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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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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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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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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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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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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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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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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DUMMY

쾅! 쾅! 쾅!


‘아 진짜 시끄럽네···.’


잠에 깊게 빠진 나는 웅크리고 있던 몸을 움찔했다.


별일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통증이 이마에서 느껴졌다.


“악!”


감고 있는 눈을 뜨자 나는 딱딱한 알 속에 들어있었다.


또한 알 표면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그 곳에서 주먹 같은 것이 계속 날라왔다.


촉수를 이용해 온몸에 힘을 주자 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빠드득 빠드득!


이윽고 좁은 공간에서 탈출하자 눈앞에는 괴상하게 생긴 새우가 앞에서 씩씩대고 있었다.


그의 몸은 완만한 선들로 이루어진 견고한 껍질로 덮여 있었고, 그 색상은 깊은 바다의 어둠을 닮은 짙은 녹색과 푸른빛이 섞여 있었다.


껍질 위에는 오랜 싸움의 흔적이 새겨진 듯, 군데군데 상처와 흠집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앞다리였는데 마치 두꺼운 글러브를 낀듯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복서 맨티스 쉬림프 Lv 15

► 칭호 : 초음속 복서

► 스킬 : [불렛 펀치 Lv 4], [쉘 아머 Lv 3], [소닉 웨이브 Lv 1]


감정스킬로 자세히 살펴보니 주먹이 주 무기인 마물인듯하다.


생각이 이어지기 무섭게 맨티스 쉬림프는 눈에 쫓기도 힘들 정도의 펀치를 날렸다.


‘으윽!’


촉수를 말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한 나는 가드 위로 이어지는 충격에 신음을 흘렸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양 글러브를 번갈아 가며 맨티스 쉬림프는 촉수를 부술 생각으로 강력한 펀치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충격 내성이 Lv 6로 상승했습니다]


얼마간 방어하고 있을 때 맨티스 쉬림프도 연속으로 펀치를 뻗기에 힘에 부쳤는지 배에 위치한 5쌍의 다리를 놀려 약간 뒤로 물러났다.


“후욱 후욱”


8개의 촉수가 방망이로 맞은 듯 따갑고 저렸다. 만약 진화하기 전이었다면 진작에 뭉개졌을 듯싶다.


나는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반짝이며, 상대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했다.


맨티스 쉬림프는 멀리서 몸을 낮추고, 자신의 큰 앞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며 준비 태세를 갖췄다.


‘하아 이녀석, 꽤 강하군. 싸울 줄 아는 놈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움츠렸다.


상대의 첫 번째 움직임이 중요했다.


분명 그가 먼저 공격을 들어올 것이다.


우웅!


예상이 맞았다.


맨티스 쉬림프는 강력한 주먹을 휘두르며 번개같이 다가왔다.


물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기 전에, 나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주먹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 파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주먹은 꽤 아팠겠는데?’


나는 마음을 다잡고, 촉수를 빠르게 내질렀다.


반격의 기회는 짧았고, 촉수는 물을 가르며 맨티스 쉬림프를 향해 뻗어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가볍게 움직여 촉수를 피하고, 다시 한번 강력한 주먹을 내질렀다.


나는 물렁물렁한 이마를 그의 주먹에 갖다 댔다.


추울렁~


충격이 머리 전체를 울렸지만, 촉수에 맞는 것보다는 한결 나았다.


나는 몸을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앞으로 스텝을 밟으며 공격적으로 나아갔다.


‘고등학교 이후로 복싱은 정말 오랜만이군.’


복싱을 접은 지 오래되었지만, 새우한테 지지 않는다.


나는 촉수들을 리듬감 있게 휘두르며 연속적인 펀치를 날렸다.


촉수는 마치 복서의 주먹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맨티스 쉬림프를 가격했다.


자신의 펀치를 뚫고 오히려 가까이 접근하자 맨티스 쉬림프는 당황했는지 뒤로 빠지면서 허공에 잽을 날렸다.


쉭! 쉭!


