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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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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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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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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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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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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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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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우를 먹어보자!

DUMMY

폭발은 갑작스럽고 치명적이었다. 그의 실수로 심해 화산의 폭발 버튼이 눌렸을 때, 그 즉시 심해 깊은 곳을 울리기 시작했다.


바위와 암석들이 갈라지고 물이 끓어오르면서, 심해는 일순간 혼돈에 휩싸였다.


심해 화산의 봉우리에서 붉게 빛나는 마그마가 솟구쳐 올랐고, 마치 바다의 심장을 뚫고 나오는 거대한 불꽃처럼 거칠게 분출되었다.


주변의 어둠은 그 불길에 휩싸여 대낮처럼 밝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바다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마그마가 물과 부딪히며 만들어낸 증기와 기포들은 심해를 가득 채웠고, 열기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강하게 퍼져나갔다.


문어의 작은 몸 주위에는 마나 보호막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충격에 의해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 바위틈에 갇히고 말았다.


그 사이에도 마그마는 여전히 끝없는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고, 심해의 물은 뜨거운 열기와 함께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바닷속의 물고기들과 생물들은 혼란에 빠져 도망쳤고, 몇몇은 마그마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했다.


주변은 무시무시한 불길과 증기로 가득 차 있었고, 먼 곳에서는 바위들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심해가 깊게 진동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심해화산은 살짝 짜증만 부린 것인지 점차 진동과 열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갈라진 지면의 틈새에서는 거대한 공기의 기포가 터져 올라왔고, 그 기포들은 거친 소리를 울부짖으며 해수면을 향해 빠르게 치솟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바다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두운 심해 속, 불타는 마그마의 빛이 만들어낸 적막한 황금빛 물결은 일종의 환상적인 풍경을 그렸다.



* * *



‘으으으윽.’


좌우에서 느껴지는 바위의 딱딱한 질감과 압박감에 답답함을 느꼈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여기는 어디지?’


생각해 보자 나는 크라켄 교단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제라하드의 도움을 받아서 식당에 있는 비밀통로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어인 신도들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고 오른쪽 첫 번째 다리가 뜯겼다.


내 다리!


눈을 크게 뜨고 오른쪽 첫 번째 다리를 보자 거칠거칠한 다른 피부와 다르게 맨들맨들한 다리가 보였다.


“휴 문어는 다리가 뜯겨도 다시 난다더니 진짜였네.”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안도감이 생겨났다.


어인과 전투에 다리가 뜯기고 나서 이리저리 파닥거리던 나는 어떤 버튼을 눌렀고 얼마 있지 않아서 경고음과 함께 비밀통로가 폭발했다. 여기까지가 내 기억의 마지막이다.


그 폭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가 의문이 들었다.


흠 그러고보니 제라하드는 어떻게 된 거지?


‘제라하드! 지금 내 몸속에 있어요?’


마음속으로 크게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제라하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디 간 거야 이 할아범은


나는 지금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바위 틈에 끼어있는 문어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스몰 캐논 옥토퍼스 Lv 7

► 칭호 : 문어준

► 스킬 : [감정 Lv 1],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1], [먹물 발사 Lv 2], [촉수타격 Lv 1], [위장 Lv 4], [암시야 Lv 3], [재생 Lv 3], [화상 내성 Lv 4], [충격 내성 Lv 3]


내가 마지막으로 상태 창을 확인했을 때와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 레벨이 6정도 더 높아졌고, 암시야도 2정도 높아졌다.


더 놀라운 점은 재생과 화상 내성, 충격 내성이 생성되었다는 점인데 몸에 데미지가 쌓이면서 생긴 것 같다.


‘뜯겼던 다리가 새로 생성된 이유가 재생 덕분이구나.’


문어 만세!


그런데 잠깐 그렇다면 정 먹을 게 없으면은 내 다리를 씹어먹을 수 있다는 건가?


