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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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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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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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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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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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대 말미잘과 한판

DUMMY





나는 리아와 함께 3층 신도들이 머물던 공간 끝자락에 있는 방에 도착했다.


낡은 나무문을 밀자, 오래된 문이 삐걱거리며 천천히 열렸다.


문 너머로 들어선 방 안은 어둡고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한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무언가에 의해 시간에 묶여버린 듯, 세월이 멈춘 느낌을 주었다.


나는 천장까지 닿는 선반을 둘러보았다. 그 위에는 수많은 항아리와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방 안에는 묘하게 쾌쾌한 냄새가 감돌았다. 먼지와 곰팡이, 그리고 오래된 음식이 섞여 있는 듯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리아가 내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서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신도들이 생전 사용하던 식료품 창고야. 오래전에 보존 마법과 동결 마법을 사용해 음식을 보관해 왔어. 하지만, 이제는 그 마법도 힘을 잃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음식이 이렇게 변했지.”


나는 선반 위에 놓인 항아리들 속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건조된 물고기와 해초가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일부는 여전히 건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곰팡이가 슬거나,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리아는 나를 지켜보며 살짝 머뭇거리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음식들은 우리 같은 유령들에겐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야. 우리가 아무리 먹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 없어. 하지만 넌 아직 살아있으니까, 여기 있는 것들 중에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마음껏 먹어도 돼.”


나는 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투에서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곳에 묶인 그녀와 다른 유령들은 이제 이 음식을 다시는 맛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나는 선반에서 비교적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건조된 해초를 꺼내 살펴보았다. 그 표면에는 살짝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나름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살짝 흔들어 먼지를 털어내고 나서 입에 넣어보았다. 해초는 오래된 맛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직도 먹을 만한 상태였다. 씹을수록 쌉쌀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맛은 좀 오래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데요?”


나는 리아를 향해 말하며 웃어 보였다.


리아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여전히 어색함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나에 대한 작은 신뢰가 자리 잡기 시작한 듯했다.


“그래도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다행이야.”


나는 그런 리아의 말을 듣고,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 있었는지 상상하게 되었다. 생전에 느꼈을 그 음식의 맛과, 이제는 잊혀진 감각들을 회상하며, 그녀는 나를 통해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되찾으려는 듯했다.


방 안의 어둠 속에서 나는 이 창고에 보관된 음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어떤 것들은 이미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여전히 나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끼에엑!”


뒤늦게 따라온 타이슨도 해초를 잘근잘근 씹고있었다.



* * *



모든 유령이 잠들고 다음날이 밝아왔다.


시간을 알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오래 살아온 그들은 기가막힐정도의 생체시계를 가지고있었다. 바닥에 퍼질러자고 있던 우리들에게 에리아와 리아, 칼로스가 찾아왔다.


“이봐! 문어친구 오늘 한번 거대 말미잘 녀석의 얼굴을 보러가자고!”


아침부터 지치지도 않는건지 쾌할한 목소리로 칼로스가 나를 흔들며 말했다.


“으으··· 벌써 아침이군요··· 암요 가야죠”


며칠동안 정신없이 이어진 나날들에 살짝 몸이 피로했던 나는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자 에리아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게 있어 5층에 있는 말미잘은 평소에는 잠들어 있다가 주변에 생명체가 나타나면 촉수를 사방팔방으로 휘둘러서 사냥을해 그리곤 정수리에있는 입으로 음식물을 소화하지.”


“크기는 어느정도 되나요?”


나의 질문에 리아가 대답했다.


“크기는 4m 정도야 촉수가 엄청 많아서 틈이 존재하지 않아.”


생각보다 엄청난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지?


처음에 만났을때는 탈출한다고 떵떵거렸는데 망신만 당할것 같다.


“우리가 유령이 되었을때 첫 번째로 했던 방법은 말미잘을 퇴치하는거였어. 하지만 말미잘 근처만 가도 몸이 공포에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예전에 공포 마법을 해결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그렇더라도 변한건 없었어.”


에리아는 두손으로 몸을 감쌌고, 비늘이 닭살처럼 돋아났다.


“두 번째로 시도했던 방법은 유령의 몸으로 이곳을 탈출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건물 전체에 마법이 걸려있는건지 몸이 통과되지 않아.”


그토록 오랜기간동안 그들이 탈출하지 못했던 이유도 알수 있었다.


유령들은 아주 조그마한 물리력만을 현실에 행사할수가 있었고 그나마 있는게 정신파를 활용하는거였는데 그마저도 말미잘의 공포에 눌려 여의치 않아보였다.


어찌 점점 알면 알수록 절망이 스멀스멀 밀려왔지만 애써 떨치곤 말했다.


“···공포 마법을 말미잘이 발동하고 있다면 저한테는 안통할 가능성이 있긴 해요.”


내 대답에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정신계열 마법에 높은 내성을 보이는 스킬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들의 얼굴은 아직도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여의치 않으면 말미잘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슨과 친구가 되었던것처럼 말이다.


“우선 한번 그녀석 얼굴을 한번 봐야겠습니다. 안내해 주시겠어요?”


내 대답에 3인방은 눈빛을 맞추더니 이내 4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몸을 옮기고 있었다.



* * *



4층은 크라켄에게 예배를 드리는 장소였다.