한쪽 글러브로 얼굴을 보호하고 다른 쪽 글러브로 잽을 날리는 모습이 진짜 복서 같았다.


이내 적응을 끝낸 맨티스 쉬림프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나의 공격을 막거나 회피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주먹의 개수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나는 8개의 주먹이 있었고 상대는 2개의 주먹이었기에 나는 항아리 구석으로 맨티스 쉬림프를 몰아넣었다.


쉭! 훅! 퍽!


점점 코너에 몰리던 맨티스 쉬림프의 등 뒤에는 어느새 벽이 존재했고 나는 더 빠른 속도로 펀치를 날렸다.


퍼버버버벅!


워낙 주먹이 많아서인지 타격음이 끊기지 않았다.


[촉수 타격이 Lv 3로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대의 펀치를 먹였지만, 갑각과 가드 때문에 맨티스 쉬림프에게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다.


“끼에에엑!”


전혀 아프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갑각을 호전적으로 두들기는 맨티스 쉬림프


오히려 내 주먹이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펀치를 날리느라 체력이 소진된 나는 물 분사를 이용해 중앙으로 물러났다.


쿵! 쿵!


맨티스 쉬림프가 양손의 글러브를 맞부딪히며 나에게 다가왔다.


“후욱··· 후욱···.”


복싱 선수들이 체력이 좋은 이유를 알겠군.”


내 촉수의 사정거리 밖에서 멈춘 맨티스 쉬림프는 저 멀리서 주먹을 뻗었다.


“저 녀석 뭐 하는 거지? 여기까지 닿을 리가 없잖 앜!”


그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이내 무형의 에너지가 나의 얼굴을 가격했다.


처음에는 팔길이가 늘어난 줄 착각했지만 이내 스킬임을 깨달았다.


무슨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충격파를 일으켜 원거리에서도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이다.


해당 스킬은 타점이 넓어 큰 데미지는 없었지만, 시야를 방해해 제대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오 진짜 거슬리네. 넌 죽었다.”


오랜만에 싸워볼 만한 상대에 열이 오른 나는 거북이처럼 웅크려 맨티스 쉬림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항아리 가장자리를 빙글빙글 돌면서 아웃복서 스타일로 전향한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대로 얻어맞기만 하다간 필패


맨티스 쉬림프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 나는 먹물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을 끌어모아 분사했다.


이윽고 항아리 내부는 검은색 안개에 휩싸여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먹물 발사가 Lv 4로 상승했습니다]


“끼에엑?”


당황한 맨티스 쉬림프의 물결이 느껴진다.


주변을 향해 펀치를 마구잡이로 던지던 그는 결국 벽을 찾아 뒤로 움직였다.


이 모든 상황을 물결로 느낄 수 있었던 나는 바닥에 착 달라붙어 체력을 회복했다.


[재생이 Lv 4로 상승했습니다]


적절한 상대를 만나 엄청나게 스킬 레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대로 승리하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어.


“······.”


어느새 잠잠해진 맨티스 쉬림프


어느 정도 활력이 돌아온 나는 달라붙어 있던 몸을 일으켜 뒤를 바라보고 거친 물줄기를 방출했다.


푸우우~


물 분사로 순식간에 맨티스 쉬림프의 앞까지 다가간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촉수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백스핀 블로우!


가속도와 원심력까지 합쳐진 촉수에 턱을 얻어맞자, 몸이 살짝 떠오른 맨티스 쉬림프를 향해 마지막 펀치를 날렸지만


쾅!


맨티스 쉬림프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총알 같은 크로스 카운터를 성공했다.


“으엌!”


“키에에엑!”


다시 멀리 떨어진 맨티스 쉬림프와 나


“인정한다. 내가 살면서 본 복서 중에 네가 최고다.”


비록 말은 서로 통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들은 묘한 이해와 존경 속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주먹과 촉수가 부딪히며 생긴 물의 파동이 아직도 주변에 퍼지고 있었다.


문어인 나는 물속에서 일렁이는 촉수를 천천히 내렸다.


맨티스 쉬림프도 나를 바라보며 그의 거대한 앞다리를 천천히 내렸다.