잠시 끔찍한 생각을 떠올렸지만, 극한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내 다리를 씹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그 생각은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두었다.


그리고 화상 내성과 충격 내성 이것들은 폭발로 인해서 생겨난 스킬 같았다.


나중에 화상 레벨이 더 높아지면 마그마에서 수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시시덕거린 나는 망상에서 벗어나서 주위 풍경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 몸은 표면이 거친 검은 바위틈에 끼어 있었고 갈라진 바닥은 끝이 안 보이는 무저갱이었다.


‘우와 개 무섭네’


머리를 올려 위를 바라보니 갈라진 바위틈에서 옅은 빨간색의 빛이 보였다.


슬슬 배고프기도 하고 온몸이 쑤셨기 때문에 나는 촉수를 바위에 흡착해 가며 위를 향해 나아갔다.



* * *



바위틈에서 빠져나오자, 뒤통수가 후끈해졌다.


뒤를 바라보니 내가 빠져나온 곳 옆에 마그마가 자그마한 계곡처럼 흐르고 있었다.


마그마가 내가 기절한 사이에 내가 있던 곳에 흘렀다면 문어찜이 되었겠지


‘이거 진짜 죽을뻔했네.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흘러 들어온 거지?’


교단의 지하통로에서 폭발로 튕겨져 나왔고 해류에 휘말렸다면 생각보다 멀리까지 이동했을 수 있다.


‘여기까지 교단 놈들이 쫓아오지는 않겠지?’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코로 물을 뿜으면서 바닷속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유영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풍경이 풍비박산이 나 있었다.


곳곳에 바위와 거대한 절벽이 갈라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붉은빛의 마그마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찌나 물 온도가 뜨거운지 살이 익을 것만 같았다.


또한 주변에는 그 어떠한 생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크라켄 교단은 왜 화산 폭발 버튼을 만든 걸까?


거대한 음모의 향기를 맡았지만 마치 사우나에 온 것 같은 열기에 향기가 사라졌다.


‘여기는 너무 덥다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겠어.’


문어 다리를 더 힘차게 저으면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수온이 점점 내려가자, 주변의 풍경이 안정되었고 종종 물고기들도 발견이 되었다.


심해 생물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물고기는 몸이 발광(發光)했고, 눈이 아주 컸다.


‘아우 배고파 죽을 것 같네.’


극심한 허기에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주변 생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중 바닥에 자그마한 바위들 사이에서 등껍질이 파랗고 배가 빛나는 새우를 발견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스몰 어비스 쉬림프 Lv 5

► 칭호 : 없음

► 스킬 : [암시야 Lv 2], [꼬리 치기 Lv 3], [열 감지 Lv 3], [발광 Lv 2]




열 감지 스킬로 새우는 마그마 지대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또한 발광 스킬로 배가 얕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죽은 듯이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사자가 토끼를 사냥할 때처럼 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는 위장 스킬을 사용해 피부 질감과 색을 하얀 모래색으로 바꾸었다.


‘언제봐도 위장은 개사기야”


스르륵


마치 수풀 속에 엎드려 포복하듯이 느리지만 빠르게 새우 뒤까지 다가간 나는 촉수를 움직여 새우의 몸을 움켜잡기 직전이었다.


번쩍!


갑자기 새우의 배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섬광탄에 맞은 것처럼 눈앞이 하얘졌다.


‘으악 내 눈!’


눈을 감아도 빛을 받았던 흔적이 밝은 점처럼 보였다.


시간이 흘러 눈이 적응되었을 때쯤 새우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x발”


입에서는 거칠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새우한테까지 농락당하다니!


어디까지 추락한 거냐, 문어준!


끓어올랐던 마음을 다잡고 도망간 새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 *



주변은 새우가 있었던 곳처럼 곳곳에 작은 바위가 떨어져 있었다.


