대규모로 이곳을 공격하려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일을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문어준님 그 정보가 확실한가요? 그렇다면 그들의 수는 어떻게 됩니까?”


염탐용 스킬이 있다고 말한 뒤 대략 1,000에 가까운 숫자가 몰려오고 있다고 말하자, 엄청난 숫자에 아연실색한 끈현은 이내 이마에 손을 올리며 한탄했다.


“···모래사장에 있는 거북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제가 주술사 멀록을 상대하면 상대해 볼만 합니다!”


사실 전의 전투에서도 주술사 멀록이 없었다면 의칼의 칼날에 이미 멀록들이 모두 도륙 났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골치아픈 멀록을 땅파기 + 위장 스킬로 암살하거나 방해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전투였다.


내 말에 힘을 얻은 끈현의 눈에 불꽃 같은 일렁임이 넘쳤다.


“맞습니다. 맞아요. 그런 코딱지만 한 멀록들한테 알들을 빼앗길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스트레스로 잠시 이성을 잃은 모양입니다. 어서 빨리 그들을 물리칠 방도를 생각하는 것이 먼저인데···.”


끈현은 턱에 앞발을 올리고 깊은 생각에 빠져 그 자리에 돌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는 나팔같이 생긴 거북이한테 말했다.


“지금 당장 모래사장으로 모이라는 나팔을 불어라!”


“뿌──우─뿌─────────────────────────.”


목이 남들보다 배는 길고 두꺼운 거북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과 다른 음율로 소리를 질렀다. 모래사장으로 집합하라는 그들의 약속 신호였다.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거북이가 모인 모래사장에서 그들은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전략이 수립되었는지 발을 맞춰 바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북섬 앞바다 깊은 곳 바위나 모래에 몸을 파묻더니 틀린 그림 찾기 화면처럼 감쪽같이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산호와 암초로 가득한 이 지역은 거북이들이 숨을 쉴 때마다 꿈틀거렸다. 그곳에는 무려 100마리가 넘는 거북이가 숨어서 멀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의 느린 속도를 보완하는 전략 또한 첨가된 매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수면을 통과한 햇빛이 바닥에 수백 개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멀록들이 수영하며 바닥에 닿는 햇빛을 가린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승리에 희열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알지 못했다. 오늘 이 바다가 그들의 묫자리가 될 줄은···.



* * *



바닷속을 가로지르는 1,000마리의 멀록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멀록이 선봉에 있었다. 그의 이름은 ‘그룰락’ 몇 달 전만 해도 평범한 멀록이었던 그는 어떤 한 사내를 만난 뒤에 엄청난 힘을 얻게 되었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지만 그 힘만 있으면 뭐든지 될 수 있다.’


그는 손에 쥔 거대한 소금 몽둥이를 움켜쥐며 열심히 거북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뿌──우────────────────────────────.”


“크르르르, 어떤 멍청한 놈이 나팔을 불었나!”


신호병 멀록이 실수했을 거라고 그는 착각했지만, 자세히 듣자 그들의 나팔과는 미묘하게 다른 소리라는 것을 뒤늦게 캐치했다.


“거북이들의 습격이다. 모두 물러나라!”


큰 소리로 외쳐봤지만, 육성으로 물속에서 말해봤자 멀리까지 들리지 않는다. 주위를 살펴보자, 바닥이 꿈틀거리더니 그곳에서 강대한 마나가 흘러나와 멀록들의 중심부에 모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룰락이 도망치기도 전에, 거북이 떼들이 모아둔 마나가 강력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물속의 흐름이 요동쳤고, 그 중심에 점점 커지는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처음엔 작은 물결처럼 보였지만, 곧 강대한 힘이 폭발하듯 물속을 휘저으며 멀록 무리 한가운데로 휘몰아쳤다.


“아옳옳!”

“옳···옳···.”


