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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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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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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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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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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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작성
24.08.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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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DUMMY




나는 스승님께 받은 가르침으로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허공에서 물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물을 조형해서 문어를 만들어 이름도 지어줬다.


‘넌 이제부터 봉식이여.’


-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조작 능력이라니···.


‘허허 스승님 청출어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 농담에도 제라하드는 그저 웃고 말았다.


[ 〈물 분사〉 스킬이 〈초급 : 물 마법〉과 합쳐졌습니다]

[ 〈초급 : 물 마법〉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오 기존에 있던 스킬과 스킬이 합쳐졌다.


오랜만에 내 상태창이나 한번 볼까?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캐논 옥토퍼스 Lv 18

► 칭호 : 문어준, 무모한 도전자

► 스킬 : [감정 Lv 2],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2], [먹물 발사 Lv 4], [촉수 타격 Lv 6], [위장 Lv 4], [암시야 Lv 3], [재생 Lv 4], [화상 내성 Lv 5], [충격 내성 Lv 6], [땅 파기 Lv 1], [초급 : 물 마법 Lv 1]


전과 다르게 레벨이 어느 정도 상승해 있었다.


감염된 멸치 떼와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레벨업 소리를 못 들은 것 같다.


- 좋다! 그렇다면 이제 좁은 틈을 통과할 수 있는 마법을 알려주겠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깍듯이 대하자, 제라하드도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 이렇게 좁은 틈을 통과하려면 몸을 액체화하는 마법을 사용해야해. 우선 첫 번째로 온몸에 퍼져있는 마나를 차가운 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 말에 따라서 온몸에 느끼지는 마나를 차가운 물이라고 생각했다.


- 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가 피부와 맞닿아 찰랑찰랑해지면서 흘러넘치지 않게 또 그리고 부족하지 않게 딱 알맞게 유지해야 한다.


몸에 흐르는 마나는 온몸을 돌아다녔기에 차가움을 유지한 상태에서 몸밖으로 넘칠 듯 말듯 유지하는 게 엄청 어려웠다.


- 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다. 끝까지 정신을 집중하거라!


끄응


그렇게 한참 동안 넘칠랑 말랑한 상태를 유지하자 어느새 몸의 감각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남의 몸이 되어버린 듯한 감각


- 그렇지 잘하고 있다. 눈을 떠보거라


살며시 눈을 뜨자 몸이 물로 변해있었다.


‘오옷!’


액체화에 성공하자 묘한 흥분감이 올라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천재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들은 족히 3년은 걸리는 것을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스승님이 족집게로 알려주시니까 다 가능한 법이죠. ···그런데 3년이나 걸리는 걸 왜 알려주셨습니까?’


- ···흠. 이제 액체화를 유지한 채 신전 틈으로 잠입하는 거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통과하는 중간에 액체화가 풀리게 되면 그 부위는 그대로 절단이 된다.


‘···너무 무서운데요.’


- 괜찮다. 액체화로 절단되었다는 어인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죽었으니, 이야기가 퍼지지 않았겠지 허허


아니 괜찮은 거 맞냐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꼭 여기 안을 살펴봐야 할까요? 그냥 저희 호수로 돌아가서 천장으로 빠져나가죠?’


- 그곳으로는 못 나간다. 애초에 고대 신전을 빠져나가려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절망적인 소식에, 촉수에 힘이 풀렸다.


‘이곳에 평생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곳에 갇혀 죽기에는 내 문어 청춘이 아까웠다.


하자고 하자!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각오를 다잡고 나는 그 이후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액체화를 1분 정도 유지할 수 있었고 걷기에도 성공했다.


걷는 게 아니라 몸이 미끄러지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슬라임이 이런 기분일까?


- 이제 시도해 봐도 되겠군. 가자, 제자여.


‘오케이! 스승’


- ···?


버릇없는 말투에 순간 침묵이 흘렀지만, 알게 뭐냐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죽음인데


‘흐읍!’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참고 몸을 액체로 변환하는 데 성공한 나는 무게 중심을 앞으로 기울여 길바닥에 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1cm의 문틈에 이마를 붙였다.


쏘옥


양옆에 시야가 좁아지더니 이내 다시 넓어졌다.


좋아 머리는 통과했고


머리가 통과하자 나머지는 순식간에 틈을 통과했고 나는 신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초급 : 물 마법이 Lv 2로 상승했습니다]


오! 나이스 레벨업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저 친구는 어떻게 하지?


“끼엑!”


문틈으로 맨티스 쉬림프가 주먹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줘 문을 열 방법을 찾아볼게!”


“끼에엑!”



* * *



크라켄의 신전 입구를 지나자, 압도적인 크기의 대전당이 나를 맞이했다.


천장은 하늘처럼 높이 솟아올라 있었고, 그 끝은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곳이 심해의 가장 깊은 곳인 듯, 대전당 전체가 신비로운 어둠 속에 휩싸여 있었다.


벽과 바닥은 거친 돌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돌벽에는 깊게 패인 금이 보였고, 바닥은 무수히 많은 발걸음에 의해 닳고 마모된 흔적이 있었다. 대전당 중앙에는 거대한 촉수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돌로 만들어진 기둥이었다.


이 기둥은 신전을 떠받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전당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돌로 만든 크라켄의 눈이었다. 잠시 석상을 쳐다본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석상은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는 것인지 흠집 하나 없이 말끔했다.


- 어떠한 생명체의 본질도 꽤 뚫어보신다고 하는 크라켄 님의 눈이다.


