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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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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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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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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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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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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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말미잘 유령

DUMMY




보옥을 삼킨 순간,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식도를 타고 위장에 도착한것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위에 구멍이 생길것처럼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러나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 갈색을 띄던 내몸이 더욱더 빨갛게 익어갔다.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 참아야한다. 문어준 끔찍한 통증은 사라지고 곧 새로운 힘을 얻을것이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온몸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열감을 그저 버티고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김이 날 정도로 뜨거웠던 내 몸은 천천히 식어가기 시작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지쳤던 몸이 활력을 되찾았다.


'이건··· 뭐지?'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느낌에 나는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다른 유령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아아 드디어 죽을 수 있어!”

“나는 저 녀석이 해낼 줄 알았다니까!”


수십 명의 유령들이 얼굴에 울면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이제는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 문어준. 너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평생 이곳에 갇혀서 미쳐버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에리아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고맙긴요 뭘 저도 살라고 하는건데··· 그런데 이제 여러분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들은 곧 소멸될 거야. 흔적도 없이···.”


그녀의 말대로 유령들의 발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 그들과 가족이 된 것만 같았는데, 너무 빠른 이별에 나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렸다.


휘익!


그때 옆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웃상을 한 남성의 얼굴이 내 얼굴 정면에 위치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친구. 슬퍼할 필요는 없어!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니까. 사실 나는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 수 있었어. 내가 죽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드디어 죽을수 있어서 오히려 기뻐!”


칼로스가 유쾌하게 말하자 다른 유령들도 즐거웠는지 모두 함께 날아다니며 성불을 기뻐했다.


그 소란 속에서 리아가 혼자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는 이제 뭐 할 예정이야?”


“글쎄요. 이곳을 탈출하는 게 최대의 목표였어서··· 지금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이 책을 받아.”


리아는 손에서 작은 일기장을 나에게 건넸다.


“그 책에는 유령이 된 자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 저기 있는 칼로스나 에리아, 우리 모두의 이름, 가족,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담겨 있어. 문어준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


고개를 푹숙인 그녀는 울음기가 묻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부모님에게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전해줄 수 있을까?”


“당연하죠. 우리가 쌓은 정이 있는데, 리아의 이야기는 부모님에게 잘 전달해줄게요.”


그 말을 끝으로 리아는 멀리 날아갔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를 얼마나 찾고 있을지, 또 그녀는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평생 일만 하시다가 나쁜 병에 걸려 돌아가신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한참을 왁자지껄하게 춤을 추던 유령들은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졌다.


“···.”


공허함이 밀려왔다. 방금까지도 그들의 얼굴과 말투, 행동이 생생했는데.


나는 문득 고개를 내려 촉수에 든 책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각자의 이름과 나이, 이곳에 온 이유, 고향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유언인 것이다.


나는 흐르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다잡고 6층으로 올라갔다.



* * *



- 자네 지금 마음이 싱숭생숭한것은 잘 알겠네만. 스테판의 보옥 효과를 한번 살펴보는게 어떤가?


- 맞아!


제라하드가 슬며시 나한테 제안을 해왔다.


어지간히 내가 불안해 보였나보다.


그런데 ‘맞아!’는 누가 말한거지? 주위에는 나와 타이슨밖에없는데.


“···설마 너가 지금 말한거야?”


- 맞아!


세상에 내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다니!


‘이게··· 진짜 가능하다고?’


혼란스러움과 흥분이 교차했다. 이젠 생존을 위한 싸움뿐 아니라 바다의 생물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잠시 계단에서 멈춰서 있자 타이슨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타이슨,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타이슨은 잠시 망설이더니, 나를 향해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그의 큰 눈동자에는 우정이 섞여 있었다.


- 너··· 강해···


타이슨은 힘들게 단어를 이어갔다. 그의 지능이 높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나는 그가 전한 짧은 말을 듣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너도 강해, 타이슨. 네가 아니었다면 나 혼자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타이슨은 기뻐서 몸을 흔들었다. 두 주먹을 휘두르며, 그는 다시 간단히 대답했다.


- 맞아··· 친구···


그 짧은 말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동료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좋아, 타이슨. 이제 여기서 탈출하자.”


타이슨은 신나게 두 주먹을 휘둘러 내 말을 받아들였다.


- 자네와 타이슨의 우정이 돈독한게 보기 좋구먼 그런데 보옥은?


어지간히 스테판의 보옥에 대해 궁금한지 제라하드는 끈질기게 물어봤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요 스킬이 두개나 붙어있다니”


나는 촉수를 눈앞에 들어올렸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캐논 옥토퍼스 Lv 28

► 칭호 : 문어준, 무모한 도전자

► 스킬 : [감정 Lv 3],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2], [먹물 발사 Lv 6], [에어 펀치 Lv 1], [위장 Lv 4], [암시야 Lv 3], [재생 Lv 5], [화상 내성 Lv 5], [충격 내성 Lv 6], [땅 파기 Lv 1], [초급 : 물 마법 Lv 3], [독 내성 Lv 5], [텔레파시 Lv 1], [유령 소환 Lv 1]


가장 눈에 띄는점은 레벨이었다.


거대 말미잘을 잡기 전에는 18이었는데 단숨에 폭업을 하다니 저주받은 개체라서 경험치가 사기 수준이었다.