거북이들이 협력해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는 점점 속도가 빨라지며 멀록들을 하나둘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멀록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소용돌이의 강력한 흡입력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렸다. 그들의 팔과 다리는 무력하게 물속에서 흔들리며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고, 점차 강력해지는 소용돌이에 의해 그들의 몸이 압력에 짓눌려가는 듯했다.


그룰락이 빠져나가려는 찰나, 소용돌이의 격렬한 힘이 그를 덮쳤다. 물살에 휩쓸린 멀록들의 몸이 뒤엉키며 소용돌이의 엄청난 회전력에 갈기갈기 찢기기 시작했다. 피와 살점이 물속에 섞여 떠다녔다.


소용돌이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거북이들은 그 힘을 계속 증폭시키며 멀록들을 끝없이 파괴했다. 그들의 비명은 물속에서 조용히 사라져갔고, 수 많은 멀록들은 도망칠 틈조차 없이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산산조각 났다. 단단한 거북이들과 달리, 멀록의 몸은 소용돌이의 압박을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소용돌이가 서서히 잦아들며 물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곳곳에는 멀록들의 팔과 다리, 몸통이 수산물 시장처럼 산호초에 걸려있었다.


거북이들 사이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저 멀리서 멀록의 후속 부대가 다가오며 다시 한번 수백 개의 그림자가 햇빛을 가렸다.


“아, 아직도 저렇게 많은 숫자가 남아있다니···”


거북이 중에는 멀록들의 끝없는 인해전술을 보고 입을 떡 벌린 채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모두 공격하라!”

“공격!”

“죽어!”


거북섬의 앞바다에서 울려 퍼진 공격 신호에 맞춰 거북이들과 멀록들이 일제히 충돌했다. 물속은 곧 거대한 전쟁터로 변했다. 거대한 거북이들의 몸집이 먼저 물살을 가르며 돌진하자, 멀록들이 흩어지며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소금창을 던졌다. 거북이들의 단단한 등껍질은 그 공격을 가뿐히 막아냈지만, 멀록들은 숫자를 앞세워 거침없이 밀려들었다.


거북섬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거북이들은 하나같이 결연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의칼은 그 무거운 몸을 회전시키며, 등껍질에 박힌 날카로운 칼날로 멀록 무리 사이를 가르듯 돌파했다. 그가 스치기만 해도 멀록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닷속에 피를 흩뿌렸다. 또한 크로커다일 터틀은 물속에서도 날렵하게 움직이며 강력한 턱으로 멀록들을 물어뜯었다. 그의 이빨에 걸린 멀록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


문어준은 전투의 중심에서 침착하게 싸움을 이끌었다. 그는 먹물 발사로 멀록 무리의 시야를 막아 혼란을 일으켰고, 동시에 암시야를 사용해 흐려진 물속에서도 적을 정확히 찾아내었다. 그의 촉수가 순식간에 멀록 하나를 감싸더니,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강력한 조이기 기술로 그를 압사시켰다.


거북이들의 분전에도 멀록들의 수는 끝이 없었다. 그들의 인해전술은 거북섬의 방어선을 끊임없이 밀어붙였고, 일부 멀록들은 거북이들의 방어를 뚫고 가까이 다가왔다. 주술사 멀록들은 주술을 외치며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그들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졌다.


콰앙!!!


하지만 거북이들은 물러서지 않고 그들의 고향을 위해 분전하고 있을 때 물속에서 들릴 리가 없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등갑이 박살 난 채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가라앉는 거북이가 보였다.



엄청난 굉음에 잠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곳에선 대족장 멀록이 하얀색의 거대한 몽둥이를 물속에서 탁탁 털었다.


“크르르르···.”


그의 입에서는 한 마리의 맹수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기존의 ‘아옳옳’같은 장난스러운 울음소리가 아닌 상대를 마비시키는 초저음파가 물속을 매질 삼아 울려 퍼졌다.


저놈이 거북섬 침공을 주도한 멀록의 대장이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대족장 멀록 Lv ☆☆☆

► 칭호: 멀록의 왕, 그룰락

► 스킬: ???