그 말처럼 신비로운 눈이었다. 신전 정문에 그려진 눈과는 비교가 안 되게 세밀했다.


기둥을 지나쳐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자, 나선형 돌계단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도 오래되다 보니 무너져 내린 것 같다. 다른 곳을 더 수색해 봤지만 2층으로 올라갈 길은 이곳밖에 없었다.


‘천장까지 수십 미터는 될 것 같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 흠···. 플라이 마법은 중급 중력 마법인데 지금 배우기에는 너무 오래 걸려.


천장까지 올라갈 스킬이 있을까?


나는 스킬 목록을 살펴보던 중 먹물 발사에 주목했다.


‘먹물은 끈적한 점액으로 만들어져있으니까, 거미줄처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논리적이긴 한데 한번 해봐야 알겠군.


나는 코로 가래를 모으듯이 먹물을 모아서 얇고 길게 천장을 향해서 뿜었다.


휘리릭 탁!


먹물의 끝이 천장에 있는 계단 끝자락에 붙었고 나는 코로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몸을 끌어올렸다.


‘진짜 이게 될 줄은 몰랐니 스파이더맨은 실존 인물이었구나!’


10m, 20m 점점 올라갈수록 폐활량이 딸리기 시작했다. 잠시 코로 마시는 것을 멈추고 촉수 중앙에 위치한 입으로 숨을 내쉬었다. 콧줄을 타고 거대한 공간 중앙에 떠있자 주변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벽면에는 크라켄과 수백 명의 신도들이 알 수 없는 괴물에 맞서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 고대 악신에 맞서 싸우신 크라켄님이시네.


‘아 저기 있는 괴물이 악신이군요. 악신은 크라켄에 의해 퇴치되었나요?’


- 안타깝게도 내가 얻은 문헌에는 크라켄님은 악신한테 패배해 봉인되었다고 알고 있네. 오직 크라켄님만이 악신을 죽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네.


‘그렇다면 악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 그건 나도 잘 모른다네 그저 따개비병과 적화현상을 악신이 일으켰고 지금은 숨어있다고 추측만 할 뿐이지


펠라고스의 역사는 흥미로웠다. 또한 제라하드가 크라켄을 부활시키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언젠가 악신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멈췄던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흡!”


힘차게 콧물을 빨아들인 나는 어느새 계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먹물 발사가 Lv 5로 상승했습니다]


한 계단씩 천천히 올랐고 어느새 우리는 2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2층은 크라켄 신전의 도서관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장 아래, 책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책장들은 크고 무거워 보였으며,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듯이 휘어져 있었다.


책장 사이의 통로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지 궁금했다. 곳곳에는 발정석의 희미한 빛줄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책들의 표지는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낡아 있었으며, 대부분은 이미 찢어져 바스러진 상태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하나 꺼내어 보았다.


파사삭.


촉수에 책이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 내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에 지어진 신전인 것 같네. 이 정도로 책이 부서지다니


다른 책들도 하나씩 꺼내봤지만 대부분 부서졌고 어느 정도 형태를 유지한 책들조차도 잉크가 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 ···.


제라하드는 실망한 눈치였다.


고대 크라켄의 새로운 지식을 탐닉할 생각에 신이 나 있었는데 지금은 불쌍해 보였다.


‘스승님 걱정마세요. 위층에 아직 남아있는 자료가 많이 있을 겁니다.’


- 그··· 그렇겠지? 하하 추한 모습을 보였구먼. 빨리 다음 층으로 올라가지.


멋쩍은 제라하드의 음성에 나는 조심스럽게 책장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거대한 크라켄 신전에 지금은 아무도 없다니.”


혼잣말을 내뱉던 그때였다.


조용하던 도서관에 갑작스레 한기가 느껴졌다.


주위의 온도가 점점 낮아지며, 등 뒤로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촉수를 움츠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뭔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높고 희미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목소리는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목소리의 주인을 볼 수 없었다.


촉수를 떨며 주위를 다시 살폈다.


책장 사이, 어두운 구석, 어디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음침한 침묵이 도서관을 감쌌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 옆의 책장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들이 저절로 미끄러지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뒤로 물러났지만, 바닥에 떨어진 책들은 이미 먼지로 바스러져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책장이 흔들리던 곳에서 희미한 형체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희미한 빛을 발하는 투명한 인물의 모습이었다.


마치 안개가 모여서 사람의 모습을 만든 듯, 그 형체는 서서히 더 뚜렷해졌다.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슬픔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텅 빈 채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너는 왜 이곳에 왔나···. 이곳은 우리들의 공간이야···. 어라? 어인인줄 알았는데 웬 문어가?


마지막 말에 굳었던 몸이 살짝 풀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 유령 맞죠?”


내 말에 유령은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누구야! 감히 이곳을 찾아오다니 저주할 것이다!


생각 외로 얼빵한 모습에 긴장이 풀린 나는 말했다.


“저기요 제가 말했어요!”


나는 촉수를 들어 유령의 앞에서 흔들었다.


- 제자야, 유령들은 초자연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네 마음을 읽고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것 같네. 그래서 그들이 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물론 높은 지능의 마물이여야하지만 말이야.


유령의 존재는 나를 오히려 흥분시켰다. 지금껏 대화라고는 제라하드밖에 하지 못했다. 대화를 나눌 대상이 늘어났다는 것에 기뻤다. 유령은 잠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날아서 멀리 도망쳤다.


“으아아아악! 문어가 말한다!”


‘···?’


나는 유령의 뒤꽁무니를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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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NEW 17시간 전 5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0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0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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