작은 생물들은 천적의 눈에서 벗어나고 몸을 은신하기 위해서 이런 곳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마침, 눈뽕당한 바위에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새우가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 그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족 연대책임이다. 달게 받도록.’


이번에도 살금살금 다가간 나는 눈을 감았다.


문어가 된 뒤부터는 물결을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치 박쥐가 초음파로 어두운 곳에서도 환경을 파악할 수 있듯이


새우의 위치를 작은 물결의 파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슬금 슬금


새우의 뒤에서 긴 다리를 뻗어 새우의 앞 통수를 살짝 두드렸다.


새우는 깜짝 놀랐는지 꼬리 치기로 순식간에 백스텝을 사용했다.


새우의 등허리가 내 이마에 닿자, 나는 촉수를 새우의 온몸에 단단히 감았다.


‘걸렸다.’


촉수들 사이, 몸의 아랫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내 입은 단단한 부리처럼 빛을 반사하며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물어 뜯기!


순식간에 등 갑각을 박살 낸 나는 살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스몰 어비스 쉬림프 Lv 5〉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x 1


[물어 뜯기가 Lv 2로 상승했습니다.]


[촉수 타격이 Lv 2로 상승했습니다.]


떠오르는 텍스트에 나는 사냥에 성공할 경우 레벨이 상승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기절하고 깨어났을 때도 레벨업이 되어있던데 나와 싸웠던 어인이 죽었나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새우 살을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고 탄력 있는 살이 입안에 닿는다.


첫 한 입을 깨물자마자 터져 나오는 바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깊은 해양의 신선함이 입안을 감싼다.


새우의 살은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워, 씹을 때마다 풍부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이 육즙은 새우 특유의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마치 바다의 축복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오우 맛있어.’


2명이 먹다가도 1명이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새우 살에 나는 깊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이 황홀한 경험은 곧 끝나지만, 입안에 남은 여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이 맛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닌, 바다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까득!


음미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오돌뼈에 당황했지만, 상남자답게 그대로 씹어 먹었다.


[마석을 섭취해 마나가 상승했습니다!]


‘오잉?’


방금전에 씹어먹은 오돌뼈가 아무래도 마석인 것 같다.


그때 푸른 기운이 온몸에 감돌더니 이내 몸속에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녹용 저리 가라네.’


배가 부른 나는 따뜻한 모래에 몸을 파묻고 눈만 밖으로 뺀 채 꿈속으로 떠났다.



* * *



고요했던 물속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깊은 수면 속에서 나는 미묘한 불안을 느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에는 희미한 의문이 피어올랐다.


‘주변에 다른 생물이 접근하고 있는 건가?’


모래 속에 몸을 숨긴 채로 반쯤 감긴 눈을 살며시 떴다.


주위의 어둠 속에서, 미세한 빛이 느리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빛은 심해의 어둠을 뚫고 조용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그 빛은 나에게 익숙한 온기와 부드러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어준아··· 일어나··· 엄마야··· 밥 먹어···”


속삭임처럼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를 부르는 엄마의 음성이었다.


그 목소리는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을 자극하며, 아늑하고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먼 곳에서 다가오는 듯한 그 빛은, 마치 나를 어둠 속에서 구해줄 엄마의 모습 같았다.


“엄 마?”


나는 반쯤 꿈에 빠진 듯한 상태로, 그 빛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빛은 점점 더 밝아지며,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새겨진 안전함과 평온함을 불러일으켰다.


그 빛의 품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다시 온전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이성이 날카롭게 깨어났다.


‘여긴 바닷속인데··· 어떻게 엄마가 나를 부르고 있지?’


무언가 어긋나 있다는 직감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이내 그 빛의 근원을 다시 주시하기 시작했다. 익숙함 속에 감춰진 낯섦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그 빛이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임을 깨달았다.


그 순간의 공포는 무겁게 심장을 짓눌렀고, 주변의 물결마저 몽환적인 어둠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선명해졌다.


그 빛은 결코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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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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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0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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