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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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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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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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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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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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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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이렌 녹스의 추적

DUMMY

“그러니까··· 티아마트 교단 놈들이 쳐들어와서 네크로노미콘을 탈취해 갔다는 건가?”


카이렌 녹스의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크라켄 교단의 회의실을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날이 선 칼처럼 사람들의 긴장을 고조시켰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어인들이 숨을 죽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다고 추정하고 있네, 티아마트 놈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하겠나?”


늙은 주교는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카이렌 앞에서 주눅이 들어,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의 눈은 카이렌의 날카로운 고양이 눈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카이렌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사건 당일의 기록을 펼쳐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보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넘기는 그의 손은 섬세하면서도 단호하게 움직였고,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더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뭔가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지. 티아마트 놈들의 짓이라기엔 너무 흔적이 없다.”


카이렌은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고양이 눈은 서류를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윽고 주교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날짜에 뭔가 특이한 점이 있었나?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주교는 한참 동안 고심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말할까 말까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데 내가 예배당에 있을 때, 배수로 쪽에서 뭔가 기분 나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었네··· 지금 생각해 보면 배수로에 뭔가가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주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카이렌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그는 주교의 말을 놓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다.


“그렇지만 배수로에 일반적인 어인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네.”


주교는 자신의 말을 되뇌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카이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기분 나쁜 마나의 흐름··· 협소한 배수로···."


그 순간, 카이렌은 실험실에서 최근 탈출한 한 문어에 대한 기록을 떠올렸다. 그 문어는 크라켄 교단에서 실험 중이던 생물로, 뛰어난 위장 능력과 유연함을 갖추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엄청난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네크로노미콘을 탈취한 것은 티아마트 교단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탈출한 문어일 가능성이 높다.”


주교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단서가 없다지만, 문어가 범인이라니? 순간 주교는 눈앞에 있는 이가 카이렌 사칭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의 푸른 고양이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런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 눈은 단순한 신도의 것이 아니라, 신과 닮아있었다.


“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소?”


“이곳 회의실까지 오는 길에 어떤 어인이 말을 하더군. 본인이 지키던 에너지실에 문어가 들어와서는 자신을 슬립 마법으로 재워버렸다고.”


카이렌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태어났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예리한 직감과 거짓말을 판단하는 능력을 타고난 그는, 그 어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확신에 찬 카이렌의 목소리에, 주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였지만, 카이렌 앞에서는 감히 그 감정을 내비칠 수 없었다.


“흐음, 그렇군. 그랬던 게야! 티아마트 교단 놈들이 침입했으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그런데 이 넓은 바닷속에서 그 문어를 어떻게 잡는가?”


카이렌 녹스는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신도를 이곳으로 불러오게.”


주교는 잠시 주저했지만, 곧 명령을 따랐다. 속으로는 '···문어를 놓친 신도들을 모두 죽일 셈이로군. 안타깝게 되었어.'라고 애도했다.


주교가 그들을 부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두 명의 신도가 헐레벌떡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이렌을 보자마자 그들은 지레 겁을 먹고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불안이 서려 있었고, 그들끼리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부··· 부··· 부르셨습니까? 카이렌 녹스 사도님, 알스테어 주교님.”


“심해화산이 폭발하던 당일, 실험 문어를 놓쳤다고 들었는데 맞나?”


카이렌의 냉정한 질문에 신도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예, 예 맞습니다. 딸꾹! 문어를 놓쳤습니다.”


카이렌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신도를 꿰뚫어 보듯 바라보며 말했다.


“그 문어의 피를 지금 보관하고 있나?”


신도는 떨리는 목소리로 급히 대답했다.


“딸꾹! 2450번 문어의 혈액을 지금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카이렌이 가져오라고 말하지도 않았건만, 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회의실에는 오랜 정적이 흘렀다. 주교는 침을 삼키고 싶었지만, 카이렌의 눈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들이 나간 지 2분도 되지 않았을 때, 작은 유리병을 든 신도가 들어와 테이블 위에 병을 올려놨다.


“여기 있습니다! 딸꾹!”


카이렌은 아무 말도 없이 탁자 위에 있는 병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한쪽 눈을 뽑아 들었다.


“으어억!”

“헉!”


회의실 안의 어인들은 입을 막거나 눈을 크게 뜨며 카이렌의 기행을 지켜봤다. 주교마저도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다.


카이렌은 자신의 로브 안 주머니에서 노란색과 빨간색이 얼룩덜룩 칠해진 눈을 꺼냈다. 그 눈은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을 가지고 있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을 품고 있었다.