그의 눈은 여전히 경계심을 떼고 있었지만, 그 속에 깃든 무언가가 변해있었다.


싸우기 전의 차가움과는 달리, 이제는 동료나 친구를 바라보는 듯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딱! 딱! 딱!


무엇인가가 항아리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빗소리인가?


- 그럴리가 있겠냐 문어대가리야!


오!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나는 반가움의 인사를 보냈다.


‘오 영감님 살아계셨군요! 지금까지 통 말이 없어서 걱정했잖아요.’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밖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든지 숨어야 해!


제라하드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항아리 표면이 갈라지더니 틈 사이로 괴생명체들이 들어왔다.



* * *



모래에 몸을 파묻고 위장 스킬을 발동한 나는 눈을 슬쩍 떠 상황을 지켜봤다.


괴생명체들의 정체는 작은 멸치떼들이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감염된 멸치 Lv 3

► 칭호 : 혼돈의 하수인

► 스킬 : ???


멸치들의 빛나는 빨간색 눈은 묘한 불길함을 불러일으켰고, 몸에 두드러기처럼 피어오른 따개비는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


‘저게 뭡니까 영감님?’


- 따개비병이라고 한번 감염되면 주변에 있는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병이야! 당장 숨어야 하네!


촉수를 움직여 더 깊숙이 몸을 가라앉히던 나의 눈앞에 맨티스 쉬림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360도 방향에서 돌격해 오는 멸치 떼를 하나하나 초음속 펀치를 이용해 격퇴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겨내고 있었지만, 항아리가 완전히 깨져 모든 멸치 떼가 돌진해 오면 그는 얼마 안 가 쓰러질 것이다.


“···.”


도와줘야 할까?


아니 방금전에 본 새우를 너가 무슨 의리로 구해줘?


그래 이건 말도 안 되는 오지랖이야.


다시 작은 먼지를 피워가며 가라앉던 나의 귓가에 들리는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


“끼에에에에에에엑!”


- 저 새우녀석도 안됐구먼. 도망가는 기술이 없는 마물은 죽을 수밖에 없지


‘영감님 그거 알아요?’


- 뭐가 말이냐?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죠. 하지만 가끔은 그 냉혹함을 깨는 용기가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 운명의 물살을 거스르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영웅 아닐까요? 이 몸뚱이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웅담, 한 번 써볼까 합니다!’


- 그게 뭔?


오글거리는 내 목소리에 황당해하는 영감님을 뒤로한 채 나는 바닥을 향해 물을 내뿜어 순식간에 지상까지 올라왔다.


“끼에에엑(믿고 있었다구!)”


“친구는 버리지 않는다. 그게 영웅의 길이니까···.”


- 아니 그니까 그게 무슨 소리···.


휘리릭 퍽! 휘리릭 퍽!


마치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는 복서처럼 나는 달려드는 멸치 떼를 향해서 주먹을 내뻗었다.


퍽! 퍽! 퍽!


멸치의 동체를 정확히 가격하자 한 마리씩 몸이 터져나가 나뭇잎처럼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다.


내 주먹에 화답하듯 맨티스 쉬림프 역시 느려진 펀치를 뻗으며 멸치를 퇴치하고 있었다.


어느새 등을 맞대고 멸치 떼와 맞서 싸우던 우리들은 뜨거운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


퍽! 퍽! 퍽!


[촉수 타격이 Lv 4로 상승했습니다]

[촉수 타격이 Lv 5로 상승했습니다]

[촉수 타격이 Lv 6로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멸치떼가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영감님 이 정도면 거의 다 죽었겠죠?’


- 천만에 아직도 많은 수의 멸치가 느껴지네 끝이 없군. 자네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


쩌저적.


서 설마?


고개를 올려 천장을 쳐다보자 점점 더 크게 갈라지기 시작하는 항아리를 볼 수 있었다.


쩍!


멸치 떼의 몸통 박치기에 끝까지 버티던 항아리가 결국에는 완전히 박살 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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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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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1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9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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