정면의 끝에는 커다란 제단이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유물들이 놓여 있었으나, 대부분은 파손되거나 부식되어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천장에는 거대한 크라켄의 촉수가 조각된 석상이 자리잡고 있었고 각각의 촉수들은 예배당 전채에 뻗어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석제 좌석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고 파손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앙에는 5개 정도의 멀쩡한 석제좌석이 둥글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허이. 새우로 불가사리를 잡으면쓰나!”

“흠흠 조용히좀 하지? 지금 집중하는거 안보이나?”

“텄네 텄어?”


석제 좌석에 앉아있던 유령들은 체스라도 두고 있던 모양인지 테이블에 놓인 게임판을 이리저리 조작하고 있었다.


“어라? 에리아 아니냐? 이른 아침부터 여기엔 무슨일이야?”


“아··· 우리들은 오늘 한번 5층 말미잘한테 다가가보려구”


“뭐..뭣? 그 무서운 놈한테 가까이 다가갈려구?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려구 그랴!”


에리아는 그들과 친한 모양인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이 가족보다 더 따뜻해보였다.


그런데 반말하는 모습이 약간은 보기가 불편해서 옆에 있는 리아한테 물어봤다.


“그런데 리아 저분들한테 반말해도 되는거야?”


“···아 너는 약간 이상하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어차피 우리들은 살아있을때 나이와 유령이 된 시점부터의 나이가 모두 제각각이라서 그냥 다같이 반말하기로 규칙을 정했어!”


유령에따라 심하면 수백살 까지도 차이가 나는 곳이었지만 이곳은 아메리카 마인드를 가진곳이었다.


“두구 탁탁 두둥 칫”


뒤에서 칼로스가 리듬을 타면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리아는 그들과 대화가 마무리가 된것인지 우리들한테 돌아왔다.


“이제 우리들은 5층으로 이동하자.”


5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4층에서 올라온 입구 바로 오른쪽에 있었다.


철퍽 철퍽


여러개의 촉수가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까 너의 이름은 뭐야?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네.”


에리아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뒤를 돌아보며 나한테 물었다.


“제 이름이요? 문어라고 그냥 불··· 아니다. 제 이름은 문어준이예요.”


“문어준? 독특한 어감이네 마음에 드는걸? 내 곡 가사에 이름을 넣어도 될까?”


칼로스가 눈을 빛내며 내 촉수를 손으로 마주잡았다. 살면서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인간으로 살적에는 문어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얼마나 놀림을 많이 받았던가 서러운 나날이 눈이라는 형태로 오늘 녹아내렸다.


나는 그러라고 말을 건넨 다음 5층으로 향했다.




* * *



5층에 올라오자 다양한 생물들의 뼈가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어인, 개구리, 돌고래, 상어 등등 다양했으며 곳곳에는 이끼가 껴있었다. 특이하게 이곳만 습도가 다른곳보다 많았다. 점점 중앙으로 다가가자 멀리에서 어떤 거대한 야자수가 몸을 움크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거대 말미잘이라고 말만 들었지 지구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요?’


- 나도 저정도까지 성장한 말미잘을 거의 본적이 없다. 촉수에 찔리기만 해도 세상을 하직하겠군.


말미잘은 두껍고 긴 원통형의 몸체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 부분에는 수백개의 촉수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잠들고 있는것인지 다가가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철퍽. 철퍽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말미잘의 온몸에서 흰색 반점이 깜빡 깜빡 거리기 시작했으며 촉수가 일제 하늘로 나풀나풀 치솟았다.


[공포 마법이 이중 의식에 막혀 무효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대화로 풀기는 어렵겠네


- 자네가 가지고있는 이중 의식 스킬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효과를 지녔군. 나 조차도 영혼이 살짝 흔들릴정도의 공포감이 올라왔는데 말이야.


제라하드의 말처럼 이 스킬이 없었으면 진작에 크라켄교단에서 생을 마감했을것이다.


나는 자신감을 얻고 조금더 천천히 말미잘에게 접근을 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올드 펫 말미잘 Lv 26

► 칭호: 저주받은 애완 말미잘

► 스킬: ???


말미잘은 악명과는 다르게 레벨이 생각보다 낮았다. 물론 나보다는 8레벨 정도가 더 높았지만


‘감정 스킬로 보니까 생각보다 해볼만 한것 같은데요. 스승님?’


- ···너 감정 스킬도 가지고 있느냐?


제라하드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 마라 저 녀석한테서 이질적인 기운 하나가 섞여있는것 같으니


나는 우선 커다란 물 방울을 허공에 생성한 다음에 말미잘한테 쏘아 보냈다.


철썩!


물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미잘은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물 마법은 포기해야겠네. 나는 다음으로 먹물을 한 가득 모아서 말미잘의 온몸에 흩뿌렸다. 그 결과 내 앞에는 석유 샤워를 마친 거대 야자수가 있었다. 먹물에는 강한 점성이 있어서 말미잘의 몸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꾸에엨?”


말미잘은 당황한 것인지 촉수를 사방팔방으로 휘두르며 눈먼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나는 재빨리 다가가서 재빠르게 촉수를 휘둘렀다.


휘리릭! 퍼퍼퍼퍼퍽


1초에 8대를 때린 나는 말미잘 주위를 재빠르게 돌면서 몸체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슬쩍 위를 보니 말미잘의 촉수는 의외로 나를 잘 맞추지 못했다.


- 너와 크기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공격을 잘 못하는구나!


그렇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것처럼 말미잘은 발밑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공격하기 어려워했다.


“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등 뒤에서 따끔한 통증과 함께 나는 온몸이 마비되어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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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2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7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6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2 2 12쪽
»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2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4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1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9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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