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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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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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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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수 :
132,282

작성
24.09.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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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멀록 정찰병

DUMMY





슉!


“앗 따가워!”


어둠 속에서 두꺼운 바늘이 발사되어 왼쪽 세 번째 축수를 스쳤다. 따끔거리더니 이내 그 주변 감각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이것도 독침이야?


해양생물은 왜 이렇게 독이 많은지 모르겠네.


슉!


또 한 발의 바늘이 물살을 가르며 쇄도했고 나는 코로 물을 뿜어 슬쩍 피했다. 저 녀석은 내가 독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멍청이!”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괴물이다. 꼭 인간과 물고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괴물은 기본적으로 등이 굽은 물고기한테 팔다리를 붙여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또한 등에는 두꺼운 바늘로 이루어진 지느러미가 붙어있었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 3개씩 붙어있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정찰병 멀록 Lv 25

► 칭호: 없음

► 스킬: [초급 : 소금 마법 Lv 4], [독 지느러미 발사 Lv 6], [신속 수영 Lv 2], [튀어나온 눈 Lv 3]



감정한 결과 저 녀석은 멀록이라는 종족이었다. 생긴 거 한번 살벌하네. 수산시장에 내놓아도 아무도 안 사 갈 것 같은 흉악한 비주얼이었다.


- 침착하게! 저놈은 멀록이네 가시를 발사하고 수영이 빠른 거로 보아 정찰병인 것 같군. 자네의 실력이라면 간단히 이길 수 있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제라하드가 민망하지 않게 그냥 넘어갔다.


“죽어라!”


방사능에 피폭된 등 푸른 생선 같은 녀석은 고개를 숙이더니 등에 있던 지느러미에서 바늘 하나가 물살을 또 한 번 가르고 날아왔다.


“어우!”


빠른 속도로 날아온 독 바늘을 피한 다음 촉수에 꽂힌 바늘을 멀록한테 되돌려주기 위해 힘껏 뒤로 당긴 후 앞으로 던졌다. 하지만 물에 저항을 받아서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 저놈이 던질 때 빨랐던 이유는 아무래도 스킬 덕분인 것 같다.


멀록은 잠시 당황했지만, 눈앞에서 힘을 잃고 바다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바늘을 보더니 비틀린 웃음을 한번 지었다. 멀록은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손을 한번 털더니 그의 손아귀에는 소금으로 만들어진 말뚝이 잡혔다.


“아옳!”


마치 하나의 화살이 된 듯 멀록은 말뚝을 앞세워 물살을 가르며 나한테 돌진했다. 말뚝이 내 머리를 닿기 직전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했고 왼쪽 세 번째 촉수를 뻗어 멀록의 간(Liver)에 가볍지만, 무거운 훅을 날렸다.


쿵!


멀록은 충격이 대단했는지 양 뺨에 있는 아가미에서 얇은 선혈이 나오고 있었다. 내가 독에 마비된 줄 착각한 모양이다. 내가 말미잘한테 얼마나 많이 쏘였는데 이 정도야 뭐 3초도 안 돼서 해독이지.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나는 끊임없이 촉수를 날려 놈의 몸에 충격을 심어줬다. 흡반에서 나오는 공기 덕분에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파워가 실렸다.


‘힘 = 가속도 x 질량’이라고 했던가?


멀수록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펀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얻어맞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뭐야 별것도 아닌 놈이 귀찮게 하네”


바늘이 박혀있던 자리에 살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 이 정도면 나중에 진짜 식량이 없을 때 내 촉수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아직 끝이 아니네! 멀록 정찰병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귓가에 날카로운 소음에 잡혔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촉수를 가볍게 휩쓸자 아까 그놈보다 좀 더 작은 바늘이 3개가 튕겨 나갔다.


3개?


“위험한 적!”


그놈들은 자신의 동료가 죽은 게 분했는지 씩씩대며 3개의 말뚝을 앞세워 나한테 돌진하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지금 당장 귀를 막으세요! 콰라라라라────”


아즈라 터틀이 유리잔이 깨질 정도의 성량을 뽐내며 굉음을 질렀다. 그러자 멀록들은 귓구멍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황급히 막아봤지만 이미 그들의 귀에는 엄청난 이명이 발생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이 기회였다. 왼쪽에서 귀를 막고 있는 멀록의 심장을 향해 강한 펀치를 날렸다. 탄력적인 촉수가 나선형을 그리며 물살을 가르며 뻗어졌고 심장에 강한 타격을 받은 멀록은 한 방에 심장이 멈췄다.


그다음은 정면에 위치한 놈


순식간에 죽은 동료에 놀랐는지 놈은 귀에서 손가락을 빼 말뚝을 나한테 던졌다. 하지만 던지기 스킬은 없는지 힘없이 말뚝이 떨어졌다. 오른쪽 첫 번째 촉수를 채찍처럼 휘둘러 말뚝을 부여잡고는 그대로 놈의 정수리에 꽂았다.


푹!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놈은 절명(絶命)했다.


오른쪽에서 귀를 막고 있던 멀록은 모든 동료가 죽어 나가자, 겁이 났는지 빠른 수영 솜씨를 뽐내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고놈 참 빠르네.


[축하합니다! 〈정찰병 멀록 Lv 25〉 x 3을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x 1


생각보다 레벨 상승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나의 압도적인 강함에 놀라 금방 잊혀졌다.


“우와 너무 강해졌는데?”


- 누구 제자인데 당연한 일이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멀록 수준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닌데···. 과연 크라켄님이 선택한 자 답구나.


제라하드는 문어의 성장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지만 이내 크라켄님을 떠올리자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으신가요?”