“그런데 저주받은 개체는 정확히 뭔가요?”


- ‘저주’가 워낙 범위가 넓어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악신이나 사악한 마법사들이 실험을 통해서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알고 있네. 그 덕분에 순한 펫 말미잘이 그렇게 사악한놈으로 변한것이지.


흠.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악한 마법사와 악신의 부산물인것 같다.


고개를 밑으로 내리니 칭호에는 무모한 도전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 칭호가 없었더라면 내가 질수도 있는 싸움이었다. 10%가 작아보이지만 나처럼 난타전을 자주하는 문어에게는 엄청난 효과다.


스킬창을 둘러보니 처음보는 스킬이 보였다.


“에어 펀치? 이게 뭘까요. 마석을 먹고 10레벨의 촉수 타격이 에어 펀치로 바뀌었는데.”


- 마석은 그 효과가 다양해서 스킬이 생성되거나 한 단계 진화할수도 있다네. 또한 특정한 에너지가 집중된 장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마석의 경우 특정 속성의 저항력이 크게 증가할수도 있어. 자네의 에어 펀치는 촉수 타격의 상위 스킬인것같네.


괴물 몸속에서만 마석이 생성되는줄 알았는데 자연적으로도 생성이 될수 있구나. 나는 마나실을 촉수에 뿌리내린다음 가볍게 허공을 향해서 잽을 날렸다.


“으어억!”


엄청난 풍압(風壓)과 함께 촉수가 평소의 펀치 스피드보다 몇 배는 빨라졌다.


“···이게 무슨?”


다시 한번 섀도우 복싱을 해보자 촉수에 달려있는 수십개의 흡반(吸盤)에서 공기가 날카롭게 뿜어졌다.


흡반은 한자를 보면 알수 있듯이 빨아들이는 접시라는 의미였지만, 분사기능도 추가되다니 문체(文體)의 신비로움에 또 한번 놀랐다.


새로 얻은 에어 펀치의 속도와 파괴력은 대단했지만 너무나 빠른 속도 때문에 오히려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생각하기로는 0.5초 뒤에 상대 턱을 때려야하는데 0.1초만에 도달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지 익숙해지면 생각과 동시에 타격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새로 생긴 스킬 2개를 살펴봤다.


‘텔라파시는 알겠고 유령 소환은 뭐지?’


- 유령 소환은 사령계 소환 마법인것으로 보이네. 한번 성대에 마나를 담고 힘차게 유령소환을 외쳐보게.


그러고보니 크라켄의 채찍이나 슬립같은 마법을 사용할때 큰소리로 외치는것을 본적이 있다.


나는 성대 주변으로 마나를 모아 전방에 함성을 질렀다


『유령 소환!』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시한번 크게 외쳤다.


『유우려엉 소환!』


띠링!



[소환하실 유령을 정해주세요]


► 펫 말미잘



말을 끝마치자 허공에서 단촐한 선택지가 표시되었다.


펫 말미잘이라··· 앞에 올드가 빠진 이유가 뭘까?


나도 모르게 ‘펫 말미잘’ 이라는 종족명을 생각하자 자동으로 몸에서 대량의 마나가 빠져나와 허공에 반투명한 푸른색의 유령이 만들어졌다.


“끄륵”


말미잘 유령은 내가 방금전에 죽인 올드 펫 말미잘과 100% 흡사하게 생겼다. 물론 크기는 500ml 생수병 크기로 작아졌지만 말이다.


“저거 제가 죽인 놈 맞죠?”


- ···.


- 적!


타이슨은 허공에 떠있는 말미잘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너무 짧은 주먹 탓에 그의 펀치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진정해 타이슨 이 녀석은 이제 우리 부하야!”


급히 씩씩대는 타이슨을 진정시킨 나는 말미잘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말미잘 유령을 만지자, 나는 촉수에서 전해지는 기이한 감각에 순간 움찔했다. 차갑고 미끄러운 느낌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생각이 내 감각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손길을 느꼈는지, 말미잘 유령은 작은 소리로 끽끽거리며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


“스승님, 말미잘이 완전히 제 통제하에 있는 건가요?”


- 소환 마법은 대상을 통제하는 마법이네. 자네가 그 녀석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명령에 따르게 될 걸세.


말미잘 유령은 작은 크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그 힘의 일부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한 촉수로 말미잘을 부드럽게 잡고 나머지 촉수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문득, 나는 유령 소환의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말미잘 유령이라면 정보와 첩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였다.


“좋아, 이제부터 넌 ‘미잘’이다”


“끄륵!”


미잘이는 미약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이 녀석 텔레파시가 안 통하는 건가? 아무래도 지능이 너무 낮아 그런 것 같은데.


나는 타이슨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타이슨, 걱정하지 마. 이제 이 녀석은 우리 편이야. 우리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을 거야.”


타이슨은 아직도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내 말을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미잘 유령을 손 안에서 살짝 던져보며 그 무게를 가늠했다. 가벼웠고, 실제 생물처럼 물리적인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녀석을 어떻게 써먹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어.”


미잘이는 어느새 내 정수리에 몸을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거 모양새가 꼭 야자수 머리같네.’


나는 머리에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집중하며 6층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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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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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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