주교는 그 눈이 크라켄 교단의 보물 중 하나인 크라켄의 눈임을 알아차렸다. 너무나 강력한 신성력 때문에 평범한 이는 만지기만 해도 미쳐버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카이렌은 이내 자신의 빈 눈구멍에 크라켄의 눈을 넣고,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았다.


그리고 낮고 빠르게 입안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ᚠᛖᚨᚱ ᛁᚾ ᚦᛁᚱᛞᛖᚾᛞᛋ···“


드르르륵! 끼리릭! 끼릭!


크라켄의 눈은 상하좌우 가릴 것 없이 사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곳을 바라보며 멈췄다.


“잡았다.”


카이렌은 작게 중얼거리더니 회의실을 나갔다.



* * *



에리아는 거대 말미잘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문어준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8개의 촉수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말미잘의 동체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 대의 펀치에도 말미잘은 간지러워했고 이내 문어준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얘들아! 빨리 당겨!”


그때 에리아와 칼로스, 리아는 두꺼운 밧줄을 필사적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정신을 못 차리는 문어 한 마리가 딸려 왔다.


칼로스가 문어를 둘러메고는 황급히 4층으로 후퇴했다.


4층에 들어오자, 게임을 즐기고 있던 노인들이 그들에게 몰려왔다.


“쯧쯧 대체 말미잘을 어떻게 잡으려고 했디야?”

“너무 그러지 말아! 이 녀석도 최선을 다했을 텐데”

“근데 요 녀석 온몸이 노랗게 변해가는데 죽는 거 아녀? 에반 자네가 한번 봐줘!”


노인들 틈에서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중년의 유령은 문어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날아갔고, 손에는 작은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왔다.


에반은 손에 작은 주머니를 들고 황급히 문어에게 다가갔다. 주머니를 열자, 그 안에는 빛바랜 여러 가지 약초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에반은 푸른 빛을 띠는 해초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건 아즈라 해초라고, 심해에서 자라는 해독초야. 말미잘의 신경독을 풀어줄 수 있을 거야."


에반은 아즈라 해초를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놓고, 그의 손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마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해초가 점차 녹아내리며, 에메랄드 빛 액체로 변했다.


"이걸로 독을 풀어줄 수 있을 거야. 자, 얌전히 있어봐."


그는 문어의 입 근처에 녹아내린 액체를 천천히 흘려보냈다. 액체가 문어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문어의 노랗게 변한 피부가 서서히 원래의 붉은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거야."


에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며, 문어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주위의 다른 유령들도 조용히 지켜보며 그의 손놀림을 따라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어의 몸에서 독이 풀리며, 문어는 서서히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됐다. 이젠 곧 괜찮아질 거야."


에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노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에반, 자네 덕분에 살았군."


한 노인이 가볍게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에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머니를 정리했다.


“다행이야, 이제 이 친구도 조금만 더 쉬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제서야 3인방은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 * *



“이 친구, 정말 화끈하구먼! 거대 말미잘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몽롱한 상태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가 꿈속에서처럼 희미하게 울렸다. 눈을 떠보려 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 도무지 뜰 수가 없었다. 모든 감각이 흐릿한 가운데, 주변의 대화 소리만이 간신히 귀에 들어왔다.


“처음 봤을 때는 말미잘의 친구나 하수인인 줄 알았는데···.”


걱정스러운 리아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그녀의 말투에는 불안과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때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쳇! 우리 중 아무도 해결 못 한 걸, 저런 문어 녀석이 어떻게 하겠어?”


비꼬는 말투의 주인은 어제 등을 돌리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기사 셸이었다. 그의 목소리엔 경멸과 불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 순간, 셸의 말에 노인들과 3인방이 동시에 목소리를 높이며 셸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다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나는 마침내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천천히 시야가 밝아지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어! 문어준, 괜찮아?”


에리아의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억!”


일어나려던 순간, 몸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눌린 것처럼 무거워졌다. 모든 근육이 굳어버린 듯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다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봐, 문어 친구. 자네는 아직 신경독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네. 근육이 마비되어 지금은 움직일 수 없을 걸세.”


중년의 유령이 손에 작은 주머니를 들고 내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내 몸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움직이려는 노력은 허사였다.


“쳇!”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셸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끼엑!”


옆에 있던 타이슨이 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짧게 소리를 냈다.


“너는 30분 동안 잠들어 있었어. 다른 사람 같으면 하루를 꼬박 기절해 있었을 텐데, 물론 해독초를 사용하긴 했지만 너는 독에 대한 내성이 제법 있는 것 같아.”


에리아는 감탄한 듯 말하며, 내 상태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녀의 말에 담긴 놀라움과 안도감이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무거운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들의 걱정과 염려 속에서 조금씩 힘을 얻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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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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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6 2 11쪽
»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2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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