어떻게 하나같이 무섭게 생긴 놈들은 별이 3개가 박혀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족장이 소용돌이에 의해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가 몽둥이를 든 오른쪽 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북이들이 멀록들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대족장을 묶어두기만 해도 전투에서 승리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충격 내성 스킬 덕분에 나는 그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고, 탄력적인 문어의 특성상 그의 무기와도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대족장과 전투 중인 거북이의 등갑을 부서지기 직전에 나는 그룰락의 얼굴 앞으로 이동해 눈동자에 먹물을 내뿜었다.


“크악!”


괴물 같은 놈도 끈적이는 먹물에 당황했던 건지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해 눈가에 묻은 먹물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때를 노렸다.


셸이 알려준 마나실을 이용해 사지에 꿈틀거리는 촉수를 강하게 만든 후 나는 말미잘을 상대할 때 사용한 ‘뎀프시 롤’로 그의 몸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펑! 펑! 펑!


마나실과 촉수의 흡반에서 터져 나오는 공기로 회오리를 연상케 하는 훅 난타가 시작되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폭풍 같은 훅 세례에 대족장의 몸이 멍으로 새파래지는 게 보였다.


나 혼자 이놈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찰나에 왼쪽에서 물살을 가르며 날아오는 하얀색 몽둥이가 보였다.


쾅!


하얀색 몽둥이가 내 옆구리를 강타하자, 그 충격에 몸이 산호초로 날아갔다. 물 속이라 충격이 완화되긴 했지만, 강력한 타격에 정수리가 뒤집히며 중심을 잃었다. 촉수가 순간적으로 풀리며 방어 태세를 유지할 겨를도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크르르르···"


대족장 멀록, 그룰락의 초저음의 웃음소리가 다시 물 속을 울렸다. 그는 커다란 몽둥이를 다시 잡고 여유롭게 나를 바라보며 헤엄쳐왔다. 그의 눈에는 잔악함이 서려 있었다.


몸을 재빨리 가다듬고,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촉수를 모아 몸을 다시 산호초에서 일으키며, 그룰락과 정면으로 맞섰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그룰락에게 한 발 더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그룰락이 다시 몽둥이를 치켜들었고, 나는 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위장 스킬로, 순간적으로 몸을 숨기자, 그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가 몽둥이를 내리칠 때, 나는 재빠르게 그의 옆으로 피해 촉수를 휘둘렀다.


펀치가 그룰락의 몸에 명중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단단한 비늘과 육체는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공격에 허점을 찾고,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했다.


펑! 펑! 펑!


내 촉수는 빠르게 움직여 그룰락의 몸을 연속적으로 타격했다. 마나실을 통해 더욱 강력해진 훅이 그의 몸을 두드렸고, 그룰락의 얼굴에 짜증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는 속도가 느렸다.


그룰락이 소리치며, 몽둥이를 강하게 휘둘렀다. 나는 가까스로 뒤로 물러나며 회피했지만, 그의 공격이 내 촉수 몇 개를 스치며 알싸한 통증이 느껴졌다.


타격으로는 놈을 쓰러뜨리기 힘들다. 그래플링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나는 그의 몽둥이를 피하면서, 촉수를 뻗어 오른팔을 휘감았다.


‘역겨운 생선 대가리 녀석! 팔을 묶으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나는 힘을 주어 촉수를 조이기 시작했고, 그룰락의 팔을 강하게 휘감았다. 왼팔을 잃은 전사의 오른팔을 제압했기에 안심했던 것일까? 그룰락은 백상아리 같은 수십 개의 뾰족한 이빨로 나의 촉수를 거칠게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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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붉은 사슴뿔 산호의 위력 24.09.18 6 0 11쪽
»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24.09.17 10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10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2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2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5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4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8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8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21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9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2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6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8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4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4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6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2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3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4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41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58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51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3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2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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