“독에 조금 찔리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워낙 독 내성이 높아서”


“그러고보니 은인한테 이름하나 묻질 않았군요?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 이름은 문어준 이라고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런데 거북섬까지는 얼마 정도 남았나요?”


“문어준님 거북섬까지는 2일 정도 남았습니다.”


2일 정도라 나는 등갑에 다시 촉수를 흡착시켰다.


촉수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의 전투가 내 몸에 깊이 새겨진 듯,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초반에 초롱아귀에게 무참히 얻어맞던 내가 맞나 싶었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멀록 정찰병도 나에게는 시시한 상대에 불과했다. 비록 레벨 차이는 3밖에 나지 않았지만, 스킬의 퀄리티와 전투 지능의 차이는 그보다 훨씬 더 컸다.


잠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등갑의 틈에 꽂혀있는 소금으로 이루어진 말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말뚝에 정수리가 뚫려 죽은 멀록의 시체가 물결이 팔랑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줄기의 빛줄기가 미잘이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는 게 보였다.


미잘이가 영혼을 흡수하는 건가?

궁금했지만 미잘이와 말이 통하지 않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촉수로 멀록의 시체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거칠게 떨리는 촉수가 멀록의 비늘을 하나씩 떼어내면서, 나는 한 입 가득 그 살점을 입안에 넣었다. 신선한 생선회의 촉감이 혀끝에 전해지면서 입안 가득 퍼졌다. 비늘 아래에 숨겨진 부드러운 살이 씹히면서,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내 미각을 자극했다.


입안에 남은 멀록의 살점을 천천히 음미하던 중, 소금 말뚝을 촉수로 끌어와 살짝 깨물었다. 바다의 짠맛이 그대로 전해지며, 멀록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완벽한 맛이 완성되었다. 염분이 혀끝에서 녹아들면서, 그 맛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승리의 맛이었다. 이 순간 나는 완벽하게 충족된 기분을 느꼈다.


까드득!


멀록의 심장 옆에 딱딱한 돌멩이가 씹혔다. 푸른색의 마나가 피부에 잠시 흐르더니 몸속에 흡수되는것을 느꼈다. 떨리는 손이 점차 진정되는것이 보였다.


“어디 마석 광산없나?”


나는 승리의 여운을 남긴 채,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멀록의 나머지 살점을 천천히 음미하며 모든 감각을 이 순간에 집중했다. 전투의 긴장감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이 맛있는 순간에 몰두할 시간이었다.



* * *



대족장에게 알려야 한다.


꼬르빅에게 든 생각이었다. 그는 이명이 울리는 귓구멍을 무시한 채 손과 발을 놀려 거대한 거북과 그것을 타고 있는 문어 악마와 멀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압해서 아지트로 끌고 간 다음 거북이의 정체에 대해 캐낼 생각이었지만 소리보다 빠른 촉수에 하나둘 동료가 쓰러졌고 결국 혼자 남게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었다.


“아옳! 아옳!”


저 멀리 경계를 서고 있는 동료 멀록이 보인다. 그는 큰소리로 다가올 위협에 경고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다짐하고 있을 찰나


『부패』


불쑥 낯선 어인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잡더니 짧은 영창을 시전했다. 자동 반사로 주먹을 날렸지만 이미 손은 너덜너덜해진 채 썩어가기 시작했다.


“아··· 옳···.”


짧은 비명과 함께 꼬르빅의 5년간의 짧은 생을 끝났다.



* * *


아즈라 터틀의 등갑에서 2일 정도의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눈앞에 거북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 거북섬은 전설로만 알려진 곳이라네. 발견되는 위치가 항상 달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섬이 아닌 신기루 라는 설이 정설이었지만 눈앞에서 보니 실존하는 섬이군.


그의 말을 듣자, 거북섬이 조금 더 신비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밤이라서 그런지 어둑한 하늘에는 수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밤하늘 아래에는 언뜻 보기에도 울릉도 정도의 크기를 지닌 거북섬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북섬의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암석이 울퉁불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모래사장이 우리를 반겨줬다.


아즈라 터틀의 등갑에 매달려 해안가에 도착해서 내리자, 촉수에는 부드러운 모래가 느껴졌다. 주위를 살펴보자, 모래사장에는 수 많은 거북이가 누워있었는데 반은 깨있었고 반은 자고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는 흠칫했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아즈라 터틀을 보고는 이내 관심을 돌렸다.


“우와 이곳이 거북섬이 맞죠?”


“네 맞습니다. 멋있는 곳이죠? 어렸을때는 정말 컸었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과거의 추억이 그리운 것인가?


"거북섬에서 태어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고대 신전의 호수에 갇혀 많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지나간 제 청춘은 누가 알아줄지···.”


“형님. 제가 위로해 드릴 말은 많지 않지만 힘내세요.”


나는 촉수를 그의 지느러미에 올려 쓰다듬었다. 이미 흘러간 일이 뭐가 대수냐? 지금부터라도 힘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이보게 자네 혹시 ‘물살의 덩치’ 아닌가?”


거북섬의 안쪽에서 3m 크기는 될법한 늙은 거북이가 뒷 다리를 사용해 걸어왔다. 걸어 다니는 거북이라니 무협 소설도 아니고.


“어··· 맞습니다. 그런데 제 이름을 어떻게?”


“이야~ 이게 몇백 년만이야? 자네가 한 번을 돌아오지 않길래 죽은 줄 알았다네! 아참 내 이름을 깜빡했구먼 나는 ‘끈질긴 현자’라네”


아즈라 터틀 즉 물살의 덩치는 끈질긴 현자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과거의 인연인 것 같다. 그의 눈에는 곧 커다란 이슬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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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30 41 0 -
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NEW 17시간 전 5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0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0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0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0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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